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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4> 해양건축의 과거·현재·미래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51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4> 해양건축의 과거·현재·미래
아쿠아폴리스, 메가플로트… 워터프런트는 진화중

- 佛작가 쥘 베른 공상과학 소설 '해저 2만 마일'
- '움직이는 인공섬' 등 바다 향한 큰 꿈 제시
- 이후 1960년 전후로 건축·도시계획가들 관심
- 경직된 육지서 자유로운 해상도시로 주목
- 환경·도시 과밀화 등 문제 접목돼 발전 거듭

 
물의 도시나 해상 도시라고 하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세계에는 물과 관계 깊은 도시가 아주 많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브리즈번, 미국 마이애미, 중국 수향진(水鄕鎭)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도시에서는 수로가 마을 안을 종횡으로 가로지르고 있어 주민은 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고 그곳에 세워지는 건물 또한 물과 깊은 관계를 갖고 디자인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의 바다나 하천에는 선상주거(船住居)나 뗏목주거(筏住居), 고상주거(高床住居) 등이 있으며 그것이 모여 촌락이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의 해안에도 하우스보트(house boat)라 불리는 수상주거가 떠 있다. 더욱이 아주 옛날 멕시코에는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이라고 불리는 거대 인공섬이 호수에 조성돼 3만 명 정도의 원주민이 물 위에서 생활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의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바다에 짓는 건축을 생각해 보면 육지건축 이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기획시리즈는 '해양건축'과 '바다와의 관계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파악함과 동시에 부산에서 해양건축의 역할이 소개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현대 해양건축이 탄생하기까지의 진화 과정 중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그곳에서 어떤 새로운 가능성과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 그 원초적인 동향과 건축가들의 방안 등에 대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아주 옛날, 소설가가 시사한 해양건축

어떤 시대든지 사람들은 물을 바라보면서 상상 속에 꿈의 세계를 그려낼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쥘 베른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만약 이런 것이 가능해진다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러 편의 SF소설을 썼다. 그 중에 잠수함과 그 선장을 주인공으로 한 '해저 2만 마일'이라는 책이 있는데 사람들이 아직 본 적이 없는 해중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그 후에는 움직일 수 없는 섬이 대해원(大海原) 여기저기를 움직이며 이동하는 이야기 '움직이는 인공섬'(원제 스크루섬)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미국에서 연주하러 온 프랑스 사중주단 단원들이 섬에 갇힌 채로 지상의 낙원인 남태평양을 향하여 섬과 함께 항해한다고 하는 것이다.

섬이란 대개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그 한정적인 공간 때문에 폐쇄감을 느끼게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가치와 상쾌함을 베른은 이 소설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소설 속의 움직이는 섬은 초근대적인 기술로 건설한 도시인 인공섬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아마 옛날에도 지금도 소설의 내용은 실제에는 없는 공상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묘사된 잠수정의 씩씩한 모습이나 아직 본 적 없는 해저세계의 광경, 자유롭게 항해하는 섬의 상쾌함 등, 그 자유로운 발상에 취하기도 하고 동경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베른이 그리는 세계는 바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육지에도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등 상상의 세계를 작품 중에 그려내고 있다. 베른이 활약한 당시는 공상적이고 기상천외의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거대 잠수정도, 움직이는 인공섬도, 미래도시도 대부분 현실화되었다. 인공섬은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다양한 용도로 건설되고 있으며 특히 중동의 두바이에는 무수한 인공섬이 건설되어 원래 해안선보다 긴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다. 베른은 우리에게 바다를 보면서 큰 꿈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가 제안한 해양건축의 모습

소설가로서 베른이 그린 미래사회는 현실화됐으며 미래의 도시와 건축을 계획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 역시 바다를 보면서 꿈의 해상도시와 해양건축물을 다수 제안했다. 이것은 전문가가 그린 비전이기 때문에 제안된 계획안은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진 구체성이 높은 것이었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이 바다에 주목하여 미래 해상도시의 구상과 계획을 제안한 것은 지금부터 반세기 정도 이전인 1960년 전후부터이다. 이 무렵은 세계적인 동향으로 건축이나 도시에 대한 새로운 방법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 지금까지의 틀이나 양식에 얽매이지 않는 형태나 개념 구축에 주목하였다.

일본의 경우 이 시기에 국내경제가 오름세여서 산업계는 활황이었지만 도시는 과밀화문제, 교통문제, 대기오염문제 등을 일으켰고 바다에서는 매립이 진행되어 백사청송의 해변이 감소하는 등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은 한결같이 악화되었다. 이러한 나쁜 상황을 타파하려는 젊은 건축가들은 '신진대사' 즉 메타볼리즘(metabolism)의 개념을 도입하여 새로운 도시와 건축의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였다. 그 중 한 명인 키쿠타케 키요노리(菊竹淸則)는 바다를 쓸모 있게 이용하여 새로운 도시를 창조하는 '해상도시1958'을 발표하였다.

이 해상도시 구상은 바다 위에 부유식으로 띄워 상부공간을 이용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바다의 환경이나 자연을 변화시키지 않고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며 도시의 기능변화가 쉬워 필요 없게 되었을 때 이동하여 해체 철거하는 것도 가능한 메타볼리즘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었다. 그 후 키쿠타케의 계획은 미국 건국 200년을 축하하는 '하와이 해상도시 계획'으로 이어지지만 경제상황이 급변하여 계획은 중단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단게겐조(丹下健三)는 '도쿄계획1960'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도쿄의 도시공간을 도쿄만 위에 연장하여 해상에 새롭게 도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었고 도시의 골격을 이루는 메가스트럭쳐와 기능변화가 가능한 건축을 마이너스트럭쳐로 하는 개념에 기반을 둔 구상이었다. 이 모든 계획은 경직화된 육역에서 빠져나와 해역에 새로운 도시공간을 창조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환경문제와 도시 과밀화, 토지이용의 제한, 해양자원의 유효적 이용 등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해양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급속히 고조되고 해상도시에 해상공항, 부유식 인공지반 등을 계획하는 등 각종 구상이 생겨났다. 그리고 1975년 오키나와에서 처음 해양박람회가 개최되어 미래의 해상도시 모델로서 부유식 구조형식에 의한 아쿠아폴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워터프런트 붐이 일어나 각지에서 새로운 해양건축물이 만들어졌다. 한편 아쿠아폴리스는 2001년 그 역할을 끝내고 사라졌지만 부유식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의 아름다운 자연인 바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부유식 구조물기술은 발전하고 있으며 초대형 부유식 구조물인 메가플로트의 실증실험도 종료되어 현재에는 더욱 거대한 메가플로트가 구상되거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는 섬을 구하기 위한 메가플로트기술의 이용도 검토되고 있다.


■미래의 해양건축

현재 일본 도쿄는 세계경제의 중핵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심적인 역할은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 히비야 지구가 맡고 있다. 이곳은 1600년대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장소로서 다시 말하자면 바다 위에 건설된 해상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동경의 모습에서는 옛날의 풍경을 떠올리기 어렵다. 부산의 워터프런트도 틀림없이 미래 부산시민이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기 곤란할 정도로 변모와 성장을 거듭하여 새로운 모습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하며 해양도시 부산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구로야나기 아키오(畔柳昭雄) 니혼(日本)대학 해양건축공학과 교수

번역: 김나영 한국해양대학교 HK연구교수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5.31 20:47 / 수정: 2009.06.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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