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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엽기 재판 12 편 - 정 부장의 업무

지식창고지기 2009. 12. 7. 10:07

▲ 사우디 북서부 얀부에 세워진 원유 액화 시설

 

          세기의 엽기 재판  12 편 - 정 부장의 업무

 

 

네 번째 공판이 끝나고, 최 상무와 M 변호사가 귀국하자, 정 부장에게는 
또 다른 일정으로  눈 코 뜰 새 없는 업무가 계속 되었다.

 

아씨르 공사 내역은 10 메가 왓트  디젤 발전기 9기의 설치를 포함하여 300 kv
용량의 변전소, 132 kv  송전선 88 km, 각 가정으로 연결되는 13.8 kv 배전선
780 km 등이 포함 되어 있다.

 

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투입되는 자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고압 송전선을

연결하는 철탑과 각 가정까지 연결되는 배선용  전신주다. 1200 톤에 달하는

철탑은 이미 울산에 있는 그릅사에 주문을  했기 때문에 차질없이 제작 되고

있으나,  1700 본에 달하는 전신주 만은 사정이 달랐다.

 

사양에 의하면, 핀란드 산 특수 목재로 만들어진 이 전신주의 규격은, 상층부 지름
250 mm, 하층부 지름  450 mm, 길이 10 m,  본 당 무게 80 kg 이다. 총 수량 1700 본,                        이 전신주는 선적 전 고온과 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방부 방수등 특수 화학 처리를 하는

공정이 있기 때문에 적기 공급이 매우 우려  되는 항목이다. 뿐만 아니다. 운송에도 

위험 요소가 있다.

 

당초 계획에 의하면, 핀란드에서 선적한 제품은 해상운송으로  아라비아 반도의 동부
주베일에서 하역 하도록 되어 있다. 해상 운송기간 45 일,  주베일에 도착한 제품은
다시 육상으로 환적하여 대각선 방향, 아라비아 반도의 남서쪽 끝 예멘과의 국경지대
현장까지 1,500 km  육상운송을  하는 것이다.  만 3 일이 걸리는 운송 거리다.

 

곽 소장이 현장에 부임하기전,  주베일에 있는 중동 본부 임원 회의에서 현장 부리핑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곽 소장은 리스크 관리 항목으로 1,700 본  전신주의  현장 납품을
제 일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하여, 정 부장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 하였다.

 

" 일차 하역지를 왜 제다로 잡지 않고 주베일로 잡았나요?, "                         

" . . . . . . . .  . . "

      

 

" 아마 견적 당시에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송 계획을 만든 모양
  인데, 일차 하역지는 당연히 제다가 되어야 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30 여명 임원들과 현장 요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 부장에게 쏠린다.
해외 담당 사장이 정부장 발언에 의문을 던진다.

 

"  제다?,  제다에 항만 하역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나?"

                                     

" 예, 제가 일차 조사 한바로는,  제다는 중동 지역에서 근대화 된 항구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우선 수심이 30 m,  접안시설이 6 개, 30 톤에서 60 톤 하역 크레인 등
  12 만 톤까지의 화물선을 수용 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현재
  유롭의 화물선들이 하루에도 수십척씩 접안을 하고 있습니다. "

 

" 제 일차 하역지를 제다로 할 경우, 우선 항해 거리가 45 일에서 32 일로 단축되고,
 육상 운송 거리도 1,500 km 에서 800 km, 반으로 줄어 듭니다. 전체적으로 15 일이
 단축되어 30 % 이상의 단축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행율도 2 % 이상의
 절감 효과가 있게 됩니다. "

 

" 그런데, 왜 견적 팀들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

 

사장이 눈길이 즉시 견적 팀장에게 꽂힌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당시만 해도. 모든 것이 생소했다.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 했다. 처음 진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눈으로 보고
만저보고, 느껴봐야 실체가 확인 되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입찰 팀들은 항상 시간에
쫒긴다. 자료 조사 하다보면 끝이 없는 것이다.   확인 한 사항을 또 확인 해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사항이 발견 되는 것이다.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던 시간은 느닷없이
흘러 가 버리고, 입찰 마감이 임박하면 초조한 마음에 밤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 부장이 견적 팀을 감싸 앉는다.

 

" 견적 할 당시 만 해도 제다 지사가 설립 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현지 조사가 미흡
  했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 하겠습니다."

 

이틀만에 조사 보고서는 해외 담당 대표이사에게 텔렉스로 보고 되었고,  전신주 운송
개선 방안은 당일로  결재가 났다.

 

요즈음 정 부장은 그 후속 조치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미 전신주 1,700 본의
선적이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2 일 전에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다 항의 하역 조건부터 점검을 해야 한다. 다행히 화물이 도착 하는 시점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 하역 시설도 아무 장애 없이 정상 가동이 예측되고 하역 인부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하역 시기가 금식기인 라마단이나, 순례기인 하지 때가 아닌

것이 천만 다행이다. 라마단이나 하지때 하역을 하게 되면 어떤 불상사를 당 할지

아무도 모른다.

  

또 한 제다에서 현장까지 800 km 를 사전 답사 하여야 한다. 허약한 교량은 없는지, 황사
현상으로  도로가 매몰  된 지역은 없는지,  운전자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중간 기착지는
어디로 정 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점검 하여야 한다.

