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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글로벌 리스크 지도 그려보니···

지식창고지기 2012. 1. 1. 16:13

2012년 글로벌 리스크 지도 그려보니···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권다희기자]2012년 글로벌 리스크 지도의 진앙은 유럽이 될 전망이다. 만 2년 된 유럽 위기가 은행권과 실물경제까지 다양한 갈래로 확산되며 내년 미국과 신흥국 경제를 덜컹이게 할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올해 말 들어 부각되고 있다.

◇위기 진앙 유럽, 불길 확산 어디까지?


유럽위기는 명실상부하게 2012년 가장 큰 위험요소다. 문제는 '어떤 경로로', '얼마나' 위기가 증폭되느냐다. 국가 부채 위기로 태동했던 유럽 위기는 현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 파장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문제로 불어났다.

우선 우려되는 대목은 은행권 신용경색이다. 지난달 23일 은행 간 금리인 3개월물 달러리보는 0.576%로 2009년 7월 후 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말 0.187%였던 1개월 달러리보도 6개월만에 0.294%까지 상승했다. 여름 이후 고조되고 있는 은행권 신용경색은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줄이며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이번달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년 유로존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펀드매니저들은 72%로 이 항목 응답률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만기가 몰리는 내년 초 유럽국가들의 채무 상환이 불씨로 지적된다. 유로존에서 은행채 2300억유로, 국채 2500억~3000억유로가 내년 1분기 만기도래한다. 이 가운데 유로존 3위 경제국이면서 위기국으로 지목되는 이탈리아는 오는 2~4월에 1500억유로어치의 채권 만기를 맞는다. 존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2012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 국채의 차환을 꼽았다. 그는 "여기에는 민간부분이 유로존 국채를 얼마나 매입할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얼마나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지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유로존 채권 시장 압력이 내년 1분기에 매우 현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장동력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들은 신용경색과 채무상환 압력 고조로 내년 완만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말 심각한 부채위기에 빠진 유로존 경제가 가벼운 경기침체를 향해 가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 등 주요 경제권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로존의 2012년 경제성장률을 2%에서 0.2%로 하향조정했다. 면서 회원국들의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성장률은 각각 -1%, 0.4%로 예상했다.

과제는 유럽 정치권이 위기에 얼마나 현실적인 대응책을 내놓느냐다. 지난달 10일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재정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일정비율 초과하면 회원국에 자동제재를 부과하는 조약 수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조약이 실질적으로 부채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시장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이 재정협약으로 만족하지 못하자 유럽 정상들도 당초 3월 1~2일에 예정된 정례 회의에 앞서 시급한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월 말 특별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세계 경제가 유럽위기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9일 정상회의 후 시장이 일시적으로 잠잠해지긴 했지만 유럽 채무위기는 201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정상회의는 금융적인 측면에서 세부적이지 않았으며 기초적인 원칙에서도 지나치게 복잡했다"고 지적했다.

◇美 유럽보단 낫지만…역풍 가능성 여전

미국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앞선다. 일반적으로 올해 미 경제성장률은 1.5~2% 안팎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조사에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로 예측됐다. OECD와 같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 경제성장률을 내년과 같은 1.5~2%로 전망했다.

유럽보다는 소비 지출 증가세가 가파르고 고용지표도 지난해 4분기 들어 개선세를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이 예상밖에 8%로 하락했으며 지난달 22일 발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도 2008년 후 최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럽보다는 낫다'이지 월등한 성장세를 기대하긴 힘들고 이 역시도 불안하다. 윌리엄 뷰터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완만한 성장세조차 안심할 수 없다"며 "미국 성장률이 2012~2013년 실업률을 실제적으로 낮출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미국 경제에 불어닥칠 수 있는 가장 큰 역풍은 유럽이다. 유명 비관론자인 헨리 카우프만은 이번 달 "유럽 금융시스템 악화가 일부 미국 금융기관을 더 보수적으로 만들어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며 "유로존의 문제와 유로화의 기능 이상은 미국 의 대 유럽 수출 둔화라는 경로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연관관계라는 경로를 통해서 미국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내적인 위험요인으로는 주택시장이 꼽힌다. 바클레이즈캐피탈에 따르면 압류 주택이나 주택 소유자들의 대출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소위 '그림자' 재고 공급량은 작년 10월 340만 채에 이른다. 2012년 말 이 그림자 주택이 270만 채로 줄어들 것이라 보지만 이 역시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시작한 시점의 150만 대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이다.

