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의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인 멕시코 올멕문화의 자랑 '태양의 피라미드'. | |
해발 2000m가 넘는 멕시코 고원에 자리잡은 멕시코시티의 중심도로는 전 세계 어느 도시의 가로수길보다 넓게 설계돼 아름답지만 평일에는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하지만 차가 부쩍 줄어드는 주말이면 온 도시가 성대한 축제장으로 변한다. 광장은 시장도 되고, 야외극장도 된다. 거리악단인 마리아치로 인해 여행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멕시코시티를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북동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피라미드군이 바로 그것이다.
'고무나무 사람들'이란 뜻의 올멕(Olmec)문화가 남겨놓은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유적이다. 테오티우아칸은 '신들이 태어난 곳' 또는 '신들의 장소'를 의미한다.
6세기 스페인 탐험가들이 찾았을 때 멕시코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던 아즈텍족은 기원전 1200년 전에 시작해 위대한 문화를 이루었지만 그 모태는 기원전 20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올맥문화였다.
아즈텍인들은 선대의 문화를 테오티우아칸이라 부르고 그 유적 하나하나에 이름을 부여했다. 그들은 올멕인이 만든 고대의 의식도구를 수집해서 신전에 모시고 중요한 보물로 여겼다. 테오티우아칸에는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처럼 세 개의 피라미드가 세워져 있다. '깃털 달린 뱀'이란 뜻의 케찰코아틀 신전,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다.
케찰코아틀 신전은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고고학적 기념비로 6단으로 이뤄져 있다. 높이는 22m, 토대는 2만5000㎡이다.
이 신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각의 주제는 뱀의 머리이다. 쭉 내밀고 있는 뱀의 턱은 인간의 그것을 닮았다. 큰 이빨과 윗턱의 팔자수염이 보이고, 뱀의 두꺼운 목둘레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깃털이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4㎞나 되는 죽은자의 길 중앙 우측에 웅장하게 서 있다. 외형이 4단으로 한 변의 길이는 224m, 계단은 252개이며 전체 크기는 케찰코아틀 신전의 10배가 넘는다. 규모 면에선 세계 세 번째이며, 인간이 오를 수 있다. 64m 높이의 꼭대기에 오르면 지구상에 건설된 최대 규모의 건축물 정상에 내가 서 있다는 희열감이 밀려온다.
필자는 갈 때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를 받아 들였다. 조용히 앉아 눈을 감으면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천상에 선 기분이 들 정도다. 춘분과 추분 때 완벽한 직선 그림자가 아랫단에 나타난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아즈텍인들은 지금의 이름인 '태양의 피라미드'라 명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멕시코에는 해를 소재로 한 관광기념품이 많다. 목걸이 장난감 장신구 옷문양까지 태양을 소재로 한 디자인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달의 피라미드는 규모 면에서 태양의 피라미드의 절반 정도. 100만t의 돌과 흙이 소요됐다고 전해온다. 3단이나 4단 계단의 모습은 마치 야외음악당의 청중석처럼 돼 있다. 넓은 광장 제단 앞엔 큰 돌 하나가 서 있다. 용도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제단은 신에게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었다. 몸에서 꺼낸 신선한 심장을 신에게 바치고 이 의식을 통해 세계의 종말이 오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믿어 왔다.
고고학자들은 테오티우아칸 유적을 만드는 데 1만5000명의 노동자가 30년 동안 350만t의 돌과 흙을 사용했다고 추정한다. 사라진 문명의 기술력, 지리적 지식, 천체 관측학을 반영시킨 상상을 초월한 설계 때문에 테오티우아칸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앙코르왓트 사원과 동일 선상에서 전 세계의 고고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멕에서 출발, 아즈텍 마야로 이어지는 신비하고도 거대한 유적을 보유한 멕시코는 미국이 한국인에게 비자 없이 문을 여는 날 가장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는 여행국이 될 것이다.
장순복·대륙항공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