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청년시절 막일을 하며 매우 힘들게 생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종종 리하르트 바그너의 게르만 민족 신화에 관련된 오페라를 감상하며 순수 독일인들로 구성된 독일제국을 꿈꾸었으며, 이후 총통이 됐을 땐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보게 한 '바그너 광'이었다.
히틀러에 앞서 바그너에 빠진 왕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디즈니랜드 '백조의 성' 모델인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지은 루드비히 2세이다. 18세기 독일 바바리아 왕국의 4대 왕이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궁전같은 환상적인 모습 때문에 월트 디즈니의 디즈니랜드 성모델이 되었고, 루드비히 2세 역시 동화속의 왕이라는 별명을 남겼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다 갔다. 그가 말을 타고 지나가면 그의 매력에 뭇 여성들은 넋을 잃었다 전해온다.
16세가 되던 해 그는 바그너 오페라인 '로엔그린'을 보고난 뒤 바그너에 의해 지어진 스토리의 정교함과 작품성을 통해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들이 실현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년 뒤 왕위에 오른 그는 우상이 돼 버린 바그너를 뮌헨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소싯적에 만났던 정치가 비스마르크에게 빠졌듯이 그는 곧바로 바그너에게 빠져들었다. 바그너는 경제적 걱정에서 벗어나 위대한 독일 영웅에 대한 오페라의 창작에 자유롭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물이 '트리스탄과 이졸대'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등이다.
말년의 바그너는 루드비히 2세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자신의 악극을 공연할 수 있는 대극장을 바이에른의 바이로이트에 건립했고, 이곳에서 1876년 불멸의 대작 '니벨롱겐의 반지' 4부작을 공연한다. 이 개관 공연 이래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 '바그너 축제'가 열리고 있다.
루드비히 2세는 말을 타거나 산책할 때 아름다운 한 장소에 매력을 느꼈다. 그 중 한 곳이 슈반슈타인이라 불리는 산기슭으로, 예전에 포르더 호헨슈반가우성이 위치했던 일종의 성터이다. 이곳에 그는 '로엔그린'의 백조의 전설 부분을 모티브로 성을 짓기 시작했다. 직접 성의 설계자가 되어 17년간 성 짓는 일에만 매달린다. 성 곳곳은 바그너 오페라 장면들로 장식돼 있다. 서재에는 '탄호이저'의 모험담을, 커다란 응접실에는 '로엔그린'의 백조를, 4층 음악실에는 '파르시탈'속 주인공의 생애를 주제로 한 벽화가 남아 있다. 백조의 성 외에도 여러 개의 성들을 지으며 국고를 축낸 루드비히 2세는 결국 반대론자의 음모에 걸려 왕위에 오른 지 22년 만에 그의 주치의와 함께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의 화려한 천장. | |
얼마 전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이 부산~뮌헨 직항을 열었다. 뮌헨에서 퓌센까진 승용차로 1시간30분.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무척 가까워졌다.
장순복·대륙항공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