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주택성은 1978 년 초 제다. 리야드, 알코바에 대단위 주택 공사를 발주 하였다. |
시행율 53 %, 라스 알 가 현장의 완공 보고 때문인가? " H " 건설의 아침
전체 회의는 오랜만에 살 얼음이 녹아 내리듯, 조용한 분위 속에서 진행 되었다.
왕 회장의 입김을 불어 내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의 톤이 가늘어지면, 적어도
임직원이 질타 당하는 일은 없다.
보고자도 긴장이 풀린 듯, 보다 냉냉한 목소리로 다음 보고 자료를 올린다.
" 제다 지사, 정 부장으로부터의 보고 입니다. 앞으로 10 년동안 얀부 지역에서
발주 될 플랜트 공사의 내용을 보고 해 왔습니다.
첫 번째가, 에티렌, 폴리에티렌, 에티렌 글리콜등 석유 화학제품 생산 공장 입니다.
두번째로, 아로마틱( 자이렌 과 벤젠 ) , PTA ( 텔레프탈릭 액시드 ), 폴리에스터
택스타일 칲스, 택스타일 스테이풀, 등의 생산 공장 입니다.
세번째는 공업용 산소 (옥시즌), 니트로겐, 알곤, 크맆튼-제논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네번째는 이테인, 프로판, 부탄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다섯번 째는 휘발유, 연료용 오일, 디젤, 항공연료, LPG 등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여섯번째는 각종 루브 오일 (Lube Oil )의 생산기지 입니다.
현 단계로는 얀부 개발계획에 포함 된 기본 계획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성안이 않 된 상태랍니다. 발주 시기, 규모, 발주처등은 차후 구체화 되는 대로
자세히 보고 하겠다고 합니다."
" 플랜트 공사가 진행 될려면, 도로공사, 항만 공사, 비행장공사, 담수 발전소
공사가, 그 앞에 와야 하니까, 그런 공사들을 잘 챙겨 보라고 해요."
곧 이어 왕 회장의 장난기 석인 표정이 토목 담당 부사장에게로 향했다. 토목 담당
부사장은 곧 잘 왕 회장의 말 상대로 꼽힌다. 현재 중동에서 주로 토목 공사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질타의 대상으로, 또는 칭찬의 대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비교의
대상으로도, 토목부가 거론 된다. 그 만큼, 왕회장의 토목부에 대한 애증은 깊다고 할
수 있다.
왕 회장은 기분이 좋을 때면 평소 않하던 존대 말도 거침없이 나온다.
" 여봐요!, 토목 부사장!, 여기 루브 오일 생산기지라고 했는데, 루브 오일이
뭔지 알아요? "
" 예!, 자동차에 쓰이는 기름에 일종입니다. "
" 그 답은 50 점 밖에 않되요, 토목에 대해서는 좀 아는데 기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더 많군, "
이제 왕 회장의 표정이 의기 양양 해 졌다. 갑자기 여기 저기에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왕 회장의
표정이 이렇게 변하면, 그 다음 이야기는 한 층 더 부드러워지고, 회의 분위기는
즐거운 놀이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긴장하고 있던 계열사 사장들도 우스겟 소리로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 루브 오일이지요, 기계가 잘 돌아 가도록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지. 사람 몸의
비타민과 같은 거야. 사람 몸에 비타민이 없으면,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많아도
제 기능을 못하지요."
" 내가 어제 병원에가서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말이 내 심장은 삼십대라고
하고 간은 40 대 초반이라고 합디다."
이제 왕 회장의 얼굴표정은 평소에 좀 처럼 보기 어려운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말 하는 동안 눈은 반 쯤 감겨 있고, 입은 옆으로 한껏 벌어져 입가의 잔 주름이
엷게 패인다. 매우 즐겁게 웃는 표정이다. 이 쯤 되면, 회의장은 이미 회의장이
아니다. 왕 회장의 강의실이 된다.
" 사람이 예순을 살면, 회갑이라 하고, 요행이 칠십을 살면 칠 순이라고 해서
큰 잔치들을 하는데, 그거 모두 잘 못 된 거예요. 각자가 노력만 하면 100 살까지
거뜬이 살 수 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80 대부터 시작 된다고 봐요.
60 대는 유년기고, 70 대는 소년기고, 80 대에 청년기이고, 90 대는 장년기, 그리고
100 살이 되야 노년기라고 할 수 있거든. 유년기, 소년기 때는 아직 어려 세상 경험이
없는 때니까,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80 대 청년기에 들어야, 의욕도 생기고
목표도 세울 수 있어서 자기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왕 회장의 강연이 진행 되는 동안, 회의장 분위기는 다시 숙연 해 진다.
* * *
정부장이 사우디 왕실 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얀부 지역 개발 공사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정작 대형 공사의 국제 입찰 공고는 엉뚱한 곳에서 먼저 터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택성은 1977년 초 사우디 동부의 알코바, 중부의 리야드,
서부의 제다에 대 단위 주택 건설 공사를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신문에 계제 하였다.
