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관/언론 기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끝없는 돌계단 '장관'

지식창고지기 2009. 7. 31. 09:40

[경남일보]

 

미지의 세계로 가는 끝없는 돌계단 '장관'
세계 명산 트레킹 황산트레킹 <2>
남근희 기자  

 황산 트레킹의 백미는 단연 서해대협곡이다. 서해대협곡은 황산의 24개 협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서해대협곡을 보지 않고서는 황산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과 자태는 찾은 이들의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협곡의 절경 하나만으로 1년 365일 손님 맞을 준비를 다 해 놓고 기다리는 서해대협곡. 세상에 공개된 지 얼마 안 된 곳이다. 워낙 산세가 험준하고 위험한 곳이라 어느 누구라도 쉽게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었던 미지의 세계였던 것이다.
 지난 1979년 덩샤오핑의 지시에 의해 서해대협곡 개발이 진행됐다. 덩샤오핑은 서해대협곡의 멋진 광경을 지켜본 후 전 인민들이 볼 수 있도록 등산로 조성을 지시했고, 공사는 9년의 설계와 12년의 시공 끝에 세상에 공개됐다. 그는 79세 고령의 나이에도 황산을 올라 누구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줬고, ‘전 인민은 황산을 순례하라’고 지시했다.
 황산에는 15만여 개 돌계단이 있으며, 지금도 돌계단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돌 깨는 소리가 산행 중 여기저기서 들린다.
 서해대협곡 트레킹은 5~7시간이 소요된다. 서해대협곡을 지나노라면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자기 자신이 왠지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천혜의 절경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주어진 삶 속에서 열심히 살자고 다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곳이 서해대협곡이다.
 서해대협곡 주위에서 펼쳐지는 운무와 협곡의 신비스러운 파노라마는 찾은 이들의 가슴을 요동치기에 충분하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파노라마의 전율을 과연 내 좁은 가슴 속에 전부 담아 갈 수 있을까? 그냥 눈도장만 찍고 가는 것은 아닐까? 못내 아쉬움만 남는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황산의 절경은 숨바꼭질을 계속한다. 아찔한 낭떠러지들이 좁은 골짜기를 이루고, 골짜기마다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등산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이므로 한동안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산행 중에서 아찔한 것이 하나 있다. 기암괴석 바로 옆에 붙어 공중에 붕 떠 있는 등산로이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지나가기가 버거울 정도이다. 허공에 붕 떠 있는 등산로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아래를 보면 안 된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긴장감이 온몸에 전율을 타고 전달돼 다리에 힘이 풀릴 지도 모른다.
 짙은 운무까지 눈앞이나 머리 위를 지나갈 때는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스릴감에 조금 더 객기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등산로 바로 옆은 밑이 전혀 내려다보이지 않는 절벽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허공에 떠 있는 등산로가 얼마나 튼튼할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산행이 계속될수록 그런 걱정은 없어진다. 벽면 안쪽자리에서 바깥쪽으로 차츰차츰 발길이 저절로 움직인다. 이유는 서해대협곡의 비경을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오르락내리락 이어져 지어진 허공 등산로들을 볼 때 마다 중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또 어떻게 공사를 했을까 의문은 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문다.
 ‘등산로를 공사하면서 천길 낭떠러지로 몇 명이나 떨어졌을까’ ‘등산로는 점검을 할까’ ‘점검을 한다면 얼마나 자주할까’ 등 여러 가지 의문이 뇌리를 스친다.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이 허공 등산로를 지나갔지만, 무너졌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등산로를 만들라고 지시한 덩샤오핑도 대단하지만 실제 일선에서 작업한 인부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서해대협곡은 지구의 지각변동이 있기 전에 드넓은 망망대해였다는 설이 있다. 오랜 기간동안 지질변화를 거쳐 이렇게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으로 돌아와 우리들에게 보여주다니 자연의 순리는 실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7시간이 넘는 서해대협곡 산행 중에서 일행들은 운무에 휘감겨 있는 각양각색 봉우리들을 볼 때 마다 하나같이 ‘신비스럽다’ ‘환상적이다’ 등 탄식을 내뱉는다.
 중국무협 영화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선교가 눈에 들어온다. 두 바위에 동굴을 뚫고 돌로 다리를 연결해 놓은 곳이 보선교이다. 보선교 바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로 아래 보기가 무섭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면 각양각색 암봉이 눈에 들어오고, 암봉 맨 꼭대기에는 몇 그루의 노송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암석의 틈새에 뿌리를 박고 살고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이 정말 감탄스럽다. 보선교에서 바라보는 서해대협곡의 장관은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세종대왕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세종대왕이 가부좌를 틀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그대로이다. 일행들은 멀리 보이는 세종대왕 암봉을 바라보며 기도를 한다.
 서해대협곡 산행이 마무리 될 쯤 일행들은 하나같이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 온 발자취를 확인한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장관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지만, 다시 한번 더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무수한 돌계단을 7시간가량 걸어 발바닥에는 불이 나고 지치고 힘들지만, 벤치에 잠시 앉아 쉬면서 눈앞에 펼쳐진 비경을 바라보면 피로는 금세 사라지는 곳이 서해대협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