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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

지식창고지기 2011. 1. 7. 09:46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

 

- 다람살라(Dharamsala)



법보신문 1996 828일자(384) 기사.


인도 북부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다람살라는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는 티베트 난민의 거점이다. 그런데 이 곳은 단순한 망명정부 소재지이상의 많은 의미를 갖는 곳이다. 망명정부가 있는 것에서 보듯 티베트의 정치적 행정적 중심지이기도 하면서 티베트 승왕 달라이 라마 14세가 머무는 곳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아마 티베탄(Tibetan·티베트인을 말함)의 정신적인 지주인 달라이 라마 승왕이 계신 곳이라는 것이 달람살라가 가진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다람살라는 그래서 티베탄은 물론 세계 도처의 티베트 불교신봉자들에겐 정신적 귀의처로 인식되는 곳이다.

다람살라는 또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가 보존되는 곳인 동시에 티베트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Upper) 다람살라에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각 기관과 라이브러리, 학교 등이 소재해 티베트의 당면과제와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고, 아래(Lower) 다람살라에는 노르블링카궁이있어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 계승하고 있다.

다람살라에는 약 6백여 명의 티베트 승려가 거주하며 이들은 약 50여개의 사찰에서 수행에 몰두하고 있다. 이 중 비구니 사찰은 4~5개소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주로 유럽인)들이 달라이 라마 승왕과 티베트 불교를 접하기 위해 항상 머물고 있을 정도로 달라이 라마 승왕의 불가사의한 흡인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달람살라의 인도인 택시기사는 하루 8백명 가량의 외국인이 다람살라에 찾아온다고 말할 정도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티베탄들도 달라이 라마 승왕을 찾아 목숨을 건 망명을 감행하면서까지 다람살라를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티베트에 공동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망명정부의 종교문화성 장관인 린포체 스님은 밝히고 있다. 호위차량을 대동한 세계 각국의 사절 등 비아이피(V. I. P)들의 출입도 빈번해 달라이 라마 승왕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람살라에는 현재 약 10만여 명의 티베탄 난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생활은 상상보다 더욱 비참하다. 한 달 생활비가 인도 화폐로 150루피에서 3백 루피 정도다. 우리 돈으로 5천원에서 1만원으로 한 달을 연명하는 것이다. 그래도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티베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눈빛에서 민족적 자존심으로 철저히 무장된 철저한 민족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달라이 라마 승왕을 살아 있는 부처로 숭앙하는 강력한 귀속력이 바탕이 되고 있다. 티베탄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상점이건 사무실이건 가정이건 반드시 달라이 라마 승왕의 사진이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티베탄 모두가 달라이 라마 승왕의 사진을 품에 간직하고 있다. 그들은 달라이 라마를 '히쓰홀리니스(His Holiness)'라고 부른다.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불경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티베탄은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뭉쳐진, 그것도 무한한 존경심과 귀의심으로, 군대보다도 더 단단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기가 아닌 자비심으로무장한 공동체이다. 중국으로부터 그처럼 무참하게 박해와 탄압을 겪으면서도 어느 티베탄의 눈길 속에서도 살기(殺氣)를 읽을 수 없다. 부처님이 없었다면 하루도 살아가지 못할 것 같은 민족이라는 한 한국인 유학승의 말은 티베탄의 성정(性情)을 잘 나타낸 말이다.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하나같이 증오 보다는 '중국정부가 휴머니즘을 회복하기 바란다'는 답변을 했다. '원한은 원한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들은 잘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다람살라에 거주하는 티베탄들의 직업은 망명정부의 공무원이나 상점의 점원,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직원이 아니면 대개 스웨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앞서 다람살라를 미래 티베트의 희망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 가장 큰 근거는 T. C. V(Tibetan Children Village)가 이곳 다람살라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티베탄 어린이와 중고등학생들을 교육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약 23백 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고아원 시설을 겸하고 있는 유아원과 기숙사가 완비된 중고등학교의 시설은 난민촌의 시설답지 않게 그런 대로 학교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유아원에는 티베트에서 넘어온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학교 관리자의 설명이다. 티베트에 있으면 티베트 교육이 아닌 중국의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린 자식을 위험을 무릅쓰고 달람살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생중에는 승려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고 이 학교 교장은 말한다. 학교의 운영은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로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을 보내온다는 것. 한국의 경우 사회단체에서 후원금을 보내는 경우는 전혀 없고 달람살라를 방문한 한국인들이 이곳을 돌아본 후 기부금을 전달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 교육에 쏟는 티베탄의 열의는 티베트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확신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람살라 난민촌이 형성돼 있는 산의 정상부위에는 위빠사나 선을 수행하는 수행자들의 움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이중 일부는 앉아서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등의 불가사의를 보이는 수행자도 있다고 한국인 유학생 정성준씨는 전한다.

아래 다람살라에 있는 노르블링카에는 티베트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윗 달람살라의 라이브러리와 함께 탕카(탱화)를 배우고 그리는 방을 비롯 조각, 공예 등 각종 문화를 교습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티베트에서 망명해 온 티베탄을 수용해 기술을 가르쳐 인도지역 적당한 곳으로 배치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티베트와 인도 전역, 그리고 세계에 흩어져 있는 6백여 만 티베탄의 정신적 귀의처이자 세계 티베트 불교 신봉자들의 성지인 다람살라.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는 다람살라의 짙은 운무는 티베탄의 한이 풀리지 않는 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하루종일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