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담의 세계관
속담과 상말에 나타난 성의 세계관 (김선풍 - 중앙대 교수)
1. 들어가는 말
육담을 일러 중국 조선족들은 고기얘기라 일컫는다. 고기얘기란 단어 속에서
사뭇 욕정적인 속살의 부딪침, 에로틱한 섹스 행위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어 음담이 음담패설, 외설, 외담이라는 용어보다 한국적 정서에 와 닿는 느낌
이다.
임석재가 논급한 바대로 육담은 성기, 성행위, 남녀간의 정분, 그리고 이에 관
련되는 사항을 재료로 해서 꾸며진 이야기이다.
본고에서는 주로 속담과 상말을 중심으로 한 성의 표현과 그 세계관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성에 관한 속담
속담사전 속에는 * 또는 ** 기호로 표현된 부분이 자주 눈에 띄게 된다. *는
대개 좆, 씹의 약어요 **는 보지, 씹맛의 약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속담집에도 없는 약호를 씀으로써 점잖치 못한 성기, 성행위
표현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자지는 그대로 속담에 표출되어 있어 같은 성기라 하더라
도 어린아이의 그것은 타부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국인은 어
린이의 잠지를 만져주고 꼬추를 딴다고 하면서 그 꼬추를 먹고 불알을 따먹는
시늉까지 하는 민족이다. 그러나, 서구적 사고법으로 본 그 같은 행위는 간음 행
위에 속한다. 그리하여 미국에 이민간 한국인들이 어린애 잠지가 귀엽다고 만졌
다가 법정에 끌려가는 수가 더러 있다. 문화의 간극이 이만큼 비극을 초래하기
도 한다.
한국인이 따먹는 잠지(꼬추)나 불알(씨)이 갖고 있는 내면적 상징 속에 복과
재생이라는 사상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비극이 초래한다.
실제 한국인은 속담 구술방식에서 점잖은 자리에서는 **를 '무엇', '그것' 등으
로 불러 완곡어법을 취하기도 하나 친분이 가까운 사이에는 노골적으로 '보지',
'씹맛'이라고 발언한다.
이를테면 "옴 덕에 ** 긁는다."의 **를 보지로, "** 좋자 과부된다."를 "씹맛
좋자 과부 된다더니"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게 된다.
**라는 표기 방식은 아직도 떨구지 못한 유교적 잔존사유에서 나왔다. 성을
죄악시하고 부끄러워했던 조선조 사고의 연장이며 어쩌면 성에 대한 콤플렉스
이다. 언필칭 사회적인 면에서 비교육적이고 풍기문제로 돌리기도 했으며, 관의
통제로 **를 쳐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음성적 기호인 ** 표기가 사회
를 정화시켰다거나 선도했다는 순기능적 측면은 엿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교
육의 역행이요 역기능적 표기라고 보아 옳다. 사회가 온통 숨어서 춤추고 환락
에 빠지고 있는 것도 음성적 기호가 만연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의 예언들은 이기문의 <속담사전>에서 고른 것으로 육담적 소재의 대상
을 *과 **, 그리고 불알, 자지가 들어있는 속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1. 성행위 속담
"과부가 재수 좋으면 요강 꼭지에 앉는다"거나, "** 좋은 과부", "** 좋자 과
부된다", "모기 밑구멍에 당나귀 신이 당할까", "양푼 밑구멍은 마치 자국이나
있지" 등등 이같은 속담은 다분히 선정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대개 *의 맛과 *의 자국 등이 질탕하게 묘사되어 있다.
2. 해학적 속담
"*본 벙어리"를 비롯하여, "* 빠진 강아지 모래밭 싸대듯", "쥐 *같다", "앉은
뱅이 *(무엇) 자랑하듯", "옴 덕에 ** 긁는다" 등등 웃지 않고는 못배기는 속담
이 상당수 발견된다. 물론 8자 내외의 짤막한 일행 속에서 육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기가 맞고 기발한 상이 번뜩여야 한다. 고기얘기가 아닌 고기말이기
때문에 좀 상스럽지만 잠시 웃음을 자아내기 십상이다. 이같은 표현이 지나치면
욕말이 된다.
3. 상말 속담
속담은 원래 말과 대신의 뜻에서 왔다. 그가 처한 환경과 경우에 따라 처방이
다르게 되어 있다. 욕하고 싶을 때 욕이 욕이 안되는 장점도 있다. 흔히 "안성
피나발을 불지마라"고 표현한다거나 "* 빨지 마"라고 욕 대신 속담을 쓴다. "암
코양이 자지 베어 먹을 놈"이란 표현은 별 못할 짓 없이 다해 먹을 놈이라고 욕
을 던지는 말인데, 없는 암코양이 자지가 등장함으로써 욕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귀에 당나귀 * 박았느냐"라는 과장법에서 웃음 섞인 욕설을 발견할 수 있고,
"말도 사촌까지 상피 본다"는 속담에서 동물만도 못한 인간의 육욕과 육정을 감
지할 수 있다.
4. 농간적 속담
농조로 풍간해 주는 풍간적 속담을 말한다. "집안이 망하려면 제석 항아리에
말 *이 들어간다"는 속담을 비롯해서 "열두 살 먹어서부터 서방질 하여도 배꼽
에 *박는 것은 못 보았다", "씨아 귀에 불알을 놓고 견디지", "괴 불알 앓는 소
리", "불알 두 쪽만 대그락 대그락 한다", "검은 고기 맛 좋다 한다"는 속담적 표
현이 그것이다. 상대방을 풍자, 회유시킨다거나 놀릴 때 이같은 속담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쇠 * 한 놈 같다", "개 * 같은 의관"에 나타난 바대로 동물적 본성
이 드러난 속담이나, 수간적 속담까지 보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자료>
. 가만 바람이 대목을 꺾고 모기 다리 쇠*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같이 보
이는 것도 큰 일을 할 때가 있으니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
. 강 건너 시아비 *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뜻)
. 개미에게 불알 물렸다 (보잘 것 없는 것한테 피해를 입었다는 말)
. 개 *에 덧개비 *덧개비 : 다른 것 위에 다시 덧 엎어 대는 것 (관계없는 일
에 덩달아 덤벼 나섬을 이름)
. 개 *에 보리알 끼이듯 (좁디 좋은 곳에 무엇이 수많이 끼어 있음을 비유한
말)
. 개 * 같은 의관 (몸차림이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말)
. 검은 고기 맛 좋다 한다 (살갗이 검은 사람이 섹시하다고 놀리는 말)
. 고손자 * 패겠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갖다 대어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름)
. 고추는 작아도 맵다 ; 고추가 커야만 매우랴 (몸이나 물건이 작아도 제 능력
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말. 곧, 무엇이든 반드시 커야만 제 구실을 다 한다고
는 할 수 없다는 뜻)
.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 (싱싱하지 못하고 다 삭은 젓국이
맛있는 것과 같이 사람은 아무리 늙어도 자기 배우자가 가장 좋다는 말)
. 과부가 재수 좋으면 요강꼭지에 앉는다 ; 유복한 과수가 앉아도 요강꼭지에
앉는다 *요강꼭지 : 남근 (운수 좋은 사람은 일마다 좋은 수만 얻는다는 뜻)
. 과붓집 수쾨 같다 (한 밤중 고요해야 할 과붓집에 수코양이가 발작을 일으켜
그로 인하여 이웃에서 수상히 여겨 과부의 생활을 의심하게 된다는 말)
. 괴 불알 앓는 소리 (쉴 새 없이 흥얼거리며 듣기 싫게 구는 것을 놀리는 말)
. 국 쏟고 ** 덴다 (불운한 가운데 있는데 더욱 불행한 일을 당한다는 뜻)
. 귀신 센 집은 말*도 벙긋 못한다 (집안이 불화하고 말썽이 많으며 가품이
좋지 않은 집에는 걸핏하면 성가신 일이 생기게 된다는 말)
. 귀에 당나귀 * 박았느냐 (여러번 일러 주어도 잘 알아 듣지 못하고 되묻는
이를 두고 욕하는 말)
. 나 낳은 후에야 에미 *이 바르거나 기울거나 (자기 일만 좋게 끝나 버리면
그 일을 하는데 절대 필요했거나 도움이 된 것도 어떻게 되거나 돌보지 않는 것
이 인심이라는 말)
. 나 많은(늙은) 말이 콩 마다 할까 (나이가 많으면 더욱 식욕이 생기므로 나
이 많은 말이 콩을 싫다고 할 까닭이 없다 함이니 자기가 그것(여자)을 매우 좋
아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
. 남의 사정 보다가 갈보난다 (남(남자)의 사정을 보고 동정하여 주다가 제 몸
을 망친다 함이니, 너무 남의 사정만 보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
. 남의 옷 얻어 입으면 걸레감만 남고 남의 서방 얻어 가면 송장치레만 한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개가하여 사노라면 얼마 가지 않아 사별하는 것이니, 남의
옷 얻어 입기와 남의 서방 얻어 살기란 할 짓이 아니라 하여 이르는 말)
. 남이야 서방질을 하건 남방질을 하건 (남의 일에 상관 말라는 뜻)
. 내(제) 밑 들어 남 보기 (자기 스스로 부주의 한 말이나 행동으로 자기의 부
족함을 드러낸다는 말)
. 내 * 주고 매 맞는다 (자기의 소중한 것을 내어 주고도 도리어 좋지 않은
응보를 당했을 때 하는 말)
. 놀던 계집이 결단이 나도 엉덩이짓은 남는다 (무엇이나 오랜 습관이 된 것은
좀처럼 떨어 버릴 수 없다는 뜻)
. 당나귀 * 치레(귀치레) (당치도 않은 곳을 쓸 데 없이 꾸미어 모양을 도리어
더 흉하게 만든다는 뜻)
. 도깨비 음모 같다 (무엇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하는 말)
. 도둑의 때는 벗어도 화냥의 때는 못 벗는다 (도둑의 누명은 입었더라도 확실
한 증거만 나서면 밝혀질 수 있으나, 여자가 음분했다는 누명은 밝힐 도리가 없
으니, 특히 품행을 삼가하라는 말)
. 마계 말 (나이 이미 늙었으나 교태 부리는 여인을 이름)
. 마파람에 돼지 불알 놀 듯 (조금도 거리낄 것 없이 필요도 없는데 흔들 흔들
한다는 뜻)
. 말고기를 다 먹고 나서 말 * 내(무슨 냄새)가 난다고 한다 ; 한 말 고기 다
먹고 하문 내 난댄다 (우선 배가 고파서 좋지 못한 것이라도 자기 배를 채우고
나서 배가 부른 뒤에는 배 부른 소리를 함을 이름. 제 욕망을 채우고 나서 도리
어 흉을 봄)
. 말도 (사촌까지) 상피를 본다 ; 말도 칠팔촌을 가린다 (동물인 말도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상피를 하지 않는다 함이니, 가까운 친척 사이의 남녀가 관계하
였을 때 욕하는 말)
. 멋에 치어 중 서방질 한다 (너무 멋 들어 잘난 체하다가 자기 몸을 망치게
됨을 이름)
. 모기 밑구멍에 당나귀 신이 당할까 (작은 것 속에 큰 것을 넣는 일이 부당하
다는 말)
. 물보리 한 말에 숫*을 버렸다 (대단치 않은 것을 얻고 그 대가로 매우 소중
한 것을 빼앗겼다는 말)
. 벙어리 서방질을 해도 제 속이 있다 (무슨 일을 하거나 말은 하지 않더라도
제 딴에는 제게 정당한 이유도 있고 뜻도 있어서 하는 짓이라는 말)
. ** 좋은 과부 (아무리 좋더라도 쓸 데 없다는 말)
. ** 좋자 과부된다 (수가 좋지 않아 일이 공교롭게도 빗나기만 하여 마음에
안타깝다는 뜻)
. 복 없는 가시내가 봉놋방에 가 누워도 고자 곁에 가 눕는다 (운수가 나쁘면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는 뜻)
. 부앗김(홧김)에 서방질 한다 (참을 수 없는 홧김에 분별없이 행동하여 더욱
큰 일을 저지름을 이름)
. 복바리 * 죄듯 *복바리 : 제주도 방언으로 물고기 이름 (무엇이고 꼭 간직하
면 내놓을 줄 모르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
. 불알 두 쪽만 대그락 대그락 한다 ; 불알 두 쪽 밖에는 없다 (재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
. 불알 긁어 준다 (남의 비위를 살살 맞춰가며 아첨하는 것을 이름)
. *(빚) 주고 빰 맞는다 (남에게 잘해주고도 오히려 욕을 당하게 될 때 하는
말)
. 뻔뻔하기가 양푼 밑구멍은 마치 자국이나 있지 (양푼 밑 바닥은 망치로 두들
겨 만든 흔적이나 있지마는 *한 흔적 따위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는 말로 철
면피를 두고 이르는 말)
. 사내 등골 빼 먹는다 (등골 뼈 속의 골을 뽑아 먹는다 함이니, 노는 계집이
외입하는 남자의 재물을 훑어 먹음을 이름)
. 사위 * 보니 외손자 볼까 싶지 않다 (일의 시초를 보니 벌써 잘 되기는 글
렀다 하는 뜻으로이르는 말)
. 서울 놈 못난 건 고창 놈의 *만도 못하다 (서울에는 사람이 많으므로 잘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못난 이도 많다는 말)
. 쇠 *한 놈 같다 (술을 먹어 얼굴이 붉은 사람을 이르는 말)
. 소문난 공*은 넉자요 소문 안난 공*은 대자다 ; 소문난 *가 잔등이 부러진다
(소문난 것이 흔히 보잘 것 없고 좋지 않음을 이름)
. 속곳 열둘 입어도 밑구멍은 밑구멍대로 다 나왔다 (아무리 애써 숨기려 했으
나 가려지지 않을 경우에 이르는 말)
. 손 샅으로 * 가리기 ; 손으로 샅 막듯 (가린다고 가렸으나 아무 소용도 없고
드러날 것은 다 드러나고야 만다는 뜻)
. 쇠 불알 떨어지면 구워 먹기 ; 쇠 불알 떨어질까 하고 제 장작지고 다닌다
(언제 될지도 모를 일을 한 없이 기다린다는 뜻)
. 새침데기 골로 빠진다 ; 시시덕이는 재를 넘어도 새침데기는 골로 빠진다
(겉으로 보아서 떠벌하고 실없어 보이는 사람은 그다지 큰 잘못을 짓지 않으나,
늘 새침하고 얌전한 체만 하고 있는 사람도 도리어 엉뚱한 생각을 품고 그로 말
미암아 실패하는 수가 많다는 말)
. 신이 늘었다 (고생을 많이 하였다는 뜻)
. 십년 과수로 앉았다 고자 대감을 만났다 (오래 공들인 일도 제 복이 없고 운
수가 나쁘면 아무 데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는 뜻)
. 싱겁기는 늑대 불알이다 ; 싱겁기는 황새 똥구멍이다 (사람이 싱거워 맹숭
맹숭하고 같이 어울이지 못함을 이르는 말)
. * 본 벙어리 (말도 아니하고 혼자서 히죽히죽 웃는 사람을 보고 이르는 말)
. 씨아 귀에 불알을 놓고 견디지 ; 괴불알 앓는 소리 (쉴 새 없이 흥얼거리며
듣기 싫게 구는 것을 놀리는 말)
. 아욱으로 국을 끓여 3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못 들어간다 (아욱국이 사
람 몸에 매우 좋다는 뜻)
. 아재비 장가 보내기는커녕 제 *도 대롱에 놓고 다닌다 (더 바삐 해야 할 제
일도 못하고 있는 주제에 남의 일까지 돌볼 수 없다는 말)
. 안성 피나발이라 (사람의 음경을 익살스럽게 이르는 말)
. 앉은뱅이 *(무엇) 자랑하듯 (별로 자랑할 것이 못 되면서 큰 소리하고 나선
다는 말)
. 암코양이 자지 베어 먹을 놈 (별 못할 짓 없이 다 해 먹겠다고 욕하는 말)
. 어린 아이 자지가 크면 얼마나 클까 (크기란 물건에 따라 특수한 것이니, 아
무리 크로 많다 한들 별다를 게 없다는 말)
. 얼려 * 먹인다 (처음에는 슬슬 잘 해 주었다가 후에는 골탕을 먹인다는 뜻)
. 여윈 당나귀 귀 베고 * 베고 무어 남을 것 있나 (원래 넉넉하지 못한 데서
가장 두드러진 것을 한 두 개 빼고 나면 남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뜻)
. 열두 살 먹어서부터 서방질을 하여도 배꼽에 * 박는 것을 못 보았다 (지금
까지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왔으나 그와 같이 몰상식하고 어리석은 자는 처음 보
았다는 뜻으로 하는 말)
. 열녀전 끼고 서방질 하기 (겉으로는 깨끗한 체하나 속으로는 가장 추잡하다
는 뜻)
. 열 성방 사귀지 말고 한 성방 사귀라 (열 사람 사귀느니보다 한 사람을 깊이
사귐이 더 이롭다는 뜻)
. 영감 죽고 처음 (오랫만에 마음이 흡족하고 시원하다는 뜻)
. 오입장이 제 욕심 채우듯 (다른 사람의 처지는 조금도 생각에 넣지 않고 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뜻)
. 오쟁이 졌다[부오장] (제 계집이 다른 사내와 통하였다는 말)
. 옴 덕에 ** 긁는다 (남을 꺼리던 일을 다행히 핑계거리가 생겼을 때 이르는
말)
. 인정에 겨워 동네 시아비가 아홉이라 ; 인품이 좋으면 한마당 귀에 시아비가
아홉 (한 마당 구석에 시아비가 아홉 있는 이보다 더 인품이 사납다함이니, 행실
이 좋지 못한 여자에게 하는 말)
. 일도 못하고 불알에 똥칠만 한다 (제 구실은 제대로 못하고 도리어 낭패만
보고 있다는 뜻)
. 장작불과 계집은 쑤석거리면 탈난다 (계집은 가만히 있는 것을 옆에서 들쑤
시고 꾀이면 바람이 난다는 뜻)
. 제것 주고 빰 맞는다 ; 내 * 주고 빰 맞는다 (남에게 잘 하여 주고도 자기는
반대로 해로움을 당한다는 말)
. 제 밑 핥는 개 (제가 한 짓은 추잡하고 더러운 줄 모른다는 말)
. * 빠진 강아지 모래밭 싸대듯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매며 돌아가는 모
양을 두고 하는 말)
. 종년 간통은 (누운) 소 타기 (종년 간하는 것은 소 타기같이 쉽다는 말이니
무릇 지위와 권세로써 일을 하기가 쉽다는 뜻)
. 죽었다가도 사는 건 꼬추하고 바둑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것은 **와 바둑이
라는 뜻)
. 죽은 자식 자지 만져 보기 (아주 틀어진 일은 아무리 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뜻)
. 중은 *을 해도 무릎을 꿇고 한다 (사람은 언제나 제가 지니고 있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는 말)
. 쥐 * 같다 ; 쥐 불알 같다 (작고 보잘 것 없어 우스울 지경이라는 뜻)
. 집안이 망하려면 제석 항아리에 말*이 들어간다 (가운이 기울어 망하려면
별 괴상스러운 일이 다 생긴다는 말)
. 찬 물에 * 줄 듯 (무엇이 조금씩 오그라들음을 이름)
. 참새가 기니 짧으니 한다 (비슷비슷한 물건 가지고 크고 작음을 가리려 한다
는 뜻)
. 처녀 불알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을 말함)
. 처녀 젖가슴 만지듯 (주물럭거려서 놓지 않음을 이르는 말)
. 촌년이 늦바람이 나면 속곳 밑에 단추 단다 ; 촌년이 아전 서방을 하면 낼
샌 줄을 모른다 (어수룩한 사람이 한번 혹하면 도리어 정도를 지나친다는 뜻)
. 촛병을 흔들어 빼었나 (초 냄새가 크게 난다 함이니, 행위가 음란한 사람을
보고 하는 말)
. 콩 닦이 하고 기생첩은 옆에 두고는 못 견딘다 (콩 볶은 것은 과히 먹고 싶
지 않다가도 옆에 있으면 한 없이 먹게 되며, 기생첩이 옆에 있으면 무한히 희
롱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
. 한 번 가도 화냥 두 번 가도 화냥 (무슨 일을 한 번 저지르나 여러 번 저지
르나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고 그와 같은 마을 듣기는 일반이라 하는
말)
. 헌 바지에 * 나오듯 (무엇이 불쑥 드러나 보임을 이르는 말)
. 장가 드는 놈이 불알 떼어 놓고 간다 (어떤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 버렸을 때 쓰는 말)
3. 설화형 속담
. 불행 중 다행 : 한 게으른 사람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가다가 연못에 오리가
있어 그것을 잡으려고 도끼를 던졌다가 도끼만 잃고 말았다. 도끼를 찾으려고
옷을 벗고 못에 들어간 사이에 어떤 놈이 옷을 훔쳐가 버렸다. 할 수 없이 밤이
되기를 기다려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장독에다 삿갓을 씌어논 것
을 도적놈이 장을 퍼가는 줄 알고 돌을 던져 그만 독이 깨져 장이 다 흘려 버렸
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려고 발을 막 들여 놓는데 무엇이 밟혀서 보니 아내가
애기를 방문 앞에 뉘어놓고 마을 간 것을 모르고 밟어서 애기마저 죽어 버렸다.
