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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 서왕가(西往歌)/나옹화상(懶翁和尙,1320∼1376 )

지식창고지기 2009. 7. 12. 14:26

왕가(西往歌)


나옹화상

<서왕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정극인의 <상춘곡>이 가사의 효시 작품으로 인정되었었다. 그러나 고려 말의 나옹화상이 지은 <서왕가>가 발견되면서 이 작품은 가사의 효시 작품으로 되었고, 지금은 대체적으로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 작품이 발견됨으로 해서 가사의 발생이 불교의 포교에서 왔을 것이란 학설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서왕가>는 승려가 지은 작품이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것이 중심을 이룬다.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불교의 교리에 순응하여 인생의 참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하면서 출가의 내력,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내용, 그리고 부처의 공덕을 비는 염불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나옹화상의 생존내용은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훨씬 이전이어서 현재 기록되어 있는 작품이 곧 나옹화상이 지은 실제 작품으로 확정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다만 4.4조를 기조로 하는 4음보로 아직 정제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초기 가사의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 <서왕가> 본문

          나도 이럴망정 세상(世上)에 인자(人子)러니

    무상(無常)을 생가하니 다 거짓 것이로세
    부모(父母)의 기친 얼굴 죽은 후에 속절 없다
    적은 덧 생각하야 세사를 후리치고
    부모(父母)께 하직(下直)하고
    단표자(單瓢子) 일납의(一衲衣)로
    청려장(靑藜杖)을 빗기 들고 명산을 찾아들어
    선지석(善知釋)을 친견(親見)하여 이 마음 밝히리라
    천경만론(千經萬論)을 낱낱이 추심(追尋)하여 육적(六賊)을 잡으리라
    허공마(虛空馬)를 빗기 타고 막사검(莫邪劒)을 손에 들고
    오온산(五蘊山) 들어가니 제산(諸山)은 첩첩(疊疊)하고
    사상산(四相山)이 더욱 높다
    육근문두(六根門頭)에 자취없는 도적은 나며 들며 하는 중(中)에
    번뇌심(煩惱心) 베쳐 놓고 지혜(智慧)로 배를 무어
    삼계(三界) 바다 건느리라
    염불중생(念佛衆生) 실어 두고 삼승(三乘) 침대에 일승 돛 달아두니
    춘풍은 순히 불고 백운(白雲)이 섯도난데
    인간(人間)을 생각하니 슬프고 서러운지라
    염불 마는 중생들아  
    몇 생을 살냐하고 세사(世事)만 탐착(貪着)하여 애욕(愛慾)에 잠겼는가
    하루로 열두시요 한달도 설은 날에   어느 날에 한가(閑暇)한 경계(境界)를 얻을런고 청
    정(淸淨)한 불성(佛性)은 사람마다 가지신들 어느 날에 생각하며
    항사공덕(恒沙功德)은 본래(本來) 구족(具足)한들 어느 시에 나야 쓸고

     

    서왕(西往)은 멀이지고 지옥(地獄)은 가깝도다
    이 보시소 어르신에 권하노니 종제선근(種諸善根) 심으시소

    금생(今生)에 하온 공덕(功德) 후생에 수(受)하나니
    백년탐물(百年貪物)은 하루 아침 듯글이오
    삼일 하온 염(念)은 백천만겁(百千萬劫)에
    다함 없는 보배로세 어와 이 보배
    역천겁이(歷千劫而) 불고(不古)하고 극만세이(極萬世而) 장금(長今)이라
    건곤(乾坤)이 넓다한들 이 마음에 미칠손가
    일월(日月)이 밝다한들 이 마음에 미칠손가
    삼세제불(三世諸佛) 이 마음 알으시고
    육도중생(六道衆生)은 이 마음을 져바릴 세
    삼계윤회(三界輪廻)를 어느 날에 그칠는고
    적은 덧 생각하며 마음을 깨쳐 먹고
    태호(太昊)를 생가하니 산첩첩(山疊疊) 수잔잔(水潺潺)
    풍슬슬(風瑟瑟) 화명명(花明明)하고 송죽(松竹)은 낙락(落落)한데
    화엄(華嚴)바다 건네 저어 극락세계(極樂世界) 들어가니
    칠보금지(七寶錦地)에 칠보망(七寶網)을 둘렀시니
    구경(求景)하기 더욱 좋아 구품연대(九品蓮臺)에
    염불소리 잦아 있고 청학백학(靑鶴白鶴)과 앵무공작(鸚鵡孔雀)과
    금봉청봉(金鳳靑鳳)은 하나니 염불일세
    청풍이 건듯부니 염불소리 요요함에
    어와 슬프다 우리도 인간에 나왔다가
    염불 말고 어이 할고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 <서왕가> 정리
* 작자 : 나옹화상
* 다른 이름 : 강월서왕가(江月西往歌)
* 주제 :
세상일에 집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교에 귀의하길 권장

 

 

 

나옹화상(懶翁和尙,1320∼1376 )


호 나옹
고려 말 공민왕 때의 명승
지공, 무학과 함께 3대 화상으로 꼽힘.
중국 서천의 지공 화상을 따라 심법(心法)의 맥을 이어받고 돌아왔다.
우왕(禑王) 2년에 법회를 열었는데, 법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길이 메어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고려말 선종(禪宗)의 고승으로서 조선 시대 불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민왕 때 왕사를 지냈으며, 우왕의 명을 받고 밀양 영원사로 가는 도중 여주 신륵사에서 죽음
서예와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문학적인 소질도 뛰어나서 <서왕가>, <심우가>,<낙도가>등의 가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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