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글로벌 아이] 베이징 컨센서스와 차이메리카
지난주 베이징에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소동이 있었다. ‘중국의 부상에 한국이 위협을 느끼다’란 제목의 서울발 외신 보도가 단초가 됐다. 중국의 주요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인용 보도했다. 이웃 나라의 발전을 축하해주기는커녕 불안감을 느낀다고 공공연히 발표하는 한국 정부의 좁은 속내를 확인한 중국인들은 흥분했다. 급기야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중국 언론에 해명까지 했다.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의 개념과 영향 분석’이란 제목으로 기획재정부가 13일 배포한 8쪽짜리 보도 참고자료가 이번 사단을 일으켰다. 사실 이 자료의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위안(元)화 국제화를 추구하는 중국이 최근 6500억 위안(약 130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6개국과 체결했고, 자원 확보를 위해 중남미·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한국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결론 부분이 문제가 됐다.
자료를 만든 관리들은 “중국인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투덜거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주중 대사관의 한 고위 간부조차 “외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빚어진 사건”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부처 파견관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외교상의 결례 차원을 넘어 이번 사건은 세 가지 측면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우선 기억상실증이 문제다. 유동성 부족 우려가 팽배했던 지난해 12월 12일 다급해진 한국 정부는 중국에 손을 벌려 1800억 위안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는 중국이 외국과 체결한 최초의 통화 스와프였고, 위안화 국제화의 이정표가 됐다. 위안화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았고, 국제화의 빌미를 맨 처음 제공한 한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천명했으니 촌극이 따로 없다.
역사 의식도 빈약했다. 중국인들이 북경공식(北京共識)이라고 번역한 베이징 컨센서스는 분명 주시해야 할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개발독재형 발전 모델은 ‘서울 컨센서스’가 원조다. 중국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 박정희 모델을 참고했다”고 인정한다. 서구의 단골 메뉴인 베이징 때리기를 한국이 개념 없이 따라 하면 자칫 누워서 침 뱉기가 될 수 있다.
단편적으로 바깥 세상을 보는 좁은 안목은 고질병이다. 베이징 컨센서스만 볼 게 아니라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가 설파한 ‘차이메리카(Chimerica)’ 현상을 동시에 읽어야 중국의 전모가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공포의 핵 균형’ 같은 공생 관계를 중국인들은 ‘중미국(中美國)’이라 부른다.
중국의 초강대국화 추세가 불가피한 미래라면 애써 부정해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그 기세에 올라타야 현명하다. 베이징 컨센서스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만 중국과 한국이 함께 발전하는 ‘중한국(中韓國)’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장세정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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