할 수 없이 부엌으로 가서 자*를 아궁지에 문질러서 시꺼멓게 하고 노끈으로 매
어서 뒤로 상투에다 매 놓고 있다가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이렇게 말했다.
"오리를 잡으려다가 그만 도끼를 잃어버렸소!" 하니까, 아내는 "도끼는 다시 사
면 그만 아니요? 걱정할 게 무어요?" 했다. "옷도 모두 잃었는데 -" 하니 "베를
사서 다시 해 입으면 그만 아니요?" 했다. "장독을 깨서 장을 다 흘렸어." 하니
"장은 다시 담그면 그만 아니요?" 했다. "애기를 밝어 죽여 버렸는데 -" 하니,
"애기야 또 낳으면 생기지 않겠어요?" 했다. 그 다음에 "노름하다가 노름빚에 자
*를 떼어 주었는데 어찌할고?" 하니 아내 이 말을 듣고는 두 길 세 길 뛰며 "아
이구, 이 일을 어찌해? 어서 찾아와요. 그 빚이 얼만데요?" 하면서 돈을 내주었
다. 남편은 그 돈을 받아 가지고 밖으로 나가 한참 있다가 다시 들어와 말하기
를 "지금 찾아왔는데, 그놈이 그것을 가지고 '솥단지발'을 만들어서 그만 시꺼멓
게 해 놓고 말었어!" 하며 그것을 꺼내 보이니, 아내는 "아이구, 망할 놈. 이 중
한 것을 '솥단지발'을 하다니 하여튼 불행 중 다행이 아니요?" 하며 자꾸 닦고
닦고 하더란다.
. 깨좆 : 한 능청맞은 녀석이 길을 가다가 주막에 들었는데 다른 손님들과 셋
이서 함께 웃간에서 자게 되었다. 아랫간에서는 주인 부처가 자는데 밤중에 주
인남자가 뒷간에 간 사이에 이 녀석이 아랫간으로 가만히 내려가서 한 판 하고
슬그머니 올라와서 자는 체 했다. 주인이 들어와서 하려고 하니까 아내는 "바로
지금 하고 또 하려는가?" 하고 짜증을 낸다. 주인은 성이 잔뜩 나서 손님의 자*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갖고 있던 깨를 얼른 거기다 묻혀 놓고 있는
데 다른 두 사람의 것을 검사하고 나서 이 녀석의 그것을 보자고 한다. 이 녀석
은 "내 해는 보일 수 없소." 하고 거절하니, 주인은 더욱 의심이 나서 "왜 안 보
이겠다는가?" 하고 더욱 달려든다. 이놈은 "내것은 깨*이 돼서 나라에서 보호해
주는 *이니 함부로 보이면 안된다."고 익살이다. 주인은 "그래도 보아야겠다."고
해서 못 견디는 체하고 내 보였더니 정말 깨*이 돼서 아무말도 못했다고 한다.
. 동남풍만 불어라 : 두 내외가 살았는데 이 사내는 변태성이어서 언제나 여자
를 꽁꽁 동여 놓고서 이리 굴리고 한번하고 저리 굴리고 한번 하는 버릇이 있
다. 어떤 날 장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 개가 길가에서 붙은 것을 보고 성욕이
와짝 일어나 제집으로 달려가서는 저녁을 짓느라고 아궁지에 불을 넉고 있는 아
내를 끌어다가 방에 들여 놓고 꽁꽁 묶어서 역시 그런 식으로 하고 있었다. 그
런데 그만 아궁지에서 불이 일어나 집이 타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보고 "불
이야 불이야"하며 달려 들었는데 사내는 얼결김에 아내를 번쩍 들어 밖으로 내
다가 어디 둘 데가 없으니까 싸릿문 위에다 올려놓고 불을 끄고 있었다. 그때
불 끄러 왔던 동네 사람 하나가 손에 들었던 부채를 둘 데가 없어 이리저리 찾
다가 싸리문 위에 무슨 구멍이 있어서 거기다 꽂아 놓고 불을 끄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동남풍이 불어 불기운이 더 승해서 집은 모두 탔으나 부채는 바람에 불
리어 흔들흔들 하는데 그 여자에게는 그것이 여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는
"동남풍만 불어라. 초가삼간 다 타져도 동남풍만 불어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
이라 한다.
. 게도 구럭도 다 놓쳐 : 장돌뱅이 비단장사가 각처로 돌아다니며 고운 여자를
보면 갖고 있는 미모와 비단으로 여자들을 농락하곤 하였다. 어떤 곳에 가니 상
당히 예쁜 여자가 있어 비단을 사라고 하니까, 남편이 '나들이' 하고 없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외상이라도 좋으니 우선 구경이라도 하라고 하며 비단을
싼 보자기를 풀치며 방으로 들어온다. 풀쳐논 비단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니
여자는 부쩍 갖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사실 남편이 돌아온댔자 돈이 생길 바는
아니다. 망서리는 참에, 이 남자 그 눈치를 채고 바짝 달려 들어 하는 말이 "아
씨! 그리 걱정할 게 없지 않소? 아씨와 같이 예쁜 아내를 둔 남자라면 이만한
것 하나 안 사주겠소?" 하였다. 이 여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바람에 더욱 호감을
가졌다. 이 남자는 "아씨! 내가 꼭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가 아씨가 가진 보물
중에 하나만 잠깐 빌려 주시지요." 했다. 이 여자는 "나는 보물이 아무것도 없는
데요." 하니까, 이 남자 "아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나 나에게는 천금 이상의 것
이 많이 있지요." 했다. 여자는 이놈이 흉칙한 생각을 가졌구나 했지만, 한끝 생
각하니 한강에 배 나간 자리 없다고 그까짓 한참만 눈 감고 딱 참으면 그만 아
니냐? 하고 마침내 그러기로 응해 버렸다. 이 남자 비단을 주고 대신 욕심을 잔
뜩 채우고 가버렸는데, 며칠 후 다시 와서 이 집을 찾아왔다. 이 집 남자더러 하
는 말이, 저번에 안주인이 비단을 외상으로 샀는데 그 대금을 받으러 왔다 했다.
주인남자는 처음 듣는 말이라 여편네더러 비단을 외상으로 산 일이 있느냐고 물
으니까, 여편네는 할 수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화를 버럭
내며 "돈도 없이 외상이 뭐야? 비단을 돌려주어!" 해서 할 수 없이 비단을 내어
주었다. 이리하여 이 여자 허영심 때문에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셈이 되고 말았
다.
. 쥐 좆도 모른다 : 한 집에 몇 백년을 묵은 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하루
는 주인이 나들이를 떠나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갓을 벗어 문 앞 마루에 놓고
뒷간에 들어갔다 나오니 금방 벗어 놓은 것이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이상하다
하고 두루 찾다가 방안에 들어와보니 주인과 꼭 같은 사람이 아랫목에 앉아 부
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주인은 "너는 어떤 놈이기에 남의 갓을 훔쳐
쓰고 남의 집에 들어와 앉아 있느냐?" 하고 꾸짖으니 거짓주인은 태연하게 "너
는 어떤 놈이기에 남의 집에 들어와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 이 날
도적놈아!" 하고 대든다. 이 집 부인이 보니 두 사람 거울 속 사람같이 조금도
다름이 없다. 할 수 없이 두 사람은 관가에 고소를 하게 되었다. 사또는 부인을
가운데 세우고 두 사람에게 그 좌우에 세워 놓고 묻는다. 두 사람 대답이 꼭꼭
같다. 부인이 "예, 있습니다. 남편 자*에 큰 사마귀가 있습니다." 하여 검사해보
니 두 사람 다 꼭 같은 것이 돋아 있다. 할 수 없이 마지막으로 "너의 집 세간중
에 수저와 밥공기 따위가 몇 개씩 있느냐?" 물으니 그 주인은 그만 대답을 하지
못하였으나 거짓주인은 꼭꼭 맞췄다. 그도 그럴 것이 쥐란 놈은 밤낮 다니면서
그릇이란 그릇은 모조리 헤어 두었던 것이다. 참주인은 할 수 없이 쫓겨나고 이
사람 할 수 없이 중이 되어 산으로 들어가 절에서 부처님께 공양을 정성껏 드렸
다. 그 후 십여년이 지나 이중은 팔도를 유람하기 위하여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전날밤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네가 길을 떠나려거든 언제나 고양이 한 마리
를 도포소매에 넣고 다녀라."하고 일러 주었다 중은 그 말대로 고양이 한 마리를
소매 속에 넣고 다니는데 하루는 어떤 집에 들게 되어 저녁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소매 속에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뿌리치고 뛰어나와 밥상을 들고 들어온
주인의 목덜미에 물고 늘어졌다. 그러니까 주인은 그만 큰 쥐가 되어 죽어 넘어
지고 말었다. 다음에는 어린 아이들까지 모조리 물어 죽이니 모두 쥐가 되어 죽
지 않는가? 참주인의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그 후부터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 보고 "쥐좆도 모른다"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속담은 설화형 속담이다. 즉, 간단한 촌담의 내용을 한 행 속에 담고 있
다. 또한 설화형 속담에는 '깨좆'에서와 같이 단순한 욕말로 끝나는 수도 있다.
설화형 속담이 늘 그러하듯이 이것도 선속담 후설화형과 선설화 후속담형이
있다 하겠는데 예언에 나타난 것은 선속담 후설화형들로 이해할 수 있다.
4. 성에 대한 수수께끼
속담에 "종년 간통은 누운 소 타기"라는 말이 있다. 누운 소를 타기가 쉽듯이
계집종 얻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이런 수수께끼가 발생하였다.
"낮에는 큰절을 하면서 밤에는 큰절을 받는 것이 무엇이냐?" 물론 미답은 '계
집종'이다. 수수께끼 속에는 고기얘기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수수께끼 보다
는 속담이 좀더 설화와 가까운 장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5. 빼는 말
이상 한국 속담과 수수께끼, 욕말 속에 나타난 성에 대한 유형을 살펴보았다.
고담, 육담을 활에 대비해 말하면 전자가 팽팽하게 죄는 것(장)이라면 후자는
풀어서 느슨히 하는 것(이)인 것이다. 인간만사의 진리가 그러하고 대자연의 법
칙이 그러하듯이 높기만 한 것도 아니요 낮기만 한 것도 아니며, 죄기만 하고
풀지 않는 것도 좋지 않거니와 풀기만 하고 죄지 않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 인
간 만사가 음양의 조화에서 이루어지듯 양기와 음기를 조화시켜 나가야 생의 진
가를 체득할 수 있다.
때로 격조 높은 고기얘기가 삶의 청량제가 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생활 주변
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강재철, <한국 속담의 근원설화>, 백록출판사, 1980.
. 김사엽, <속담론>, 대건출판사, 1953.
. 김선풍 외, <속담이야기>, 국학자료원, 1993.
. 방종현 외, <속담대사전>, 교문사, 1940.
. 이기문, <속담사전>, 민중서관, 1962.
탈놀이에 나타난 비속어와 육담의 의식과 세계관 (전경욱 : 고려대 교수)
1. 머리말
탈놀이의 대사는 민중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언어들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탈놀이의 대사에는 일상생활에서 금기시되는 언어들도 거침없이 구사되
고 있다.
탈놀이의 대사에 표현된 언어는 비속어.육담.사투리.동음이의어와 유음어.속담.
수수께끼.관용어.은어.한시구.한자성어와 고사성어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
다. 그런데 이 표현언어의 특징은 비속한 구어체와 전아한 한문체가 함께 사용
되고 있어서 이분화된 문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탈놀이에 수용된 기존가요
들도 서민 취향의 민요.잡가.무가.민간신앙요와 양반 취향의 한시.시조.사설시
조.12가사.판소리 단가 등이 함께 불리고 있다는 사실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동안 유종목(주1:유종목, [한국 민속 가면극대사의 표현법 연구], 동아대 석
사학위논문, 1973).정상박(주2:정상박, [대사의 전승양상], [오광대와 들놀음 연
구][서울 : 집문당, 1986], 133-176면).김욱동(주3:김욱동, [탈춤과 언어의 카니
발], [탈춤의 미학][서울 : 현암사, 1984], 334-419면).조만호(주4:조만호, [전통희
곡의 제식적 미학][서울 : 태학사, 1995])에 의해 탈놀이의 대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본고에서는 우선 탈놀이의 대사에 나오는 비속어와 육담을 정리하고, 그 의식
과 세계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탈놀이의 대사를 검토하는 것
이 필요하지만, 전국의 탈놀이 대사에 표현된 언어를 모두 정리하면 엄청난 분
량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각 지역의 탈놀이 가운데 하나씩을 선정하되, 비교적 이
른 시기에 채록되어 후대본에 비해 윤색된 흔적이 적고 예전 탈놀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본을 선택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런 기준에 의해 선택
된 대본은 양주별산대놀이(김지연 필사본, 1930), 봉산탈춤(임석재 채록본, 1936
년), 동래야유(송석하 채록본, 1934), 진주오광대(정인섭 채록본, 1928년)이다.
2. 비속어
비속어는 남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나 품격이 낮은 상말을 말하는데, 주로 하
급계류.빈민계류에서 사용된다.
비속어는 통상언어가 너무 진부하다고 느껴져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 또는 해학이나 쾌감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
또는 현용 통상언어에 어떠한 변화를 가함으로써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
한 반감을 표현하고, 이것을 희화하려는 동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
속어는 일종의 언어적 유희라고 할 수 있으며, 여성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적이요,
노년적이라기보다는 청년적이요, 또한 이보다 더 소년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비속어는 학생층과 군대에서 보다 많이 산출되고 또한 애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5:최학근 외편, [방언과 특수어], [국어방언학][서울 : 형설출판사, 1973],
116-119면) 다음 항에서 살펴볼 육담의 대부분도 비속어에 속하는데, 중복을 피
하기 위해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그러면 우선 탈놀이에 나타나는 비속어를 살펴
보자.
양주별산대놀이
1.옴 : ......너 요년석들 하던 지랄이나 다 했나? (옴과장)
2.옴 : ......나오지 안 한 놈이 저렇게 커?
3.묵승 : ......억끼놈 이 년석을 인제 만났구나. (이상 제3과장)
4.묵승 : 네 누추한 상판대기에 전좌하시더냐?
5.완보 : 이 잡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6.관 쓴 중 : 이놈아, 몹쓸 놈아, 남에게 이렇게 적악을 하느냐.
7.중3 : 얘, 그놈의 자식들은 딴 놈의 자식이로구나.
8.완보 : 얘, 그 잡자식들은 멀쩡한 미친 녀석들이니 우리 둘이 잘 놀아보자
9.중1 : ......만일 나오면 개자식이다.
10.신주부 : 이 무식한 놈아, ...... (이상 팔목과장)
11.완보 : 이런 녀석의 의원이 어디 있나? 그럼 내가 주게, 그럼 그 녀석을 아
주 줄띠를 끊어 버려라.
12.관 쓴 중 : 이년아, 저리 가거라, 이 육실할 년아, 저리 가.
13.중들 : 이년아 어서 술 데라. 이년아 너 먼저 먹을라. 이년아 네가 먹는단
말이냐?
14.묵승 : 요년 요 요망 방정스런 년아, 남의 크나큰 놀음에 나와서 계집아이
년이 무엇을 콩콩 쾡쾡 하느냐? (이상 애사당놀이과장)
15.옴 : 요 녀석아 어린 녀석이 무얼 보고 놀래느냐?
16.완보 : 이 제웅의 아들 녀석들아! 무얼 보고 그렇게 지랄들을 하느냐?
17.완보 : ......요 안달할 녀석아. (이상 노장과장)
18.말뚝이 : ......네 예끼 도둑에 아들놈. (말뚝이과장)
19.취발이 : ......저런 육실할 놈을 어떻게 하면 저 년을 다 빼앗나! ......그 중놈
단단하구나. ......아 이놈 보게.
20.취발이 : ......예끼 망덕을 할 년 같으니. (이상 취발이과장)
21.쇠뚝이 : ......잘못 받으면 생육실하리라.
22.쇠뚝이 : ......고런 어린 호래들 녀석이 어디있어?
23.말뚝이 : ......얘 샌님께는 인사를 드려도 씹구녕 같고......
24.샌님 : 그놈의 대가리는 정주 난리를 갔다 왔느냐?
25.말뚝이 : 그놈의 대가리는 하도 험상스러워서......
26.샌님 : ......급살이나 맞아 죽어라
27.쇠뚝이 : 예끼 도적의 아들놈.
28.샌님 : ......이 육실할 놈아 ......
29.샌님 : 이놈, 이 주릴할 놈아. (이상 샌님과장)
30.신할애비 : ......이 때갈녀석이 이런 데 나왔을까? (영감.할미과장)
* 이외에 '그 녀석들', '이 자식들아', '그놈' 같은 비속어가 도처에서 발견되는
데, 너무 횟수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이 비속어들을 대부분 생략하였다.
봉산탈춤
1.먹중2 : ......상통은 붉으디디하고 코는 줄룩줄룩 매미잔등 같고 입은 기르마
까치 같은 놈들이...... (팔목중과장)
2.먹중 일동 :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3.먹중7 : ......대갱이를 횟물 먹은 메기 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4.먹중4 :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좆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5.첫목 : 시님을 저렇게 불 붙은 집에 좆기둥 세우듯이 ......
6.먹중 일동 : 노시님은 어데 가고 이게 웬 말이냐.
7.신장사 : 네 놈에 차림차림을 보니 ......중놈일시 분명하구나.
8.취발이 : 이놈 중놈아 ......저년을 날 주고 ......
9.취발이 : 아 시러배 아들년 다 보겠다. (이상 노장과장)
10.먹중 : 그러면 네 에미 애비 먹으려 왔느냐. (사자춤과장)
11.양반들 : 야 이놈 뭐야.
12.말뚝이 : ......씹털 같은 기사미.
13.말뚝이 : (독, 영시조로) 썩정 바지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바지 구녕에 좆대
강이라.
14.말뚝이 : 이놈에 목쟁이를 뽑아다 밑구녕에다 꽂는 수가 있으면, 내 좆으로
샌님에 입술을 떼여 드리겠입니다. (이상 양반과장)
15.영감 : 이년을 만나면 씹중방을 꺾어 놓겠다.
16.영감 : 이년이 무얼 잘 했다고 이 지랄이야.
17.영감 : 네 년에 행정이나 ......뱃대기를 버적버적 긁으면서 ...... 벌통 같은
보지를 벌치고 ......
18.미얄 : 어느 년에 보지는 금테두리 했었드냐. (이상 양반과장)
동래야유
1.말뚝이 : ...... 떨어진 중우 가래 좆대강이 나온 듯.
2.원양반 : 이놈 말뚝이......
3.말뚝이 : ......말뚝인지 개뚝인지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4.원양반 : 이놈 말뚝아 ......너같은 개똥쌍놈 내같은 넓적한 소똥양반이 너 한
놈 죽이면......
5.제양반 : 이놈 내 아들이라니.
6.원양반 : 고자식 생색 있다.
7.원양반 : 이놈 노생원이라니.
8.말뚝이 : 종년 서답 빨래가고 ...... 대부인 마누라가 하란에 비켜 앉아 녹의홍
상에 칠보를 단장하고 보지가 재빨개하옵디다.
9.말뚝이 : 마리에 떡 올라가니 좆자리를 두루시 폅디다.
10.원양반 : 너 같은 쌍놈 오면 ...... (이상 양반과장)
진주오광대
1.말뚝이 : 이런 못 제길 붙고 ...... 이 놈들이 (양반과장)
이상과 같이 탈놀이에는 도처에서 비속어가 튀어나외고 있다. 남성은 물론이
고 할미 같은 여성도, 청년은 물론이고 샌님.영감.원양반같은 노인도, 하류계급은
물론 샌님.양반 같은 상층계급도 비속어를 사용한다. 더욱이 옴중.묵승.관 쓴 중
같은 종교인도 거침없이 비속어를 사용한다.
김욱동은 탈놀이에서 사용되는 비속어를 카니발 이론으로 설명한다. 카니발
축제가 벌어지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는 사실상 무슨 일이든지 다 허용되듯이,
탈놀이에서도 일상세계에서라면 마땅히 금기시되는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
다. 일상세계에서 평소 억압되었던 언어가 탈판에서 비로소 해방과 자율글 맞고
있다는 것이다.(주6:김욱동, [탈춤과 언어의 카니발], [탈춤의 미학][서울 : 현암
사, 1994], 333-334면)
유종목은 해학과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탈놀이의 성질상 그 대사에 비속어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비속어는 또다른 문제와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
다.
첫째, 비속어의 남용은 서민층의 자아 발견에 대한 몸부림이라고 해석된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해
왔는데, 탈놀이에서는 신분적 상하관계를 경시하고 존칭적 기능을 무시하는 비
속어와 욕설 따위를 마구 사용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언어상의 특성이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아라는 더 중대한 것을 찾았던 것으로 보았다.
둘째, 이것은 권위주의.형식주의.보수성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조
선조 500년을 통하여 유교의 정신적 예속 아래 권위와 형식에 억눌려 개인의 자
유스러운 의사는 무시되었는데, 탈놀이에서 비속어를 함부로 구사하며 권위주의.
