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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 성산별곡(星山別曲)

지식창고지기 2009. 7. 12. 14:35

산별곡(星山別曲)


/식영정 구경하기/

정철

<성산별곡>은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작품이다.
작품에 관련된 인물들의 생애와 견주어서 좀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삶의 한 방식을 드러내 준 작품이라 하겠다. 조선조의 사대부들은 사유의 토지를 생활 근거로 하여 나아가 조정의 관료로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물러나면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더욱 힘쓰면서 강호의 처사로서 자연을 벗삼아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바로 이러한 사대부들의 생활의 양면성이 그들로 하여금 관료적 문학과 처사적 문학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였다. 이렇게 토지에 기반을 둔 생활 근거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이현보나 송순, 윤선도 등과 같은 여유만만한 강호 생활이  가능했으며, 관료나 처사의 위치에 관계 없이 이른바 귀거래(歸去來)의 강호 생활을 높이 평가하는 관념적 풍조 또한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성리학의 학문적 성격으로 보아 사대부들의 귀거래의 추구를 결코 그들의 본뜻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현실에서 물러나 자연에 몰입한 듯, 현실에 대한 모든 미련을 떨치고 숨어 지내다가도, 때를 만나 기회만 오면 그 자연을  서슴지 않고 버리고 현실에 뛰어들곤 했다.

● <성산별곡> 정리
* 작자 :
  송강 정철
* 장르 : 가사
* 연대 : 1560년대(작자 25세)
* 주제 :
성산의 풍경과 식영정을 노래
* 배경 : 성산(星山-별뫼)은 송강이 을축사화로 인하여 귀양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10여년간 지냈던 전남 창평 지곡리(현재는담양군 남면 지곡리)이다. 이 가사는 성산의 풍경과 식영정(息影亭), 서하당(棲霞堂)을 중심으로 읊은 것

 

● <성산별곡> 본문 읽어보기

 

 엇던 디날 손(지나가는 손님.과객)이 성산의 머물면서
하서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듯소.
인생 세간(世間)의 됴흔 일 하건마난
엇디 한 강산을 가디록 나이너겨(갈수록 낫게 여겨서)
적막 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난고.
송근(松根)을 다시 쓸고 죽상(竹床)의 자리보와
져근덧 올라안자 엇던고 다시보니
천변(天邊)의 떠난 구름 서석(瑞石-상서로운 돌,식영정부근의 깨끗한 돌)을 집을 삼아
나는닷 드는 양이 주인과 엇더한고.
창계(滄溪) 흰 믈결이 정자 알패 둘러시니
천손운금(天孫雲錦-은하수)을 뉘라셔 버혀 내여 낫난닷 펴티난닷 헌사토 헌사할샤(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다).
산중의 책력(冊曆)업서 사시(四時)랄 모라더니
식영정
눈아래 헤틴 경(景)이 의의이 졀로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仙間)이라.
매창(梅窓) 아젹 빗해 향기예 잠을 깨니
산옹(山翁)의 해올 일이 곳업도 아니하다.
울밋 양지편의 외씨랄 삐허 두고(뿌려 두고)
매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내니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중국 한나라 장안성의 문. 방초(芳草)향기로운 풀) 고사랄 이제도 잇다 할다.

망혜(芒鞋)랄 배야신고 죽장(竹杖)을 흣더디니
도화교(桃花嬌) 시내 길히 방초주(芳草洲)예 니여셰라.
닷봇근 명경중(明鏡中) 절로 그린 석병풍(石屛風) 그림재 벗을 삼고
새와로 함 가니 도원(桃源)은 여긔로다 무릉(武陵)은 어디메오.
남풍이 건듯 부러 녹음을 헤텨내니
절 아난 괴꼬리난 어대로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해 픗잠을 얼풋깨니
공중 저즉난간 물 우해 떠잇고야.
마의(麻衣)랄 니뫼차고(여미고,걷어 올리고) 갈건을 기우 쓰고 (비스듬히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난 거시 고기로다.

