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사/국내 동향

환경경제학-가이아 이론

지식창고지기 2009. 4. 2. 09:38

가이아 이론은 "지구는 살아 있다"는 가설이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며, 지구는 살아있다는 주장이 전개되면서 지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말이다.

 

가이아로 표현되는 지구란 현재의 지구 그 자체만은 아니다. 가이아는 공간적으로 대기권과 암석권, 생물권을 시간적으로 지구상에 생명이 태어난 시간부터 지금까지를 포함한다. 즉, 가이아란 공간적, 시간적 경계를 가지는 하나의 실체이며 바로 이 실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옛부터, 즉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하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숨쉬며 살아 왔다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은 러브록(Lovelock) 이라는 영국 대기과학자가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978년에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하였다. 이후 그 자신에 의해 보완된 책만도 두 권이 더 출판되었고 미국의 여성 미생물학자인 마굴리스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글들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 지구과학회에서도 특별 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이 문제를 가지고 토의했을 정도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구가 살아 있다"는 주장은 크게 다섯 가지 내용으로 전개된다.

 

1)지구에서 생물계는 무생물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물론 이때 무생물계 역시 반대로 생물계에 영향을 미친다.

 

3)생물계가 무생물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생물계가 안정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4)지구의 환경은 이렇게 안정되게 또 오랫동안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는 바, 이는 생물계에 의해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생물계를 위해서" 이루어졌다.

 

5)따라서 생물계는 지구환경을 생물이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되도록 조절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생물이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 내용들은 생물과 지구환경이 상호관련성을 갖는 다는 사실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물계에 유리한, 좀더 강하게 표현한다면 "생물계를 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러브록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생물이 지구의 환경을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지구가 살아 있다는 주장은 이들 내용과 연결돼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우선 생물계가 무생물계에 미친 영향이 무생물계, 즉 지구환경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결과 지구는 오랫동안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 되어왔다. 이를 항상성(恒常性) 이라고 한다.

 

항상성은 생물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이는 지구 스스로가 자기조절의 기능, 즉 능동적인 기능이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았다.

 

생물에 유리하게, 생물이 존재하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지구환경을 변화시켜 왔다는 것은 곧 "지구는 생명을 가진 존재" 라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은 대부분 지구가 일정한 환경을 유지한 사실들과 관련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생물이 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기중 산소가 일정한 양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과 대기온도 역시 생물이 얼어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수 있도록 유지되어 왔다는 것, 그밖에 바닷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는 것 등이다.

 

이렇게 일정한 환경이 유지된 것이 생물의 작용에 의한 것임이 강조된다.

 

생물이 지구가 탄생한 이래 멸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존재해 왔음을 주장하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가이아 이론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지구의 기후조건이 일정해 생물에게 안락하다는 사실이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에너지는 생물이 태어난 초기시대에 지금보다 약30% 적었으므로 지구가 얼어 있어야만 했고 생물은 살지 못했어야만 했다.

 

반대로 이 시기의 온도가 생물이 살기에 최적이었다면 오늘날의 온도는 지구온도가 태양광의 증가와 함께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에 생물이 살기에 적합치 않아야만 한다. 태양광이 약 3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생물이 살기에 적당한 온도로 머무는 사실(현재 지구의 평균정도는 13°C 이다)을 생물의 작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이아론자들의 주장이다.

 

지구온도는 온실효과와 알베도 효과에 의해 조절된다. 온실효과에 관여하는 기체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다,

 

최초의 지구는 이산화탄소로 둘러싸였다고 한다. 만일 이산화탄소로 둘러싸이지 않았다면 태양에너지가 지금보다 적었던 시대에는 약-19°C였을 것이다. 이산화탄소로 둘러싸여 따뜻한 기온을 유지했던 지구는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면서 찬 지구로 변해야만 하는데 온화한 기후가 유지되었던 것은 알베도 효과로 설명한다.

 

알베도란 지구에 입사되는 에너지량과 지구로부터 반사되는 에너지야만 했고 생물은 살지 못했어야만 했다.

 

열대지방에서는 활엽수가 증산작용 활발히 하므로 이때 증발된 수증기가 구름이 되어 하늘을 덮고 있어 강한 열을 차단하고 있다.

 

바다에서도 미세한 조류들이 합성하는 황산, 혹은 황화디메털(DMS)이라는 물질이 대기로 방출되어 구름의 응결핵으로 작용, 구름의 형성을 돕는다. 이 구름이 바다를 적당히 덮고 있어 바닷물이 더워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조류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 결과 더 많은 DMS가 방출되고 더 많은 구름이 형성되어 바다를 식게 하므로 기온이 조절된다고 보았다. 바닷물은 1kg 당35g 의 소금을 함유한다. 약 3.5%에 해당하는 소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소금의 양이 오랫동안 일정 정도로 유지된 것도 생물에 의한 작용이라는 주장이다. 소금을 형성하는 이온들은 육지에서 암석이 풍화작용을 일으켜 바다로 유입된 것들이므로 이들 이온은 바다에서 계속 증가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정도에 머무는 것은 바다에서 소금이 다시 계속 제거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열대지방의 바닷가에서 이루어진다. 즉 자그마한 호수가 바닷가에 형성되어 바닷물이 갇히면 증발되어 소금이 되고 이것이 지각변동 때 지하에 묻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호수를 생기게 하는 물질이 바로 생물이다.

 

열대지방에는 지금도 산호나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구조에 의해서 생기는 호수가 많이 있다. 즉, 호수의 벽은 생물이 만든 것이다.

 

대기로 둘러싸인 푸른색 지구를 가이아론자들은 생물에 의해서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대기, 해양, 지표면 등은 이 살아있는 실체의 머리카락, 손톱, 깃털 등에 해당하며 지표면의 물 흐름은 피가 흐르는 순환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지구 암석은 골격에 해당되는 등 살아있는 생명체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1991년에 러브록은 다시 "가이아의 지구생리학" 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순환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움직이는, 생리작용을 가진 실체로서 간주한 것이다.

 

즉 지구는 지구생리학이라는 관점에서 보아 외부와 교환하면서 외부의 조건이 변화하더라도 스스로 내부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를 지금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판단하려면 그 내용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야만 한다. 지구가 일정한 환경을 가지고 생물이 살 수 있도록 유지되어 왔다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가이아 이론의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생물계와 무생물계가 상호작용하여 안정된 계를 이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이 "생물계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할 것이다.

 

즉 지구가 능동적으로 생물이 살기 적합하도록 환경을 조절해 왔다는 것은 과학적 성격을 벗어나는 해석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지구는 살아있다"는 주장 역시 무리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아 이론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음 몇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구가 살아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 러브록이 펼치는 논리는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논리들보다 훨씬 잘 무장되어 있다.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였으며 또 이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여, 반박의 여지를 없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주장한 가설이 우리 인간생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다. 지구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지구가 살아있음에 대한 애착을 가지도록 한 것은 가이아 이론이 크게 공헌한 부분이다.

 

러브록 스스로는 지구가 조절작용에 의해 환경을 극복해가고 있으므로 인간에 의한 노폐물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경론자들이 지구가 살아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 이론이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인간에 의해 주로 유발되므로 인간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고려하고 인간이 지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윤리적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추가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출처 :한 숨 돌리고픈 휴게소... 원문보기 글쓴이 : 리어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