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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친수공간을 중심으로 대규모 쇼핑단지, 호텔, 오락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고베항의 야경. | |
- 日고베항의 하버랜드 친수공간
- 쇼핑·문화·관광·역사까지 녹여 일본의 '슈퍼 중추항만' 자리매김
- 공항·항만·철도 '3박자' 부산북항, 육지와 바다 최상의 접근성 갖춰
- 서울-인천 개발과 차별화로 동북아 해양관문도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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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권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 |
한국의 거의 모든 도시들은 서울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야 제대로 된 도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이 수도인 까닭일까? 모두가 서울의 아류이고 모방인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보다 나을 수는 애초부터 없는 셈이 된다. 그런데 서울에는 없고 부산에는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다이다. 그렇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분명한 사실조차 잊고 살아왔다.
1876년 부산포가 개항한 이래 부산항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았고 곧 전쟁을 겪으며 보급품과 군수물자를 실어 날랐다. 동란이 끝나고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80~1990년대 들어서는 항만의 기능 충실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물론 항만을 통한 대량운송과 하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부산항의 정비임은 말할 것이 없다. 그동안 수많은 매립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항만은 그 능력을 키워갔으나 사람들의 바다를 향한 접근과 이용은 철저히 단절되어 왔다.
부산은 해양도시이지만 저 유명한 해운대와 광안리 등의 해수욕장을 제외하면 무엇으로 바다를 말할 수 있을까? 2011년에 북항이 가덕 신항으로 본격적으로 이전하면 도심에서 항만이 있었던 광대한 부지는 어떻게 자리매김하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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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타워에서 본 하버랜드. | |
앞으로 3년 후 도심의 북항이 가덕도로 옮겨가면 항만의 발전을 모태로 도시발전을 이끌어 왔던 시대가 일단락되고 실로 135년여 만에 부산의 전체적인 도시공간을 재배치 할 수 역사적인 전기를 맞게 된다.
좀더 부산다운 도시의 미래상을 그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바다를 활용하는 것이며 항만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바다를 향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부산북항의 친수공간재개발계획은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의 개통과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건설 등에 버금가는 일종의 국책사업으로 생각하고 추진해야 할 막중한 사업이다. 이것은 반도국가인 한국에서 명실상부한 해양건축의 막을 올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으로 해양도시가 담아야 할 바람직한 친수공간의 모습을 조명하게 될 것이다.
■부산, 3개 항(Tri-Port) 갖춘 이상적 도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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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부산포 개항 이래 한국 경제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부산 북항. 2011년 가덕신항 시대를 맞아 친수공간으로의 화려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 |
부산북항의 친수공간재개발은 부산을 상징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지금까지의 육지중심의 사고로 풀어나가기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태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바다중심의 사고로 도시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기존 도심항만의 새로운 전형을 만드는 모델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부산은 3개의 항을 가진 이상적인 도시가 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서울은 수도권에 이 3개의 항을 가지기 위해 영종공항과 인천항의 재개발 등 부단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해양건축이란 우리나라의 연안관리법에서 규정하는 연안(바다 수제선(水際線)을 경계로 육역부 1㎞까지와 해역부 영해의 외측한계선까지의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건축(물)과 그에 따른 건설행위까지도 그 대상으로 하는 건축의 새로운 장르를 말한다. 해양건축의 발원지로서 동북아시아의 해양관문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서 해양건축의 새로운 기원을 여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 소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단순 항만에서 사람 위주 친수공간으로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상을 위해 가까운 일본 고베의 하버랜드 친수공간 재개발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1968년 1월 개항한 고베항은 현재 일본 3대 여객항으로서 효고현 고베시에 있는 특정 중요 항만이며 일본의 주요한 5대 국제무역항으로 오사카항과 함께 '슈퍼 중추항만'으로 지정되었다. 고베항은 효고부두, 고빈안벽, 중앙부두, 신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고베신항은 고베시 중앙구에 위치한 고베항을 구성(제1부두, 제2부두, 제3부두, 제4동부두)하는 지구의 명칭으로 바다를 따라 창고가 있는 가로와 점점이 다수 존재하는 역사적 건조물 등 오래된 항구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지역으로 통상 고베항이라 함은 이곳을 이른다.
고베 모자이크(KOBE MOSAIC)는 고베 하버랜드의 동쪽 지역, 고베항 워터프런트에 있으며 바다와 운하에 둘러싸인 쇼핑센터, 레스토랑, 어뮤즈멘트시설과 극장 등 위락시설을 구비한 복합상업시설을 말하며 민간 개발회사에 의해 개발관리되고 있다. 원래 모자이크는 고빈안벽에 면한 미츠비시 창고의 유적지로 코베항 개항 이래 일본 유수의 무역중심지였던 장소였다. 그 이름이 남아있기로는 모자이크건물의 옥상으로 옮겨진 전망대 '망루'와 모자이크가든 남쪽에 있는 옛 고베항 신호소 등이 있다. 밤이 되면 씨사이드 2층 목재데크에서 메리켄파크의 독특한 야경을 볼수 있으며 고베 해양박물관과 포트타워 등 중앙부두 주변의 광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시설의 남쪽에는 가각유원지 모자이크 가든이 병설되어 있어 이곳의 관람차에서 보는 고베항의 모습은 이 일대의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부산도 이 드문 기회 잘 잡아야
모자이크가든 남쪽의 카와사키조선소의 도크 앞에는 호위함과 잠수함이 정비를 위해 정박해 있기도 하여 상업시설, 유원지 옆에서 군함을 볼 수 있는 곳이며 메리켄파크 주변에는 호화 유럽선과 레스토랑선이 정박하는 안벽(여객터미널)과 함께 고베항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메리켄파크 호텔이 있다. 그 주변에는 지난 1995년 한신대지진 때 있었던 고베항 지진피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민학습의 장을 마련하여 그때 악몽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하버랜드는 이전의 모습을 남기면서 새로운 복합상업시설, 해양공원, 숙박시설과 전망대 레스토랑선과 유람선 선착장, 타 지역으로 나가는 해상교통시스템 등을 입체적으로 조성하여 언제나 시민들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용하고 즐기는 공간으로서 고베를 상징하는 워터프런트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고베는 2006년 2월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고베공항을 새로 개항하여 그 이용객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중이며 고속철도 신칸센 역과 항만을 가진 도시로 향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었다.
부산 북항의 친수공간재개발사업도 일본 고베의 사례를 참고하되 부산의 특성을 살린 부산의 랜드마크적인 워터프런트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이 기사에 실린 사진의 출처는 위키피디아(http://ja.wikipedia.org 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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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항 하버랜드의 타카하마 여객터미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