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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월세로 사는 이야기

지식창고지기 2010. 6. 16. 12:19

중국에서 월세로 사는 이야기

 

 

“야진 받았다면서요? 엄청 싸웠나보네..”

중국에 온지 두달만에 이사를 하는, 드문 일을 겪었다. 게다가 보증금에 해당하는 ‘야진’( 押金)까지 집주인으로부터 받고, 계약기간까지 남은 9일간의 집값도 돌려받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슨 묘책을 부렸냐고 화제가 됐었다.

사실 우리는 아무런 대책없이 “하루는 수도관이 터지고, 하루는 커텐봉이 떨어지고 매일 하나씩 고장이 나서 못살겠으니 이사가겠다”고 말한 것 밖에 없다. 그냥 항의차원에서 으름장을 놓은 것인데, 주인이 순순히 야진 주겠다니 나가도 된다고 해서 우리가 더 놀랐다.

중국에서 세들어 사는 한국인들 중에 계약기간이 끝난뒤 야진을 제대로 돌려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이곳 얘기다.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몇 달치 야진을 한푼도 받지 못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중국인 손에 한번 들어간 돈을 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전설 같은 얘기가 집집마다 책한권씩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주택 임대제도는 모두 월세다. 세입자, 집주인, 부동산중개사 3자가 가격을 협상해서 월세 얼마에 협상한다. 그리고는 보통의 경우 한달치 월세를 야진으로 더 준다. 중국은 집주인이 집안의 모든 가구, 전자제품 등을 갖춰놓고 세입자를 들이는 형식이다. 따라서 세입자가 집주인의 가구등을 손상시킬 경우를 대비해 미리 야진을 받아 놓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은 모든 집안의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에 손상 또는 분실이 있으면 바로 이 야진에서 금액을 뺀다. 이렇기 때문에 좀 독한 집주인을 만나면, 별 이상한 트집을 다 잡아 아예 야진을 꿀꺽 하는 것이다.

이사가는 당일, 이삿짐을 나르다 현관입구 벽이 긁히자 집주인이 자국 하나 안보일때까지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이사를 못간다고 해서 이사가 중단되고, 야진까지 뜯긴 집도 있다. 또 한 유학생은 신발털개(중국은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구조라 현관문마다 신발털개가 있다)를 잃어버렸다고 한국돈으로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야진을 깎였다.

그래서 "야진은 없는 셈 치라"든가, "야진을 받으려면 계약막판에 두달치 정도 월세를 내지말고 버텨라"등의 조언이 오가고 있다.

중국의 집주인은 이 야진을 받아서 부동산 중개사에게 수수료로 준다. 세입자들은 복비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니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사가 월세를 어느 정도 높게 부른뒤 야진을 받아 중개사가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우리집의 경우도 야진을 받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집주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었다. 집주인이 부동산 중개사에게 “당신이 수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하고, 그 수수료를 세입자에게 주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인 세입자를 환영한다. 비싼 월세를 지불하는데다 집을 깨끗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방 2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한달 월세가 4500위안(월세낼 당시 환율 1위안=150원을 적용하면 67만5000원)이다. 방이 3개면 월세를 6000~6500위안 정도 잡아야 하고, 새집이고 내부 조건이 좋으면 더 오르고, 그렇지 못하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한국인이 많아 타 베이징 지역보다 월세가 더 비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하면서 월세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한다.

최근에 가본 고급 아파트의 경우, 방 3개에 한국 평수로 60평형이 넘어 월세가 2만위안에 이르렀다.

중국의 다른 물가에 비해 크게 비싼 이런 월세를 받으니 중국에서 아파트를 임대하는 집주인은 부자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임대하기 위해 집을 꾸미는 비용도 많이 들었고, 관리비도 비싸서 “남는 것 하나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말이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집값의 25~30%만 있으면 나머지는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50년에서 70년정도 자신의 명의로 소유하고, 이후에 국가와 재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 건설회사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내부에 아무 것도 없이 시멘트로 된 뼈대만 제공한다. 이후의 모든 과정은 집주인이 자비로 공사를 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모든 과정을 ‘장식’이라고 말한다. 집주인 취향에 맞게 방을 몇 개로 할 것인지, 위치는 어떻게 할것인지 알아서 공사를 한다. 그리고 세간살림도 모두 장만해 놓는등 '장식'이 끝나면,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다.

장식이 잘 돼있으면 으레 월세를 높여 받는다. 요즘은 대형 평면TV나 고급 오디오, 수족관, 고급 냉장고 등등을 구비해놓고 월세를 껑충 높여 받는 집도 꽤많다.

눈치빠른 집주인은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관도 따로 만들고, 온돌도 깔고, 한국 드라마 볼수있는 위성도 달아놓고 한국인만 세입자로 들이기도 한다.

월세는 보통 3개월치를 미리 준다. 그러나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상해서 6개월치, 때로는 1년치를 미리 내면 세입자가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다. 위성 TV를 설치해달라든지, 가구를 바꿔달라든지 하는 식이다.

그리고 수도비,전기비,가스비,전화비 등은 세입자가 내고 기본적인 아파트 관리비는 집주인이 낸다. 또 중앙난방식이면 집주인이 난방비를 내고, 개별난방이면 세입자가 낸다.

외국의 기업 주재원들이 한꺼번에 오게 되면, 그 틈을 타 월세는 껑충 오른다. 기업에서 일괄적으로 계약할 경우 크게 흥정하지 않고, 월세를 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도 올해내 한국의 모 대기업 주재원들의 정기 이사철이어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꿈틀꿈틀 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