형식주의.보수성에 도전하고 거기에서 힘차게 벗어나고자 한 것은 혁신적 사고
라고 할 만하다고 보았다.(주7:유종목, [한국 민속가면극 대사의 표현법 연구],
동아대 석사학위논문, 1973, 90-93면)
필자는 탈놀의 극적 형식 중 싸움의 형식이 싸움형태의 풍놋굿에서 유래했다
는 점, 탈놀이가 축제의 일종인 동제에서 연희되었던 점, 탈놀이가 산대희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소개한 비속어의 발생 동기 등을 고려하여 탈놀이
에서 비속어가 많이 구사되는 이유를 해명하고자 한다.
우선 탈놀이의 극적 형식 중 가장 두드러진 싸움의 형식에 주목해 보자. 탈놀
이에서는 도처에서 등장인물들이 티격태격하며 싸운다. 탈놀이에서 발견되는 싸
움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고싸움.동채싸움.농기싸움.줄다리기
등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주8:이에 대해
서는 이 논문의 '육담'을 다루는 부분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싸움에는 으
레 욕설같은 비속어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탈놀이의 싸움은 기원적으로
싸움형태의 풍농굿에서 유래했지만, 조선후기의 탈놀이에서는 신분적 특권.관념
적 허위.남성의 횡포 등 당대의 사회적 갈등을 다루게 됨엠 따라 등장인물끼리
갈등을 풀기 위해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싸움의 양상이 격렬해지고 일상
생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심한 비속어가 난무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놀이가 민간에서 동제의 일부로 연희되었던 점을 비속어와 관련시켜 살펴보
자.
동제에서는 동제 준비를 시작해서 신이 강림할 때까지 온 마을에 엄격한 금기
가 지배한다. 그러다가 신이 강림하면 금기는 사라진다. 이때 동제는 흥겹고 신
명나는 축제로 전환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축제는 의식적인 볼거리 즉 장터.잔치.제사.경기.행렬.쇼.
무언극, 가면과 의상이 등장하는 공개극, 거인.난장이.괴물.동물행렬 등을 포함한
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풍자.희화.통속 희화 등의 언어적 구성과 욕지거리.은어
사용.선언.농담.외설 등의 저속한 시장 바닥의 언어를 포함하고 있다. 축제는 뒤
죽박죽의 세상이며 시끄럽고 기운찬 세상이며, 저급하고 세속스러우며, 모든 것
이 뒤섞여 있는 과장과 풍요의 세상이다.(주9:여홍상 엮음, [바흐친과 문화이론]
[서울 : 문학과 지성사 , 1995], 121면) 그러므로 탈놀이의 비속어.육담.은어 등은
축제화된 동제의 기본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탈놀이가 산대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탈놀이의 비속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조선시대의 산대희는 크게 규식지희.소학지희.음악의 세 부문으로
되어 있었다.(주10:졸고, [탈놀이의 형성에 끼친 나례의 영향], [민족문화연구]
제28호[서울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95], 215면) 소학지희는 일종의 재담으
로서 웃고 희학하는 놀이이므로, 비속어의 발생 동기 가운데 '해학이나 쾌감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와 일치한다. 탈놀이의 대사는 산대희의 소
학지희를 계승한 것(주11:이두현, [한국의 가면극][서울 : 일지사, 1979], 74면)이
므로, 비속어는 '일종의 재담으로서 웃고 희학하는 놀인'인 소학지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특히 탈놀이는 민간의 연희이므로 민중은 평소에 억압받았던 갈등을 해학과
풍자를 표현하는데, 해학과 풍자는 비속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비속어의 발생 동기 가운데,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반감을 표
현하고 이것을 희화하는 동기'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상층계급인 양반층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고 그것을 희화하는 동기'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3. 육담
탈놀이에는 성의 개방의식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으며, 육담이 거침없이 구사
되고 있다. 육담은 "꾸밈없이 속되고 투박스럽게 하는 말" 또는 "음담 따위와 같
이 야비한 이야기"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비슷한 용어인 외설어는
"육욕에 관하여 너무 추잡하고 더러운 말" 또는 "남녀간의 색정에 관하여 너무
난잡하게 묘사하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본고에서는 육담이라는
용어를 외설어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탈놀이의 육담에는 '네밀할 놈'처럼 욕설로서의 육담과 욕설이 아닌 육담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러면 우선 탈놀이에 나타나는 육담을 살펴보자.
양주별산대놀이
1.옴 : 네밀할 놈. (제3과장)
2.신주부 : 누 네미할 놈이 신주부야? (팔목과장)
3.중 : ......네 모를 나를 주느니라.
4.중 : ......너 만일 이 금 밖에 나오면 네 어멈을 날 주느니라. (이상 애사당
놀이과장)
5.완보 : ......신님이 절간에 계시면 ......상제 비역이 세 번인데, 뭘하러 내려와
계시우?
6.말뚝이 : ......이건 자벌레가 중패를 질렀오?
7.말뚝이 : ......(가) 봉지 봉지 봉지야. 깨소금 봉지도 봉지요. 후추 봉지도 봉
지요, 고추가루 봉지도 봉지요. 짝짝콩 짝짝콩 쥐얌 쥐얌 쥐쥐얌 돌이 돌이 돌
돌이 계수나무 요분틀 자기 녹비 끈을 꿰어 어슥비슥 차는고나. 네밀 붙고 발겨
간다. 요 녀석아 내미를 붙는데도 조렇게 두르느냐?
8.말뚝이 : ......요런 안갑을 할 녀석 봤을까? 요 체면에 무슨 생각이 있어서 요
녀석아 숫국을 걸르고 와? 솔개미 꾸미 가게 보낸 모양이지,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네 비역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이상 말뚝이과장)
9.취발이 : ......이 안갑을 할 녀석들 다들 물러서라.
10.취발이 : ......이놈아, 너고 나고는 소용없다. 만첩청산 깊은 골에 쑥 들어가
서 눈이 부옇게 멀도록 생똥구멍이나 하자.
11.취발이 : ......얘 딴은 좋다. 평생 살아도 후정이라고는 처음 들어와 봤는데,
잔솔이 담상담상 난 게 참 좋다. (일어나서 소무의 치마를 붙잡고 서로 등을 대
고 선다). 뒤집 신개(백태) 흘너 허..
12.취발이 : ......원 어떻게 어린 녀석이 양기 덩어리로 생겼는지. (어린애를 들
고 본다) 아따 어린 녀석 자지라고 어른 좆보다 더 빳빳하구나. (이상 취발이과
장)
13.쇠뚝이 : 누 네미할 놈이 남 내근하는데......
14.쇠뚝이 : ......상놈 같으면 네미나 잘 붙었는냐?
15.쇠뚝이 : 술이나 한 잔 먹고, 두 잔 먹고, 석 잔 먹어서, 한 반취쯤 되면 세
댁(샌님.서방님.도령님댁 : 필자 주)으로 다니면서 조개라는 조개, 작은 조개, 큰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여부 없이 잘 까먹는 영해 영덕 소라, 고등어 애들놈
문안 드리오 이렇게 하였다오.
16.쇠뚝이 : 누 네밀할 놈이 날보고 여봐라 이놈 그래?
17.샌님 : 여봐라 찌놈 네밀 논아 하자고 공론을 했느냐.
18.샌님 : 이놈, 이 주릴할 놈아. 처가살이 갔다가 장모 붙고 쫓겨올 놈. ......
다시 오면 네미를 붙느니라.
19.샌님 : (소무를 안고) 아닌 밤중쯤 되면 내 연장 망태기를 네 것 주무르듯
맘대로 노는 내 사랑이지? (이상 샌님과장)
20.독기 : 누 제밀할 놈이 상제보고 ......
21.독기 : 어느 제밀할 놈이 죽지 않은 어머니 ...... (이상 영감.할미과장)
봉산탈춤
1.먹중4 :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
2.먹중4 : 내가 이제 노시님께 가서 오도독이타령을 돌돌 말어 귀에다가 소르
르 하니까,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좆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3.신장사 : 여보 구경하는 이들. 내 노리개 작란감 어데0로 가는 걸 못봤오.
(하며 사방으로 원숭이를 찾으러 돌아다닌다. 소무허리 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보
고) 야 요놈봐라. 요놈 신값 받어 오라니까 돈은 받어 거기다 다 써 버렸더냐.
(원숭이를 붙잡아 가지고 전에 있던 자리로 와서) 요놈아, 너는 소무를 하였이니
나는 네 뼉이나 한 번 하겠다. (하며 원숭이를 엎어 놓고 음외한 동작을 한다)
4.취발이 : 아 그 제에미를 할 놈에 집안은 ...... (이상 노장과장)
5.말뚝이 : ......낙향사부라 경성본댁을 찾어가니 샌님도 안 계시고 둘째 샌님도
안 계시고 종가집 도령님도 안 계시고 마내님 혼자 계시기로, 벙거지 쓴 채 이
채찍찬 채, 감발한 채, 두 무릎을 꿇코 하고하고 재독으로 됐습니다.
6.말뚝이 : 예에. 아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이지 좆반인지 ...... (이상 양반과장)
7.영감.미얄 : 거 누구가, 거 누구가. 아무리 보아도 우리 영감(할맘)일시 분명
쿠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드니 이제야 우리 영감(할맘)을 찾었구나. (합창) 반갑도
다 반갑도다 우리 영감(할맘) 반갑도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지화자자좋을시고.
얼러보세 얼러보세. (양인은 서로 얼른다. 미얄은 영감의 전하부에 매달려 매우
노골적인 음행동을 한다. 영감이 땅에 누우면 미얄은 영감의 머리 위로 기어 나
간다.)
미얄 : (고통스런 소리로) 아이고 허리야 연만 팔십에 생남자 보았드니 무리공
알이 시원하다.
영감 : (발딱 누운 채로) 알날날날. 세상이 험하기도 험하다. 그 놈에 곳이 좌
우에 솔밭이 우거지고, 산고심곡 물 많은 호수 중에 구비구비 동굴섬 피섬이요.
갈피갈피 유자로다. 자아 여기서 봉산을 갈라면 몇리나 가나. 육로로 가면 삼십
리요, 수로로 가면 이천리외다. 에라 수로에서 배를 타라. 배를 타고 오다가 바
람을 맞어서 표풍이 되야 이에다 딱 붙어놨으니, 어떻게 떼여야 일어난단 말이
요. (영감.할미과장)
동래야유
1.양반 : 이 엇던 제 어미를 붙고 금각 담양을 갈 이양반들이......
2.말뚝이 : 쉬..엿다. 이 제기를 붙고 금각 담양을 우등우등 갚이 양반들아. (5
회나옴)
3.제양반 : 통시 깨고리 보지 문다 하더니 ......
4.말뚝이 : 대부인 마누라도 청춘이요, 말뚝이도 청춘이라. 청춘 흥몽이 겨워
두 몸이 한 몸 되야 왼갖 수작 놀이시니, 그 농락 어떠하리. (이상 양반과장)
진주오광대
1.말뚝이 : 이런 못 제길 붙고 능각 대명을 우줄우줄 갈 이놈들이 ......(양반과
장)
양주별산대놀이의 예문중 1의 '네밀할 놈'은 '네 어미를 할'의 뜻으로 근친상간
을 의미한다. 5의 '비역'은 남자끼리 하는 성행위로서 계간.남색이라고도 한다. 7
은 원숭이가 신값을 받으러 갔다가 신값 대신 소무의 뒤에 붙어 성행위를 하고
오자, 신장수 역의 말뚝이가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 전체가 성행위를 은유하고
있다. '요분틀'은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말이고, '녹비'는 원래 사슴가죽인데 여기
서는 남성의 성기를 은유한 말이다. 성교할 때에 여자가 남자에게 쾌감을 주려
고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짓을 요분질이라고 한다. 8의 '숫국'은 숫보기(숫처
녀)로 여기서는 소무를 가리킨다. 9의 '안갑'은 근친상간으로 1의 '네밀할'과 같은
뜻이다. 10은 5와 같이 남색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15 의 조개는 여성의 성기를
은유하고, 그것을 잘 까먹는 소라.고등어는 남성을 은유한다. 즉 쇠뚝이가 샌님.
서방님.도령님 세 집의 여자들과 성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봉산탈춤의 2에서 '용두치다'는 자기의 성기를 손으로 자극시켜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이다. 즉 '자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장이 머리를 흔드는 모습을 자위
하다가 그만둔 성기가 흔들리듯이 흔들린다고 비유하고 있다. 3은 원숭이가 신
값 대신 소무의 뒤에 붙어 성행위를 하고 오자, 신장수가 원수이에게 뼉, 즉 비
역(남색)을 하는 내용이다. 7의 영감 대사는 할미와의 성행위를 은유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동래야유의 1에서 '금각 담양을 갈'은 '경각 담양을 갈'이다. 우리 속담에 "담양
갈 놈"이라는 말은 남을 욕하거나 천시할 때 쓰는 것이다. 원래는 "담양 아홉바
위 돌아갈 놈"인데, 흔히 "담양 갈 놈"이라고 한다. 전남 담양의 아홉 바위를 돌
아가 숨어 살 놈이란 뜻이다. 설화에 의하면 옛날 자기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여자가 훗일 젊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자기가 버렸던
아들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고을 사또가 그 아들을 담양으로 귀양보냈다는 것
이다. 여기에서 "제 어미를 붙을 놈"을 의미하는 "담양 갈 놈"이란 속담이 유래
한 것이다. 그래서 야유와 오광대 탈놀이에서는 '담양 갈 놈'이란 속담이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야유와 오광대 탈놀이에서는 '담양 갈 놈'앞에 으레 '제 어미를
붙고'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3의 '통시'는 변소의 사투리다.
진주오광대의 1에서 '제길 붙고'는 '제 어미를 붙고'로 근친상간을 의미한다.
'능각 대명을 갈 놈'은 '경각 담양을 갈 놈'이다.
기존연구에서는 탈놀이 대사의 육담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김광일은 탈놀이에 나타나는 성의 개방과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은 어이디프스
갈등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보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이를
해석하였다. 오이디프스 갈등은 이성의 부모에 대하여 사랑을 느끼며, 동성의 부
모에 대해 경쟁심과 적개심을 품는 유아기의 정신현상이다. 프로이드는 유아기
적 친족상간의 환상이 일차적인 의욕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동성의 부모를
적대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탈놀이에 묘사된 성은 놀라울 정도로 개방되어 있는데, 그 성의 표현은 다음
의 세 가지 각도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철저한 성적 억압에 대한 반항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에서 억압될 대로 억압된 성은 그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무의식계로 넘어가
커다란 갈등을 형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갈등의 왜곡된 발산이 탈놀이에서는
계간이요, 무질서한 성적 난무이다.
둘째, 민속극에서 보는 성의 개방은 유아기 친족상간 의욕이 전이된 양상으로
해석된다. 탈놀이에 나오는 양반은 폭군과 같이 준엄한 아버지의 상징이요, 양반
의 부인은 아버지의 부인 즉 어머니의 상징일 수 있다. 노승은 거세당한 아버지
의 상징이요, 소무는 '천사-창녀'로서 그것이 바로 어린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미
지'인 것이다. 친족상간은 절대의 금기인 까닭에 성의 대상은 사회에서 용납되는
다른 인물로 전이도미게 마련이다. 상놈이 양반의 부인을 범한다는 것을 권력자
들에 의해 금지된 일이지만,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는 통쾌한 보복으로 느껴져
서 오히려 영웅시될 수 있는 일이므로 민중사회에서는 적어도 금기가 아니다.
그리고 소무를 범하는 일도 금기는 아니다. 그 소무가 아버지의 '이미지'인 노승
의 소유였고, 아버지의 부인을 아버지와 경쟁하여 쟁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셋째, 민속극에 나타나는 성의 개방은 권력자에 대한 줄기찬 반항정신의 표현
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오광대에서는 하인의 애인이 주인되는 양반에게 유린당
한다. 하인은 분에 못이겨 양반을 골탕먹이고 양반의 부인과 간통함으로써 보복
을 한다. 그 양반은 '비비새'에게 잡혀 죽는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살부혼모의 실현이 사회화된 것이라 볼 것이다. 성의 해방은 권력자로부터 거세
당하던 민중의 힘을 되찾는 일이요, 따라서 권력자에 대한 투쟁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혹은 권력을 상징하는 양반.평양감사.노승.형 등은 현실의 팽창
된 권력과는 상반되게 무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미 심리적으로는
그들의 세력을 거세시켜 놓은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근워을 따져 볼 때 유아기 살부의욕의 환상적 실현이라 해석된
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효의 강한 윤리로 인하여 무의시계에 넘어갔던 살부의
욕이 왕.노승.양반과 같은 아버지의 상징을 증오하는 현상으로 전이되어 다시 의
식계로 나타난 것이다.(주12:김광일, [한국 민속극 속의 오이디프스], [한국 전통
문화의 정신분석][서울 : 교문사, 1991], 14-29면에서 요약 인용. [한국문화인류
학] 창간호(1968)에 실렸던 [한국민속극에 나타난 오이디프스 갈등]을 재수록)
김인환은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에서 전개하고 있는 정신분석의 입장에
서 양주별산대놀이에 나타나는 격렬한 싸움과 애욕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정신분석의 입장으로 볼 때 인간의 삶은 본능과 의식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본능은 쾌락원칙을 따르고, 의식은 현실원칙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의 양면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은 본능의 억압이므로 인간의 문화는 결국 본능의 억압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의식이 본능을 억압하는 그 정도는 사회와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르
다. 이러한 억압의 과정 가운데에서 언제 어디서고 부득이하여, 결코 풀어 버릴
수 없는 면을 기본억압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문명에 있어서 인류의 영속을 위
하여 필요한 본능의 수정이다. 특정한 시대와 사회에 국한되어, 필연적인 것이
아닌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첨가된 면을 과잉억압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사회적
인 지배를 위해 필요한 억제이다.
삶이 쾌락원칙과 현실언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이, 본능 자체에도 양면성
이 함축되어 있다. 본능은 화합본능과 파괴본능으로 형성되어 있다.
과잉억압의 상태 아래서는 화합본능과 파괴본능의 어울림이 무너질 뿐 아니
라, 화합본능이 축소되고, 파괴본능이 강화된다. 파괴본능은 원래 화합본능을 도
와주는 구실을 하던 것이나, 본능의 고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면, 파괴본능 자
체가 본능을 대표하게 된다.
파괴본능의 실현인 증오와 부정은 어디까지나 화합본능의 존중과 염려와 이해
를 돕는 것인데, 이것이 전도되어 증오와 부정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고 쾌락의
대상이 된다. 소위 '성기 성욕'의 강화도 화합 본능의 축소딘 결과이다.
양주별산대놀이에 나타나는 싸움과 애욕의 표현은 건전한 본능의 실현이 아니
라, 과잉억압 상태 아래서 파괴본능이 강화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욕설과 싸
움만아 아니라 그 지나친 성기 애욕의 표현도 화합본능이 축소된 결과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본능에 대한 의식의 억압이 아무리 심하여도, 상상려과 놀이는 언제나
남아서 생생하게 활동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상력과 놀이는 쾌락원칙에 위탁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양주별산대놀이는 그 내용에 섞여 있는 싸움과 애욕의 표
현을 검토하면 왜곡된 본능의 표현이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검토하여 놀이라
는 성격에 유의할 때는 화합본능의 표현이 된다.(주13:김인환, [놀이의 본질-양
주별산대놀이], [문학과 문학사상],[서울 : 열화당, 1979], 53-64면에서 요약 인
용)
김열규는 탈놀이 등 각종 민속연희에 보이는 에로티시즘과 반란 주지는 단순
히 서민의 해학이나 사회적 항거의식이니 하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에로티시즘과 반란같이 일상생활 뒤에 감추어져 있던 욕구들이 동제
에서 신성에 접하는 순간에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동제에 에로티시즘과
반란이 등장하면서 집단적인 신열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놀이는
동제와 기원적으로 관련이 있으므로 에로티시즘과 반란의 주지를 갖게 된 것으
로 보인다는 설명이다.(주14:김열규, [부락제와 그 민간사고], [한국민속과 문학
연구], [서울 : 일조각, 1971], 273-274면에서 요약 인용)
김욱동은 탈놀이에 나타나는 외설적 언어, 즉 육담을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탈놀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외설적이고 음란한 언어는 바
흐친이 말하는 '물질적 육체 원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물질적
육체 원칙'이란 바흐친이 그로데스크 리얼리즘의 기본 원칙으로 간주하는 원칙
인데, 이 원칙은 변화와 생성과 관련된 인간의 구체적인 신체, 그리고 그 신체
기능에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바흐친은 코.입.젖가슴.성기.항문.창자.배와 같이 돌출되어 있거나 구멍이 나 있
는 신체 부위를 어떤 다른 신체 부위보다도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렇게 불룩하
게 튀어나온 부분과 구멍이 난 부분은 한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영역 안에서 자기 신체와 다른 사람의 신체, 그리고 신체와 세계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다. 즉 여기에서는 상호 교환과 상호 작용이 존재한다. 그
렇기 때문에 그로테스크한 신체의 삶 가운데서 중요한 사건, 즉 신체적 드라마
의 장면들이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성교와 임신과 신체의 절단과 다른 신체에
의하여 먹히는 행위는 물론이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땀이나 콧물 또는 재채기
와 같은) 기타 분비물을 분비하는 행위-이러한 행위의 장면은 신체와 외부 세계
의 경계선, 즉 노쇠한 신체와 새로운 신체의 경계선상에서 상연된다. 이러한 모
든 사건들에서 삶의 시작과 끝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물질적 육체 원칙'과 관련된 음란하고 외설적인 언어는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풍요와 인간의 다산을 기원하기 위한 행위와 관련되어 있
다. 탈놀이에서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양반과 각시, 취발이와 소무,
영감과 할미의 음란한 춤과 성행위에서 잘 드러나듯이 음란한 행위나 성행위는
곧 풍요와 다산을 가져오기 위한 주술적 행위로 이해된다.(주15:김욱동, 앞의 책,
340면)
필자는 탈놀이에 육담뿐만 아니라 성행위의 장면이나 성행위를 은유한 내용이
많은 사실을 탈놀이의 극적 형식 및 기원, 그리고 탈놀이가 축제의 일종인 동제
에서 연행되었다는 점과 관련하여 해명하고자 한다.
