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사/잡다한 것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2> 더러운 전쟁②

지식창고지기 2010. 2. 28. 14:02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2>
더러운 전쟁②
열화우라늄 반감기 45억년…그래도 안전하다?


"위험하지 않다” 가열되는 진실게임

유엔 산하에 환경계획(UNEP)이라는 기구가 있다. 이 기구가 코소보 전쟁 이후, 열화우라늄탄 피격지역 출입과 열화우라늄탄 취급에 대한 안전 규정을 담은 조그만 책자를 발간했다. 그 내용이 참으로 묘하다.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위험성보다는 사태를 훨씬 더 심각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사능이 제거되기 전에는 그 피격 지역을 출입하지 말 것 △출입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분진마스크, 고무장화, 장갑등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할 것 △열화우라늄탄이라고 의심할 만한 것을 발견하게 되면 만지거나 줍지 말 것 △그 위치를 표시하고 즉시 피신 한 후 관련 기관에 보고할 것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한 인가된 사람만 열화우라늄 탄을 취급할 것 △ 열화우라늄탄을 제거, 수거하는 작업을 착수하기 전에 인가된 작업 인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할 것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은 장기간 계속되니 그 지역 당국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평가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할 것.

  

그러나 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영국정부 역시 2003년 2월 27일 열화우라늄탄에 대한 안전수칙을 새롭게 발표하였다. 제2차 이라크전쟁에 즈음하여 열화우라늄 탄 사용과, 피탄지역, 피격 목표물의 취급등에 대하여 주의를 내렸다. 특별히 강조한 다음의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중요 : 이 안전 수칙을 명심할 것.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열화우라늄탄은 대부분의 경우에 인체에 해롭지 않음. 일반적 화생방 상황보다 덜 위험하며 전투자체의 위험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임. 따라서 방사능 및 중금속 오염을 두려워하여 전투나 인명구조 작전을 늦추지 말 것.

‘자랑스런 조국’이 안겨준 치명적 부작용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수백 명의 미군 병사들이 핵 폭발의 섬광, 버섯구름과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상태로 핵실험에 참여하고 보호장구도 없이 그 폭발장면을 구경했다.

자료에 의하면 1945년부터 1963년까지 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핵실험에 노출된 군사요원의 숫자가 25만 명을 넘는다. 이 중 455명만이 미국정부의 보상을 받았을 뿐이다. 나머지 병사와 군사요원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때문에 그들의 건강을 정부와 타협했다.

핵실험에 참여한 병사와 군사요원들은 그 때까지 알려진 방사능 피폭의 위험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대로 통보 받지 못했다. 색안경을 반드시 착용하고 폭발 순간에는 눈을 감고, 귀와 코를 막고 뒤돌아 앉아 있어야 한다는 안전지침을 받았을 뿐이다.

열화우라늄탄 피격지역을 출입할 때 꼭 분진 마스크, 장갑 그리고 장화를 착용하라는 지금의 안전지침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열화우라늄탄이 처음 사용되었던 1차 이라크 전쟁 때까지는 아무런 안전 및 예방지침도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 볼 기밀에서 해제된 미 해군의 문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정부는 열화우라늄탄을 개발하던 시기인 1980년대에 이미 그 탄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화우라늄탄을 개발하고, 전쟁에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 중요한 군사적, 정치적 이유를 다음 회에서부터 살펴보겠다.

열화우라늄탄 사용국가들의 책임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에 반대하는 국가들과 국제 민간기구는 미국 영국 정부의 자세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사용된 탄의 종류와 수량, 사용지역 등에 대한 상세한 자료 제시를 요구한다. 마지 못해 뒤 늦게 제시하는 자료도 신뢰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보인다.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민간인을 포함한 모든 피해 인원을 조사.치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국제구호기관의 민간요원들과 현지 주민, 어린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지역에 사람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한 당사국들이 부인한다 해도, 이미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각종 이상현상과 질병의 원인이 열화우라늄탄으로 인한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열화우라늄이 인체로 유입되는 경로는 대개 3가지를 들 수 있다. 호흡, 음식물과 물을 통한 우라늄 산화물 분진의 섭취, 그리고 피부의 상처를 통한 유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체내에 유입되고 폐에 모이게 된 우라늄 산화물 분진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폐에 쌓이거나 혈액의 흐름을 타고 이동해 뇌, 간, 신장, 뼈, 생식기관, 근육 또는 비장등에 침전돼 수년간 그 곳에 머무른다. 1991년 1차 이라크 전쟁때 열화우라늄탄에 의해 부상한 참전군인 22명을 6년이나 지난 1997년에 검사한 결과 이들 중 5명의 정액에서 열화우라늄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반감기 45억년! 그것은 태양의 수명

미국 육군화학학교 교범은 열화우라늄탄에서 발생한 미세 분진에 대해 다음처럼 기술하였다.

