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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소수민족의 삶에 취하다 (01)

지식창고지기 2009. 5. 31. 15:23

월간중앙

 

불교와 소수민족의 삶에 취하다
글·사진■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양곤 Yangon


인레호수 주위로는 우리나라처럼 5일에 한 번씩 장이 선다.(위 사진) 미얀마인들이 불교의 성지로 여기는 쉐다곤파고다.
변화와 불교가 어우러진 도시
양곤(Yangon)이나 제2도시 만달레이(Mandalay)에서는 도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도심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패션도, 일상도 다르다. 전통적으로 미얀마 남자는 대부분 치마처럼 생긴 ‘론지’를 입고, 여인은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타네카’라는 나무가루를 바른다.

재래시장에서는 말린 타네카 나무를 장작처럼 쌓아놓고 팔기도 한다. 요즘 미얀마의 신세대에게는 청바지와 짧은 치마, 민소매 바람이 불었다. 타네카도 잘 바르지 않는다.

비싼 화장품이 최고의 선물로 여겨지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치마 때문인지 여인들은 잘록한 허리에 육감적인 라인을 지니고 있다. 옛 수도인 양곤의 골든밸리 지역은 흡사 서울의 미니 청담동 분위기다.

집도 으리으리하고 명품숍도 들어서 있다. 연인들은 인야(Inya)호수나 칸도지(Kandawgyi)호수에서 주말을 보내는데, 이 일대 청춘들의 복장은 선명하면서도 대담하다. 도심 사쿠라타워 20층에 있는 티리피샤야 스카이라운지는 양곤의 패션리더들이 드나들며 밀담을 나누는 곳으로,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주말이면 공연도 한다.

한류열풍 때문에 한국인의 인기도 꽤 높은 편이다. 변화의 중심에 선 양곤 지역이지만 미얀마인들이 불교의 성지처럼 여기는 쉐다곤(Shwedagon)파고다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높이 99m에 수천 톤의 황금으로 단장한 쉐다곤파고다에서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가족들은 불전 안에서 도시락도 먹고 낮잠도 잔다.

미얀마에서 불교와 삶은 그렇듯 밀착돼 있다. 승려와 중생이 어우러진 모습은 만달레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분홍빛 가사를 입은 틸라신(비구니), 미니트럭에 매달려 가는 폰지(남승) 등을 거리에서 흔하게 만난다. 대규모 승가대학이 있는 만달레이에는 미얀마 스님의 절반 이상이 머무른다.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콩바웅왕조의 도읍지로, 영국에 나라를 빼앗긴 슬픈 역사의 시발점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만달레이로 향하는 여행자의 발길은 대부분 마하간다용(Maha gandayoun)수도원에서 잠시 머무른다. 수천 명 스님의 탁발공양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점심 탁발공양 때는 일반인이 직접 밥을 퍼줄 수도 있다.

스님들은 탁발공양 때는 늘 애처로운 맨발이다. 만달레이의 우페인다리 밑 풍경이나 형광등으로 불을 밝힌 야시장의 정취도 탐스럽고 활기차다. 모두 미얀마의 어제와 오늘이 가지런하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베트남·라오스 등 동남아의 새로운 여행지를 좇는 여행자들에게 미얀마는 한동안 넘어서기 힘든 미완의 땅이었다.

영국 식민지와 군부통치 이후 오랜 기간 폐쇄돼 있던 담장 높은 나라였다. 하지만 미얀마를 떠올리며 결코 머뭇거리거나 긴장할 필요는 없다. 동남아 지역 중 안전도로 따지면 1급 수준이며, 밤길을 걷거나 혼자 야시장을 돌아다녀도 괜찮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성긴 치열을 드러내고 민망할 정도로 환하게 웃는 사람들. 불교를 국교로 하는 착한 민족성은 현지인들의 순박한 얼굴과 마음에도 깊숙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