고용도 안심하긴 힘들다. 노동부의 지난해 11월 자료에 따르면 장기 실업자들이 늘어났으며 노동 인구도 줄었다. 11월 고용 지표 개선은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임시직 고용이 늘었던 영향이 컸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으면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개선도 어렵다. 2012년 소비지출 증가율은 2%로 지난해 4분기 2.6%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11월 미 대선이 다가오며 정치가들의 벼랑 끝 전술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 주 민주-공화 양당이 급여세 감면안 2개월 연장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또 언제 부각될 지 알 수 없다.

◇신흥국, 더 이상 위험 무풍지대 아냐

신흥국 기수인 중국에 대한 내년 전망은 지난달 14일 중앙경제공작회의 후 다소 비관적으로 기울어졌다. 지표에서 감지되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정책 완화가 예상만큼 획기적이지 않을 것이란 실망에 이전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던 중국 증시 유동성 랠리 장세 전망도 사그러들었다.

중국의 지난해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미만을 기록했고,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1, 2월을 제외하면 지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그러나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신중한 통화정책과 선제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신중 기조를 유지하되 경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준으로 선제적인 미세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도 '주택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때까지'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 하이빈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정책 완화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아줄 테지만 이번 분기와 다음분기까지는 수출과 부동산 투자 증가세 둔화로 완만한 성장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오 왕 UBS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관리에서 경제성장으로 정책 초점을 분명히 옮기고 있으나 점진적 정책 완화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도는 경기 둔화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과 환율 변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 루피/달러 환율은 53.7550루피로 역대 최고(루피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스칸디나비스카 엔스킬다반켄의 아시아 투자전략 대표 사일레시 자는 "자본 유입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도 경제성장 전망과 인플레이션, 거시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2012년 상반기까지 증시에서 순유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그는 루피/달러 환율이 올해 60루피까지 오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0.04% 줄어들며 성장이 멈췄다. 특히 지난 분기 브라질의 민간 소비는 0.08% 감소하며 2008년~2009년 위기 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2010년 7.5%였던 브라질의 성장률은 지난해 3%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위기에 따른 브라질의 대유럽 수출 타격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있다. 유럽은 브라질 무역의 20%를 차지한다. 지난 2년 간 브라질에 단행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분의 1은 유럽 자금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브라질로의 자금 유입 감소도 우려된다. 중국과 미국과의 3각 무역관계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라질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면 이를 중국이 완성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가 짜여 왔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에 이상이 생긴다면 브라질 경제도 안전할 수 없다.

상승만 하던 달러대비 헤알가치는 7월 12년 고점에 닿은 후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원자재 약세에 하락해 채권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달러대비 헤알가치는 7월 고점 대비 21% 하락했다.

현재 브라질 중앙은행의 정책 초점은 6년 고점까지 상승했던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경제성장률을 지탱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브라질은 지난 8월 2년만에 처음으로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지금까지 총 3차례 금리를 낮췄다.

◇중동·北…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 못 해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가장 큰 위험은 유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중동 리스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이란 핵개발과 관련해 금융제재를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조치를 취하거나 원유 주요 수송로인 이란과 오만 사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크리스토퍼 바렛 크레디아그리꼴 애널리스트는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이 여전히 높다"며 "이란 핵시설관련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유가의 리스크프리미엄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배시의 원유 트레이더 크리스토퍼 벨류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우려에 유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 석유 금수 조치는 이미 타이트해진 원유 시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정부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빚어진 시리아의 수출량은 올해 초 일평균 40만 배럴이었으나 현재는 '제로'다.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분쟁이 원유공급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사실이 발표되면서 북한 리스크도 새롭게 떠올랐다. 이미 상당히 진척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의 후계 승계가 단기적으로는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권력 이양 과정에서 대외 강경책이 부상할 수 있다. 이미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안고 있는 북산 사회의 단합이 장기적으로는 유지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