탈놀이에는 등장인물이 상대방과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탈놀이의 극적 형식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싸움의 형식을 꼽을 수 있을 정도
이다.(주16:졸고, [가면극의 대사와 극적 형식], [한국고전문학입문][서울 : 집문
당, 1996], 313-316면) 영감과 할미가 오랫동안 서로 찾아 헤매다가 상봉하자마
자 싸우는 장면외에, 노장과 팔목중, 노장과 소무, 양반과 말뚝이, 할미와 첩, 사
자와 마부, 영노와 양반 등 등장인물들은 서로 티격태격한다. 이러한 티격태격
가운데 일부는 장난끼 어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심각한 싸움으로 발
전한다. 싸움에는 으레 욕설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조선후기의 탈놀이에서는 신
분적 특권, 관념적 허위, 남성의 횡포 등 당대의 사회적 갈등을 다루게 됨에 따
라 등장인물끼리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싸움의 양상이 격렬해지고, 일상생
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심한 욕설이 난무한다. 이러한 욕설 가운데는 육담
적 욕설도 함께 튀어나온다.
탈놀이의 도처에서 발견되는 싸움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이나 성행위형태의 굿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
다. 싸움형태의 굿은 농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거행되는데, 누가 이기고 지는
가에 따라서 농사의 풍흉이 결정된다고 믿는다.(주17:조동일, [탈춤의 역사와 원
리][서울 : 홍성사, 1979], 45-66면 참조) 줄다리기의 경우에 암줄과 숫줄을 걸어
서 쌍줄을 당길 때는 암줄을 당기는 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한다. 줄머리를
결합시키는 과정은 남근과 여근을 교합하는 남녀의 성행위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암줄은 끝을 둥글게 만들고, 숫줄은 끝이 암줄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고
리를 만들어 암줄 속에 넣은 후 고리에 나무를 질러 넣어 빠지지 않도록 한다.
이때 주목되는 점은 숫줄이 암줄의 고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양편에서 줄을
놓고 당기고 할 때 숫줄이 암줄 속을 들락날락하여 두 줄의 이음새 부분은 마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줄머리를 결합할 때, 암줄 편 대장이
"여자가 먼저 갖다대는 법이 어디 있느냐! 너희가 오너라."하고 외치면, 숫줄편
대장은 "요즈음 세상이 어디 그러냐"하고 응수한다. 할머니들은 "(정력이) 쎄기
도 하제"하며 히죽거린다. 줄다리기를 성행위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
은 줄다리기 민요의 "부았네 부았네 동쪽 조* 부았네. 달았네 달았네 서쪽 *이
달았네"라는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주18:장주근, [한국의 세시풍속][서울 :
형설출판사, 1984], 171면)
경북 영양군 주곡동의 서낭굿에서는 주곡동의 여서낭과 인근 마을인 가곡동의
남서낭이 풍물패와 함께 서로 싸워 승부를 겨룬다. 두 마을 서낭대에 각기 늘어
뜨린 헝겊(서낭침)이 바람에 날려 휘감기면, 부부 서낭이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상과 같이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이나 놀이에서는 모의 성행위가
연출되는가 하면, 외설적인 육담이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
인 것이 결합하면 생산이 있다고 믿고, 풍농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이를 행하는
것은 이른바 유감주술의 원리에 의한 주술이다. 탈놀이도 기원적으로 풍농굿에
서 유래했기 때문에 성행위의 장면이나 육담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장과 취발이, 샌님과 포도부장, 할미와 돌머리집의 대결에서 생산력이 약한
늙은이가 구축되고, 생산력이 강한 젊은이인 취발이.포도부장.돌머리집이 승리하
며, 젊은이(소무)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내용은 바로 풍농굿에서 행했던
모의주술적인 기풍의례의 반영인 것이다.
한편 이미 비속어를 다룬 부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탈놀이는 주로 동제와
축제에서 연행되었기 때문에 탈놀이의 육담도 축제화된 동제의 기본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축제는 고전주의 미학과 대조를 이루는 기괴성과 연결되어 있다. 고전주의 미
학은 빈틈을 봉하고 돌출부를 편편하게 만들어 완벽하게 완결된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로테스크한 실제보다 더 큰 형태에서 과장된 구멍과 돌출을 강조하여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기괴한 형체는 "닫히거나 완결된 단위가 아니라, 미완으
로 덧자라며, 주어진 틀을 벗어난다." 기괴성은 음식과 성을 즐기며, 실제로든 비
유적이든 항상 먹고, 마시고, 싸고, 성교를 한다.(주19:여홍상 엮음, [바흐친과 문
화이론][서울 : 문학과 지성사, 1995], 192면)
그러므로 탈놀이의 대사에 나오는 육담뿐만 아니라, 동래야유와 수영야유 등
에서 말뚝이의 대사에 음식 이름을 계속 열거하는 내용, 그리고 가산오광대.고성
오광대 등에서 할미가 오줌을 누는 장면, 여러 탈놀이에서 할미가 엉덩이를 뒤
로 빼고 흔들면서 추는 엉덩이춤, 여러 탈놀이에서 영감과 할미가 만나자마자
성행위를 하는 모습, 산대놀이와 해서탈춤에서 원숭이가 소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신장수가 원숭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취발이가 소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 도처에서 바흐친의 축제이론에서 얘기하는 기괴적 사실주의의 모습이
발견된다.
서낭제의에 나타난 성의식 -강원동 동해안을 중심으로- (김경남 : 경원대강사)
1. 머리말
우리 나라의 민속 현상 속에서는 음양의 조화를 강조하고 상기시키는 다양한
원시 문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모든 일들이 자연 질서의
체계가 음양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고대의 제
의와 관련된 기원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이된 양상으
로 전승 문화의 모든 장르에 나타나 있다. 그 가운데 강원 동해안 일대의 서낭
제의는 생활의 근거가 되는 바다를 끼고 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농사와 어
업을 겸한 반농반어가 대부분인 이유로 해서 매우 흥미롭다. 바다에서의 작업은
언제나 위험이 따르고 자연의 변화에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자
연신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동해안 지역의 독특한 신앙의식과 튼튼
한 제의 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동해안 일대의 서낭제의 속에
담겨있는 원초적인 성의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남근숭배의식의 제의들
1) 신남리의 경우
삼척시 원덕면 신남리의 서낭제의는 남근이 제물로 바쳐진다. 물론 서낭신은
여신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신남리 바닷가에 미역을 따며 사는 한 가난한 어부의 딸이 있었다. 어느날 그
녀는 애바위에 김을 뜯으러 떼를 타고 갔다. 정신없이 해초를 따다가 그녀는 그
만 밀려오는 풍랑에 떼가 떠내려간 줄을 몰랐다. 떼를 잃은 처녀는 울며불며 애
타게 구원을 청했으나 누구 하나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큰 풍랑이
그녀를 덮어 끌어 가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그 바위를 처녀가 애간장을 태우다
죽은 바위라해서 '애바위'라 한다. 처녀가 죽은후 마을엔 이상하게 변고가 자주
생겼다. 처녀의 원혼 때문에 해난사고로 사람이 자주 죽고, 고기떼가 몰려오질
않았다. 주민들은 이는 필시 처녀의 원혼이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곧
바닷가 언덕에 제단을 만들고 향나무에 남자의 신을 깎아 걸어 놓고 치성을 드
려주었다. 그런후에야 재앙이 물러가고 풍어가 다시 들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수백년 전부터 남근을 깎아 매달고 제사를 지냈다고 했
다. 이러한 사연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과 10월 첫 말날(오일)에 마을 엄씨서
낭, 그리고 해랑당에 가서 제를 올린다. 또한 여자는 해랑당에 갈 수 없으며 남
자들만이 남근을 바친다. 그리고 3년마다 풍어굿이 있다.
2) 문암리의 경우
속초에서 푸르른 동해안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파란 바다를
가슴에 안고 서낭산과 정자산을 등에 대고 1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망개마을이
있다. 망개마을의 행정 지명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 1리이다. '망개'라는
지명은 포구인 이곳에 일만호가 살았다고하여 '만포만개리'라고 부른데서 '망개'
라는 속칭을 얻었다. 또한 이 마을을 '백도'라고도 한다. 백도는 마을 주산인 서
낭산에서 동북방 1.5킬로미터 지점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다. 원래 섬이 하
얀 것이 아니라 과거 갈매기와 오리의 서식처로 새들의 분뇨로 인하여 섬이 하
얗게 되어 백도라고 불렀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들은 날씨 좋은 날을
택하여 이곳에 배를 타고 나가 분뇨를 채취하여 거름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망개의 풍어굿은 5, 6월을 택하여 5년마다 한번씩 한다. 과거에는 3년마다 한
번씩 성대하게 풍어굿을 했지만 바다의 황폐화로 인하여 5년마다 올리게 되었
다.
망개마을 풍어굿 이외에도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 마을산 위에 있는 숫서낭(할
아버지 서낭)과 암서낭(할머니 서낭)에 치제한다. 서낭제사가 있는 동안 온 마을
사람들은 부정한 몸가짐과 언행을 삼간다. 이 기간에는 오토바이를 과속하지 않
으며, 입에 욕을 담지 않으며, 부부 관계도 금하고 있다. 제관은 마을 사람 가운
데 생기복덕과 부정하지 않은 남자 7-8명을 선정하고 여기서 도가와 남근을 깎
는 제관을 뽑고 나머지는 제관을 맡게 된다. 망개마을의 서낭제와 풍어제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가 남근을 제물로 암서낭에 바친다는 점이다.
풍어 의식에서 비롯된 이 독특한 제의는 동해안 일대에서 삼척군 원덕면 신남
리와 망개마을 두 마을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초사흗날 새벽 4시경 마을에서 북쪽으로 1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 해변에 위
치한 암서낭에는 제물과 제관 4명, 마을 뒷산에 있는 숫서낭에는 제물과 무녀,
그리고 제관 4명이 따른다. 제관들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목욕 재계 후 제사에
참가한다.
제의는 전설과 그리고 무녀의 기원, 소지의 순서로 진행된다. 소지를 올릴 때
망개마을 120여 가구의 소지가 오른다. 숫서낭과 암서낭에서 60가구씩 소지를
올리게 된다. 그리고 소지가 잘 오르지 않는 가구는 세차례에 걸쳐 소지를 올린
다. 그래도 소지가 오르지 않으면 제사가 끝난 뒤 마을로 돌아와 "소지가 오르지
않으니 조심하고 개인적으로 서낭님을 찾아가라"고 제관들이 일러준다.
제사의 제물은 시루떡과 주.과.포가 준비되며 해산물이 전부이다. 해산물 가운
데 문어와 명태는 반드시 올리고 육고기는 절대 쓰지 않는다. 그리고 독특한 제
물인 남근은 7-8명의 제관 가운데 한 제관을 선정하여 남근을 깎게 한다. 이 제
관은 절대 남근을 깎는다고 말을 해서는 안되며, 남근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도 않는다. 마을 주민들은 누가 남근을 깎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남근은
반드시 오리나무로 깎아야 하며 지름 5센티미터, 길이 한 자(척) 정도이다. 그리
고 3개를 깎는다. 남근은 제사를 지내기 전 진설 때 폐백과 함께 암서낭바위에
수많이 나 있는 구멍에 맞는 것을 꽂아 두게 된다. 이때 남근이 맞는 구멍이 한
번에 맞으면 그 해에는 대풍이 든다. 암서낭은 기암괴석으로 수많은 구멍이 뚫
려 있다.
어느 날엔가 한 어부가 바다에 나가서 작업이 신통하지 않자 암서낭을 향하여
육담이 섞인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이 어부의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갑자기
고기가 많이 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와 남몰래 남근을 깎아 암서낭
의 구멍에 꽂아 두었다. 그후 이 어부는 바다의 작업이며 집안이 잘되어 이 사
실을 알게 된 마을에서 제사를 드릴 때 깎아 바치게 되었다. 그리고 남근은 해
마다 3개씩 바꾸게 된다. 또한 망개마을에서 제물로 쓰였던 남근을 갖게 되면
재물이 불어나고 집안이 태평하다하여 제사가 끝나면 모두 없어진다고 한다. 그
러나 이 마을 주민보다 타지의 사람들이 모두 가져가서 진작이 이 마을 주민은
아직 한번도 가져 보지 못했다한다.
망개 풍어굿은 5년마다 한번씩 지낸다. 5, 6월 중에 무녀에게 날받이와 도가를
선정받게 되는데 이때 전 마을 주민의 부부의 생년월일을 적어 가지고 간다. 망
개마을의 단골 무녀는 빈순애씨이다. 1994년에는 음력으로 5월 27일-29일까지
사흘간 날이 났다. 도가는 제물이며 무녀들의 침식을 맡아 했다. 풍어굿은 음력
5월 27일날 새벽에 숫서낭과 암서낭을 마을 앞 백사장 가설 제당에 모시는 의식
부터 시작되오 있었다. 먼저 숫서낭에 가서 무녀가 폐백을 드린 다음 제를 올리
고 무녀와 제관, 마을 주민들은 다시 마을에서 북쪽으로 1킬로미터 떨어진 암서
낭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암서낭에게 폐백과 기존에 바쳐졌던 남근 3개를 빼
내고 새로 깎은 남근 1개만을 바친다. 의식이 끝나면 해가 뜨기 전 가설 굿당으
로 돌아와 숫서낭과 암서낭을 합배시켜서 사흘간의 풍어굿을 하게 된다.
1994년의 풍어굿은 1.부정굿 2.골매이굿 3.당맞이굿 4.청좌굿 5.각댁조상굿 6.세
존굿 7.성주굿 8.심청굿 9.각댁손님굿 10.제면굿 11.군응굿 12.용왕굿 13.대거리굿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당시 풍어굿은 빈순애.김명익 부부가 무녀 4명, 양중 2
명과 함께 담당했다.
3) 안인진의 경우
안인진리는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어촌 부락이다. 이 마을 서낭제의는 봄.가
을로 지낸다. 정월 보름날과 가을 음력 9월 9일이다. 또한 3년마다 풍어굿을 한
다. 이 풍어굿은 음력 4월 10일이 지나서 날받이 하여 올리게 된다. 3년마다의
풍어굿 순서는 1.부정굿 2.성황청좌굿 3.해신당맞이굿 4.항해굿 5.조상님굿 6.세존
굿 7.성주굿 8.군응굿 9.지신굿 10.산신령굿 11.손님별상굿 12.제민굿 13.뒤독리
해안 용신굿 등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도 독특한 남근 봉납의 제의가 있어 왔
으나 현재에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남근 봉납제의의 변이 양상으로 여신과 남신
의 성정결합의 상징인 신의 결혼이 이루어진 형태로 남아 있다. 남근을 제물로
바치게 되었던 유래는 이러하다.
ㄱ. 강릉 해령사(현 안인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하루는 강릉 부사
가 관기를 거느리고 해령산으로 유람소풍 갔을 때 그네(추천)을 뛰다가 한 기생
이 떨어져 바다에 빠져 죽었다. 함께 갔던 기생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부
사는 죽은 기생을 불쌍히 여겨 여러 동민들에게 명하여 적단을 쌓게 하고 위패
를 해랑신위이라고 써 놓고 봄.가을로 치제를 올리었다. 이로부터 동민들은 봄과
가을에 좋은 날을 택하여 제사를 올리게 된 것이 풍속으로 되었다. 마을의 늙은
이들은 여신만 모시니 신이라도 짝이 있어야 한다하여 의논이 있었는데, 남신의
성명을 붙일 수 없어서 남자의 생식기를 나무로 깎아서 새끼에 매달고 제사를
지낸 후에는 고기가 잘 잡혀, 한 해에 한 번씩 더 달아매게 된 것이 나중에는
한 꾸러미가 되었다고 하며 소도 한 마리씩 잡아서 제물로 하였다고 전한다.
ㄴ. 이 마을에 가난한 어부의 딸이 있었다. 가난에 쪼들리고 있으면서 씩씩하
고 멋있는 총각만을 배필로 생각했기에 마을 총각들은 그 여자의 눈에 차지를
않았다. 그런 중에 그 처녀는 과년해졌다. 그때 이마을의 뱃사공이 처녀를 보고
서로 혼담이 가더니 약혼을 하게 되었다. 약혼한 다음날 젊은 사공은 바다에 나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말았다. 그러나 이 처녀는 자기의 약혼자가 꼭 돌아
오리라고만 믿고 봉화산에 올라가 날마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실신해 죽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처녀의 원혼이 흉어와 조난을 몰고 왔으므로 그녀의 혼령을
모시게 되었고, 또 그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남근을 봉납하게 되었다.
ㄷ. 옛날 이 마을의 한 처녀가 지나가는 배에 타고 있는 미남 뱃사공을 보게
된 후 상사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때부터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어부의 꿈에 그 처녀가 나타나서 남근을 바치면 고기가 잘 잡힐 것이
라하므로 나무로 만든 남근을 바쳤더니 고기가 잘 잡혀 그 뒤로는 모두가 그렇
게 했다.
3. 남근숭배 의식의 변이된 제의들
1) 주문진의 경우
강릉시 주문진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항구를 안고 있는 작은 야산이 눈에 들어
온다. 그 산기슭에 금방이라도 하늘에 오를 듯한 팔작 기와집이 앉아있다.
주문진 서낭당이다. 여기에서 바라보면 멀리 태백산맥의 준령들이 한눈에 들
어오고 주문진읍과 항구에 정박한 배들과 출.입항하는 작은 배들이 보인다. 이
서낭당은 원래 지금의 등대가 있는 곳에 있었다.
그런데 6.25동란때 함포사격으로 없어졌다. 그후 어촌 주민들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지었다. 1957년 7월이다.
당건물은 전국 제일의 규모이다. 당의 구조는 단청채색을 곱게 한 팔작 세칸
의 기와집이다. 한칸은 제구와 제물을 보관하고, 중앙의 한 칸은 신당이며, 다른
한 칸은 제의 때 제관들이 거처하는 방으로 되어 있다. 당을 중심으로 약 20미
터 아래에는 '성황당지신위'라고 위패가 새겨진 비석만 모신 작은 제당이 있다.
주민들은 진이 서낭당이라고 하는데 이는 골맥이 서낭인 듯하다.
신당에는 서낭당 위패가 없고 대신에 탱화만 모셔져 있다. 탱화의 중앙에는
할아버지, 좌우에 큰할머니, 작은할머니, 그리고 동자가 서 있다.(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탱화를 중심으로 좌우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양측
모두 장군신을 상징한 그림이다.
대부분의 어촌에서는 두 개의 서낭신을 모신다. 여서낭과 골맥이 서낭이라는
남서당의 구조이다. 그리고 이 남녀신의 합위의 과정을 거치는 기본 구조로 되
어 있다. 주문진 서낭당의 구조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서낭(할머니)이 한분 더 모
셔진 셈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는 어느 여인의 애원이 설화로 주문진 지역에 내
려온다.
옛날, 늦은 봄 어느 하루였다. 연곡현감은 잠시 시간을 내어 봄볕과 함께 산책
을 하고 싶었다. 그는 하인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거실을 떠나 지금의 영진리 바
닷가로 내려갔다. 때마침 봄날이어서 마을 부녀자들이 바닷나물을 따고 있었는
데 그 중에서 진이라는 여인의 미색에 현감은 취해버렸다. 현감은 진이만 있게
하고 다른 여인들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현감은 그 자리에서 진이에게 사랑을
강요했으나 진이는 끝내 거절하고 현감의 손을 뿌리쳐 달아나버렸다. 현감은 진
이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화가 난 현감은 이튿날 하인을 시켜 진이의 아버지
와 오라비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잡혀온 진이 부자에게 진이의 불응을 크게
야단하고 그 복수로 매질과 몇날 며칠을 옥에 가두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진
이는 문을 걸어닫고 삭발한 뒤 한 아이를 낳고 죽어버렸다. 현감은 이 소식을
듣고 놀라 진이 부자를 석방했다. 그후부터 마을에는 질병이 잦았고, 또 바다에
서는 어부들이 해난사고를 당하여 배가 뒤집히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렇
게 몇 해가 지난 뒤 당시의 현감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정우복이라는 새로운 현
감이 부임했다. 새로 부임한 정우복 현감은 연달아 일어나는 재해를 이상히 여
겨 하루는 민성을 듣기로 했다. 많은 현민들이 새마을(신리)에 모였다. 현감은
지난날 일어난 일들을 소상히 캐물었다. 이때 진이의 아버지가 현감께 아뢰겠다
며 진이의 죽은 사연을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현감은 즉시 관비를 내어 진
이의 사당을 세우고 여성황이라는 칭호를 주었고 진이의 명복을 빌도록 했다.
