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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 네가티비즘

지식창고지기 2009. 8. 3. 06:50

1. 네가티비즘의 뜻

「네가티비즘」이란 우리의 건축행위가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가장 인간을 위하는 공간은 곧 가장 자연을 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즉 인간은 결코 자연을 정복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궁극적인 가치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행위라는 것은 자연환경을 인간의 생활환경으로 고쳐가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축행위가 무제한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인간의 요구조건만이 아니라 자연의 필요조건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네가티비즘은 결코 건축행위를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건축행위를 하되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를 일방적으로만 고려하지 말자는 뜻이다. 긍정적인 면이나 밝은 면, 또 인간 중심적인 면이나 건축주의 요청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건축설계에서 제외되기 쉬운 중요한 측면들을 신중하게 고려하자는 것이 네가티비즘의 진정한 의미이다.

2. 전통사상의 네가티비즘

네가티비즘은 우리의 전통사상에서 나왔다. 우리의 전통사상이라면 주로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가티비즘은 이 유교, 불교, 도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교사상>
「유교사상」은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을 부도덕하게 여긴다. 이는 상업주의나 금전만능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주는 네가티비즘이다. 또한 「남이 너에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너도 남에게 하지 말라」라고 유교에서는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 선행이 끼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고려해서 자기의 행위가 남에게 어떤 악을 자행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하는 네가티비즘적 사고방식이다. 「남이 너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먼저 네가 남에게 하라」라고 적극적 선행을 주장하는 「기독교」의 사상과는 대조적이다.

<불교사상>
「불교사상」은 금욕주의를 통하여 물질생활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가르친다. 불가적 윤리도 남에게 행복이나 쾌락을 더해주는 적극적 행동보다는 남에게 고통이나 불행을 끼치지 않도록 행동하게 하는 소극적 태도를 가르친다. 이것은 서양의 「공리주의」가 말하는 「최대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최대행복의 추구」를 행동의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불행이나 고통을 가져오게 하도록 노력하라」는 네가티즘적 정신이다.

<도가사상>
「도가사상」은 인간이 자기편리를 위하여 또는 자연 정복을 위하여 기술개발에 집념하는 것을 옳지 못한 것으로 가르쳐 왔다. 이는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네가티비즘적 사고이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가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이는 「기능주의」에 대한 네가티비즘적 사고이다. 또 인간 행동의 역기능적인 면을 강조해서 가능한 한 인간의 의식적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모든 일을 이루어지게 하라는 「무위」의 사상은 극단적인 네가티비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사상이 가지고 있는 네가티비즘은 분명히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갖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네가티비즘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을 통하여 우리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오늘의 이 시점에서 볼 때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3. 네가티비즘의 공간개념

네가티비즘이 시사하는 공간개념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한계성에 관한 것으로, 둘째는 공간의 이용을 계획하고,공간을 설계하는데 관계되는 윤리문제에 관한것으로, 그리고 세째는 공간설계에 있어서 공간의 기능과 양식 또는 형태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활공간의 한계성>
과학기술에 의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우리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연자원과 생활공간은 제한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간이용에 있어서 우리는 두가지의 한게성을 설정해야만 하다.

▣적정공간(適正空間;Approproate Space)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전체공간의 제한성을 전제로 하고서 그 중에서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한계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필요이상의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된다. 우리 인간이 차지할 수 있는 전체 생활공간도 생태학적으로 「적정공간」이 되어야 함은 물론 개개 인간이 치지할 수 있는 공간도 적정공간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자연공간(自然空間;Natural Space)
절대적 생활공간의 한계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자원의 한계이므로 우리는 이 문제때문에도 공간이용에 관한 한계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생물들이 살아온 공간이란 태양의 열과 빛,맑은 공기,물,그리고 흙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와같이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생활공간을 「자연공간」이라고 한다면, 과학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생활공간에는 비자연적인 곳이 많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네가티비즘적 생각을 한다면 인간의 생활공간도 자연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고쳐나가도록 한다.

<공간이용의 윤리문제>
공간설계에서 네가티비즘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 설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유용하게 이용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 끼칠수 있는 해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도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한다. 공간이용에서 네가티비즘이 문제시 되어야 하는 또 한가지 측면은 인간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하나의 공간을 어떤 특정한 못적을 위해 제한해 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그 제한된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통합공간(統合空間;Integrated Space)
윤리적으로 이상적인 공간설계는 그 제한된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그 공간 밖에 잇는 사람들이 꼭 같이 그 설계의 결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 공간의 안과 밖이 다같이 좋은 복적을 위해 이용이 될 수 있게 된 것을 「통합공간」이라고 한다면, 이 공간개념은 하나의 건물 안에 있느 공간들이나,건물들 사이의 공간들,또는 도시공간 전체와 인간의 생활공간 전체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데도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유공간(公有空間;Public Space)
인간은 누구나 사유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전체인구가 현재의 수준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제한된 전체 생활공간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사유공간은 적정공간의 한계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바람직 한 것은 사유공간을 최소로 줄이고 그대신 여러 사람들이 한께 사용할 수 있으면서 사유공간의 기능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을 최대한으로 하는 것이다.

<공간의 기능과 형태>
공간의 기능과 형태에 관한 네가티비즘적 접근방식은 기능주의의 한계와 역기능적 요소를 의식하게 한다. 다만 설계자가 미리 생각한 공간의 기능만을 배려한 공간설계가 문제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분공간(氣分空間;Mood Space)
제한된 기능만을 만족시켜 주는 기능주의적 설계일수록 역기능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처음에 요청되었던 기능 자체가 불필요하게 되거나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됨으로써 새로운 긴능이 요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기능적으로 애매하면서도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공간이 바람직 한 것이다. 그것은 기능적으로는 애매한 공간이지만 그 애배성은 계획된 애매성이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기분,또는 사고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을 「기분공간」이라 한다.

▣자궁공간(子宮空間;Womb Space)
공간의 기능과 형태에 관한 네가티비즘적인 사고가 시사하는 또 한가지 개념은 구조적인 가변성이나 유연성에 관한 것이다.즉 공간의 구조가 기능의 변화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컨데 어머니의 자궁이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커져가다가 해산 후에는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과 같은 그러한 공간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공간이 구조상으로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주위에 있는 공간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외부공간을 침범하는 공간확장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하나의 내부공간을 확대시킬 수 있고,또다시 축소시킬 수도 있는 그러한 구조적 가변성이 네가티비즘적 사고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네가티비즘적 사고는 결코 새로운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어온 한가지 유형의 사고방식을 당면하고 있는 환경문제와 관련시켜 봄으로써 건축행위를 더욱 더 새로웁게 하자는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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