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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호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 |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 가능한 한 물 가까이에서 생활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친수공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수변공간에서 소극적으로 물을 대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물에 가까이 가기 위하여 해수면 위에 건축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온난화 시대의 현실적 대안
최근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 플로팅 건축의 일종인 선상호텔이 건립돼 숙박을 하면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플로팅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에 비하여 해안선이 길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 여건만 조성된다면 플로팅 해양건축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플로팅 해양건축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시스템을 갖는 건축물을 의미하고, 인간의 거주·휴양·업무·오락·전시·관람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항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항해를 위한 선박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육상에 건립되는 건축에 비해 플로팅 해양건축은 바다 위에 건립되기 때문에 태양열, 태양광, 풍력, 해수열 등의 청정에너지를 획득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따라서 플로팅 해양건축은 녹색성장에 적합한 그린 홈(green home)의 좋은 유형으로 간주될 수 있다.
■ 다양한 플로팅 해양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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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제안한 플로팅 바다낚시터의 기초 구조. | |
▷드라이브-인, 플로트-인(Drive-in, Float-in)=2개 플로팅 주택이 연결되어 있으며 사이에는 2개 층의 평지가 있다. 아래 층은 주차장으로, 위 층은 테라스로 이용된다. 각 주택은 2개 층이며 면적은 140㎡이다. 주출입구에서 반 층을 내려가면 침실 공간, 반 층을 올라가면 거실 공간이 된다.
▷플로팅 호텔(두바이, UAE)=이 건물은 두바이 앞 바다에 계획 중인 25층 높이의 호텔인데, 플로팅 건축의 장점을 살려서 매분 1도씩 회전한다. 모든 객실에 동등한 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이나 물품의 출입은 호텔을 둘러싸며 육상과 연결되는 부유 도로를 이용한다.
건물이 물에 떠있기 위해서는 배와 마찬가지로 부력을 가져야 한다. 함체라고 하는 구조물은 상부건물 아래에 위치하며 물속에 잠기어 부력을 제공하는데 철판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다. 이 호텔을 물위에 떠 있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6m 정도 깊이의 함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해양 엔지니어링 회사 더치 닥랜즈 인터내셔널(Dutch Docklands International)이 철과 유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실시설계해, 이 호텔은 안정된 구조체로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건축물이 건립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건축기술 외에도 건물의 부력을 유지하는 기술, 물에서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해주는 기술, 바닷물 소금기에 잘 견디는 건축재료 개발, 플로팅 해양건축에 적합한 설비 시스템 개발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관련 기술의 수준은 몇 가지 기술을 제외하고는 초기 단계이나,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해나감과 동시에 부분적으로 선진 외국의 기술을 도입한다면 짧은 시일 내에 유사한 건물을 우리나라 연해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로팅 모스크(두바이, UAE)=플로팅 모스크는 두바이에 건설되고 있는 대형 인공섬인 팜 제벨 알리(Palm Jebel Ali)에 연결되어 위치하고 있으며 2011년 준공예정이다. 전통적 종교 기능을 수용하는 이 건물은 현대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건물 디자인에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도입됐는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실내에는 깔때기 모양의 투명한 플라스틱 기둥을 설계하여 지붕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햇빛을 끌어들여 실내를 밝힌다. 따라서 실내조명을 위한 전기 에너지가 상당히 절약된다.
또한 평균 온도 섭씨 26도인 바닷물을 모스크의 지붕, 벽, 바닥 등을 통하여 순환시킴으로서 건물 구조체를 바닷물 온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즉 두바이 지역의 실외 평균온도가 50도이고 실내 냉방 목표 온도가 20도라고 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다른 건물에 비하여 냉방을 위한 전기 에너지가 4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플로팅 해양건축 제안 사례-바다낚시터 표준모형=필자가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생명양식학과의 요청으로 제안한 바다낚시터 표준모형 디자인이 있다. 규격은 가로 100m 세로 50m 범위이고, 가운데에 인공어초를 넣고 주위로 12개의 방갈로를 배치했다. 방갈로는 연안에 떠있는 플로팅 건축물로 계획하며, 각 동은 약 50㎡(15평 내외) 규모로서 거실, 주방 및 식당, 침실, 욕실 등으로 구성된다. 급배수, 전기 등은 육상에서 공급하고 회수하는 시스템을 채용한다.
이 표준모형은 가족과 함께 전망이 좋은 방갈로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바다낚시를 즐기도록 계획되었다. 이 방갈로의 건축 이미지로 여기에 제시한 사진은 핀란드 마리나하우징(Marinahousing)사의 아키펠라고 빌라(Archipelago Villa 90)(http://www.marinahousing.fi)이다.
■ 유망한 영역…제도적 뒷받침은 미비
우리나라 상황에서 플로팅 해양건축물의 신축은 현행 건축법에서는 불가능하고, 건축조례 개정과 건축위원회의 심의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해양건축 활성화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련법에 근거하여 건축될 때만 재산권 등 경제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가칭 '해양건축법' 제정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국토해양부 조직과 업무를 보면 크게 건설 부문과 해양 부문으로 구분된다. 해양건축은 그 사이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설 부문에서는 '해양'이라는 용어 사용을 꺼리고, 해양 부문에서는 '건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필자를 비롯해 해양건축에 관심있는 전문가들이 협회를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활동하려 했으나 법인 등록을 담당해줄 국토해양부 부서를 찾기 힘들다. 해양건축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국토해양부 조직 내에 관련 업무를 전담할 '해양건축과'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한다.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