그후 마을의 질병과 재난사고는 신기하게 없어졌다. 그후 오늘날까지 해마다 이
서낭당에서 풍어제를 지내고 있다. 정현감은 현민을 한집 식구처럼 사랑했고 현
민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후 현민들은 그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의 주문진 6리에 사당을 짓고 해마다 제사했다. 그러다가 현감의 사당
을 여서낭당으로 옮겨 놓았다.
위의 설화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신은 여신으로 생각하고서 진이의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서낭당을 짓고 원한으로 인한 지역의 질병과 해난사고
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을 제의의 목적으로 삼았다. 나아가 풍어의 기능까지를
승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바다는 어민들에게서는 생명이 직결된 곳이다. 화와 액은 자연의 변으로 나타
나 위험하기 그지없다. 외경감 그것이다. 진이의 상처를 헤아리고 진이서낭에게
봄.가을로 치성을 드려 "생기복덕과 고기 많이 잡게 해 주시고, 바다에 나가서도
그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십시요"라고 하는 어민들이야말로 넉넉한 바
다와 같은 마음이다. 진이의 한은 한마을을 피폐화시켰고 이는 다시 정우복 현
감의 선정으로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되찾게 되었다.
여기에서 진이와 똑같이 정우복 현감은 집단의 숭앙의 대상이 되어 오늘날까
지 부락수호의 신으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문진 풍어굿은 서낭제와 함께 일년에 음력 3월 10일과 9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있었다. 그러나 바다의 황폐화로 풍어굿의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70년대초부터 일년에 두 차례 서낭제의만 있었고 풍어굿은 3년에 한번씩 하게
되었다. 1990년도에는 10월 28일 자정에 서낭제를 시작으로 풍어굿의 막이 올랐
다. 어촌계원들의 주관으로 유교식으로 삼헌관들의 분향제배, 고축, 소지의 순서
로 진행되었다.
풍어굿은 28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었다. 굿의 순서는 1.부정굿 2.골맥이굿 3.
당맞이굿 4.청좌굿 5.각댁조상굿 6.세존굿 7.성주굿 8.심청굿 9.각댁손님굿 10.제
면굿 11.군응굿 12.용왕굿 13.대거리굿의 순서로 30일 오전 까지 3일간 걸쳐 진
행되었다.
1990년도 풍어굿의 사제무집단은 김석출씨(69.중요무형문화재 82호, 동해안풍
어제 기능보유자)일가가 담당했다.
2) 강릉 단오제의 경우
동해안 서낭제에 있어서 그 전통이 오래고 그 규모에 있어서도 가장 큰 것은
강릉 단오제에 따른 서낭제의이며 제천의식의 유풍으로 남아있는 풍년제의 성격
을 띠고 있으며, 지방수호, 안전 행로를 비는 무제가 중심이 된 원시부락제의 성
격을 띠고 있다. 이 제의에서 나타나는 남성신과 여성신의 합배를 원형으로 갖
고 있음은 그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ㄱ. 옛날 강릉 현 최돈목네에 동래 정씨인 정덕현네가 살고 있었던 바, 그 집
에는 과년한 딸이 있었는데, 하루는 꿈에 대관령 성황신이 나타나 정씨집에 장
가들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성황을 사위로 삼을 수 없노라고 거절
했다. 어느날 정씨가의 딸이 노란 저고리에 치마를 입고 단장하고 뒷마루에 앉
아 있는데 범이 와서 업고 달아났다. 소녀를 업고 간 범이 산신이 보낸 사자로
서 분부를 받고 온 것이다. 대관령 국사성황은 소녀를 데려다가 아내로 삼은 것
이다. 범에게 물려간 것을 안 정씨 집에서 국사성황을 찾아가보니, 성황과 함께
서 있는데 벌써 죽어 정신은 없고 몸만 비석처럼 서 있었다. 가족들이 화공을
불러 화상을 그려 세우니 처녀의 몸이 비로소 떨어졌다고 한다. 호랑이가 처녀
를 데려다 혼배한 날은 4월 15일이다.
ㄴ. 현재 정씨가 살던 집에 강릉 부자 최준집씨 자손이 살고 있는데 이 최씨
네에도 예전 자기 집에서 일하던 계집아이가 있었는데 과년하여 시집하게 되었
다. 시집 가기 전날 밤 그녀가 머리를 감으려하자 어머니가 머리를 감으면 범에
게 물려 간다고 만류했으나 말을 듣지 않고 머리를 감았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속담 그대로 처녀는 범에게 물려가고 말았다. 그래서 그 집안에서는 역
시 대관령 산신의 처자로 보고 있다.
ㄱ, ㄴ의 설화에서 ㄱ의 설화는 신화로서 출발한 설화임을 알 수 있고, ㄴ의
설화는 좀더 후대로 접어들면서 윤색된 전설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오제의에서 남신과 여신의 합배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강릉 단오제의의 핵심은 대관령 국사서낭신과 강릉시내의 홍제동
에 모셔져 있는 국사여서낭과의 연 1회 수일간의 성적 결합으로 상징되는 풍요
의 기원에 있다. 이는 앞에서의 원초적형인 남근숭배와 관련된 제의의 변이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4. 제의와 성의식
동해안 일대의 서나아제의에서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남근봉납
의식이다. 바다는 변화무쌍한 삶의 터전으로 이를 지배하는 신은 여성신으로 상
정하고서 그녀와의 화해를 위한 독특한 제의를 거행한다. 신남리, 문암리, 안인
진의 서낭제의에는 사람들이 여신을 위해서 나무로 깎아 만든 남자의 생식기를
바쳐준다는 관념을 통해서 생식과 생명, 화해, 그리고 풍어의 기원의식으로까지
승화시킨 것이라 하겠다. 이는 대지의 음성원리, 곧 풍요원리를 상징하는 장면이
다. 다시 말하면 음양의 조화의 발생에서 비롯된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다산적 생생력과 아울러 신과의 화해를 목적으로 바다의 평화를 기원했
던 제의의 의미이며, 남근숭배와 관련된 성의식의 표출인 것이다.
남근숭배 의식이 변이된 제의로 보이는 양상의 경우 주문진과 강릉단오제의의
모습처럼 직접적으로 남근을 여신에게 깎아 바치지는 않지만 남신과 여신, 여신
과 남신의 합배의식은 앞의 남근봉납의 변이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단오의 세
시와 관련된 강릉 단오제의 경우는 파종을 끝낸 후의 파충축제이거나 곡식성장
의례와 같은 성적 결합의 풍요의식제의라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
다.
주문진 서낭제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억울하게 죽은 진이의 넋을
위로학 위해 사당을 짓고 제사했다는 제의의 기원이 다른 제의의 전승설화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남근봉납, 그리고 남성신과의 합배를 통하여 인간이 바라는
다양한 기원의 의식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는 여서낭에게 나무로 깎은 남근봉납의 제의의 모습이 남아 있지만
내륙지역에서는 남근형 암석을 신체로 모시고 숭배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경상
도에서도 남근형 자연 암석을 신체로 숭배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우리 기층 민간신앙의 제의 속에서 발견되는 성의식은 구체적인 제의를 통하
여 구상화되었으며 제의의 목적과 기능은 마을 집단의 안녕과 풍농.풍어의 다산
에 있었으며,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통합, 정치, 축제, 예술, 놀이 등의 다양한
전승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다.
지금도 동해안 어촌에서는 초월적인 존재와 한계적인 인간과의 만남이 서낭제
의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해안 서낭제의 속에는 가장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성의식을 내포한 원형이라 할 수 있다.
5. 맺음말
이 글에서는 동해안 서낭제의를 통해서 우리의 성의식이 어떠한 형태로 남아
있는가를 밝혀보려 하였다. 그 가운데 남근숭배의 하나인 남금봉납의 의식은 살
아 있는 인간들의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것으로 풍어를 기원하는 소박한 민중
들의 의식이 담겨 있음을 알았다. 또한 제의와 관련된 이야기의 세계에는 생생
력의 기원 의식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의 역할을 담아내는
의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정화된 에너지는 새로운 역동적 삶의 가
치를 얻을 수 있는 인간들의 소박한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해안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의 서낭제의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줄다리기,
그네, 씨름과 같은 놀이도 제의와 관련된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했던 기원의식과
함께 이루어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줄다리기에서 암술과 숫줄이 부딪히고,
밀고, 당기고, 연결시키는 역동적인 모습은 바로 성적 모의 주술행위인 것이다.
그네뛰기에서의 쌍그네, 서로 껴안고 힘을 겨루는 씨름의 모습에서 성행위의 모
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고대의 제의와 관련된 기원의식과 생산력의 증대, 에너
지 추구로로서의 중요한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최 철, 영동민속지, 서울 : 통문관, 1972.
. 김선풍, 동해안 성황설화와 부락제고, 관대논문집 제6집, 관동대학,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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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남, 안인 해랑사 설화연구, 강원민속학 제5.6집, 강원도민속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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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남, 주민진 진이 성황설화의 구조, 강원민속학 제7.8집, 강원도민속학회,
1990.
. 김경남, 강원도 고성군 문암리 남근서낭제, 강원민속학 제11집, 강원도민속학
회, 1995.
. 김경남, 강릉 단오제의 연구, 경원대 박사학위 논문, 1996.
전통적 놀이활동에 표현된 성모티브의 상징적 의미와 세계관 (한양명 : 안동대
교수)
1. 머리말
전통성을 지닌 집단적 놀이활동(주1:민속놀이 가운데 세시제의, 혹은 일생의례
에 수반되어 행해지는 집단적 놀이들은 일정한 주술 종교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사실상 호이징하나 카이와 같은 서구의 놀이연구자들이 제시한
놀이개념이나 분류안 등이 우리의 민속놀이에는 상당부분 적용 불가능한 것도
놀이와 제의, 혹은 의례 사이의 모호한 분계 때문이다. 이 글에서 굳이 놀이활동
이라는 포괄적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사정에서 연유한 것이다. 한편 탈놀
이 역시 놀이활동에 포함되어야 당연하지만 이 책에서 별도의 연구자가 다루기
때문에 논외로 하였음을 밝혀둔다) 가운데, 성 모티브가 연행의 구성과 주술종교
적 의도의 실천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진도의 도깨
비굿, 순천 및 충청동 지역의 디딜방아액막이,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쌍줄당기기,
장례놀이인 다시래기와 산다위 등은 여성 상징, 혹은 성적 상관을 주요한 모티
브로 채택하고 있다.
이들 놀이에서 성모티브가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상당량의 연구가 축적되
었다. 진도의 도깨비굿에 대해서는 이현수(1986), 김종대(1994), 주강현(1996) 등
의 연구가 있었으며, 다시래기에 대해서는 임재해(1995a), 장례산다위에 대해서
는 전경수(1992a)의 연구가 있다. 또한 줄당기기에 대해서는 한양명(1994)과 임
재해(1995b)의 연구 등이 있었다.
이글에서는 이처럼 개별적 놀이활동을 대상으로, 혹은 다른 민속사상과의 상
관 속에서 논의되었던 성모티브의 의미 문제를, 전통적 놀이활동만을 대상으로
하여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거기에 내재한 세계관을 포착해보고자 한다. 사실상
도깨비굿과 디딜방아액막이에는 성모티브로서 '월경피'가 등장하고, 줄당기기와
다시래기, 그리고 산다위에는 성적 상관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을 같은 수준에
서 논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 각
이한 성모티브를 운용해온 주체들이 직접 생산활동, 특히 농업에 종사해온 사람
들로서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다루어
도 무방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미 개개의 놀이활동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성모티브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
가 일정하게 밝혀져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기존 해석의 수정 및 조정, 그리고
통합을 통해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2. 상징적 의미
2.1. 강한 부정
<사례1> 도ㄲ비굿
전염병(홍역, 호열자)이 돌 때 도깨비굿을 한다. 정해진 날짜의 밤이 되면 온
마을 부녀자들이 빠짐없이 모인다. 무서운 탈을 만들어 얼굴에 쓰거나 숯이나
물감을 얼굴에 칠한 여성들은 긴 막대기 끝에 여성의 피속곳을 메달아 앞장 세
우고 금속제의 기명류를 두드려 파열음을 내며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도깨비굿을
한다. 이 때 남자들은 밖을 내다보지 못하며 만약 내다보면 굿의 효력이 떨어진
다. 집으로 들어간 여성들은 마당에서 몇 바퀴 돌고난 뒤 마루에 차려놓은 상을
향해 세 번 절한다. 이어서 인솔 여성이 "사파세"라고 하면서 준비된 쌀을 집어
사방으로 뿌리고는 피속곳을 방안으로 휘두르면서 "... ㅇㅇ면 ㅇㅇ마을에 손님
(천연두) 마누라가 오셨는데 ...대접할 것도 없으니 요것이나 먹고 물러가거라"라
고 주문을 읊는다. 이런 방식으로 각 집을 다 돌고나면 그날 밤에 동구밖 네거
리로 굿을 치고 나와서 제물 12접시를 차리고 제를 지낸 다음 볏짚위에 제물을
부어놓는다. 이어서 가면을 태워버린 뒤 그 불을 뛰어넘어 집으로 돌아온다. 이
때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이현수, 1986:126-127)
<사례2> 디딜방아 액막이
가뭄이 계속되거나 돌림병이 들면 마을의 아낙들이 상복을 차려 입고 디딜방
아를 훔치러 간다. 훔쳐온 디딜방아는 즉각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로 옮기
고 거꾸로 세워서 묻는다. 그리고는 수명의 여성들이 월경피가 묻은 서답을 벗
어서 방앗다리의 갈라진 곳에 걸친다. 과부의 서답은 특히 효험이 있다(주강현,
1996:20-21)
두 사례는 모두 마을공동체에 닥쳐온 재액을 물리치고자 하는 의도아래 행해
진 여성들만이 집단적 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중심적 주물
가운데 하나가 서답이라는 점도 일치한다. 이때 서답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
을까?
세계의 각 문화에서 여성의 월경은 부정, 혹은 불순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엘
리아데의 보고처럼 에로티시즘의 강렬한 상징으로서의 월경(1992:365), 혹은 이
현수의 자료처럼 송사나 노름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주물로서의 월경(앞의
책:.138)이 등장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문화에서 월경은 부정, 혹은 불순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Girard, 1972 및 Caillois, 1939)(주2:여성의 월경 부
정은 달리 '꽃부정'이라고 부른다. [1996.7.6 민속학회 제4차 하계대회 발표시 김
선풍교수 담]) 구태어 밖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민속에는 여성, 혹은 여
성의 피, 특히 월경피를 부정시하는 관행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전북 정읍 산
외면 정량리에서는 줄을 만들 때 '피부정을 가린다'고 하여 여성의 접근을 차단
한다. 다른 지역의 줄당기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인이 월경중
에 있는 사람은 제관이 될 수 없으며 동제 기간 중에 출산이 예정된 산부는 마
을 밖으로 격리된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 보자. 서답과 짝을 이루는 대립항은 질병, 혹은 가뭄이다.
질병과 가뭄은 이 세상의 질서, 그리고 깨끗함을 어지럽히는 부정, 혹은 부정의
원인이다.(주3:파평혜미자는 부정의 종류를 위생적으로 불결한 것, 꼭 불결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보기 흉한 것, 불구나 병, 죽음, 자연으로부터 받는 손해, 사회생
활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 등의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최길성, 1982:271 재인
용]) 따라서 상기의 놀이활동에는 부정과 또다른 부정의 맞섬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구도가 설정되어 있다. 이 구도에서 문제의 해결방식은 단 하
나다. 기존의 부정을 또 하나의 부정의 제시를 통해서 극복하는 것뿐이다. 부정
의 제시를 통한 부정의 극복인 것이다. 이같은 역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부정이, 부정의 정화를 위해서 기능
하는 역할의 전환, 또 하나는 어떤 차원에서건 새롭게 제시된 부정이 기존의 부
정보다 강할 것이다.
'순수한 것과 불순한 것의 전환성'이라는 착안은 전자의 문제를 검토하는 데
상당히 유효하다(caillois, 앞의 책:62-67). 카이와는 불순한 것, 즉 부정한 것을
도구로 하여 정화를 이룩하는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출산부는 부정하기 때문에
마을로부터 격리되지만, 헤레로족의 경우에는 그녀에게 매일 아침 그 마을의 모
든 젖소의 우유를 가져오는데 이는 우유가 그녀의 입에 닿음으로써 질이 아주
좋아지기 때문이다. 와룬디족은 초경을 맞은 소녀가 집안 곳곳의 집기에 손을
갖다대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것이 성스럽게 된다고 여긴다. 뿐만 아니라
월경피와 분만시의 피는 옴이나 나병같은 다른 불순한 것에 대한 구제책으로 사
용된다(위의 책:63). 모두 부정을 통해서 부정을 정화하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
러한 부정의 역할 전환은 후자의 문제와 유기적 관계에 있다. 즉 보다 강한 부
정일수록 이러한 역할 전환을 보다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답에 묻은 월경피는 생명의 모든 가능성이 좌절된 죽음의 피이며, 폭력에의
위험을 수반한 강한 오염물이다(Girard, 1995:54-57). 그렇기 때문에 로마의 박물
학자는 "그 결과에 있어서 이 주기적인 하혈보다 더 끔직한 것을 찾아낸다는 것
은 어려울 것"(Caillois, 앞의 책:63 재인용)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월경 자체가
이렇듯 극도로 부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깨비굿과 디딜방아액막이를 행하는
여성들은, 성적 파트너의 결핍 때문에 월경 가운데서도 가장 불결한 것으로 간
주되는 과부의 월경피를 찾았다. 이 과부의 월경피는 극적인 장치를 통해서 그
효험을 강화한다. 공식적 활동이 차단된 여성, 밤, 금기시되는 성의 노골화, 불규
칙적 파열음, 괴기스런 가면 등 일상성의 전도를 통해서 확보된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배경과 장치를 통해 등장함으로써 월경피는 강한 효험을 확보하여 재액
과 맞선다. 디딜방아액막이에서도 월경피는 밤, 여성, 여성상징으로서 거꾸로 세
워진 디딜방아와 함께 등장함으로써 그 효험을 극대화시키다. 결국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기존의 부정(재액) 대 보다 강한 부정(월경피) = 부정의 소멸[정화](재액의 제
거)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월경피가 부정과는 구별되는 차원에서 신통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이현수:137-138) 재론이 필요하다. 예시된 송사
나 노름에서 월경피의 역할은 오히려 승리를 훼방하는 부정을 물리치는 보다 강
한 부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정다산이 [마과회통]에서 여역의 치료제
로 월경피를 제시한 것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주4:정, 부정은
제의적 국면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의 비일상적인 국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예컨데 아침에 보는 까마귀, 여성의 마수거리, 차 안에서 부는 휘
파람소리 등은 부정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에 비해서 아침의 까치, 상여 등은 길
한 것으로 인식된다. 속신 가운데 상당수는 정, 부정 관념의 일상화 내지는 생활
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판, 노름, 질병은
그 자체로 일상적 상황과는 구별되는, 다분히 비일상성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으
로서 정, 부정의 관념이 개입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현지민의 제보를
기반으로 재액을 가져다 주는 귀신은 사람의 피, 그것도 냄새나는 피를 제일 싫
어하므로 여자의 피속곳을 들고 다니게 된 것(정병호, 앞의 책:94-95)이라는 해
석이 소박한대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 있다.
경우에 따라서 두 놀이활동은 정기적으로 행해지기도 하였다. 정병호(위의
책:94), 이현수(앞의 책:126)와 제19회 남도문화제 출연 당시의 대본(김종대:219에
서 재인용)에서는 상원에서부터 2월 초하루에 이르기까지 매년 정례적으로 행해
진 도깨비굿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디딜방아액막이 역시 일
부지역에서는 상원 전일에 정기적으로 행해졌다(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87:132).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이 이미 들어온 액을 몰아내는 액몰이라면 이 경우에는 액
막이의 성격이 강하다.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액을 미리 막자는 것이다. 의도
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월경피의 상징적 의미는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다
강한 부정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약한 부정들이 근접할 수 없도록 하
자는 것이다. 달리 미리 강한 부정을 모의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다가올 부정을
예방하자는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월경피의 의미는 여전히 다른 부정에 비해서
강한 부정으로 자리매김 된다고 할 것이다.
2.2. 재생산
2.2.1. 작물의 재생산
쌍줄당기기를 행하는 지역에서 암줄과 숫줄의 결합은 명백히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남 창녕 영산의 큰줄당기기에서 암숫줄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오간 양측의 대화 내용은 이러한 인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좆부터 들어오이소/ 씹부터 벌려라 암놈 물 다 쌌다 빨리 들온나 좆도 좆같지
않은게 빨리 들온나 좆이 얼매나 힘이 없어 벌려놔도 못들오노 아무리 벌려도
냄비 나름이다 거 아이래도 찡굴데 천지다 봄보지 물올랐다 빨리 들온나(주
5:1993.3.3 현지조사시 채록)
두 줄의 결합을 남녀의 결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경기
도 이천의 갈매울 줄당기기나 송탄 동령의 줄당기기에서는 실제 남녀가 예복을
입고 줄에 올라타서 혼례를 모의하는 과정까지 있어서 이러한 사정이 보다 분명
하게 드러난다. 한편 양줄의 결합은 곧잘 암룡과 숫룡의 결합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줄, 사람, 용의 결합이라는 삼중의 성적 상관이 드러난다. 이
러한 성적 상관은 생명의 형태와 행위 사이의 연대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른바
유사성의 법칙에 의거하여 풍요다산을 초치하고자 하는 유감주술로 인식되었으
며 작물의 풍요다산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한양명, 1993:126-127).
