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은 '아방궁'…"집무실은 펜트하우스"
'아방궁', '철옹성', '국무총리실보다 더 좋다'
"새로 지어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을 들어가본 사람들이 내게 전하는 말입니다"
김유석 성남시의회 부의장은 시민들의 혈세로 궁궐처럼 지어진 신청사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구청사 부의장실에서 지난달 26일부터 보름이 넘게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꽁꽁 숨겨진 시장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사우나까지 마련돼 있을 지도 모를 일"이라며 "민원인들이나 만나기 싫은 사람이 오면 빠져나가기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마련해 놓았다더라"고 전했다.
김 부의장은 "시민들의 혈세로 아방궁을 지은 성남시는 떳떳하게 시장실을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려 3천222억원을 들여 호화청사 신축 논란을 빚은 경기도 성남시가 13일 시장실을 비롯한 모든 실·국의 이전을 마친 가운데, 시장 집무실이 건물의 제일 높은 곳인 9층에 꾸며지고 시장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마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CBS 노컷뉴스 취재팀 확인결과 성남시장 집무실은 건물의 맨 위층인 9층에 실평수 30여 평 규모로 꾸며졌다.
민원인들과의 접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시장실을 2층에 마련하는 다른 시군 청사와는 다른 것으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시장을 만나러 온 민원인들은 아이디 카드가 설치된 현관문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데다 30여m 떨어진 비서실도 팻말이 없어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40분쯤 민원인으로 보이는 40대 여성 3명이 비서실과 연락하고 찾아왔지만 시장실과 연결된 비서실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특히 엘리베이터의 경우 총 12대 중 시장실 바로 앞에 설치된 '10호기'가 성남시장의 전용 엘리베이터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하 2층부터 연결되는 문제의 엘리베이터에는 '비상시에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이므로 출·퇴근시나 평상 업무시는 건물 중앙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하지만 이 엘리베이터의 경우 이대엽 성남시장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곳에서 신청사 건축 마무리 작업을 하던 인부 A(42) 씨는 "12일 오후 3시쯤 모자를 쓴 편한 차림의 시장님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청사 1층으로 나가는 것을 봤다"고 전했고, 또 다른 인부 B(53) 씨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봤다"고 귀띔해줬다.
이곳 지하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대부분은 문제의 엘리베이터를 '시장 전용'이라고 전했다.
시청사 운영 관계자는 "이 문이 화재나 비상사태 발생시 시장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든 문"이라며 "시장님 전용 엘리베이터라면 9층 이외에 다른 층은 서지 않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비상시에만 사용하라는 경고문까지 붙여놓고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의 엘리베이터가 시장실 문 안쪽으로 연결된 것도 전용 엘리베이터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시장 집무실은 30여 평으로 내실(침실)과 화장실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CBS 취재팀은 시장실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청관리 관계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권위주의적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변호사는 "시민은 가장 가기 힘들고, 시장은 가장 우아하게 시민들을 내려보며 일할 수 있는 9층 구석에 시장실을 마련했다"며 "시민을 섬길 줄 모르는 황제근성"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성남시청사는 7만4천452㎡ 부지에 총 사업비 3천222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7만4천여㎡ 규모로 지어져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오는 18일에는 2억7천만 원을 들여 연예인 초청공연과 불꽃놀이 등 신청사 개청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초호화 시청사를 건립하고 시장 전용엘레베이터에 집무실을 펜트하우스(penthouse)로 꾸민 성남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상제작]=노컷TV(www.nocut.tv)
swc586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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