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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7> 친수공간, 부산의 미래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44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7> 친수공간, 부산의 미래
배 떠난 항구를 열어 젖혀라…시민이 향유케 하라
황폐한 내항 재개발 성공한 선진국, 해양산업 주도하며 고부가치 창출
다양한 해양자산 널려있는 부산도 도시경쟁력 되살릴 '보물' 가진 셈
관심 시들해진 북항재개발사업 친수공간 조성으로 재점화돼야

 
  해양 선진국들은 최근 황폐해진 내항을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관광객이 쉼 없이 몰리는 세계의 대표적인 친수공간들. 미국 시애틀


요즘 워터프런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워터프런트란 원래 수변지역 혹은 수변공간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노후화되고 황폐화된 항만이나 해안에 입지한 산업단지를 재개발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한 친수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친수공간이란 친수성(親水性)이 풍부한 수변공간을 의미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여 물과 친해지고 물을 즐길 수 있는 공공공간이다.
 
  이한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인간은 기본적으로 물을 보고 싶어 하고 물에 가까이 다가가서 물과 접촉하면서 물을 즐기고자하는 친수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본능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공간이 친수공간이다. 사람들은 친수공간에서 물과 공간의 복합적인 효과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편안함과 휴식을 누리며 흥미와 즐거움을 얻게 된다.


■ 사람들에겐 '친수본능' 있다

최근 세계 해양도시들은 정보와 문화를 원동력으로 하여 지적 소유권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해양산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력과 기술 중심의 기존 해양산업으로부터 문화·정보·지식 중심의 창의적 해양산업으로 구조적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해양도시는 항만 및 해안지역 산업단지 재개발을 통해 친수공간을 조성함으로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재생시키고 창의적 해양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21세기는 문화시대다. 해양도시의 경쟁력은 특성 있는 해양문화도시를 만드는데 달려있다. 친수공간은 시민들이 다양한 해양문화와 자연 그 자체인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해양도시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은 해양문화이며 해양문화가 오랫동안 집적된 곳이 항만을 비롯한 수변공간이고 새로운 해양문화를 만들어내는 장소는 바로 친수공간이다.

세계적으로 친수공간이 해양도시의 귀중한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은 최근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1960년대 항만 및 해안지역 산업단지의 재개발사업에 의한 친수공간 조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시애틀은 제48번 부두에서 제70번 부두까지 20개 부두와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여 도심 명물인 친수공간을 만들었고, 보스턴에서는 폐쇄된 찰스타운해군조선소를 재개발하여 시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과 레크리에이션지역으로 바꾸었다. 캐나다 밴쿠버는 오염된 공업지역 그랜빌아일랜드를 재개발하여 관광객과 시민들이 사랑하는 친수공간을 만들었다.

 
  싱가포르 보트부두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제노바는 구도심의 항만을 유럽에서 가장 근사한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하였으며, 영국 카디프도 황폐해진 내항을 재개발하여 도시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었다. 구항만을 재개발하여 유럽에서 제일 살기 좋은 하펜시티를 만들고 있는 곳은 독일 함부르크다. 호주에서도 시드니는 넓은 항만공간 전체를 체계적으로 재개발하여 세계적인 모범 친수공간을 만들었으며, 멜버른에서는 항만과 강변을 연계하여 재개발함으로서 도시 전체를 활력이 넘치게 재생하고 있다.


■'여름철 대규모 반짝 이용'에 그쳐

 
  영국 카디프
친수공간은 해양도시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으로서 도시 이미지와 도시환경을 개선하며 도시경제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시민들의 집단 자아상까지 개선시킨다. 해양도시들이 도시재생의 방편으로서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도심에서 항만물류 및 조선 관련 산업의 공동화가 일어났으며 또한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 그리고 깨끗한 환경에 대해 큰 관심이 일어났다. 이와 더불어 항만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항만의 수질이 깨끗해졌고 항만의 역사유적이나 경관을 보존하고 복구하게 되었다.

한편 해양도시들은 항만과 도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항만을 재개발하여 친수공간을 만들었으며 이와 함께 기존 항만에서 철책을 없애고 항만에 접근하는 공공접근로를 정비했으며 항만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항만경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항만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장소를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항만을 개방하고 있다.

 
  일본 하코다데
해양도시 부산이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세계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친수공간의 정비가 우선 되어야 한다. 지금 부산에서 시민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상쾌하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바닷가 친수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기존 친수공간에는 고층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해안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들의 친수공간 이용을 방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친수공간의 사계절 복합적인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해수욕장 등 일부 친수공간에만 여름철 일시적인 집중 이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는 섬·어촌·어항 등 친수공간 개발을 위한 훌륭한 자원이 많이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매립되거나 황폐화되고 해양환경은 오염되며 일부 지역은 무리한 해안관광지개발로 크게 훼손되고 있다.

항만은 국가보호시설로서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된 고립된 공간으로 남아 있으며 그나마 조성된 친수공간도 기능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다보니 정신·문화적 가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그리고 외국의 유명한 친수공간 사례를 모방하거나 오락·숙박·유흥시설 위주로 개발하여 시민을 위한 품격 있는 친수공간은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 차근차근 만들어 네트워크로

 
  이탈리아 제노바
부산이 살기 좋은 해양도시, 경쟁력 있는 해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곳부터 차근차근 친수공간을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친수공간을 효과적으로 조성하는 방법으로는 기능이 떨어지거나 노후화된 항만지역, 해안에 위치한 산업지역 그리고 군사지역을 재개발하는 것이다. 전체를 재개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작은 여유 공간이라도 친수공간으로 정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친수공간으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고 해양구조물을 친수성이 높은 시설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또한 부산 해안 전체를 대상으로 친수공간네트워크를 조성해야 하며 바다와 하천의 친수공간을 체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다행히 해양도시 부산은 최근에 좋은 기회를 맞았다. 대규모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신항만이 건설되면서 구항만의 기능 재배치와 공간조정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도심에서 친수공간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북항재개발사업은 도시경제에 커다란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항만과 도시공간의 부조화로 인해 발생한 도시환경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며 시민들이 바라는 친수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
그런데 요즈음 북항재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와 부산시의 의지 그리고 부산시민들의 관심이 다소 수그러진 것 같아 안타깝다. 해양도시 부산의 미래는 친수공간 조성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달려있다. 이렇게 될 때 부산을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오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몰려오며 더불어 기업들도 찾아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항재개발사업은 부산시민이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4.12 20:52 / 수정: 2009.04.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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