그러나 보다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이 과정은 작물의 순조로운 재생산을 의미,
의도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줄당기기가 행해지는 시점은 죽음의
계절 겨울이 끝나고 이제 막 생산의 계절 봄이 시작되려고 하는 시점으로서 파
종과 생장을 거쳐 재생산을 준비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근자에 임재해
(1995b)는 관점을 달리하여 이와 같은 성행위굿들이 실제로 식물의 생장에 영향
을 준다는 것을 다각도로 입증하고 있는 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거대하고 전
면적인 성적 상관의 모티브가 작물의 재생산과 연관된다는 점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2.2.2. 인구의 재생산
줄당기기와는 다른 성적 상관의 모티브는 장례놀이에서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장례놀이 가운데 이러한 모티브가 등장하는 놀이로는 장례산다위
와 다시래기가 있다.
<사례3> 추자도의 장례산다위
장지에서 매장절차가 끝나고 평토제와 산신제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산
다위가 진행된다. 상포계에 속한 네 명의 여자가, 상가의 친척 중에서 지목된 남
자 하나를 각기 사지 하나씩을 맡아서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나머지 여성들은
모두 그 남자에게 모여들어서 무차별로 남자의 몸을 만진다. 남자는 숨넘어가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결한다. 여자들은 깔깔거리기도 하고, 히히덕거리기
도 하고, 성기를 만지던 여자는 "이 물건은 내꺼야!"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오가는 말은 모두 남녀간의 성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일정
한 시간이 지나면 공중에 뜬 남자와 상포계장 사이에 흥정이 오고 간다. 계장의
요구가 수락되면 남자를 내려놓는다(전경수, 1992a:312-313)
추자동의 장례산다위를 참여관찰한 전경수는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구성원의
죽음으로 발생한 공동체 성원의 감소를 보상하기 위한 의례적인 윤간으로 해석
하였다. 장례라는 통과의례를 개인의 인생 고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만
이해되기를 허용하지 않고, 공동체 성원의 상징적 재생산을 위한 의미를 장례과
정에 부여함으로써 생사의 문제가 한덩어리로 인식될 수 있고, 죽음과 생명의
문제를 연결하는 장례과정의 공동체적 메카니즘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책:316). 최근에 그가 제시한, 망자 부인의 '빠구리춤' 역시 이와 같은 맥락
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전경수, 1996:62).
한편 임재해는 전경수의 논의를 수렴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성희를 즐기고
새생명의 출산까지 연출하는 다시래기의 둘째거리 '거사 사당놀이'의 해석을 통
해서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1994a:296-313)
<사례4> 다시래기의 거사 - 사당놀이
거사의 마누라인 사당은 봉사 남편 몰래 중과 관계를 맺어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다. 출산을 통해 사당과 중의 관계가 드러나 거사와 중은 서로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옥신각신 다툼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 구경꾼들이 무안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행위가 오고간다(정병호, 1986)
임재해는 상기의 자료와 안동의 앞소리꾼 조차기가 연행하는 '덜구소리'인 훗
사나타령의 정사장면 등을 포괄하면서 이와 같은 표현들이 죽음의 절망을 삶의
신명으로 바꾸어놓고, 성적 결핍을 충족시키며 성의 상실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
다고 해석하였다(앞의 책:229). 논의를 성모티브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로 한정시
킨다면 인구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렴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동일한 성적 상관의 모티브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작물의 재생산과 인구
의 재생산으로 다른 이유는 무얼까? 우선 양자가 세시제의와 일생의례라는 다른
맥락에서 연행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시제의의 맥락에 자리
잡고 있는 모티브는 세시제의의 목적인 공동체의 안과태평, 그리고 그 핵심을
이루는 작물의 순조로운 재생산에 복무하게 되고, 일생의례의 맥락에 존재하는
모티브는 출생-사망-출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체계의 순조로운 작동에 복무하게
된다. 달리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성적 상관의 주체이다. 작물의 재생산을 추구하
는 줄당기기의 줄은 대표작 작물인 벼의 신체인 볏짚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
구의 재생산을 추구하는 장례놀이의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작물을 통한 작물의
재생산, 인간을 통한 인간의 재생산이라는 원리가 세시제의와 일생의례의 맥락
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3. 세계관
이제까지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전통적 놀이활동에 드러난 성모티브의 의미를
검토해본 결과 여성의 월경피는 강한 부정을, 성행위는 작물 및 연구의 재생산
을 의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운용과정에서 주체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그 일단을 살펴보기로 한다.
3.1.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회복 가능한 세계
성모티브를 운용하는 주체들은 그들의 의지에 의해서 객관적 세계, 특히 비가
시적이고, 불가촉적이며, 비물질적인 세계를 일정 부분 변화시켜 이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그렇데 되리라고 믿는, 아니 벌
써 그렇게 된, 행위와 결과 간에 구분이 없는, 자아와 세계 간에 격절이 없거나
최소화한 주술적인 세계관의 자장 안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주체들이 배타적인
주술적 세계관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역사의 진전에 따라서 자아와
세계를 구분하고, 인간과 초인간적 존재, 자연과 초자연적 존재를 구분하는 등
신석기 시대 이래로 지속된 종교적 이원론의 보다 강한 자장 안에 있고, 초자연
적 존재의 권위가 구축된 상당수의 민간신앙, 특히 동제는 그 예이지만 주술적
세계인식은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인식과 혼재, 융합, 착종되면서 이른바 주술-종
교복합적 사유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기의 놀이활동을 통해서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주술적이며, 이원론적
이라기 보다는 일원론적인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놀이활동에 나타나는
사유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안본영부, 1961:63)
인간0 --(행위)-- 효과
역병이나 가뭄 등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이상이 발생하였 때, 그들은 그것
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문화적 장치를 가동시키며 상기의 놀이활동들은
다양한 차원과 수준의 장치 가운데 일부이다. 놀이활동의 주체들은 도깨비굿, 디
딜방아액막이, 줄당기기, 장례놀이를 함으로써 그들이 소망하는 결과가 달성되리
라고, 아니 달성되었다고 본다. 이 때 인간만사와 세계를 관장하는 초자연적 존
재는 상정되지 않거나, 그 권위가 최소화 되어 있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분명히
주술적이며, 이 일련의 과정에서 주체는 세게를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존재로 상정되어 있다.
3.2. 현상이 유지되어야 하는 세계
성모티브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그 연행을 통하여 추구하는 세계는 부정이 정
화되고, 결핍된 상황이 충족된 세게이다. 전염병, 혹은 가뭄이라는 재액이 발생
한 시점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재액이라는 부정, 혹은 부정의 원인이 정화
된 세계이다. 지난 해에 수확한 작물이 거진 소비되고, 이제 새로운 작물의 생산
을 준비하여야 할 시점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작물의 순조로운 재생산과 그
를 통한 충족이다. 공동체의 한 구성원의 사망으로 빈 자리를 메꾸어야 할 시점
에서 장례놀이의 주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인구의 순조로운 재생산과 공동체 성
원의 충족이다. 모두 정과 충족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의 정과
충족은 완벽한 상태의 정과 모든 것이 갖추어진 충족은 아니다. 완벽한 정과 충
족은 성이 관철되는 종교적 국면과 유토피아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그들은 다만
부정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태, 결핍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태로의 회귀를 지향한
다. 우리는 여기서 한정재화의 이미지, 혹은 그 변형을 본다(Foster, 1967:304)(주
6:한정재화의 이미지는 소농들이 토지, 부, 건강, 우정, 사랑, 남성다움, 지위, 힘
등 그들의 삶에서 소망스런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사회적, 경제적, 자연적 환경
들이 한정된 양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인지적 정향을 표상하는 개념이다. Foster
는 소농사회의 발전에 주목하였기 때문에 소망스런 측면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이러한 인지적 정향은 소망스런 것들 뿐만 아니라 회피하고 싶은 것, 꺼리는 것
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고 본다. 액막이 민속에 있어서 액땜이나 화재의 모
의를 통해서 화재를 막고자 하는 주술적 행위 등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성모티브의 운용주체들은 전염병이 돌기 이전의 상태, 가뭄이 들기 이전의 상
태, 작물의 재생산이 충족된 상태, 공동체구성원이 죽기 이전의 상태가 유지되기
를 희망한다. 그 상태의 균형이 위협받거나 깨어졌을 때, 그것을 회복하기 위하
여 동원 가능한 모든 장치를 가동한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액막이, 혹은 액땜
으로서의 도깨비굿, 그리고 디딜방아액막이도 같은 맥락에서의 이해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행위들은 기본적으로 재액을 미리 모의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다가올
재액을 막을 수 있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즉 자신들에게 돌아올 재액은 한
정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미리 경험하면 그 다음 재액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상원에서 2월 초하루까지 행해지는 도깨비굿에서 몰아낸 재액, 혹은 재
액의 원인을 여제각과 사제각에 가두고, 중구에 다시 풀어주는 것은 보다 극명
하게 주체들의 현상유지적 세계관을 보여준다.(주7:진도 하사미에서는 병충해 방
지를 위해 올리는 충제의 축문에 해충을 없애되 종자는 남기라는 내용을 포함시
키고 있다[전경수, 1992b:80-81]. 도깨비굿과 유사한 경우라고 하겠다) 그들이 희
구하는 것은 현상의 유지이지 혁신이 아니다. 때문에 부정, 혹은 부정의 원인을
일정 기간 가두어둘 뿐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 것이다.
3.3.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
월경피를 모티브로 하는 놀이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들 놀이활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립항들이 존재
한다.
<표1> 남성 : 낮, 정, 성의 은폐, 일상, 여성 : 밤, 부정, 성의 폭로, 비일상
남성은 낮, 정, 성의 은폐, 일상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에 여성은 밤, 부정, 성의
폭로, 비일상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 놀이활동에서 여성은 비일상적인 존재, 즉
이상적 존재이며 월경피는 그것의 극단적인 표상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월경피
가 부정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전술한대로 모든 생명의 가능성이 차단된 죽음의
피, 혹은 폭력에의 위험이 수반된 최고의 오염물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
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이미 그러한 인식이 존재하는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
이미크한 것이다. 에틱한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왜 하
필 여성, 그리고 그 존재의 증명인 출산과 월경의 피가 불온시되는가?
기호학적 모델을 차용하여 다시 한 번 월경피의 의미작용을 살펴보자(Barthes,
1970:25-29, Story, 1983:118-126)
표를 통해서 드러나듯이 월경피는 일차적 의미작용에서 여성의 주기적인 하혈
이라는 외연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차적 의미작용을 통하여 월경피는
강한 부정이라는 내포의미를 지니게 된다. 주기적 하혈로서의 월경피가 강한 부
정이라는 내포의미를 가지게 되는 의미작용의 전환에 어떠한 세계관, 혹은 이데
올로기가 작용하였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키징은 콰이오 족의 사례를
통하여 신체구조의 정치성이 신성과 오염의 국면에서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는가
를 살펴보고 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콰이오족의 의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
원적, 상징적 대립이 나타난다(1984:436)
여성(오염된 것, 아래) : 남성(부정한 것, 위)
키징은, 남자에게는 신성한 것들에 대한 통제력을 부여하고, 여자는 이들에 접
근할 수 없는 오염된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난공불락의 남성 지배를 구축하는 성
의 정치학을 본다. 또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과시되는 남성지배야말로 남성의
뿌리깊은 불안과 무능력감을 위장하고,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본다(위의 책,
435-437). 이때 남성의 불안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비롯된다. 남성은 사
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정치적 통제력을 갖고 있지만 출산은 그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어둡고, 신비하며, 위험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남성은 이 사실을 부러워
하며, 또한 불안해 한다. 많은 문화에서 여성이 상징적으로 주변적이거나 경계적
이어서 문화의 세계에도 자연의 세계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위의 책:393-394)(주8:엘리아데는 대지, 혹은 대지의 산출력과 동
일시 되는 거룩한 존재로서의 여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1959:112-113]. 이러한
사례는 우리 민속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으나 거룩한 존재로서의 여성도 부정한
존재로서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주변적, 경계적, 비일상적, 비정상적 존재라는 점
에서 동일하다)
여성 상징으로서 월경피가 강한 부정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이렇듯 여성의 신
체적 특징에 대한 남성의 원초적 불안감이 반영되어 있으며 동시에 지배를 관철
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바르트는 2차적 의미작용의 단계를, 지배계급의 가
치와 이들을 증진시키고 유지시키는 생각과 실천의 체계로서의 이데올로기인
'신화'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단계로 보았으며 내포적 의미는 축적된 사회적 지식
(문화적 레파토리)을 바탕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story, 앞의 책:같은 쪽). 그렇
게 본다면, 여성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인식의 공유는 주변적, 경계적 존재로서
의 여성에 대한 축적된 지식, 혹은 레파토리가 되며 이 축적 위에서 월경피는
강한 부정이라는 내포적 의미가 작용하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지배의 관철을 위하여 수많은 국면에서 여성을 그들로
부터 구별해내었고, 상징적, 제의적 영역에서 임신과 출산은 그러한 구별 내지는
차별의 근거가 되었다.(주9:부르디외는 남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하여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계급분화와 계급구조를 유지하는 기본원리 중의 하나로 보았다(1979).
각도는 다르지만 상징적 영역에서 여성의 부정시, 혹은 신성시 역시 남성지배를
관철하기 위하여 여성을 구별해내는 문화적 실천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월경피는 바로 임신 및 출산능력의 징표로서 여성 상징이 되며 이것을 부정시하
는 것은 결국 남성 지배의 사회구조, 그리고 세계관의 반영인 것이다. 역사의 진
전과 함께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가 점진적으로 해체되면
서 월경피가, 강한 부정이라는 이차적 의미작용의 신화에서 벗어나 본연의 의미,
즉 일차적 의미작용의 영역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4. 맺음말
성모티브를 중심으로 연행되는 놀이활동들을 검토한 결과, 여성상징으로서 월
경피를 모티브로 하는 도깨비굿과 디딜방아액막이에서 월경피는 '강한 부정'으로
서 역할전환을 통해 부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적 상관을 모티브로 하는 줄당기기와 장례놀이에서 성 모티브는 모두 '재생
산'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지만 그 내포를 달리하고 있었다. 줄당기기에서 성
적 상관은 세시제의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안과태평의 전제인 작물의 순조로운
재생산을 의미하고 있는데 비해 장례놀이에서는 일생의례가 추구하는 바인, 출
생-사망-출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체계의 순조로운 진행, 보다 구체적으로는
사망으로 빈 공동체성원의 재생산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편, 이들 성모티브의 운용에 내재한 주체들의 세계관을 검토할 결과, 주체들
은 자신들의 의지에 의해서 세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주술적 세계관을 일정하
게 견지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주술적 세계관은 이원론적인 사유방
식에 근거한 종교적 세계관과 혼재, 융합, 착종되면서 주술종교 복합적인 사유체
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체들이 그들의 행위를 통해서 추구하는 세계는 현상유지적이다. 그들은 그
들의 행위를 통해서 변화되기 이전의 상태로의 복귀를 추구하며 그것은 다분히
한정재화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것이었다.
여성상징으로서 월경피가 강한 부정이라는 내포의미를 갖게 된 배경에는 남성
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그리고 그것이 용인되는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공적,
일상적 영역을 통제하는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남성은 제반 문화적 장치를 통해
서 여성을 그들의 영역으로부터 구별지으며, 특히 제의적 영역에서 여성은 주변
적, 경계적인 존재, 즉 비정상인 존재로 인식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능력의 징표인 월경피는 강한 부정으로 자리매김 된다. 환언하면 제
의적 맥락에서 월경피의 부정시는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상징적 결과물인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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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지역 육담의 특성 (김기설 : 영동문제연구소 연구원, 육담은 사람의 성
기를 풍자한 내용과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내용이 있는데 그 육담의 종류
를 보면 설화형 육담과 지명형 육담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필자가 조사한 강원도
육담의 종류는 총 45편으로 영동지역의 육담 22편, 영서 지역의 육담 23편이 있
는데 필자가 현장 조사를 통해 얻은 육담과 문헌조사를 통해 얻은 육담이 있다)
1. 강원도 지역의 지리적 배경
강원도는 험준한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내려갔기 때문에 그 산맥
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구분한다.
산맥의 동쪽 지역을 영동이라 하고, 서쪽 지역을 영서라 하는데 영동지역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지역이 많고 그 해안을 중심으로 넓은 들이 있고, 해안의
서쪽인 내륙쪽으로는 산악이 있다. 그리고 영서지역은 산악 가운데 마을이 있고
또 산과 산 사이에 넓은 들도 펼쳐져 있다.
큰 산맥 때문에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은 옛부터 교류가 뜸해 서로 다른 생활
권을 형성했고, 그러다보니 언어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동지역과 영서지역은 행정권역이 강원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다른 동
질성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육담에서는 각 지역이 별다른 특징은 없고 다만 유
성성이 발견된다.
2. 강원도 육담의 특징
2.1. 설화형 육담
육담은 사람의 성기나 성행위의 과정을 묘사한 내용을 화제로 하는 이야기로
일명 음담패설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성기와 성행위를 욕설과 비속어로 사용한
예도 있다.
육담은 인간의 내면세계에 잠재된 본능적인 성을 풍자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그들의 내면에 잠재된 성적 분출의 욕구를 육담을 통해 자극하기도 하고, 또 다
리만족하기도 한다. 육담은 이런 인간의 본능적이고 관심어린 얘기를 풍자했기
때문에 성인남녀 할 것 없이 관심과 흥미를 갖는다.
성인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는 육담은 성적 행위를 금기시하던 사회에서는 공
개적이고 공식적인 장소보다는 사석에서 회자되었고, 특히 술좌석에서 단골로
등장하여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기도 했다.
술 좌석에서 육담 사용은 정신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또 좌중의 분위기
를 부드럽게 하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설화형 육담은 설화의 형식을 갖춘 육담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성기나 성행
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질설적으로 표현한 내용은 성기나 성행위를 여과과정 없이 노골적으로 표현했
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은 성기나 성행위를 노골적인 방법이 아닌 풍자적인
방법으로 표현했다.
직설적인 육담은 체면과 체통을 중시하는 상류계층보다는 신분을 의식하지 않
는 서민대중계층에서 더 많이 통용되었을 것이고, 대신 은유적인 육담은 상류계
층에서 더러 회자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설화형 육담이 서민대중들 사이에 회자된 배경은 신분에 의한 사회적
차별이 철저했던 시대에 성적 소외감을 육담을 통해 보상을 받기 위해 사석에서
자주 등장한 것이다. 양반계층들은 그들의 의사에 따라 성적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으나, 서민대중들은 그렇지 못하고 철저하게 제약을 받았다. 그래서 서민대
중들은 성적 행동의 욕구불만을 육담으로 분출하였고, 또 육담을 통해 간접적으
로 쾌감,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2.1.1 영동지역의 설화형 육담
ㄱ. 설화형 육담의 종류
영동지역은 태백산맥 때문에 영서지역과 교류가 빈번하지 않아 언어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육담에서 어떤 차이점이 발견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했으나 특이한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육담은 육담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에 의해 얘기가 전개되는데,
남녀의 갈등과 대립이 대표적이고, 의인화한 호랑이와 여인의 대립, 주인공과 도
깨비의 대립양상이 있고, 또 남녀의 성기를 통한 대립, 남녀의 성행위 과정을 통
한 대립 등이 있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흥부.놀부와 도깨비 방망이(강릉), 탁발승이 두 처녀에게 준 선물(강릉)
. 시아버지의 훈계(강릉), 딸집에 갔다 봉변당한 아버지(강릉)
. 꿩 먹고 알 먹은 무명장수(강릉), 방재를 혼자 넘은 부인(강릉)
. 보역사(강릉), 벌에 쏘인 남편의 그것(강릉)
. 남편이 좋아한 것은(강릉), 정철과 기생의 음담(강릉)
. 여자 오줌누는 소리(강릉), 달래강 전설(강릉)
. 농악 악기가 내는 소리(강릉), 음처와 남편(강릉)
. 땡삐가 쏜 * 이야기(삼척), 뒤바뀐 영감 얘기(삼척)
. 색시에 입 맞춘 숙부(양양), 잔치집에 불알 소동(양양)
. 자네 나만 하겠는가(양양), 당동 당부동 부동당 당동(양양)
. 망신당한 사돈(양양), 달래강 전설(양양)
ㄴ. 육담에 등장한 주인공과 대상물
영동지역의 육담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형제, 처녀, 중, 할머니, 시아버지, 시어
머니, 며느리, 젊은 부인, 무명장수, 당숙, 조카, 남편, 부인, 선비 등 다양한 계층
에 속한 인물들이다. 또 짐승도 등장하는데 짐승은 우리나라 설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호랑이가 나오고, 그 외에는 쥐, 고양이 등이 나오고, 우리나라 설화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도깨비도 등장한다.
영동지역 육담에 등장한 대상물은 남녀의 성기, 불알, 성행위 등이다.