주로 토목 공사에 비중을 두고 있던 " H " 건설은 이번 공사를 수주 함으로서 건축
공사의 기반을 확고하게 잡겠다는 정책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 번 결정의 주체는 해외 건축부이다. 해외 건축은 해외 토목에 대하여 항상 경쟁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적은 매년 열세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건축이 단연 우세하나, 해외에서만은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왕 회장으로부터 곧 잘
질타를 감수 해야 한다. 이 번 입찰은 자존심을 만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제 입찰에 참가하려면, 우선 P/Q ( Prequalification for Bid - 입찰 참가 자격
신청서)를 발주처에 제출 하는 절차가 있다. 참가업체의 재정상태, 과거 시공경험,
시공 실적, 기술인력 보유 현황, 장비 보유 현황, 등 해당 공사를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행 해 낼 수 있는지, 능력평가를 위한 사전 검증이다. 따라서 P/Q 서류만은
잘 꾸며야 한다.
재정보고서에는 공인 된 회계 법인의 최소 3 년간의 결산보고서, 즉, 대차대조표와
손익 계산서를 포함하며, 거래 은행의 금융 확인서까지 첨부 되어야 한다. 과거 시공
실적은 시공 발주처의 사실 확인서를 공증까지 맡아서 첨부 하여야 한다. 관련 자료를
첨부 할 경우, 그 분량은 500 페이지에 이르며, 큰 업체 일수록 그 분량은 더 많아진다.
이 P/Q 서류는 발주처에 따라, 또는 공사 성격에 따라, 서류 내용을 달리한다.
토목 공사 일 경우, 토목 공사의 시공 실적을 더 많이 담아야 하고, 건축공사일 경우
건축 시공 실적을 더 많이 실려야 한다. 입찰 공고가 나면, P/Q 서류 준비 팀은
타자기에 매달려 몇 날 밤 야근을 하게 된다.
각 부서에서는 오타 없는 일급 여고생 타자수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경쟁이 치열하다.
오타가 날 경우, 정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야근 하는
날이 더 많아진다. 오늘 날과 같은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이다.
P/Q 서류의 준비는 주로 해외 영업부의 신입사원들 몫이다. 신입 사원들에게 회사
내력을 알려 주는 수단으로 그 이상 좋은 재료가 없다. P/Q 를 한번만 꾸며 보면
자기가 몸 담고 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쉽게 파악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신입 사원에게는 입사 당시 오리엔테이션이 있긴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P/Q 서류만 못하다.
리야드 지사에서 확인 한 바에 의하면, 마감 일까지 주택성에 제출 된 P/Q 서류는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건설 업체를 포함하여 모두 22 개의 P/Q 서류가 접수
되었다고 한다. 관례대로 한다면 이 중, 6 ~ 7 업체만이 심사에 통과 할 것이다.
접수 후 1 개월이내 입찰 참가자 명단이 발표되고, 2 개월 동안의 입찰 준비
기간이 주어지고, 다시 2 개월 이내에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 체결일부터 1 개월
이내 착공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이 번 입찰은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 될 것이라고 했다.
공사 내용은 과히,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알코바지역에는 2 개의 주택 단지에
세대당 74 평 정도의 아파트, 5천 2 백 세대분, 4 층, 6 층, 8 층,등 세가지 형태의
건물 총 220 동과 하수 처리 시설, 조경 시설을 포함한 부대 시설을 건설하는 물량
이라고 했다. 공사금액은 미화 7억 불 정도.
또 한 제다지역은 1 개의 주택 단지로, 알코바와 같은 규모의 아파트 3 천 4 백 세대
분, 190 동의 건물과 하수 처리, 조경 시설을 포함 하는 공사라고 했다. 공사 금액
약 5 억불 정도. 리야드 지역도 1 개 주택 단지에 비슷한 규모라고 했다.
한 가지 특기 할 것은, 이 모든 주택이 재래식 공법이 아닌 프리 캐스트 콩크리트
패널(Precast Concrete Panel )에 의한 조립식 공법이다. 즉, 공장에서 여러가지
규격의 콩크리트 패널을 미리 만들어, 조립 해 나가는 공법이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 해 오던 공법이나, 한국에서는 그 이름 조차 생소한 공법이다.
이 공법을 위해서는 규격이 다른 수 십 만장의 콩크리트 판을 찍어 낼 수 있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 급 선무다. 또 한, 사막으로 뒤 덮힌 사우디에서 콩크리트
재료로 사용되는 석재를 찾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사막 뿐인
사우디에서 석재를 캘 수 있는 석산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인근 지역에서 석산을 발견하지 못하면 입찰가는 높아진다. 특히, 석재를 외국에서
부득이 수입 하여야 할 경우, 입찰가는 한 없이 올라간다. 입찰에 성공 할 확률은 전혀
없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공사 기간과도 연관 된다. 잘 못 풀리면, 이익은 커녕 손해를
감수 해야 한다.
( 아!, 아!, 알라신이 모처럼 주시는 선물인데, . . . . . . . .)
건축 담당 부사장은 초기의 불타는 투지와는 달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 모르는 시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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