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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1> 남산 게눈바위의 비밀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16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1> 남산 게눈바위의 비밀
커다란 알 품고 똬리 튼 구렁이는 태양의 재현
박혁거세·석남사 창건 등 신라시대 설화 속 구렁이 생명력의 화신으로 여겨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경주 남산에 가면 게눈바위라고 하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는 커다란 알 구멍이 있고 그 알을 구렁이가 사리고 있다(사진1). 이 신앙유적은 아마도 박혁거세 집단과 관련된 듯하다. 신단은 경주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으며, 박혁거세와 알영이 왕과 왕비로 추대된 후 처음으로 조그마한 궁성을 짓고 산 곳도 신단 아래 창림사터다. 오늘은 이 신단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박혁거세는 뱀과 관련된 설화를 남기고 있다. 박혁거세가 죽어서 하늘로 승천했다가 7일 만에 육신이 다섯으로 나뉘어 떨어졌는데, 그것을 수습해서 장사지내려 하니 구렁이가 방해했고 한다. 이 사건 설화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한다. 큰 뱀이 나타나 방해하여 5체를 각각 장사지낸 것을 다산·풍요의 소망을 내포한 이야기로 보거나, 큰 뱀을 뱀신으로 혁거세의 사후를 보호하는 신으로 보거나, 큰 뱀을 왕권 확대를 위한 매개체로 보기도 한다. 또한 큰 뱀은 천상의 신 즉 태양신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필자가 보기에 그 구렁이는 태양과 그 빛에 관한 신앙과 관련해서 해석해야 한다. 박혁거세가 죽은 후 나타난 구렁이는 혁거세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태양)에서 분화되어 태어난 동일자이다. 그런 혁거세와 그의 자손 왕들이 묻혔기 때문에 오릉을 사릉이라고 했다.

 
신라 사람들은 구렁이가 둥그렇게 사리고 있는 모습에서 생명력을 느꼈다. 그들은 태양이라는 하늘의 알을 천상의 구렁이가 사리고 있으며, 그 하늘의 알을 사리고 있는 구렁이가 환생한 것이 지상의 구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구렁이는 생명력을 나타내는 동물이었고 곡령신(穀靈神)으로 대접받아 업신으로 불렸다.

신라인들이 구렁이를 생명력의 화신이라고 생각한 예를 자장스님의 일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장 스님이 강원도 태백산에 있는 정암사를 창건할 때 문수보살이 감응하여 나타나 "태백산 갈반지(葛蟠地)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그래서 자장이 태백산으로 가서 갈반지를 찾다가 큰 구렁이가 나무 아래에 서리어 있는 것을 보고 시자에게 말하기를 "여기가 갈반지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곳에 절을 지어 석남사라고 했다.

석남사 창건 이야기를 보면 칡넝쿨(葛蟠)이 서려 있는 것과 구렁이가 서려 있는 것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 칡넝쿨은 봄에 태양의 정기를 받아 구렁이가 사리듯이 하면서 왕성하게 뻗어 나간다. 정암사 창건 설화에는 칡넝쿨이 서린 곳이자 구렁이가 서리고 있는 곳이 명당이라는 의식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조상들이 태양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 명당이라고 의식했음을 알 수 있다.

게눈바위 알터 신단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공공씨의 아들인 구룡(勾龍)을 들 수 있다. 주나라 때 옥으로 만든 그의 모습은 게눈바위와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사진2).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게눈바위 알터는 태양을 상징하는 '알을 감싸고 있는 구렁이'를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필자가 공공족을 환웅세력으로 파악하고, 초기 단군신화의 주인공들이 이후 한국사에서 진(辰) 혹은 진(眞)으로 불린 집단이라는 주장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신단은 진인(辰人)들의 우주생명관을 바탕으로 해서 조성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
  입력: 2009.06.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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