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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9> 부산에서 해양디자인의 역할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46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9> 부산에서 해양디자인의 역할
산+강+바다 융합디자인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부산으로
뉴 칼레도니아의 '치바우 문화센터' ·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천혜의 해양자원 리디자인 성공…매년 수천억 원 경제성과 거둬
이들에 뒤질 것 없는 부산 콘텐츠로 해양기술시대 앞에서 끌어 보자

 
  뉴 칼레도니아의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의 외관


세계 10대 무역국의 GNP대비 해양문화산업 비중은 35%이상이다. 우리나라는 8%를 밑도는 상황이다. 부산이 나아갈 미래 비전을 해양문화산업 쪽에서 찾는 것에는 필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8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혁명을 3단계로 구분하고 그 마지막에 해양기술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육지의 과도한 개발로 포화상태인 지구 미래는 우주와 해양 자원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향의 발전일 것이며, 해양도시 정책도 과거의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과 달리 시대 변천을 반영하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디지털 미래' 해양도시 정책이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은 바다라는 자원을 가진 해양도시이다. 3차 산업 의존도가 높아진 현재, 부산은 바다를 관광·서비스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미래 경제성장의 비전에서 해양디자인은 또 하나의 중요한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 디자인계획 세워 각 지역 벨트화하라

 
  유상욱 한국해양디자인협회장·부경대 디자인학부 교수
부산은 각 지역을 벨트화시키는 디자인 계획이 꼭 필요하다. 부산의 산과 강과 바다는 도시의 생태 기반을 이루는 세 가지 주요한 축이다. 이들은 서로 조화되어 부산의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를 이룬다. 이런 자연 배경과 국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장점으로 가지고 있음에도 해양에 대한 다양한 정보의 부재, 기술적 측면에 치중한 해양개발로 부산은 세계적인 해양도시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기적 발전 전략으로서 '테마가 있는 디자인 마스터플랜'이 미약하고,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통일성 없고 무분별한 해양관광지역 관련 계획들에 입각한 부산만의 고유성을 담아내는 정체성과 랜드마크가 없는 것이다.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부산만의 지역 정체성을 가진 세계적인 랜드마크 구축이 절실하다. 그리고 각 지역 랜드마크와 연계되는 디자인 계획을 세워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디자인 벨트화 계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여기서 해양디자인은 자연과 전통문화, 관광 등 여러 분야와 이에 연계되는 스토리 위에 서로를 융합할 수 있는 위치에서 경제성을 높이고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코디네이터가 돼야 할 것이다.


■ 해양디자인과 디지털 문화의 접목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내부 모습
21세기는 디지털 사회이며, 지식정보 기반 사회다. 지식정보는 산업, 상품, 문화가 되기도 하고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디지털은 더 이상 기술적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문화이자 사회적 요소다.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디지털과 해양디자인의 접목은 부산만의 해양문화와 해양기술을 발전·유지시키는 데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이라고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첨단의 기계문명이나 미래사회, 컴퓨터, 로봇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은 해양문화와 접목되면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 최고의 무기는 모든 영역과의 융합(convergence)이다. 해양디자인과 디지털의 기능을 하나로 융합하면 부산만의 새로운 해양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독특한 정체성을 살려주는 현대적인 느낌의 아날로그 문화와 첨단기술의 디지털 기능이 융합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해양도시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한 뉴 칼레도니아 누메아에 있는 장마리 치바우 문화센터(J.M. Tjibaou Cultural Centre)를 보면 외관(사진 1)은 뉴 칼레도니아 지역의 문화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건물 내부(사진 2)는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해 완성한 건축물이다. '이로코'라는 목재로 만든, 갈비뼈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상자들(Cases)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외부에서 걸러주고 바람의 강도에 따라 개폐도 가능해 하이테크놀로지보다 자연친화적이며 전통적 측면이 더욱 강조된 건축물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처럼 '디질로그'적인 개념의 발전방안을 부산도 도입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부산만의 차별화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 부산을 한국 대표 해양브랜드로 만드는 방법

 
  해양도시 요코하마 전경
부산을 한국의 대표 해양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한 스페인의 빌바오.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사진 3)는 부산과 비슷한 해양도시로서 침체기를 맞던 빌바오가 서비스산업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탄생했다. 빌바오는 도시기능을 보완하고 지역 환경재생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 관광 업무 주거 등의 복합지구로 도시 전체를 벨트화하는 장기적 도시 디자인 계획을 수립하였다.

빌바오가 성공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 있었을까. 다른 유명 미술관들과 달리 1990년대 지어진 실험적인 현대건축물인 구겐하임미술관과 도시 중심에 인접한 아반도이바라 지역의 네리비온강 수변 공간을 활용해 미술관, 컨벤션홀, 음악당을 종합적으로 연결한 마스터플랜이 그 비결이었다. 디자인으로 이슈가 된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아름다운 자연과 꾸준한 문화콘텐츠도 개발했는데 빌바오는 이를 위해 주정부 예산 1600억 원을 투입했으나 7년간 약 720만 명이 방문하면서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 매년 약 21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

 
  위에서 본 요코하마항 여객터미널.
환경조건이 비슷한 빌바오처럼 부산도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체계화시키고 도시의 산업구조도 변화시켜야 한다. 즉 메인산업과 서브산업의 상호교환과 다각화된 연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호주 시드니를 보자. 시드니는 세계의 3대 미항이다. 시드니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오페라하우스를 떠올린다.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하지 않았음에도 시드니 오페라극장이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인 조건에 따른 특수한 생태와 대 자연녹지에서 오는 안락함, 유흥업을 비롯한 해양레저문화가 조화를 이룬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는 단지 극장이 아닌 도시의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심의 랜드마크이자 해양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요코하마는 대표적 통합도시이다. 50년 동안 장기적인 통합적 디자인마스터플랜으로 일본의 최대 해항(사진 4·5)이자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해양도시로 발전했다. 도심부에서 가까운 매립지에 건설된 미나토미라이21(MM21)지구의 흰색이 기조가 된 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은 현대적 도시경관을 만들며 기존 역사적 건조물은 새로운 건축물 벽면으로 이어지는 게이트와 같은 형상으로 디자인하여 붉은 벽돌창고로 시선이 흘러가도록 하는 경관적 배려를 통해 지구 전체의 경관구조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요코하마의 긴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도시계획에 도입, 서로 연계·발전시켜 자연과 무역, 관광이 조화를 이룬 통합적 해양 계획도시디자인의 좋은 선진사례가 되고 있다.

건축물이나 조형물이 무조건 획기적이고 멋있다 해서 도시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만 갖고 세계적 해양도시가 될 수도 없다. 위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디자인기획이 매우 중요하며 지역성을 살린 랜드마크 디자인과 문화 컨텐츠의 결합이 도시 경제에 큰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연계성 있는 문화콘텐츠의 디자인 벨트화로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부산을 풍성한 도시로 만드는 중심축을 갖출 수 있다. 또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모든 분야를 네트워크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해양디자인 마스터플랜은 부산을 지속가능하고 정체성 띤 국제 도시로 나아가는데 강한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4.26 21:02 / 수정: 2009.04.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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