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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3> '해양도시의 공공디자인' 부산이 정립해야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50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13> '해양도시의 공공디자인' 부산이 정립해야
북항재개발, 해양공공디자인 실현의 기회다

 
  안웅희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 해안을 따라 난 중구난방 시설들

- 갈매기·파도·배 그려 넣는다고 부산다운 가치 드러낼 수 있나

- 번듯한 건물·공원에 집착 말고 시민 건강·환경·복지 등 담아낸 공공의 모범사례 부산이 주도하자


지금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 자체로 기업화되고 상품화되어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근 여러 도시들은 '문화 콘텐츠 개발'에서 생존의 활로를 찾으면서 이를 '문화'와 '관광'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몇년 사이 '디자인 서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진국 성공사례를 도입하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품격이 있으며 경제적으로 소득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공 디자인'이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가치를 가시화한다. 시민과 관광객 입장에서 가장 잘 체감되는 분야이기도 해 문화관광 도시 건설의 밑거름이 된다. 때문에 과거 상품이나 포장에 한정됐던 디자인은 '공공디자인'으로 확장되어 이제 길거리 시설물과 가로등, 도시의 공간에까지 포괄적으로 확대적용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다른 한국 도시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공공디자인은 색상 크기 형태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균등하게 혜택받을 수 있는 공공적이고 총체적인 디자인 행위를 포괄한다. 그 근본취지는 도시를 행정 교통 건설 통제의 입장에서 바라보던 시각을 사람들의 보행 거주 건강 환경 복지의 시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대세는 공공디자인이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 곁의 수미르공원과 해안 경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예컨대 공공디자인이 버스 정류장에 도입되면 차량의 편의보다 정류장에서 오르내리고 기다리고 환승하는 사람들이 편의로 디자인의 초점을 바꾼다.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지하철 환기시설에서 나오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배려한다. 전신주와 간판에 가려져 어지러웠던 하늘의 모습은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어 사람들에게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높은 위치에서 내리비추는 가로등은 방향과 높이를 조절하여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게 한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시설물을 어루만져 도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도시의 가치를 높여준다.

200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공공디자인 운동은 2006년 공공디자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에 이르렀고 2007년부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가 시작됐다. 때를 맞추어 각종 학회 및 포럼들도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해양 관련 공공디자인'은 이제까지 구체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다.

해양도시에서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속성과 바다의 속성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내륙도시와는 다른 여러 특징이 있다. 해양공공디자인을 일찍이 시행한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해수욕장, 해변 산책로, 방파제, 호안 등에 매력적이고 편리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여 시민과 방문객의 향유를 보장하는 시설물로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보자. 해안의 방파제와 호안은 일반적으로 매우 긴 직선 형태이기 때문에 그 상부에 설치되는 안전펜스는 다른 도시와는 달라야 한다. 표준 형태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지나치게 지루해지기 때문에 적절하게 변화를 주어야 한다. 바닷가의 가로등과 경관조명은 해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변화를 주어야 하지만, 해상에서의 시점에서는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조명이나 항로표지를 간섭하면 안된다. 휴지통, 표지판, 벤치 등의 가로시설물과 블록, 잔디, 우드데크, 물 등의 바닥포장은 일반적인 공공디자인과 다를 바 없지만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의 위치와 치수는 자연재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형태와 배치에 더욱 세심해야 한다. 해안선의 식재도 바다 쪽으로의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눈높이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 가로등 하나, 보도블록 한장도 바다도시답게

 
  런던 템스강. 주위 명소와 잘 어우러지고 디자인 개념이 적용돼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부산에도 이러한 일들을 전담하는 부서가 얼마 전에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는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아 성과가 높지는 않다. 더구나 부산은 비좁은 토지로 얽히고설킨 도로망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소규모 건물들은 어떠한 공공디자인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부산은 해안선이 길어 공공을 위한 사업의 방식과 규모가 여타 도시보다 어렵다. 해양공공디자인 측면에서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몇 가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

방파제와 호안에 설치된 안전펜스는 획일적인 형태로 특색이 없거나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저급한 수준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갈매기와 파도 그리고 돛단배의 추상적 형태는 전국적으로 볼 때도 특색이 없다. 해안의 가로등과 조명은 일반적인 도심 것과 다르지 않다.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는 아예 아무런 배려가 없다고 할 만하다. 특히 작은 공원이나 광장들은 상호 연계되지 않고 끊어져 있어 보행자들은 연속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다. 외부공간계획이 네트워크를 이루지 못하고 산발적이어서 유기적이지 못하고 제각기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해안선에 식재된 각종 나무는 방풍림 역할도 하지만, 해안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들조차 바다를 바라볼 수 없게 한다. 해운대 바닷가를 보자.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동백섬 방향으로 접근할 때면 아쿠아리움에 갈 때까지 바다를 볼 수 없다. 대부분 주차장을 넘어 송림을 지나쳐야만 비로소 백사장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넓은 백사장과 호쾌한 바다풍경을 보여주었던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홍콩의 해변공원. 바다 경관가 조화를 이루며 해양공공디자인 감각도 살아있다.
부산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많은 계획이 있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산·학·관·연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저마다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도출된 다양한 아이디어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공적 예산을 갖춰 사업을 벌여왔다. 굵직한 것들만 예를 들어도 수영강변공원, 센텀시티, 누리마루, 하얄리아 부대 이전, 부산영상센터 등 그 수가 제법 많다. 그 가운데 북항 재개발은 부산을 문화관광도시로 만드는 최대의 과제이면서 동시에 해양공공디자인으로서도 우리나라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이 절호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성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공공성의 입장에서 단발적 사업으로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하고자 하는 '한탕주의'를 버려야 한다. 모든 계획이 천천히 기본에 충실하게 진행돼야 한다. 큰 건물 하나 혹은 공원 하나 만든다고 도시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물건의 형태와 의미 위주로 생각하는 '객체 디자인'을 배제해야 한다. 선진 외국 사례도 우리 상황과는 다를 수 있으니 무조건 들여오는 일에 보다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또 공공디자인은 통합적 운영을 전제로 한다. 해변가로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보자. 화면 속에는 교통표지판, 신호등, 소화전, 배풍기, 정류장, 전신주, 간판, 하수도 맨홀, 보도블럭, 화단, 가로등이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구청, 시청, 경찰, 소방, 한전, 항만청 등 서로 다른 관리주체에 의해 설치된 것들이다. 이들이 해변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에 통합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공디자인은 실행될 수 없다.


■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

마지막으로 해양도시 부산의 공공디자인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쓰레기, 악취, 소음의 해결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모든 것들은 모두 도시의 기본적인 문제를 갖추고 나서의 일이다. 부산은 세계의 다른 도시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주택골목 사이에서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와 어지럽게 흩어진 쓰레기들은 공공기관은 물론 시민의 '공공성의 마인드'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청정하다는 것만으로도 부산은 훌륭한 해양문화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 지난 18일자 이 시리즈 제12회 '부산 북항의 미래상과 일본 고베항'에 실린 사진의 출처는 위키피디아http://ja.wikipedia.org임을 밝힙니다.
  입력: 2009.05.24 20:21 / 수정: 2009.05.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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