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1.09 09:25 |
베트남은 2008년 9월 리먼사태로 인한 국제 금융위기 발생과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산업의 호조와 성장하는 내수시장으로 대부분의 아세안(ASEAN) 국가들이 마이너스 또는 간신히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2009년에도 5.3%라는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 하반기 이후 주요 신용도 평가기관들이 잇달아 베트남의 국가신용등급(장기외화표시채권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베트남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0년 7월 29일 3대 신용도 평가기관 중 피치가 베트남의 대외채무 증가와 금융산업의 취약성으로 경제 및 재정적 불안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을 BB-(부정적)에서 B+(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후 물가 상승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 경제 불안요인 속에서도 2010년 6.9%라는 양호한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던 베트남 경제에 본격적인 적신호가 켜진 것은 베트남 10대 국영기업 중 하나인 비나신(Vinashin) 국영조선회사가 12월 20일로 예정된 6000만달러에 이르는 채무 상환을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부터다. 비나신의 파산위기가 고조되던 12월 15일 무디스는 베트남 신용등급을 Ba3(부정적)에서 B1(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수입 확대에 따른 상품수지 적자 확대, 베트남 경제 불안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베트남 동(dong)화에 대한 평가 절하 압력 등으로 인한 국제수지 불균형 확대를 주요 이유로 발표했다. 국영기업 및 국영은행의 부실로 베트남 정부의 우발채무가 증가할 가능성과 함께 비나신의 부실로 국영기업 및 국영은행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관리 능력 감소도 중요한 등급 하락 요인임을 강조했다.
비나신은 채권단으로부터 3일간의 지급 유예를 허가받았으나 2010년 12월 23일 원금 6000만달러를 제외하고 이자인 680만달러만 지급하면서 채권 상환의 1년 연장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비나신의 디폴트가 확정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도 베트남의 경제위기 발생 시 베트남 금융기관들의 대응능력 취약을 지적하며, 베트남 신용등급을 BB(부정적)에서 BB-(부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향후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쌍둥이 적자까지
특히 S & P는 베트남 경제의 낮은 생산성, 불안한 금융시스템, 정부 관리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베트남 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며, 이로 인해 국영기업의 부실이 국영은행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베트남의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 정부가 부담해야 될 우발채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하는 5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비나신의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베트남의 경제 불안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의 주요 국영기업인 비나신의 경영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베트남 정부가 비나신의 독자적인 부채 해결방안 원칙을 발표하면서 여타 국영기업의 부실 증대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2008년 이후 80억달러에 이르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 추진으로 이미 재정적자 비중이 2009년 기준 GDP 대비 6.9%에 이르고 있는 베트남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정부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포인트까지 상승해 2009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한 2008년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연평균 7%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이런 성장은 2010년 기준 GDP의 70%에 이르는 수출산업과 GDP의 66%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내수시장이 견인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경제는 국영기업의 부실 가능성 증대와 함께 11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1.1%를 기록했다. 수입도 크게 증가해 2010년 중 상품수지 적자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GDP 대비 9.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정수지도 에너지·교통 부문 등 정부의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 실시로 인한 확대재정정책으로 적자 규모가 2009년 GDP 대비 6.9%에 이어 2010년에는 7.4%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주력 수출상품인 원유, 커피, 쌀 등의 국제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공산품 수출 가운데 의류 및 섬유류 수출이 2010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당분간 베트남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트남 지도부가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에서 결정하게 될 차기 사회경제개발 5개년계획(2011~2015년) 중 목표 경제성장률을 7~8%로 설정하고 있어 베트남 내수시장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산업과 내수시장이라는 베트남 경제의 성장 동력은 단기간의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 발전에 여전히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수출산업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직접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1월 중 외국인직접투자 승인 규모는 833건에 121억달러이고 누계로는 1만2000여건, 1914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투자 분야도 제조업이 전체 투자금액의 49%를 점유하고 있어 베트남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 비나신 사태 개입할 듯
지난 11월 5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려던 국영석탄광업공사인 비나코민(Vinacomin)이 S & P의 비나코민에 대한 갑작스런 등급 하향 조치로 발행에 실패하면서 비나신 사태가 여타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비나신 사태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베트남 정부가 2011년 1월 12일로 예정된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개혁파와 보수파 간에 치열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비나신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든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비나신 사태는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 이후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내에서 개혁파가 점차 득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경제성장 지속을 위해 비나신 사태에 개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개방경제 체제의 초기 단계를 이제 막 벗어난 상태로 아직 경제 규모와 체제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만큼 크지도 않고 자유화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경제 불안으로 호치민시 주가지수가 절반으로 하락하고 상품수지 적자가 확대됐으나,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 억제를 위한 고금리 정책을 단행하고 통화량 환수를 위해 약 13억달러 규모의 금융증서를 발행했으며, 금융기관의 외화대출을 전면 규제하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비나신 사태로 베트남 경제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정부의 강력한 통제정책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외채무 부분도 대부분 양허성 자금인 총외채 잔액이 GDP 대비 34%에 그치고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 해 동안 갚아야 될 베트남 외채의 원금과 이자 합계를 총수출로 나눈 외채원리금상환비율도 1.4%에 불과해 단기적인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승호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아시아팀장 aojai@hanmail.net]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9호(11.01.12일자) 기사입니다]
↑ 베트남 하노이시 전경(위).
