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단종 유배지 그림-어필 등
장서각 희귀본 수록집 나와
1799년에 제작된 ‘본영도형(本營圖形)’은 정조의 호위부대였던 장용영(壯勇營)의 본영 내부 평면도다. 건물 및 관련 시설물의 건축구조와 지붕 형태, 재료를 채색화로 상세히 기록했다. 영내 연못에 떠 있는 연꽃까지 묘사했을 정도다.
조선 왕실과 관련된 주요 고문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서각 명품선’(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출간됐다. 장서각의 전체 소장자료 2만여 종 가운데 국왕의 어필(御筆)이나 왕실족보, 궁중의례절차 등 왕실 행사나 생활상과 관련된 희귀본 126점을 수록했다.
‘월중도(越中圖)’(보물 1536호)는 강원 영월의 단종 유적과 무덤 등을 그린 1820년대 화첩이다. 단종이 유배됐던 영월 청령포(淸령浦)의 풍경, 단종이 숨을 거둔 관풍헌(觀風軒)의 평면도 등 8폭이 담겨 있다.
‘훈국등록(訓局謄錄)’은 1628년부터 훈련도감이 혁파되는 1881년까지 작성한 일지. 여기엔 숙위를 비롯한 각종 군사 활동, 인사 및 재정 관련 기록, 군기 제도와 군인들의 생활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학수 장서각 국학자료조사실장은 “‘훈국등록’은 장서각 유일본으로 양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내용이 다채로워 ‘본영도형’과 함께 군제사 및 사회사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왕의 어필로는 1726년 영조가 생모 숙빈 최씨의 영전에 올린 치제문(致祭文)의 초본, 숙빈 최씨의 무덤인 소령원에 세운 비문의 초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신하가 짓는 치제문을 영조가 직접 친필로 지었다는 데서 영조의 효심을 엿볼 수 있는 사료다.
이 외에 조선시대 왕비 가문의 유래와 혈통을 기록한 ‘열성왕비세보’ 등 각종 왕실족보, 1880년대 녹둔도를 비롯한 두만강 유역의 국경 현황을 그린 채색 지도첩 ‘아국여지도(俄國輿地圖)’도 수록됐다. 김 실장은 “책에는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것들만을 모았기 때문에 앞으로 학자들이 장서각 소장 고문헌을 연구할 때 일종의 좌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