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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2> 유라시아 늑대가 경주분지로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17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2> 유라시아 늑대가 경주분지로 숨어든 내력
"늑대모양 신라 관장식, 투르크·흉노문화 유입 증거"
알타이지역 언어·늑대토템 등 신라 문화와도 유사점 많아
'뿌리' 관련 중요한 정보제공
신라왕족 흉노 후손 가능성도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 특이하게 생긴 유물 하나가 나왔다(사진1). 이 유물은 고분유물 소개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이 유물을 왜 소개하고 설명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 유물의 특이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늑대의 얼굴 모습을 한 이 유물이 황남대총에 묻힌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유물은 경주의 진산인 낭산(狼山)과 함께 신라 고분문화의 주인공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늘은 늑대 관식을 머리에 쓰고 저승에 간 신라왕의 비밀을 들여다보자.

최근 들어 신라 김씨 왕족의 조상이 흉노족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문무왕비문에는 한 무제의 충신으로 제후의 반열에 올랐던 김일제가 신라왕실의 조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에 발견된 당나라에가 살던 신라여인의 비문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김일제가 신라왕실의 직접적인 조상인지는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신라왕실이 흉노 혹은 천산지역의 주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김일제의 아버지인 휴도왕이 부도(浮圖)왕으로 사카족왕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늑대가 젖을 먹여 민족의 조상을 키웠다든지(로마, 오손), 저승길의 안내자라든지(이집트), 왕을 가까이에서 호위하는 무사라든지(투르크, 흉노) 하는 문화는 남러시아 초원에서 발생하여 동서로 확산되었다. 기원전 3000년경 상·하 이집트를 통일한 나르메르 왕의 기념물인 나르메르 팔레트에 이미 늑대가 나타난다. 나르메르 팔레트에서 늑대는 선도자 역할을 한다. 이는 돌궐인(투르크인)이 왕을 호위하는 사람을 늑대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사진2). 고대 이집트에서 늑대는 왕이 죽어서 저승길을 갈 때 길 안내자 겸 왕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생각은 남러시아에서 출발한 투르크인들의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관념과 동일하다. 그들은 남러시아에서 동쪽으로 이주하여 알타이의 파지리크 문화를 일구었다.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인 흉노나 돌궐은 다 같이 자신들이 늑대의 자손이라 믿었다. 그리고 알타이 지역의 고대인들은 지하세계의 상징동물로 물고기·뱀·늑대를 숭배했다.

이러한 늑대에 대한 관념이 신라로도 유입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간접적인 근거를 들면, ①알타이지역의 파지리크문화와 신라문화가 친연성이 있으며, ②후기 신라의 지배층 언어에 투르크어가 스며있었다 주장이 있다. ③그리고 문무왕비문에 자신들의 조상이 흉노 우현왕의 아들인 김일제라고 기록되어 있고, ④경주 분지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경주의 진산(鎭山) 이름이 낭산(狼山) 즉 늑대산인 것도 관련이 있다. ⑤또한 천전리 암각화에는 고대 알타이 지역에서 지하세계의 동물이라고 한 물고기·뱀·늑대가 모두 그려져 있다.

이러한 정황들을 모두 고려하고 보면,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늑대 모습을 한 은제 관식은 흉노나 투르크인의 문화가 유입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잠시나마 신라의 왕족들이 늑대를 저승길의 안내자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말한다. 신라의 왕족들이 늑대관식을 머리에 쓰고 저승에 갔다는 것은 그들의 뿌리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즉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북방문화 특히 천산이나 알타이 지역 사람들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
  입력: 2009.07.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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