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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黃帝), 13억 마음 속에 불멸의 존재로

지식창고지기 2011. 8. 22. 05:45

황제(黃帝), 13억 마음 속에 불멸의 존재로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황제(黃帝), 중국史의 서장을 연 신화적 제왕…13억 마음 속에 불멸의 존재로

황제(黃帝)는 중국의 전설적인 제왕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사기》 첫머리를 장식하는 인물이다. 역사의 기원을 오제(五帝) 시기까지 끌어올리고자 한 사마천의 의도는 당대의 《한서》와 대비해 보아도 중국의 다른 역사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창성을 드러낸다.

황제를 중심으로 한 다섯 신들의 계보는 역사의 신화화요 신화의 역사화로서 신들을 인간의 계보로 편입하고자 했던 사마천의 의도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설 속의 인물들인 오제가 모두 나이 들어서 죽었고,어느 곳에 장사 지냈다는 것까지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사기》 '오제본기'에 의하면 황제는 소전씨(少典氏)의 자손으로 성은 공손(公孫)이고,이름은 헌원(軒轅)이다. 어려서는 생각이 빨랐고,자라서는 인정이 많고 사리에 밝았으며,성인이 돼서는 해박하고 기억력이 좋았다.

신농씨(神農氏)가 세상을 다스릴 때 제후들이 서로 침략하고 백관들에게 함부로 대했으나 황제가 창과 방패 쓰는 법을 익혀 조공하지 않는 자들을 쳐 모두 복종시켰다.

주변의 제후들을 규합한 황제가 오행을 다스리고 오곡을 심었으며 사방의 땅을 측량하는 등의 통치시스템을 갖췄다. 곰 살쾡이 호랑이를 훈련시켜 들판에서 자웅을 세 번이나 겨뤄 이겼으나 염제의 후손 치우(蚩尤)만은 끝까지 반항했다. 치우는 머리는 구리요,이마는 쇠로 된 악신.그가 난을 일으키자 황제는 제후들과 힘을 합쳐 탁록에서 치우를 제거했다. 이후 제후들은 진정으로 그를 천자로 삼았다.

천하의 우두머리가 된 황제는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정벌해 평정하고 산을 개간해 전답을 만들었다. 일정한 거처가 없는 그는 떠다니는 구름에 빗댄 '운사(雲師)'라는 군대를 만들어 자신을 호위하게 하고,말을 잘 듣지 않는 제후들을 치밀하게 감찰했다. 제후들과 화합하기 위한 의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연을 사랑하고 모든 것에 인간적 의미를 부여한 황제는 때에 맞추어 심은 곡식으로 새와 짐승들에게도 교화를 입을 수 있게 했으며 백성들에게도 물과 들에서 나는 모든 것을 절제해 쓰도록 지도하면서 토덕(土德)을 숭상했다.

자식복도 많아 아들이 스물다섯 명이나 되었고 성(姓)을 얻은 자가 열네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 황제가 세상을 떠나자 교산(橋山)에 장사 지냈다. 황제의 손자인 고양(高陽)이 제위에 오르니,이 사람이 바로 전욱으로 황제의 치적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

사마천은 '오제본기'의 맨 마지막 논평에서 자신이 다룬 오제의 내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 부여를 하고 과감히 황제의 이야기로부터 중국 역사를 시작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전설에 불과하고 사적도 없는 허구의 인물이나 다름없는 제왕을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돼버렸다. 이미 황제는 중국인의 마음속에 전설 그 이상의 의미로 자리잡았다. 그들은 황제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덕치의 제왕이며 중국 문화의 서광을 비춘 제왕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이 청명절마다 그의 무덤을 찾아 북적대는 것이 그에 대한 현대 중국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