2.1.2. 영서지역의 설화형 육담
ㄱ. 영서지역 설화형 육담의 종류
영서지역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으로 산악지대가 많고 부분적으로
넓은 들도 있다.
영서지역은 영월, 정선, 평창, 원주, 횡성, 홍천, 화천, 철원, 양구, 춘천 등 광범
위 지역이여서 지역간의 교류관계는 영동지역만큼 원활하지 못하다.
영서지역 육담의 종류는 영동지역의 육담보다 종류나 내용이 다양한 편이다.
. 바람끼 많은 부인 음부에 그려 놓은 토끼화상(영월), 호랑이 쫓은 부인의 월
경(영월)
. 부정한 여자에 대한 원님의 판결(영월), 뒷것으로 새우젖 사먹은 색시(영월)
. 앉은뱅이 키 자랑(영월), 도깨비 방망이로 늘어난 성기(영월)
. 부인의 웃 입술과 아래 입술(영월), 택일을 알아맞춘 며느리의 지혜(영월)
. 여우, 두꺼비 너구리의 키 자랑(영월), * 인가 뭔가 하잖아(영월)
. 소박 맞고 쫓겨온 딸 3형제(영월), 재수 없는 큰 음부(영월)
. 호랑이 물리친 용감한 여자(영월), 호랑이 물리친 용감한 여자(영월)
. 성기로 꾀를 써서 술값 탄 술주정뱅이(영월), 마누라 털이 길어서(영월)
. 중과 과부 방구내기(영월), 달래강(횡성)
. 신방 지키는 법(횡성), 후객의 실수(횡성)
. 달래산(철원), 소문치와 한씨부인(양구군)
. 도깨비 방망이(횡성군), 밤을 굽다(정선군)
ㄴ. 영서지방의 육담에 등장한 인물 및 대상물
영서지방의 육담에 등장한 인물들은 부인, 남편, 건달, 원님, 앉은뱅이, 효자,
효자 친구, 시아버지, 며느리, 아들, 오누이, 신랑, 신부, 딸 3형제, 주정뱅이, 중,
과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고, 짐승은 호랑이, 여우, 두꺼비, 너구리 등이 등장하고,
또 도깨비도 등장한다.
영서지방 육담에 등장하는 대상물들은 영동지방 육담에 등장한 대상물은 같으
나 영서지역 육담에는 방구얘기가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2.2. 지명형 육담
지명형 육담은 일정한 지역의 지형이나 지명에 성기를 상징하거나 성행위를
표현한 것을 말하는데, 이는 자연물에도 음양의 조화를 통해 생명이 있는 물체
로 인식했다.
지명형 육담의 내용은 설화와 같이 일정한 형식을 갖춘 것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하고 단순한 지형의 설명에 그친 것도 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춘 지명형 육담은 '달래강(산)전설, 소문치와 한씨부인'이고,
그외의 지명형 육담은 주인공의 대립과 갈등 양상이 나타나지 않고 단순히 지형
을 통해 남녀의 성기를 표현하거나 상징한 얘기에 불과하다. 지명형 육담에는
지형형 육담과 지명형 육담이 있다.
2.2.1 지형형 육담
지형형 육담은 일정한 지역의 지형을 성기로 상징한 것인데, 여기에는 설화형
육담처럼 설화의 형식이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형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
다.
지형형 육담은 강릉시 유천동에 있는 소문혈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곳의 지형
이 여자의 성기처럼 되어 있어 소문혈 형상이라 한다. 이 소문혈 형상 앞에 남
자의 성기에 해당되는 역두산이 있어, 사람들이 이곳을 쑤시면 역두산이 힘을
쓰게 돼 동네 처녀들이 바람이 나서 음란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역두산
에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또, 이 부근엔 숫개의 성기처럼 생긴 개좆바위(태신
암)가 있다.
또, 태백시 동점동에도 소문혈 형상이 있는데 이 소문혈 형상 앞에 있는 늪고
개의 산이 남자의 성기 형상으로 되어 있다. 옛날 이곳에 사는 김씨가 늪고개에
묘를 쓰고 집안이 잘 되었는데, 사람들이 소문혈 구멍에 나무 꼬챙이를 쑤시면
김씨 집안에서 생피가 붙는다고 하여 소문혈 부근에 사람들이 근접하지 못하도
록 했다고 한다. 이 두 지역은 소문혈 형상으로 되어 있지만 지명으로 남아 있
지 않다.
2.2.2. 지명형 육담
지명형 육담은 일정한 지역의 지형을 성기로 상징한 것인데, 이것이 나중에
지명으로 굳어진 것을 말한다.
지명형 육담도 지형형 육담과 같이 일정한 설화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라
지형의 설명이 지형으로 굳어진 것이다.
지명형 육담의 대상물은 '바위, 봉(산), 굴, 우물, 강' 등인데, 이들 가운데 '강'
을 대상으로 한 '달래강 전설은' 설화의 형식을 갖추었고, 그외의 것은 설화의
형식을 갖추지 않고 다만 성기를 상징하기만 했다.
지명형 육담에서 성기를 상징한 내용 가운데 여자의 성기와 남자의 성기를 사
용한 내용을 살펴본다.
ㄱ. 여자성기를 사용한 지명
지명형 육담 가운데 여자의 성기를 사용한 지명은 그 지역의 지형이 여자의
성기처럼 생겨 사람들이 이곳을 건들면 물이 나온다더가 또 마을 처녀들이 바람
이 난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 종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ㅏ. 영동지역
. 굴바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 바위산 속에 굴이 뚫려 있는데 그 모양이
여자성기처럼 생겼다. 굴에다 막대기로 쑤시면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난다고 한다.
. 암봉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 암봉을 건들면 동네 총각들이 바람이 난다고
하는데 암봉 건너 편에 있는 숫봉에다 묘를 쓰면 암봉에서 물이 난다고 한다.
. 수음바위 (속초시 설악동 계조암 앞) : 바위의 생김새가 여자가 앉아서 방뇨
하는 모습인데, 바위 틈에서 샘물이 나고 이 물을 먹으면 장수한다고 한다. 날이
가물어 물이 잘 안나오면 건너편에 있는 흔들바위를 수음바위 쪽으로 밀면 물이
잘 나왔다고 한다. 옛날엔 흔들바위가 두 개였고, 이것은 남자 낭심에 해당된다.
. 음풍정 (동해시 구미동) : 마을 서쪽에 있는 가름산이 음경형상이고 그 건너
편에 있는 지형이 여성의 음문이여서 두 지형이 마주 보기 때문에 영기가 서로
융합함으로 사람들이 마시면 음풍이 발동해 풍기가 문란해져 이 우물을 없앴다
고 한다.
. 색깔바위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 바위의 모양이 여자의 자궁처럼 생겨 땅
속에 묻어 놓았는데 바람이 불어 이 바위가 노출되면 마을사람까지 생피가 붙는
다고 한다.
ㅑ. 영서지역
. 암샘터 (영월군 북면 문곡리) : 샘이 여자성기처럼 생겨 음곡천이라고도 하
는데 마을에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을 쑤시고 고사를 지내면 비가 온다고 한다.
. 문바위 (양구군 사명산) : 바위의 생김새가 여인이 치마폭을 늘어 뜨리고 폭
주저앉은 형상인데 이 바위는 음기가 세서 치성을 올리면 치성발이 잘 받는다고
한다.
. 처녀굴 (평창군 방림면 하방림리) : 처녀굴이 있는 산의 산세가 여인이 발가
벗고 누워있는 형사으로 그 아래 석굴(직경 1미터 정도)이 있다. 석굴 안에 샘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 샘을 휘저으면 처녀, 부인들이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 처녀굴 (평창군 대화면 신리) : 처녀굴이 있는 산 꼭대기에 샘이 있는데 이
샘을 휘저으면 처녀, 부녀자들이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간다고 한다.
. 처녀굴 (평창군 용평면 금당계곡) : 굴안에 샘이 있어 이 샘을 휘저으면 마
을 처녀들이 바람이 나는데 이 굴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많은 사람들이 와 물
을 휘저어 마을에 온전한 처녀들과 수절하는 부인들이 드물다고 한다.
ㄴ. 남자성기를 상징한 지명
ㅏ. 영동지역
. 숫봉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 이 봉은 내를 사이에 두고 암봉과 마주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 봉을 건들면 동네 처녀들이 바람이 난다고 한다.
ㅑ. 영서지역
. 화냥바위 (홍천군) : 남자성기를 상징하는 바위로 이곳에 와 사모하는 사람
의 이름을 부르면 뜻이 이뤄져 화냥질을 하여 풍기가 문란해져 이 바위를 없앴
더니 풍기가 더 문란해져 다시 바위를 세웠다고 한다.
ㄷ. 성행위 상징
성행위 상징은 남녀의 성기를 상징한 지명형 육담 외에 성행위의 가능성을 타
진한 이야기를 말하는데 이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영동지역에는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와 양양군 현남면 상월천리 달래강 전설이
있고, 영서지역에는 횡성군의 달래강 전설, 철원군의 달래산 전설, 화천군 상서
면 구운리의 달래모퉁이 전설이 있는데 이들 모두 오누이가 함께 길을 가다가
남동생이 비에 젖은 누이의 몸매를 보고 성적충동을 느껴 죄책감에 목숨을 끊으
니 누이가 동생의 죽음을 측은하게 생각하며 한탄하면서 '한번 달라고나 해보지'
했다고 하는 내용이다.
3. 육담의 유사성
3.1. 설화형 육담의 유사성
설화형 육담 가운데 그 내용이 비슷한 설화들이 더러 있는데, 영동지역과 영
서지역의 육담이 비슷한 것이 있고, 또 영동지역에서도 삼척과 강릉에 비슷한
육담이 있다. 또 영서지역에서는 영월지역에서 유사한 육담이 나타난다.
설화형 육담 가운데 달래강 전설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장자못 전설과
마찬가지로 널리 퍼져 있는데 영동지역에는 강릉, 양양, 영서지역에는 횡성, 철
원, 화천지역에도 있다. 설화형 육담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깨비 방망이로 늘어난 성기 (영서, 영월), 흥부.놀부와 도깨비 방망이 (영동,
강릉), 도깨비 방망이 (영서, 횡성)
여우, 두꺼비, 너구리의 키 자랑 (영서, 영월), 앉은뱅이의 키 자랑 (영서, 영
월)
소문치와 한씨부인 (영서, 양구), 호랑이 물리친 용감한 여자 (영서, 영월), 방
재를 혼자 넘은 부인 (영동, 강릉)
땡삐가 쏜 * 이야기 (영동, 삼척), 벌에 쏘인 남편의 그것 (영동, 강릉)
망신당한 사돈 (영동, 양양), 후객의 실수 (영서, 횡성)
잔치집의 불알 소동 (영동, 양양), 딸집에 갔다 봉변당한 아버지 (영동, 강릉)
등이 있는데, 이 중 바깥 사돈이 사돈집에 가서 술을 먹고 안 사돈에게 실수한
내용이 많다.
3.2. 지명형 육담의 유사성
지명형 육담의 유사성은 지형에서 강릉의 소문혈과 태백의 소문혈 형상이 있
고, 그 외에는 평창군 지역에서 나타나는 평창, 방림, 대화, 용평에 처녀굴 지명
이 있다.
4. 빼는 말
문헌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얻은 강원도의 육담 40편을 통해 강원도 육담의
특징을 알아봤다.
육담의 종류는 설화형 육담과 지명형 육담이 있는데 설화형 육담은 일정한 이
야기의 형식을 갖춘 육담이고 지명형 육담은 일정한 이야기의 형식을 갖추지 못
하고 일정한 지형을 성기로 상징한 육담을 말한다.
설화형 육담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녀의 성기를 주제로 한 육담, 남녀의 성행
위를 묘사한 육담, 성기나 성행위에 대한 욕설이 있고, 지명형 육담의 내용을 살
펴보면 일정한 설화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지형을 성기로 상징한 지형형
육담과 성기를 상징한 지형이 나중에 지명으로 굳어진 지명형 육담 등이 있다.
설화형 육담과 지명형 육담에서는 이야기의 전개, 구조, 내용, 또는 지형의 상
징성에서 유사성이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성기나 성행위에 관한 얘기를 쑥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회풍토에서 이러
한 얘기가 서민 대중들에게 흥미있게 회자되는 것은 육담이 화자나 청자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와 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관심이 표출 되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끝으로 육담에는 삶의 진솔함이 내포되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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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 엄홍용 편저, 1995, 영월군
. 태백의 지명유래 김강산,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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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시지 속초시, 1991,
. 임석재 전집 4(한국구전설화), 임석재, 1989, 평민사
충청도 지역 육담의 특성 (김동기 : 건양대 교수)
1. 서언
고대인들은 성을 생생력과 노동력을 가져오는 풍요의식의 한 형태로 중요시
여겨왔다. 여기서 성기와 성행위하는 것을 신성시하는 관념이 형성되어 오늘날
까지 전해 오고 있다.(주1:현재 전국에 퍼져 있는 남근숭배사상은 이의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고대 신화에 나타나는 신성혼이 자유로운 관계
에서(엄격히 말하면, 신성한 것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지만)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또한 후대의 기록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볼 수 있는데 [삼국유
사]의 성기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나 김현 감호조의 자유스러운 남녀관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성이나 성행위 자체를 묘사하거나 표현하
는데 꺼려하는 일종의 타부적인 의식을 갖게된다. 그리하여 남녀칠세부동석 등
의 관용어가 등장할 정도가 되었으며 남자에 의해 일방적인 성행위를 강요당하
거나 겁탈을 당한 경우 목숨까지도 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성기나 성행
위에 대한 이러한 일화는 움츠려들게 되고 은밀한 형태의 전승을 유지하게 되었
다. 그리하여 소화류나 야담집 또는 민담 등에서만 언급될 정도였다. 특히 성표
현에 대한 지나친 위축은 채록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의 구비문학 전승자료에서
도 성에 관한 설화는 채록시 구연에서 상당수 제외되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하였
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방면의 연구 또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은 이러한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주어진 논제가 충청도 지역 육담의 특성이므로 이 지
역에 한정하여 기술하였다. 아울러 그 대상 자료 또한 충청지역에서 전승되는
구비자료에만 의존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2. 충청도 육담의 양상
2.1. 성기묘사담
성기묘사담의 경우는 대개 위기의 모면이나 기지, 성기를 묘사하는 어휘 또는
이로 인해 파생된 속담의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여성 성기에 대한 예를 보면,
ㄱ. 충북 보은에 삽작고개가 있었음.
ㄴ. 이 고개는 험준하여 호랑이나 늑대와 같은 산짐승이 자주 나타나므로 여
러 명이 넘어야 함.
ㄷ. 경상도 문경에서 보은으로 시집온 색시가 갑자기 부모 부음을 받음.
ㄹ. 그래서 급히 머리를 풀로 이 고개 밑 주막집에 당도하니 남자 5-6명이 같
이 넘자고 함.
ㅁ. 그럴 시간이 없다며 색시 혼자 고개를 넘어가기로 함.
ㅂ. 다른 사람들이 이 여자의 담력이 얼마나 센가 지켜봄.
ㅅ. 산짐승이 나온다는 산마루턱을 다 올라가서 옷을 전부 벗어 허리 끝에 매
어 등에 붙이고 알몸이 된 채 엎드려서 거꾸로 올라감.
ㅇ.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사람 냄새를 맡고 나타남.
ㅈ. 호랑이가 보니 한 마리의 짐승이 기어 올라오는데 네 발도 달리고 꽁지도
있으나 어떻게 된 것인지 입이 가로로 째져야 할 것이 세로로 째져 있고 그 가
에는 수염이 시커멓게 나아 있으며, 뒤를 보니 꽁지는 새까만데 여기에 눈이 달
려 있고 입도 달려 있는데 이 입은 가로로 째져 있음.
ㅊ. 색시는 일어나 옷을 입고 바삐 부모상을 모시러 감.(주2:임석재전집 6, [한
국구비설화] -충청남북도편-, 평민사, 1990, 19-21쪽. 이하 한국구전설화라 약칭
함)
위의 내용을 보면 여성의 성기를 이용해 호환을 퇴치하는 장면이 재치있게 묘
사되어 있다. 아울러 여성의 성기에 대한 언급도 직설적이다. 이러한 양상은 고
대소설 변강쇠전이나 가루지기타령과도 흡사하다. 남자 성기에 대한 묘사는 이
야기 속의 일부로 나온다.
ㄱ. 노인부부가 살았는데 할머니가 베를 짜면 할아버지에게 장에 나가 이것을
팔아오라고 하여 생계를 유지함.
ㄴ. 번번히 베를 짜서 판 돈으로 할아버지가 술을 마심.
ㄷ. 단단히 당부하는 말을 듣고 장에 나왔으나 또 베 판 돈으로 술을 마심.
ㄹ. 야단 맞을 것을 염려한 할아버지는 꾀를 내어 성기를 뒤로하고 전대로 꽉
올가매 성기가 없는 것처럼 하고 귀가함.
ㅁ. 할머니가 술 취한 할아버지 옷을 벗기고 뉘일려고 사타구니를 만져보니
성기가 없음.
ㅂ.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깨워 물으니 술을 먹다가 돈이 모자라 성기를 술집
에 잡혀 놓고 왔다고 말함.
ㅅ. 할머니가 베를 짜 줄테니 당장 찾아오라고 함.
ㅇ. 할아버지는 장에 가서 또 술을 사마시고 성기 묶었던 전대를 풀고 집으로
옴.
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눕혀 놓고 '이렇게 좋은 것을 잡히다니'하며 성기를
자꾸 만지자 성기가 눈물을 흘림(사정함)
ㅊ. 할머니가 이것을 보고 '하룻밤 좀 못봤다고 이렇게 반가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꺼떡꺼떡 인사를 하네'라고 하면서 좋아함.(주3:[한국구전설화] 180-181
쪽)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성에 대한 성기 묘사는 직접적인 것보다는 상징적으
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성무지담에 들어갈 것이지만 남자 성기에 대한
묘사의 예를 들어보기 위해 인용해 본 것이다.
이와 같은 남녀 성기 묘사는 성기 어휘에 대한 유희로도 나타난다.
ㄱ. 어떤 영감이 며느리 셋을 얻음.
ㄴ. 생일날 며느리를 보고 자신을 기쁘게 하는 글자로 인사를 하라고 함.
ㄷ. 큰 며느리가 갓을 쓰고 와서 '안자로 뵈옵니다' 함.
ㄹ. 둘째 며느리가 애기를 옆에 안고 와서 '호자로 뵈옵니다'함.
ㅁ. 마땅한 글자를 생각해 내지 못한 셋째 며느리는 얼른 옷을 내리고 궁둥이
를 시아버지 앞에 대고 '여자로 뵈옵니다'라고 함.
ㅂ. 궁둥이와 성기의 두 구멍이 맛닿으니 여자가 된 것임.
이러한 예는 그야말로 재치와 유머가 뛰어난 언어 유희가 아닐 수 없다. 포복
절도할 만하다 하겠다.
이와 같이 민간설화에 한자투의 언어 유희가 보이는 것은 이것이 양반들의 육
담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교수잡사]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설화가 실려 있다.(주4:이는 시아버지 회갑때 헌수를 올리는데 큰
며느리가 천황씨, 둘째 며느리가 지황씨가 되라고 축수한 반면 셋째 며느리는
양물이 되라고 축수한다는 이야기이다. 양물은 비록 죽을지라도 다시 환생하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성기 어휘에 대한 언어적 유희는 속담을 낳기도 하였다.
ㄱ. 보은읍에서 남쪽으로 삼십리쯤 가면 5일장인 원암장이 있었는데 꽤 큰 농
산물 집산지였다.
ㄴ. 이 원암장에는 떡전거리가 있어 집이 가난한 아낙네들이 여기에서 떡을
팔았음.
ㄷ. 어느 아낙네가 쑥떡을 팔고 있는데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치마만 입고 양
무릎을 세우고 있었으므로 바람에 치마가 들려 그 앞에 있던 남자에게 성기를
보이게 됨.
ㄹ. 이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해서 "쑥 넣었으며 좋겠네"라고 말함.
ㅁ. 여자는 '쑥을 듣어 떡어 넣었으면 좋겠네'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아 듣고
"쑥 넣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남자가 아니 "쑥 넣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함.
ㅂ. 이러한 대화가 화제가 되어 그 이후로는 떡전거리에 갈 때 성기를 발기하
고 가면 떡도 거져 먹고 장도 볼 수 있다하여 '까고 원암장 가네'라는 말이 생
김.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속담류의 파생은 빈한하게 사는 시골사람들의 생활을
익살과 해학으로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양상은
또한 성기와 성행위 자체를 신성시하던 고대인의 사고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
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구박만 하는 아내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장
에 간 남편이 고물 안묻힌 인절미를 성기 옆에 차고 와서는 부엌으로 들어가 칼
로 자못 성기를 자르는 체 하면서 인절미를 잘개 개를 주었더니 아내의 태도가
달라 졌다는 이야기에서(주5:[구비문학대계} 4-4, 보령군편, 356-357쪽) '그것 벼
서 개주라'라는 속담이 생겼다는 설화도 있어 주목된다.