하라밤 비 운의 홍백연(紅白蓮)이 섯거 피니
바람 업시셔 만산(萬山)이 행긔로다.
염계(송나라 주돈이의 호)랄 마조 보와 태극(우주의 근본 원리)을 못잡난닷
태을진(선인)이 옥자(玉字)랄 헤혓난닷.
노자암(식영정에 있는 바위 이름)건너보며 자미탄(별 이름.여기서는 여울 이름) 겨태두고
장송(長松)을 차일사마 석경(石逕-돌길)의 안자하니
인간 유월(六月)이 여긔난 삼추(三秋)로다.

청강(淸江)의 떳난 올히(오리) 백사(白沙)의 올마안자
백구랄 벗을 삼고 잠갤 줄 모라다니
무심코 한가하미 주인과 엇더한고.
오동 서리달이 서경(四更)의 도다오니
천암만학(千巖萬壑)이 낫인달 그러할가.
호주(湖洲)수정궁(오나라 왕 합려가 지은 부용원의 궁전)을 뉘라셔 옴겨온고
은하(銀河)랄 건너 뛰여 광한전(달 속에 있다는 궁전)의 올랏난닷.
짝마잔 늘근솔란 조대(釣臺)예 셰져두고
그아래 배랄띄워 갈대로 더져두니
홍료화백빈주(붉은 여뀌꽃이 피고,흰 마름꽃이 떠 있는 물가)어나 사이 디나관대
환벽당(環碧堂)용의 소(연못)히 배 넌패 다핫나니
청강녹초변(淸江綠草邊)의 쇼 머기난 아해들이
어위(興)랄 계워(흥에 이기지 못하여) 단적(短笛)을 빗기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야 니러날 듯
내 예 나온 학이 제 기살 바리고 반공에 소소뜰 듯,
소선(소동파) 적벽(赤壁-소동파가 지은 적벽가)은 추칠월(秋七月)이 됴타호대
팔월 십오야(十五夜)랄 모다 엇디 과하난고.

섬운(纖雲)이 사권(四捲)하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날의 도단 달이 솔우해 올라시니 잡다가
빠딘 줄이(이태백이 채석강에서 달을 잡으려다가 빠짐) 적선(인간세계로 귀양 온 신선-여기서는 이태백)이 헌사할샤.
공산(空山)의 싸힌 닙흘 삭풍(朔風)이 거두부려
떼구름 거나리고 눈조차 모라 오니
천공(天公)이 호새로와 옥으로 곳찰 지어
만수천림(萬樹千林)을 꾸며곰 낼셰이고.
압 여흘 가리 어려 독목교(獨木橋)빗겻난대
막대 멘 늘근 볕이 어내 뎔로 갓닷말고.
산옹의 이 부귀랄 남다려 헌사마오.
경요굴(아름다운 옥으로 만든 굴.여기서는 성산의 아름다움) 은세계(銀世界)랄 차잘이 이실셰라.
산중의 벗이 업서 황권(책들)랄 싸하 두고
만고 인물을 거사리 혜여하니
성현(聖賢)은 카니와 호걸도 하도할사.

하날 삼기실제 곳 무심 할가마난
엇디한 시운(時運)이 일락배락(일어났다가 떨어졌다가, 혹 흥하고 망하고) 하얏난고.
모랄 일도 하거니와 애달음도 그지업다.
기산(箕山-요나라 때의 소부와 허유가 은거한 산)의 늘근 고불 귀난 엇디 싯돗던고.
일표(一瓢)랄 떨틴 후의 조장(操狀)이 더욱 놉다.
인심이 낫 가타야 보도록 새롭거날
세사(世事)는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엇그제 비잔 술이 어도록(얼마쯤)니건나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마시니)
마암의 매친 시름 져그나 하리나다(풀린다,줄어든다).
거믄고 시욹 언저 풍입송(노래)이야고야.
손(客)인동 주인(主人)인동 다 니저 바려셰라.
장공(長空)에 떳난 학이 이 골의 진선(眞仙)이라.
요대월하(달 아래)의 행여 아니 만나산가.
손이셔 주인다려 닐오대 그대 긘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