  

제다에서 300 km 를 지나면  해발 2,000 m 이상인 고산 지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무거운  짐을 싣고 장 시간 주행 할 수는 없다. 특히 중간에는 통신시설이 없기 때문에 
중간 기착지를  정 하여 인원을 배치하고, 안전 운행을  점검하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
해야 한다.  제다에서 남쪽으로  300 km 지점과 600 km  지점,  두군데에 차량  영선반과 
인원을 배치 해 놓아야 한다. 간단한 음료와  비상 식량도  구비 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필요한  때에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돗자리는 빠뜨릴 수 없는  항목 이다.

 

운송업자의 선발은 더욱 신중 해야한다.  운송량은 트레일러 60 대 분량에  불과하나 
위험을  분담 시키기 위하여 두 업체 이상을  선발 한다.

 

가능하면 노후되지 않은 장비를 갖고 있는 업체를 선정 해야 한다.  운반 실적도 중요하다.

장거리, 고산지대의 운송은 예기치 못한 잔 사고로 디렘마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이때 노련한  경험만이 응급 조치를 취 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의 적재 방법도 운송업자와 협의 할 사항이다. 사용 할 운송 차량은 10 톤 적재 용량의
트레일러를 구상하고 있으나, 중량 보다는 용적에 문제가 있어, 트레일러당 28 본 이상은
적재 하려고 하지 않는다.  28 본의 무게는 2.5 톤에 불과하나, 고산지대, 장거리인 점을
고려하여, 그 이상의  적재는 업자측에서 수용하지 않는다. 인센티브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더 실어야 운송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이렇한 사항들은 빠짐없이 문서화하여, 계약서에 반영 시켜야  하며, 운송업체의 선발
이전에 계약서가 준비 되어야 한다. 계약서의 내용은 본문은 영어로 되어 있으나
아랍어 번역판도 준비해야 한다.

 

정 부장이 매달려야 하는 일은 현장 일 만이 아니다. 신규 공사 수주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항이다.

 

최근에 정 부장은 ,  제다 북부 얀부 지역에 대단위 석유 화학 단지가 들어 선다는 정보를

입수 했다. 석유 화학 단지가 들어 설 경우,  석유와  관련이 있는  시설들이 국제 입찰을

통하여  납품 된다. 석유와  관련된 시설의  국제 입찰은 높은  마진 율이 보장 되어 있어 

어느 업체나 호시 탐탐  욕심을 내는 일감이다.  반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정 부장은 몇 일 전 우연히 호텔 로비에서 만난  미국인 엔지니어로부터 귀중한  정보를
입수 하였다. 헝크러진 머리에 면도조차 몇일 걸른 듯한 삼십대 청년이 누구를 기다리는
듯 서성이고 있었다. 정 부장은 거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가 사우디의 개발 사업과 관련이
있는  엔지니어 임을  감지했다.

 

" 안녕?, 알씨제이와이( RCJY) 사람들을 기다리시오?"

 

" 아!, 반갑소!, 나는 제임스 로건 이요, 짐이라고 불러 주시요, "

 

반갑게 손을 내 밀며, 다가오는 그를 보고 당황한 것은 오히려 정 부장 쪽이다.  그는
정부장이 알씨제이와이에서  자기를 맞으러 온 사람으로 오해 한것이다. 알씨제이와이란
" Royal Commission for Jubail & Yanbu " 의 머리 글자만을 딴 약칭이다.

 

" 아!, 잠간,  나는 알씨제이와이에서 온 사람이 아니요,  내 이름은  제이비( JB )요,
  한국 H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

 

그는  순간  당황한 듯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정 부장이 내민 손에 마지 못해
악수를  한다.

 

"  그런데, 내가 알씨제이와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줄을 어떻게 알았소?"

 

"  동양 사람들은  독심술이 탁월 하다오,  당신의 외형과 얼굴 표정, 복장등을 살펴 보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누구를 기디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 낼 수가 있거든, "

 

" 동양인은 무서운 사람들이군요?,  앞으로 조심 해야지!. "

 

이렇게 해서 사귄 미국인은 세계 제일의 건설, 설계, 감리,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벡텔의 주임 기사였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동부 주베일지역과 서부
얀부 지역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퍄견 된 벡텔의 중견 간부 인 것이다.

 

그후 정 부장은 여간해선  얻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을  그를 통해 틈틈히 얻어 낼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보들이란 엄격하게 통제를 받는 정보 들이기 때문에 토막 정보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 부장에게는 그 토막 정보면 충분하다. 이미 중동 경륜 4 년차인 정 부장에게는
풍부한 경험과 남다른 추리력이  있다.   이미 얻어 낸 토막 정보를  토대로 관계기관을
접촉 하던가 실무자와 면담을 하면 그 토막 정보는 이미 토막 정보가 아닌 체계화 된 완전한
고급 정보가 되는 것이다.

 

벡텔의 주임 기사, 제임스 로건으로부터, 주베일지역과 얀부 지역 개발을 위하여 설립 된
로열 커미션의 사업 계획을 단편적으로 귀 동냥한 정 부장은 그 날 밤, 날이 새도록 잠을
설쳤다.  제임스 로건이 들려 준 단어  " 주베일에 400 억 불,  얀부에 270 억 불 " 이란 어휘가
밤 새도록 귓가에서 맴 돌며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 날 이후 사우디 로열 커미션은 정 부장의
뇌리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워 버릴 수 없는 존경과 선망의 우상이 되었다.

 

" Royal Commission for Jubail & Yanbu !,"
" 기다려라 !,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너의 파트너가 되어 주마!. "

 

정 부장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출 되는 투지를 되새기며,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