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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5> 북항재개발 -'우리' 일상의 생활문화공간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52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5> 북항재개발 -'우리' 일상의 생활문화공간으로
부산의 항만도 여유로운 복합커뮤니티 공간이었으면…

- 북항 상업적 부분만 부각돼 공간 한정
- 도시공간과의 부조화로 고립화 초래
- 부산 상징물·장소로서의 생명력 상실
- 일본 요코하마 여객터미널 디자인, 상업과 문화 어울린 도시공공시설 기능
- 북항도 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 바람직


 
  오광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최근 시중 모 은행의 '우리'라는 독점적 상표권 사용에 대한 법원의 불인정 판결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재판부는 "'우리'라는 어휘는 한정된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제 장소 분야 이념 등을 가리지 않고 어느 영역에서나 사용되는 우리 언어에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칭대명사"라며 "이 단어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그 뜻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보편적, 일상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일반인에게 필수불가결한 단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 신랑' '우리 마누라' 등과 같이 '우리'라는 어휘를 너무나 폭넓게 사용함으로써 때로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어휘가 적어도 우리들에겐 사람들 간의 관계를 지칭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동네'의 느낌 함축해야

그런데 우리 동네, 우리 마을 등은 정감 있고 친숙하게 들리는데, 도시에는 이 어휘를 붙이는 것이 유독 낯설다. 동네나 마을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커뮤니티(공동체)라고 하면, 지역성이나 동질적인 유대감 등을 바탕으로 일정한 장소를 공유하며 활발한 사회적 교류에 의해 형성되는 심리적 공동의식과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나 소속감 등을 가진 지역적 사회집단을 의미하는데, 도시의 스케일에선 이러한 커뮤니티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

대다수 우리는 도시에서 살고 있고, 그것도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살고 있다. 필자는 한때 너무 복잡하고 익명성을 지닌 현대 대도시 속에서 '우리'라는 어휘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동네 건축가'를 꿈꾼 적이 있다. 커뮤니티는 상징물이나 상징적 공간을 통해 그 입지적 특징을 일차적으로 파악하게 되며, 이러한 특징은 자연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부산의 상징물이나 상징적 공간을 살펴보면, 자연적 조건으로 비롯된 부산의 8대 경승지인 해운대 몰운대 태종대 신선대 오륜대 강선대 겸효대 의상대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강선대 겸효대 의상대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 위치가 거의 잊혀진 상태이다. 한편 부산의 역사적 경험이 농축된 상징물과 상징장소로는 한동안 철거대상이 되었던 영도다리를 비롯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등이 많이 언급된다.

이러한 부산의 상징물이나 상징적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한 연구기관에서 10여 년의 시간적 간극을 두고 실시한 시민들의 의식조사를 분석해보면,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이나 시설물에 대한 평가순위는 단순한 자연공간에서 벗어나 부산시민들의 새로운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시설물이나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벡스코와 광안대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새롭게 구축될 또 다른 생활문화적 상징물이나 공간으로 인해 현재의 평가 순위는 달라질 개연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50대 이상의 시민들에게 부산의 대표적 상징물로 손꼽히는 영도다리는 앞으로 재건될 경우, 철거대상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상징물로 탈바꿈될지도 모르며, 예전의 시청사 자리에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부산의 대표적 상징물로 평가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상징적 공간으로 손꼽는 해운대는 예전의 부산 8대 명승지로서 누리던 성가 때문이 아니라 도심복합상업시설이나 관광유희시설 등 해운대 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는 새로운 생활문화공간으로서의 매력과 명성 때문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시민생활에서 먼 부산의 '바다'

그것은 한마디로 '문화화된 자연' '관광화된 자연'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의 상징물이나 상징장소가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커뮤니티의 생활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에서 도심의 상당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항만시설이나 터미널, 부두 등은 부산의 상징물이나 상징장소로서 쉽게 언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 시설들은 그동안 국가의 기간시설로 보호돼, 사실 행정구획상 부산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부산시의 것이 아닌 도심 속의 섬과 같은 고립된 공간이고 특정한 이용객들만을 위한 한정된 장소이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이라는 엄청난 사업의 실질적인 시작을 해야 하지만, 예산확보와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물류나 경제적 문제 등 어느 하나도 해결이 쉽지 않은 중차대한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북항 재개발은 그동안 항만과 도시공간의 부조화로 인해 발생한 도시 공간구조의 왜곡 등 많은 도시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며, 부산이라는 도시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필자는 프로젝트 성격이나 규모에서 매우 상이하기는 하지만, 북항이 부산 시민들에게 어떠한 장소로 받아들여져야 할지에 대한 단초를 일본 요코하마 여객터미널의 디자인 개념에서 찾고자 한다. 이 계획은 기존의 요코하마 부두에 새로운 여객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여객터미널의 항만기능과 상업·업무·문화를 포함하는 도시공공시설, 그리고 거대한 옥상정원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였다. 통관이나 출입국 수속 등 유동량이 많은 도시의 관문으로서 그리고 다중이 이용하는 도시공공시설을 갖는다는 점에서 동선의 적절한 분리와 연계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건물의 내부와 도시의 지면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방대한 규모를 가진 여객 터미널의 벽체와 바닥면 전체를 목재마감으로 감싼 옥상 정원은 여객 터미널과 다양한 도시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이용객이나 일반 도시민들에게 하나의 복합커뮤니티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친숙한 북항을 기대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될 북항이 다양하고 서로 이질적인 기능들을 복합적으로 연계시켜 해상과 도시를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이면서 동시에 도시 지면의 연장으로서 존재하는 공원과 같은 장소가 되길 상상해본다. 별도로 마련된 공원이나 도심의 개방공간뿐만 아니라, 사업성에 따라 수용되는 필요 시설 하나하나도 그 자체가 소풍을 온 초등학생들이나 주변 지역의 근로자들이 점심 시간이나 잠깐의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우리 일상의 커뮤니티 생활문화공간으로서 부산시민들에게 각인돼야만 한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6.07 19:52 / 수정: 2009.06.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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