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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0> 바다에서의 휴식과 즐거움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47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0> 바다에서의 휴식과 즐거움
해변의 노스탤지어(향수·Nostalgia), 해변리조트를 노크하다
지친 몸 달래기 더 없이 좋은 곳 영국은 1700년대부터 해변휴가 즐겨
주5일제 정착되고 경제력 늘면서 한국도 해변리조트 곳곳에 생겼지만
무분별한 개발 후유증 만만찮아 환경보호+휴식 일거양득 개발 절실

 
  이한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해변은 잃어버린 어릴 적 순수함을 발견하는 곳이다. 어린아이가 모래성을 쌓고 바위틈에서 물웅덩이를 찾는 곳이 해변이다. 해변의 매력은 단순한 즐거움이 지속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이 출현하는 데 있다. 해변에서는 날씨와 조수간만의 변화에 의해 경관이 시시각각 바뀌며 신기한 자연현상이 나타난다. 육지와 바다는 해변에서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 어느 것도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 모래밭에는 파도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오래된 바위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한다. 해변에는 바다와 어울리는 시설물이 있으며 이것은 바다와 함께 생활하는 인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신선함과 향수(nostalgia)를 해변에서 찾게 된다. 그래서 해변은 휴식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는 곳이다.


■ 영국 브라이튼과 블랙풀

 
  영국 블랙풀
최근 부산을 비롯한 바닷가 지자체들이 도시인들의 쉼과 회복의 장소로서 해변리조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리조트란 일상의 공간을 떠나 휴가를 위해 체재할 수 있으며 단지 규모가 큰 대지 위에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상업, 문화, 숙박의 시설들을 종합적으로 갖춘 곳이다. 리조트는 자연경관이 우수한 곳에 위치하는데 리조트가 해변에 위치하여 바다와 바닷가의 특성을 적극 활용한 곳이 해변리조트이다.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오락을 즐기는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며 바다는 더 이상 무섭고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자연 그 자체요 풍성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바다의 신비로운 매력을 마음껏 즐기고 자연으로서 바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인간의 심신을 새롭게 고양시켜줄 그런 장소가 해변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해변리조트이다. 왕족과 귀족을 중심으로 18세기 초부터 시작된 해변의 휴가는 19세기에 들어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해변리조트를 탄생시켰으며 이는 휴가 및 놀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경제적 여유, 교통과 이동수단의 발달, 노동자 및 중산층 계급의 부상 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두바이 아틀란티스 리조트
해변리조트는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빅토리아시대(1837~1901)에 꽃을 피우는데 영국의 대표적인 해변리조트인 브라이튼(Brighton)과 블랙풀(Blackpool)을 살펴보자. 잉글랜드 남부해안에 위치한 브라이튼은 1754년에 의사인 러셀이 브라이튼에서 해수욕과 해수음용이 건강에 좋다는 책을 발간하면서 해변리조트의 원조가 되었다. 특히 1783년부터는 나중에 영국 왕 조지 4세가 된 웨일즈왕자(Prince of Wales·영국에서 왕위를 이을 황태자를 일컫는 말)가 이곳에서 요양함으로서 더욱 알려지게 되었으며 19세기에는 저명한 소설가인 찰스 디킨스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소설을 집필하면서 유명해졌다. 또한 1841년 이곳에 철도가 들어오면서 여름이면 하루에도 수만 명의 런던사람들이 당일치기로 이곳을 다녀갔으며 휴가객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한적한 어촌마을이 해변리조트로 변화되었다.

잉글랜드 북서부해안의 블랙풀은 1840년대만 해도 해변을 따라 열두서너 채의 집들이 있었을 뿐인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다 1846년 철도가 연결되면서 해변리조트로 개발되어 1860년대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 한국, 진행 중인 개발계획만 20곳 이상

 
  남해 힐튼 리조트
영국에서 시작된 해변리조트는 북유럽 해안과 지중해 연안으로 전파되었으며 이어 전 세계 해변으로 확산됐고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해변리조트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주5일 근무제도가 정착되고 휴가기간이 늘어나며 국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휴식과 레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로 인해 해변리조트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여름철에는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겨울에는 날씨 좋은 동남아나 태평양 섬의 해변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신혼여행지로는 몰디브를 비롯한 해변리조트가 단연 인기다. 따라서 부산의 동부산관광단지를 비롯, 바닷가 지자체에서 해변리조트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것만 20곳이 넘는다. 남해 힐튼리조트, 안면도 오션캐슬, 양양 쏠비치리조트, 신안 엘도라도리조트, 제주 해비치리조트와 같이 이미 개발된 곳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해변리조트의 개발을 살펴보면 한편에서는 질 낮은 위락시설 및 숙박시설이 무계획적으로 들어서 바닷가를 해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수백만 평 규모의 대규모 해변리조트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해변리조트의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지 않으면 바닷가 자연환경과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기 쉬우며 가용토지의 획득을 위한 대규모 매립으로 인해 바닷가 자연지형의 훼손이 염려된다. 또한 시설 측면만 고려하여 외국의 유명 해변리조트를 답습함으로서 우리의 휴가생활패턴이나 해양역사문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도 많이 있다.

 
  양양 쏠라비치 리조트
한편 해변리조트 개발의 실제적인 문제로는 일관된 법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수역을 활용하는 데 많은 장애가 존재한다. 그리고 해변리조트는 적절한 규모의 최적 입지가 필요하지만 어업활동, 항만활동, 군사보호구역, 자연보호구역, 수산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인해 적절한 공간의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연안의 지자체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 경쟁적으로 해변리조트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일부는 이미 건설을 시행하고 있으나 지역별로 시설의 중복, 과다 투자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단기간에 무리해서 해변리조트의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자금조달이나 수요 확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계획대로 개발하지 못하거나 개발 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생태·문화·지속가능성 고려해야

해변리조트는 다양한 해양레저스포츠가 가능하고 주거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이 함께 정비되어 사계절 집객이 가능한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지속가능한 해변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절차를 비롯한 법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수역매립이나 자연지형의 변화를 가져오는 대규모 해변리조트의 개발을 지양하고 면밀한 수요조사의 결과, 지역적 여건, 미래 휴가양식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적정규모를 단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일본 오키나와 만다모 리조트
또 해변리조트가 들어설 지역의 자연적 특성과 고유의 해양역사문화를 반영하여 특화된 장소로 개발하고 경쟁력 있는 테마를 확보하며 인근지역의 해변관광지나 해변리조트와 상호보완적인 시설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해변리조트가 되기 위해 주변 해양생태계 및 해안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해양환경을 창조할 수 있도록 저탄소발생, 수질보전, 해양생태환경창조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5.0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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