이와같은 성기 묘사는 성을 타부시하는 유습이 남아 있던 시대에 성의 무지에
서 오는 한 양상이기도 하다. 또한 부부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성기의 소
중함을 잘 지적하고 있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의 존재를 보다 뚜렷이 하고 있다
는 점에서 남성우월사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2.2. 성무지담
성무지담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설화들은 남녀합궁에 대한 무지, 성기에 대한
무지 등의 양상을 띠고 나타난다. 먼저 남녀 합궁에 대한 무지의 예를 들어보자.
ㄱ. 옛날에 한 아이가 있었는데 글에서 배운 대로만 실행함.
ㄴ. 어느날 서당에서 '남녀칠세부동석'을 배운 후터는 다른 여자하고 같이 있
으려 하지 않음.
ㄷ. 장가간 첫날밤 신부가 옆에 앉으니까 남녀칠세부동석에 어긋난다하여 벽
만 쳐다보고 신부는 거들떠 보지도 않음.
ㄹ. 날이 새자 신부는 기다리다 못해 친정어머니한테 쫓아가서 병신한테 시집
보냈다고 울면서 보챔.
ㅁ. 이런 광경을 본 신부 오래비가 아마도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 때문인 것
을 알고 꾀를 냄.
ㅂ. 아침을 먹은 후 신부오래비가 신랑신부를 안방에 불러놓고 다시 행례를
하겠다며 신랑신부를 마주보게 세워 놓은 다음 윗목에는 정화수를 떠놓고 아랫
목에는 이부자리를 편 후에 신랑신부만 방에 남겨 두고 밖으로 나와 홀기를 읽
음.
ㅅ. "신부 취 금침" 하자 신부가 요 위에 누움.
ㅇ. "신랑, 신부 양각지간에 궤좌" 하니 신랑이 신부 양다리 사이에 가서 꿇어
앉음.
ㅈ. "신랑 취 신부복상" 하자 신랑이 신부 배 위에 엎드림.
ㅊ. "진 퇴 진 퇴 진 퇴......" 한참 이렇게 하고 있던 동생이 진퇴소리가 너무
느리다며, "진퇴진퇴진......"라고 빠르게 홀기를 대신 읽음.(주6:[한국구전설화]
186-187쪽)
이것은 신혼 첫날밤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성교에 대한 무지를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남녀간의 자유로운 연애는 물론 접촉마저도
용납되지 않던 시대에 혼인을 한다해도 남자는 사랑방에서 여자는 안방에서 초
혼하기 전날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 성지식의 전부였으므로 이러한 재치있는 방
법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합궁의 절차를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혼인한지 10여년이 되도 아이가 없는 샌님에게 동생이 합궁
하는 절차를 가르켜 주는 것에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저어 내가 처음 행례할 때 마냥 홀기를 써서 홀기를 불러 드릴 터
이니 형님하고 형수님하고 내가 부르는 홀기대로만 하십시오" "그라지" 그래서
동생은 홀기를 써가지고 밤에 와서 제 형하고 형수하고 껌껌한 방 안에 들어가
게 하고 두 본 옷을 다 벗고 드러눕게 하고 홀기를 불렀답니다. "형님 저어 오짐
눌 때 쓰이는 것 있지요" "응, 있지. 있어" "형수님도 그것 있을 겝니다. 형님 오
짐누는 것하고 형수님 오짐 누는 것하고 모두 한대 대십시오"이라니 선비는 댔
지. "게 인제 나갈 진자 불르테니 나가고 물러날 퇴자 부르면 물러나시요"이래
놓고 진 퇴 진 퇴하고 홀기를 불렀어요. 한참 이렇게 진퇴진퇴하고 부르고 있는
데 형수님이 성미가 급했던지 "아이고 서방님 그렇게 느리게 부르지 말고 빨리
좀 부르시오" 이랬어요. 그래서 동생은 그러지요. 하고서는 진퇴진퇴진퇴진퇴진
퇴......하더랍니다.(주7:같은 책, 188-189쪽)
이 이야기는 앞서 든 이야기보다 더 익살스러움을 볼 수 있다. 단순한 합궁의
차원을 벗어나 성교의 흥미까지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와는 달리
성의 무지가 살인마저 저지르는 이야기가 있다.
ㄱ. 어린아이를 장가보내면서 어머니가 아들이 실수할까봐 첫날밤 각시를 홀
딱 벗기라고 타이름.
ㄴ. 첫날밤 신랑은 어머니가 일러준대로 신부의 옷을 전부 벗기고 주머니 칼
을 꺼내 신부의 살가죽을 베낌.
ㄷ. 신부는 아픔을 참지 못해 "아이구 아퍼 나 죽겠네"하고 소리침.
ㄹ. 이 소리를 방밖에서 듣던 친정어머니가 "야아 참아라. 첫날밤은 다 그런
것이다"라고 타이름.
ㅁ. 아무소리가 없자 첫날밤을 잘 치룬줄 알고 잤는데 딸이 아침 늦도록 일어
나지 않아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신랑은 주머니 칼을 빼들고 있고 딸은 가죽
이 다 벗겨져 죽어 있음.
어린 아이를 혼인시키며 염려스러워 말해준 것이 오히려 신부를 잔인하게 죽
이는 결과로 나타난 예다. 이는 성의 무지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조혼 풍습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조혼 풍습에 대한 거부 반응을 읽
을 수 있다.
성기에 대한 무지담은 앞에서 예로 든 '그것을 잡히고 술마시다'와 '아내 버릇
고치기'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예들은 시각적으로 남녀의 성기를 접할 수
없었던 당시로서는 당연한 듯 보이나 여러 해를 같이 산 부부나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부부까지도 성기에 대한 무지를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성기에 대한
무지의 표출이 아니라 생생력의 수단으로써 또는 성적 유희의 수단으로써 남자
성기의 중요성이 역설적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ㄱ. 길을 가던 나그네가 날이 저물어 봉놋방에 들었다. 봉놋방에서 장돌뱅이로
해서 여러 명이 자고 있었다.
ㄴ. 나그네가 소변이 마려워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보니 여름철이라 주
인부부가 알몸으로 깊이 자고 있음.
ㄷ. 나그네는 주인집 여자가 예쁘고 잠이 들어 있으므로 욕정을 이기지 못하
고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주인집 여자와 관계를 가짐.
ㄹ. 주인집 여자는 잠결에 자기 남편인줄 알았는데 관계하는 식(방법)이 다르
므로 눈을 떠 보니 자기 남편이 아님.
ㅁ. 관계를 마치고 나그네가 나가자 주인집 여자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남
편에게 말함.
ㅂ. 화가 난 남편이 봉놋방으로 들어가 자는 사람들의 연장(성기)를 검사하기
시작함.
ㅅ. 나그네는 위기를 모면하려고 꾀를 내어 옆에 있던 깨를 성기에 바름.
ㅇ. 남편이 나그네에게 성기를 보이라고 소리를 지르자 나그네는 "볼라면 보시
우. 내가 내 연장을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유명한 연장이오. 모르는 사
람은 거머귀좆이라고 하는 아는 사람은 반개강정좆이라구 그럴게요"하고 자기
성기를 보이는데 성기에 깨가 묻어 있음. 남편이 보고 "내 육십 평생을 살았어도
반개강정좆이라구 하는 좆은 첨 봤다"고 함.
ㅈ. 나그네는 위기를 모면함.(주8:[구비문학대계] 4-3, 아산군편, 367-370쪽)
이와 같은 예는 남의 아내를 겁탈하고도 재치있는 말과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
했다는 이야기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과 눈치가 빨
라야 절에 가서도 젓국을 먹을 수 있다는 속담의 양측면을 다 수용하는 설화라
는 점에서 민담에서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특징이랄 수 있다. 남의 부인이나
처녀를 희롱하다가 봉변당하는 사례를 문헌설화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
문이다. 한편 이러한 예는 여자들에게는 정절을 요구하면서도 남성들 특히 양반
계층의 남성들은 기녀, 하녀, 평민의 아내 등과 통정하며 조금도 사회적으로 문
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회의식의 단면을 담고 있다 하겠다. 남편이 옆에 누워 있
는데도 대담하게 부인과 정사를 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단면이 뚜렷이 나타난다.
성기에 대한 무지담의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ㄱ. 난리가 나자 김진사 부부는 젖먹이 딸 하나를 업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산전을 일구고 길쌈을 해서 의식을 해결하며 살았다.
ㄴ. 어느덧 세월이 20년이나 흘렀고 딸도 둘이나 더 낳았으므로 그냥 산중에
서 눌러 살게 되었다.
ㄷ. 김진사 부부는 딸들을 시집보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딸 셋은 산중
이 워낙 깊어 사람이라고는 부모와 저희 삼형제 밖에는 본 일이 없음.
ㄹ. 큰 딸이 20살이 되도록 세상 물정 모르던 어느날 총각 한 명이 산 속으로
사냥하러 왔다가 점점 깊숙히 들어오는 바람에 처녀 셋이 거주하는 곳까지 이르
게 되었다.
ㅁ. 처녀 셋은 총각을 보고 깜짝 놀랐으나 총각은 꽃같은 처녀 셋을 보고 기
뻐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룻밤 묵어 가게 해달라고 청함.
ㅂ. 처녀들은 그제서야 안심하고 총각에게 저녁밤을 차려줌. 총각은 저녁을 먹
고 난 후 세상 이야기를 들려줌.
ㅅ. 총각은 딴 방에서 자게 되었는데 세 처녀 생각에 잠을 못 이룸. 그리하여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백지로 조그마한 꼬깔을 접어 성기 위에 씌음.
ㅇ. 큰 처녀가 한숨 자고 일어나보니 총각 방에 불이 켜져 있으므로 문틈으로
엿보니까 총각 사타구니 사이에서 조그만 사람이 끄떡끄떡 하고 있음.
ㅈ. 처녀가 총각 혼자 온 줄 알았는데 또 한 사람이 있으므로 방문을 열고 총
각한테 '혼자 온 것이 아니며 왜 자지 않느냐'고 물어봄.
ㅊ. 총각이 천연스럽게 (자기 성기가) 저녁을 못먹었기 때문에 대노해서 잠을
못자고 있고 그로 인해 자기도 잠을 못자고 있다고 말함.
ㅋ. 저녁을 마련한다고 말하는 처녀에게 이 양반(자기 성기)은 체하고 괴로워
서 밥은 못먹으며 죽 또한 못먹고 성미가 급해서 오직 처녀 오줌밖에 먹지 않는
다 함. 요강의 오줌을 가져오겠다는 처녀에게 오줌은 차서 못먹는다고 말함. 그
자리에서 오줌을 누어 주겠다는 처녀에게 성미가 이상해서 직접 오줌 구멍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함. 처녀는 내집에 온 사람을 굶길 수 없다며 옷을 벗
고 오줌구멍을 내밀음.
ㅌ. 첫 경험을 한 큰 처녀가 두 동생에게도 그 기분을 말하고 권함.
ㅍ. 두 처녀도 관계를 가짐.
ㅎ. 떠나려는 총각을 꼭 붙잡고 같이 살자고 말함.(주9:[한국구전설화], 191-193
쪽)
이러한 이야기는 성에 대한 무지와 그 무지함 속에서도 성행위의 즐거움을 느
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 당시 사회 습속의 한 단면을 잘 드러내준다.
즉 남자와의 접촉이 어려웠던 사회 여건으로 본다면 당연히 남자 성기를 본 바
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어떻게 보면 한 남자를 두고 세 자매가 관계를
하는 패륜적인 사실로 말미암아 지탄의 대상이 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이야
기는 단순히 성행위의 즐거움이나 거기서 나타나는 패륜적인 면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인간은 혼기가 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성혼하여 합궁을 해야 하며
아울러 그 결과로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간 본능의 소중함으로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인적이 없는 곳이라도 여자들만의 삶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생활은 용납될 수 없다는 습속의 배여 있다 하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근친상간만은 용납치 않고 있다. 충청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를 보이고 있는 달래강, 달래나 보지 등의 설화는 이를 단적으
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절대절명의 순간에는 하늘의 인정하
에 남녀가 합궁하는 예를 홍수설화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민간설화에서의
성은 절대로 윤리.도덕적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난잡하지도 않은, 적당히 절제
되고 적당히 긍정되는 가운데 포용되어 왔던 것이다.
2.3. 호색치정담
호색치정담은 여색을 탐해서 생긴 이야기 또는 남녀 사시의 애정에서 빚어진
이야기를 말한다. 이것은 호색형과 간부징치형으로 대별해서 살펴 볼 수 있다.
호색형의 경우 (1)처음처럼 지나치게 여색을 탐함으로써 빚어지는 이야기와 (2)
처음에는 몰랐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나중에 지나치게 탐닉함으로써 빚어
지는 이야기로 나뉘어진다. 먼저 (1)의 경우를 보자.
ㄱ. 어느 나그네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인가를 찾았다.
ㄴ. 인가를 찾지 못해 탄식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불빛이 있었다.
ㄷ. 가서 보니 젊은 여자가 한 명이 나오므로 묵어 가게 해달라고 사정하니
여인이 부엌에서 자라고 함.
ㄹ. 부엌에서 자다보니 추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으므로 꾀를 내어 자꾸
기침을 함.
ㅁ. 시누이가 '방에 들어오게 해서 저 웃목에서 자도록' 하자면서, '얼어 죽으면
어떻하냐'고 하니 올케가 들어오라고 함.
ㅂ. 나그네가 흙이 묻은 짚신을 가지고 들어가 코를 대고 자면서 이것을 떼면
잠꼬대가 심해서 다른 사람은 못잘 것이라고 말함.
ㅅ. 시누이가 올케 보고 그 짚신 좀 떼어보라고 말함.
ㅇ. 방에 있는 자로 짚신을 떼자 "에-참에 -저 놈 좀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아이구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를 반복함.
ㅈ. 그러자 올케가 "에이구 데리꾸 자구 싶으면 데리꾸 자지?"하고 말함.
ㅊ. 나그네가 올케와 관계를 하자 시누이가 생각다 못해 "참, 기왕할 테면 새
눔허지 흔놈혀? 원 제기 나 같으면 새눔 허지 흔눔 앙컸네"라고 말함.
ㅋ. 나그네는 아침이 되면 두 여자가 시기를 할까봐 두 여자와 다 관계를 가
짐.(주10:[구비문학대계} 4-5, 부여군편, 467-469쪽)
이 이야기에서 나그네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려 한다. 꾀를
내면 하나만이 아니라 둘 이상도 관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덕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익살과 해학을 읽을 수 있으며, 여자들의 심리를 묘
하게 그려내고 있어 재미를 더 해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2)의 경우는 대개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이나 '오유란전', 문헌설화에 나오는
'여색을 멀리하는 선비 이야기' 등과 같은 류의 이야기이다. 여색을 멀리하고 지
조를 굳게 지키던 선비가 기생과 그의 친구 계략에 넘어가 봉변 당한다는 이야
기이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성 앞에서는 허세가 통하지 않으며, 겉으
로는 체면을 존중하면서도 속으로는 음란한 생각을 품고 있는 양반에 대한 풍자
이다.
간부징치형은 (1)기지로써 직접 간부를 징치하는 경우와 (2)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을 제삼자가 징치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1의 예를 보자.
ㄱ. 어떤 처녀가 간부와 정을 통함.
ㄴ. 혼인 말이 오고 갈 때 처녀에게 간부는 뒤주 속에 넣어 시집가는 날.
ㄷ. 시집가는 날 처녀는 뒤주에 간부를 넣어 가지고 신방에 둠.
ㄹ. 이것을 안 신랑이 자는 척하고 있으려니 신부가 뒤주의 문을 열라고 함.
ㅁ. 신랑이 장인, 장모를 부름.
ㅂ. 신랑이 옛날 이야기처럼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 뒤 그런 경우 어떻게 했
으면 좋겠느냐고 물음.
ㅅ. 그러자 장인, 장모가 그런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 말함.
ㅇ. 신랑이 여기서 보겠느냐고 말하면서 밖에 있는 종을 부름. 그러자 끈과 도
끼를 가진 사람이 들어옴.
ㅈ. 뒤주를 묶은 후 도끼로 마구 내려치자 간부가 뒤주에서 나옴.(주11:[구비문
학대계] 4-5, 부여군편, 169-172쪽)
이것은 집을 좇겨난 사람이 우연히 혼인말이 있는 처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
게 되었을 때 목격한 일로 인해 간부를 징치하고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다. 이
러한 류의 이야기는 근친상간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륜을 저지
르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도덕법규에 철저한 의식의 일단을 담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즉 상부를 했다거나 노총각, 노처녀, 홀아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륜 특히 여자 쪽에서의 불륜은 인정치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예는 비
단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능구렁이가 독사하고 교미하는 장면
을 보고 제 짝도 아닌 것과 관계를 갖는다하여 때려 죽이자 밤에 다른 능구렁이
가 복수하러 왔다가 이런 사실을 알고 놓아주었다는 이야기에서 동물조차도 정
절을 소중히 여긴다는 인식이 위의 설화와 일맥 상통한다. 2의 경우를 보자,
2.4. 성기지담
이 유형의 이야기는 성기나 성관계에 대하여 재치를 발동하여 뜻한 바를 이루
거나 위기를 모면하는 형태이다. 기지(위트)의 원래 뜻인 유머와 순간적 재치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성기지담은 가장 대중적인 선호도가 놓은 유형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ㄱ. 어느 여자가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정부와 낮거리를 함.
ㄴ. 도중에 남편이 들어옴.
ㄷ. 남편을 부엌으로 끌고가 시루를 씌움.
ㄹ. 점쟁이가 알려준 것이라고 거짓말하며 액땜하는 노래를 함.
ㅁ. 그 사이에 정부는 도망침.(주12:[구비문학대계] 4-5, 부여군편, 466-467)
이 이야기의 제목은 [낮거리하다 들킨 여자]이다. 여기서 이 여자는 재치를
발휘하여 어려운 상황을 용케 면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는 청중이나 전승자에
게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초래하였을 것이다.
2.5. 성매개출세담
성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들의 만남 없이는 초래할 수조
차 없다. 그러나 언제나 관계를 맺는 당사자들이 남성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
로 우월한 것만은 아니다. 여성이 남성의 지위에 의해 신분상승이 되는 것은 관
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특히 성을 매개로 하여 남성이 입
신 출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면 이는 이야기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사실 고대설화중의 <서동>이나 <온달> 등도 근본적으로 이 유형에 속하
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ㄱ. 소금장수가 원님의 행차를 보고 부러워함.
ㄴ. 옆에서 보던 자가 작은 다리 큰 다리를 다 밝아야 한다고 말해줌.
ㄷ. 광나루다리까지 가서 밤에만 다리를 밟음.
ㄹ. 마침 당대 세도가의 애첩이 보고 의아해 하다가 결국 통정하게 됨.
ㅁ. 대감에게 발각남.
ㅂ. 대감의 세 아들에게 해결방법을 묻자, 둘째와 셋째는 죽여버리라고 하지만
큰 아들은 멀리 있는 고을에 원님으로 내보내자고 함.
ㅅ. 대감이 동의하여 소금장수는 원님이 됨.(주13:[구비문학대계] 4-4, 보령군
편, 176-178)
소금장수가 원님이 되는 급격한 신분상승의 과정에서 공인되지 못하는 서잉
매개체로 작용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밖에도 아들 8명을 갖고 있는 홀아비와 아
들 8명을 갖고 있는 과부가 서로 만나 아들 16명을 갖는 부부가 된다는 이야기
(주14:[한국구전설화], 90-98쪽)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어떤 의미에서 성이 인
간의 가장 원초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할 때 이 유형의 이야기는 상류사회에서부
터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포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충청도 육담의 특성
3.1. 지역적 특성
충청도 지역의 육담에 대한 특성 중에서 먼저 지적할 것은 육담의 분포가 적
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유가적 가치기준에 충실하고자 했던 사회풍조가
반영된 소치이며, 더욱이 충청도는 양반지역이라는 인식하에 이야기의 전승자나
향유자들이 육담을 꺼려했던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2. 표현상의 특징
육담의 분포가 적은 사실과 같은 이유에서 유래되는 것이지만, 이 지역의 육
담은 표현이 점잖고 완곡한 모습을 보인다. 남녀의 동침장면은 거의 생략된 채
로 전승되며 성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감정의 표현 등이 자제되어 있는 실
정이다. 예를 들면 성기는 '그것'이나 '거시기' '연장' 등으로 지칭되며 성관계는
'그것', '재미를 보다'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남성주도형이 대부분이며 여
성이 능동적으로 나타나는 설화가 드물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3.3. 역사인물의 등장
충청도 지역과 연고가 있는 역사적 인물이 관련된 육담이 몇 개 있어 주목된
다.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인물은 어사 박문수이고 토형 이지균이나 율곡 이이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육담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희화적으로 묘
사되는 경우는 없고, 이들의 주변인물과 관계된 육담에 등장한다. 특히 율곡 같
은 경우는 성에 초탈했던 인물로 그려져 있어 특징적이다.
4. 결언
충청도 육담의 특징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전
국적인 육담이 갖는 특징, 즉 해학과 익살을 동반하며 숨겨져 있는 것을 들추어
냄으로써 야기되는 긴장의 이완과 웃음의 유발이 동반되며, 나아가 육담으로써
사회와 인간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면모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
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하여 육담의 분포가 적다든지, 표현이 점잖고 완곡하다든
지, 역사적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든지 하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다른 지역과 대비 고찰함으로써 충청도 지역의 육담이 갖는 특성이 전
국적 육담이 갖는 특성과 같고 다른 점이 보다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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