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金秀哲) (생몰년 미상) 또한 수채화처럼 옅은 채색을 사용하여 간략,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 그의 이색적인 화풍은 윤제홍(尹濟弘)의 회화 세계를 발전시킨 것으로, 김창수의 작품과 함께 조선 말기 화단의 새로운 동향을 대변하고 있다. 산수와 꽃을 주로 많이 그린 김수철은 「근대 회화의 여명을 개척한 화가」라고 평가받을 만큼 이색적인 화풍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정희는 김수철의 그림을 평하여 "구도는 매우 능숙하고 붓놀림은 구애가 없고 소탈하나 채색은 밝기가 너무 지나치고 치밀하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계산적적도(溪山寂寂圖)
험준한 바위골의 서재에 앉아 창밖의 설매를 관상하는 임화정과 그를 찾아오는 인물이 다리에 보인다. 간결한 선묘로 윤곽을 잡고 담묵과 태점으로 산의 굴곡을 표현하였으며 가지마다 호분점을 찍어 매화꽃을 나타냈다. 화면 왼쪽이 거대한 바위로 가득찬 반면에 오른편 위 아래 공간은 시원하게 틔어 있어 북산의 간결한 필치와 극명한 대비 효과가 잘 나타나 있다.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 ◈ 김수철 ◈ 지본담채 33.1× 44cm ◈ 간송미술관 그러나 〈송계한담도〉의 일련의 소나무는 상징화, 인격화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소나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송계한담도〉는 근경의 바위와 시냇가에 서 있는 몇 그루 안되는 소나무, 그리고 소나무 밑에서 한담을 즐기고 있는 선비들의 모습을 주제로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의 소나무는 추사의 〈세한도〉나 이인상의 〈설송도〉 등 절의나 지조의 상징물로 그린 소나무에서 볼 수 있는 관습적인 정체성(停滯性)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자유분방한 필선을 구사하여 묘사된 소나무들은 참신한 회화적 멋이 깃들어 있다. 화면의 여백이 넓고 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경물들이 중심에 몰려 있기 때문일 것인데, 이렇게 확장된 여백에 한국 회화 특유의 청기(淸氣)와 삽상(颯爽)한 기운이 배어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서거나 앉은 자세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다섯 선비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인간’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흐르는 물과 같고, 소나무와 같다. 완전히 자연 형성의 일부이다. 군데군데 서 있는 나무의 일종이다. 인물도 소나무와 바위와 냇물과 마찬가지로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처럼 옛 화가들은 대규모의 자연 속에 있는 조그마한 인물이나, 소규모의 자연 속에 있는 인물이나 모두 자연의 일부로 그리는 것은 물아일체를 염원하는 자연 회귀의 성향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소나무 아래서 한담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송계한담도〉는 자연과 인간이 일체된 세계를 그린 것이며. 세속을 떠나 자연에 회귀한 은자(隱者)들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자연과 벗하면서 탈속의 풍류를 즐기는 전통은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 대표적인 선례를 죽림칠현(竹林七賢), 상산사호(商山四皓)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들도 죽림칠현과 마찬가지로 탈속의 경지에서 함께 하는 풍류를 즐겼던 사람들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선례를 따라 〈송계한담도〉의 다섯 명의 선비들은 스스로를 ‘송림오현(松林五賢)’이라 자처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소나무에 관계된 말 중에는 문학적인 여운을 가진 단어들이 많다. 예컨대 송간(松間, 솔밭 사이), 송성(松聲, 소나무에서 이는 바람소리), 송영(松影, 솔 그림자), 송풍(松風, 솔바람), 송하(松下, 소나무 아래), 송단(松壇, 소나무가 서 있는 낮은 언덕) 등이 그것이다. 이 단어들은 주로 탈속과 풍류의 의미를 담은 말로 쓰이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송계한담도〉는 바로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하화도(荷花圖) ◈ 김수철 ◈ 지본담채 96.5×43.2cm ◈ 이화여대박물관 마른 화선지 위에 그은 것이라 옅은 채색에도 불구하고 필선이 명료하여 그가 즐겨 사용하는 철선보다 빠르고 즉흥적인 필선을 곁들여 처리하였다. 푸른색의 앞면에 건필의 잎맥을 선명하게 그려넣었고, 잡초는 대담하게 생략하여 대여섯번 좌우로 지나간 붓면으로 표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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