-열화우라늄 분진은 물을 통해서도 이동한다. 물에 녹을 수 있는 분진은 물에 의해 분해되어 지하수나 지표수에 전이된다. 이렇게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세척수로 사용하거나 접촉하여 직접 인체 오염이 확산된다. 열화우라늄에 오염된 공기나 물은 최종적으로 토양을 오염시켜 열화우라늄이 침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오염된 토양은 이 토양 자체를 떠 옮기기 전에는 그대로 존재한다. 즉 한번 오염된 토양은 오염을 제거하지 않는 한 오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열화 우라늄의 반감기 45억 년은 태양의 수명과 비슷하다. 태양의 빛이 소멸될 때까지, 태양계가 끝나는 날까지 45억년 동안 방사능 물질을 방출하며 거기 그렇게 존재한다.

1.열화우라늄

열화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의 연료 또는 핵무기 제조를 위해 천연 우라늄을 농축하면서 생긴 잔유물이다. 대부분의 원자로는 천연우라늄 U-235 0.72%보다 높은 최소 U-235 3.5%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농축의 잔유물은 U-235와 U-234의 순도가 천연 우라늄보다 낮기 때문에 열화우라늄(DU. Depleted Uranium. 주로U-238)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열화우라늄에는 중금속 방사능물질 발화성등 세 가지 중요한 특성이 아직 남아 있다.

2.열화우라늄의 중금속

우라늄 및 그 산화물은 납이나 니켈등 다른 금속과 마찬가지로 유독성 중금속이며 특히 콩팥 계통에 이상을 일으킨다. 폭발분진에 급격히 노출돼 많은 양의 열화우라늄 산화물이 일시에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거나 오염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열화우라늄이라 하여 중금속의 성분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3.열화우라늄의 방사능물질

미 육군의 시험결과에 의하면 단단한 장갑표적을 타격한 열화우라늄탄 관통자는 18~70%가 연소, 산화되면서 미세분진으로 변한다. 아브람 탱크를 타격한 120mm 열화우라늄 철갑탄은 900~3400g의 우라늄 산화물을 발생시킨다. 미 육군의 또 다른 시험의 결과를 보면 이 우라늄 산화물의 50~96%는 호흡에 의해서도 인체에 유입될 수 있을 만큼 극히 미세한 에어로졸 상태의 안개다. 이중 52~83%는 폐에 흡수되더라도 폐액에 의해 녹지 않는 불용물이다.

알파방사선은 고 에너지이지만 도달거리가 몇 ㎜ 이내로 짧아 거의 인체가 직접 피폭되지는 않는다. 또한 피부를 관통하지 못한다. 그러나 베타방사선을 배출하는 분진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흡입과 섭취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 방사능 분진은 암, 특히 폐암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

4.열화우라늄의 발화성

열화우라늄은 섭씨 500도에서 발화한다. 용해온도는 섭씨 1,132도이다. 섭씨 1,085도에서 녹는 구리와 비슷하다. 같은 용도로 많이 쓰이는 텅스텐(중석)의 용해온도는 섭씨 3,422도로 열화우라늄과 비교하면 2,290도나 높다. 즉 텅스텐(중석)보다 낮은 온도에서 발화하고 낮은 온도에서 용해된다는 점이 열화우라늄의 중요한 온도 특성이다.

뛰어난 소이(Incendiary)효과를 발휘하는 한편 또한 쉽게 발화한다. 1991년 7월 11일, 쿠웨이트의 도하(Doha)화재로 4.5톤의 열화우라늄을 함유한 탄약이 연소됐고 장병 3,500명이 위험에 노출됐다.

윤석철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3/09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