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더러운 전쟁①
방사능전쟁, 불행의 씨앗은 뿌려졌는가
걸프·이라크戰 등 열화우라늄탄 사용
암·기형아 발생…美·英등은 은폐·부인
눈앞의 승리보다 인간의 가치 찾아야
귀엽고 토실토실한 아기가 아버지의 다리에 기대어 서 있다. 카키 무늬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아버지의 검게 탄 손이 아기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정겨운 사진으로 보인다. 아기의 통통한 볼과 발이 예쁘다.사진 1
그러나 자세히 살펴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뻔한 아픔을 발견하게 된다. 아기의 팔이 어깨에 바짝 달라붙은 선천성 기형이다. ‘수치스런 금속’이라는 책자에 실린 걸프전에 참전한 미국군인과 아들의 사진이다. 저 예쁜 아기는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아픔을 알고 있을 것인가?
역시 같은 책자에 실린 또 한 장의 사진을 보자. 사진2
이라크의 바그다드 시내, 어린 아이 둘이 파괴된 탱크 위에서 놀고 있다. 저 속에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를 엄청난 재앙의 씨를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일 뿐이다.
방사능전쟁과 열화우라늄탄
이제부터 몇 회에 걸쳐 지구 여러 곳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방사능전쟁을 이야기하려 한다.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고열, 핵폭풍, 버섯구름, 방사능 낙진등으로 상징되는 핵폭탄을 사용한 전쟁이 아니다. 이미 소리 없이 더러운 전쟁이 시작됐다고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주장하는 열화우라늄탄(Depleted Uranium)에 대해 알아보자.
열화우라늄이라는 말이 참 의미심장하다. 우라늄은 우라늄인데 중요한 성분과 성능이 대폭 감쇄됐다는 뜻이다. 그렇게 감쇄되고 열화(劣化)한 우라늄으로 탄약을 만들고 미사일을 만들어 전투에 사용했다는 얘기다.
M829A2-T 120mm APFSDS-T(철갑화살탄) 사진3
오른쪽 위의 사진은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전차용 120mm 열화우라늄탄이다. 이 탄의 중심부에 긴 관통자(Penetrator)가 바로 열화우라늄 (Depleted Uranium)으로 돼 있다. 사진4
30mm PGB-14/B API(장갑소이탄)
(사진 FAS :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이 탄은 1차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때 사용되던 대표적 장갑 소이탄으로 ‘은탄(Silver Bullet)’으로 불린 유명한 탄약이다. 주로 미 육군의 AH-64 아파치 헬리콥터에 장착된 30mm 포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탄이며 장갑 관통능력과 소이(목표물을 태우는)능력이 뛰어나다. 열화우라늄은 0.8mm 두께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밀봉돼 있다. 모든 30mm x 113 구경 포에 사용 가능하다.
이런 열화우라늄탄들이 1차 걸프전쟁, 코소보전쟁, 아프간전쟁, 그리고 2003년 미국 영국과 이탈리아 등이 중심이 되어 수행한 2차 이라크전쟁에 사용됐다. 우리나라도 2004년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해 이라크 북부에 주둔시키고 그 지역의 재건과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확산되는 걸프전 신드롬
도대체 열화우라늄탄이 왜 그처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일까?
1991년 1차 걸프전에 참전하고 귀국한 많은 미군 병사들이 ‘걸프전 신드롬’이라 불리는 병에 걸렸다. 앞에서 본 사진처럼 기형아가 태어나고 암 발생률이 급증하고 방사능 피폭현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질병에 시달리다가 사망하게 됐다. 많은 이라크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에게서도 같은 증상이 수없이 발견됐다.
조사에 참가한 많은 과학자들과 국제 민간기구들은 이런 현상이 미군과 영국군의 관통 장갑탄 등에 사용된 열화우라늄탄의 방사성 물질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이후 코소보전쟁, 아프간전쟁을 통해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피해가 확인되면서 전 세계적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의 생산ㆍ사용국들은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즉 자연환경에도 열화우라늄탄에서 발생하는 양 만큼의 방사능 물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피해로 보고되는 사례와 방사능 피폭의 구체적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다른 요인에 의한 질병이나 이상현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나 국제보건기구(WHO)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같은 집단안보기구의 연구보고서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전문단체의 구체적 사례 조사와 발표가 잇따르고, 각국 정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과 특정 사실 공표를 거부하거나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정부의 도덕성, 전쟁의 정당성과 연계된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치명적 위험이 있는 방사능물질의 ケ綬?사용ㆍ취급하는 병사들에게 충분한 주의와 안전조치를 취했는가? 피격된 목표물을 수색ㆍ확인할 때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했는가? 피격된 목표물과 지역에 접근할 개연성이 있는 아군 및 적국의 민간인, 국제구호기구요원 등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했는가?
방사능물질에 오염됐을 개연성이 있는 군인이나 민간인을 적절히 보호ㆍ치료했는가?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이 유엔헌장과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가? 사용지역은 어디이며 그 지역들을 정화할 계획은 있는가? 성능이나 위험성을 은폐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방의 결론 여하에 따라 미국 영국정부는 전세계적 비난을 받고, 천문학적 배상 및 보상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절대우위의 군사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아울러 프랑스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스라엘등 열화우라늄을 생산, 공급하고 이를 무기에 적용한 국가들이 입게 될 경제적 군사적 도덕적 손실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양측 주장과 사례, 구체적 이론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현실과 미칠 영향을 점검해 보겠다. 민간단체 일부의 지적처럼 최신 정밀유도미사일, 공중투하폭탄 또는 로켓에도 열화우라늄탄두가 사용되고 있다면, 그 열화우라늄탄두가 그들의 주장처럼 인체에 치명적 중금속 및 방사능물질을 확산시킨다면 핵폭탄에 버금가는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서
전쟁에서는 승리가 지고지상의 덕목이다. 그러나 그 승리가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고라도 꼭 손에 넣어야 할 만큼 가치있는 일인가는 전쟁 당사국의 정치적 결정과 국민적 합의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보다 나은 미래와 평화로운 삶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특정국가나 집단의 이해판단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감기가 45억년이나 되는 열화우라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더러운 전쟁①
열화우라늄이란 ?
천연 우라늄은 대략 238U(99.27%), 235U(0.72%), 234U(0.0054%)의 질량비율로 구성돼 있다. 우라늄은 주로 핵 발전에 사용되는데 대부분의 원자로는 235U가 0.72%에서 약3% 정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농축된 부분을 뺀 우라늄은 238U(약99.8%), 235U(0.2%) 및234U(0.001%)의 질량비율을 보인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열화우라늄(Depleted UraniumㆍDU)이다.
열화우라늄은 어디에 쓰이는가?
열화우라늄은 여러 가지 평화목적에 사용된다. 항공기의 무게추 역할을 위해 쓰이기도 하고 방사선 치료장비의 방사능물질 차단막, 방사능물질 이동을 위한 컨테이너 등에도 사용된다.
매우 높은 비중(납의 1.7배), 낮은 발화점, 소이(Incendiary)효과, 높은 경도 등 뛰어난 물리적 특성 때문에 열화우라늄은 장갑차 전차 등을 파괴하는 관통탄약에 사용되며 반대로 탱크의 방호장갑 보강재로도 쓰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하 깊숙히 숨겨진 벙커나, 콘크리트강화 표적물, 주요 견고표적등을 관통 파괴하기 위한 신형 미사일과 정밀폭탄의 탄두에 열화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다.
[출처]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더러운 전쟁①|작성자 flatli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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