비나신은 채권단으로부터 3일간의 지급 유예를 허가받았으나 2010년 12월 23일 원금 6000만달러를 제외하고 이자인 680만달러만 지급하면서 채권 상환의 1년 연장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비나신의 디폴트가 확정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도 베트남의 경제위기 발생 시 베트남 금융기관들의 대응능력 취약을 지적하며, 베트남 신용등급을 BB(부정적)에서 BB-(부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향후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쌍둥이 적자까지
특히 S & P는 베트남 경제의 낮은 생산성, 불안한 금융시스템, 정부 관리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베트남 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며, 이로 인해 국영기업의 부실이 국영은행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베트남의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 정부가 부담해야 될 우발채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하는 5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비나신의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베트남의 경제 불안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의 주요 국영기업인 비나신의 경영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베트남 정부가 비나신의 독자적인 부채 해결방안 원칙을 발표하면서 여타 국영기업의 부실 증대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2008년 이후 80억달러에 이르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 추진으로 이미 재정적자 비중이 2009년 기준 GDP 대비 6.9%에 이르고 있는 베트남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정부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포인트까지 상승해 2009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한 2008년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연평균 7%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이런 성장은 2010년 기준 GDP의 70%에 이르는 수출산업과 GDP의 66%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내수시장이 견인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경제는 국영기업의 부실 가능성 증대와 함께 11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1.1%를 기록했다. 수입도 크게 증가해 2010년 중 상품수지 적자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GDP 대비 9.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정수지도 에너지·교통 부문 등 정부의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 실시로 인한 확대재정정책으로 적자 규모가 2009년 GDP 대비 6.9%에 이어 2010년에는 7.4%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주력 수출상품인 원유, 커피, 쌀 등의 국제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공산품 수출 가운데 의류 및 섬유류 수출이 2010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당분간 베트남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트남 지도부가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에서 결정하게 될 차기 사회경제개발 5개년계획(2011~2015년) 중 목표 경제성장률을 7~8%로 설정하고 있어 베트남 내수시장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산업과 내수시장이라는 베트남 경제의 성장 동력은 단기간의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 발전에 여전히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수출산업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직접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1월 중 외국인직접투자 승인 규모는 833건에 121억달러이고 누계로는 1만2000여건, 1914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투자 분야도 제조업이 전체 투자금액의 49%를 점유하고 있어 베트남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 비나신 사태 개입할 듯
지난 11월 5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려던 국영석탄광업공사인 비나코민(Vinacomin)이 S & P의 비나코민에 대한 갑작스런 등급 하향 조치로 발행에 실패하면서 비나신 사태가 여타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비나신 사태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베트남 정부가 2011년 1월 12일로 예정된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개혁파와 보수파 간에 치열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비나신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든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비나신 사태는 제11차 공산당전당대회 이후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내에서 개혁파가 점차 득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경제성장 지속을 위해 비나신 사태에 개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개방경제 체제의 초기 단계를 이제 막 벗어난 상태로 아직 경제 규모와 체제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만큼 크지도 않고 자유화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경제 불안으로 호치민시 주가지수가 절반으로 하락하고 상품수지 적자가 확대됐으나,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 억제를 위한 고금리 정책을 단행하고 통화량 환수를 위해 약 13억달러 규모의 금융증서를 발행했으며, 금융기관의 외화대출을 전면 규제하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비나신 사태로 베트남 경제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정부의 강력한 통제정책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외채무 부분도 대부분 양허성 자금인 총외채 잔액이 GDP 대비 34%에 그치고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 해 동안 갚아야 될 베트남 외채의 원금과 이자 합계를 총수출로 나눈 외채원리금상환비율도 1.4%에 불과해 단기적인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승호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아시아팀장 aojai@hanmail.net]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9호(1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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