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민족 영토

[강원도민일보]발해 229년 역사 속초서 ‘부활’

지식창고지기 2009. 8. 23. 10:30

발해 229년 역사 속초서 ‘부활’
>> 제1회 발해의 꿈 프로젝트
2009년 07월 08일 (수) 김창삼
‘해동성국’ 발해가 멸망한 지 1000여년만에 속초에서 부활한다. 속초시가 국내 최초로 발해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한 ‘발해역사관’이 오는 10일 개관한다.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데다 중국과 북한,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던 동방의 강국이었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발해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과거의 신화이자 미래의 꿈이다. 스스로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하고 통일신라와 함께 남북국시대를 이뤘던 발해는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잊혀졌던 발해역사를 우리의 마음속에서 끌어내고 연구보존하라는 새로운 과제와 분명한 해답을 던져준다. 고려와 발해가 통일되지 못하고 발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민일보사는 발해역사관 개관을 기념해 발해를 우리역사 속에 되살려내기 위한 ‘제1회 발해의 꿈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 10일 개관 예정인 속초 발해역사관.

2006년 역사드라마 ‘대조영’ 촬영 세트장 유치 영향

국내 첫 ‘발해역사관’ 10일 개관… 역사·문화 재조명

영상·체험실 구성·발해고분전시실·자료실 등 운영




# 속초와 발해의 연관성

속초에 발해와 관련한 유물과 유적뿐 아니라 학문적 근거가 없는데, 어째서 발해역사관 건립인가?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이라면 누구나 발해와 속초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의문을 갖기 쉽다. 그러나 이같은 질문에 앞서 “그러면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발해역사 복원사업을 펼치는 곳이 있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속초시의 발해역사관 건립은 큰 의미가 있다.

발해역사관이 속초에서 문을 열게된 것은 지난 2006년 11월 역사드라마 ‘대조영’의 촬영세트장이 속초시 노학동 한화리조트내에 만들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부터 속초시는 발해역사 복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국내에서는 처음이자 가장 먼저 발해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발해역사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초와 발해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논리적 근거가 있다.

발해가 주변국가인 일본, 거란, 당나라, 신라 등과 무역을 하던 5개 주요 교통로 가운데 ‘신라도(道)’라고 해서 신라와 무역을 하던 육상·해상교통로가 있었는데 그 경로가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의 동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해상로에는 동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가 이용됐을 것으로 발해역사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신라도(道)’에 속초지역이 포함됐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리고 삼국사기 기록에 보면 발해 무왕이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721년 지금의 강릉에 장정 2000명을 동원해 북쪽 국경에 장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강릉대 장정룡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강릉인근 대공산성이 대조영에 의해 축조됐다고 전해지기도 한다”고 썼다.

조선후기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 선생의 ‘아방강역고’에서도 발해와 신라의 경계를 지금의 강릉의 연곡천으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속초를 포함하는 강원도 영동북부 지역은 발해와 신라의 접경지이자 완충지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밖에 현재 백두산 항로(속초항∼중국 훈춘∼러시아 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로 이용되는 환동해 3개국의 주요 무역로와 발해의 무역로(중국 훈춘시 등 동북3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등 연해주 지역)가 거의 일치하는 점과 국내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의 문화전파 경로가 발해의 영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들로 볼 때 발해와 속초와의 연관성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초시가 발해역사관 건립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학문적 근거와 영토적 배경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잊혀졌던 발해역사를 우리의 마음속에서 끌어내고 연구보존하려는 속초시의 열정 때문이다. 물론 대조영 촬영세트장을 찾는 역사체험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서 발해역사관을 관광상품화 해 이를 연계, 침체된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도 부인할 수 없다.



# 왜 다시 발해인가

중국은 지난 2002년 2월부터 자국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로 간주,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을 진행중이다. 동북공정은 2004년 6월 동북공정 사무처가 인터넷에 연구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과 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이후 중국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않고 학술적인 연구에 맡기며 한국의 관심을 고려한다는 구두합의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씨는 계속 남아 있는 상태다. 동북공정은 2001년 북한이 고구려의 고분군을 유네스코(UNESCO)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신청하자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작업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 후 국경 및 영토 문제에 대비한 대책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는 물론 고구려의 역사와 한강 유역까지의 영토를 아우르는 국가의 역사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 동북공정을 시작한 목적은 우리나라가 통일 이후 간도와 만주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북한이 망할 경우 북한 영토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 동북공정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발해를 우리 역사로 바로잡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발해민족사 교육의 현장과 이해의 공간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환동해권 중심거점도시로써 중국 훈춘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해양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속초시가 발해 역사 재조명사업에 뛰어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발해역사 복원의 국내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시대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발해역사관 건립은 도비 4억5000만원, 시비 24억5000만원 등 총 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속초시 자체의 노력과 땀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웬만한 지역발전 프로젝트들은 국비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발해역사관 건립은 속초시에서 국비를 요청했는데도 불구, 반영되지 않았을 정도로 국가에서조차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역사복원 프로젝트다.

따라서 발해역사관은 속초를 대표하는 역사관이기에 앞서 국가를 대신한 역사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 발해역사관 무엇이 전시되나

속초시립박물관 인근에 조성된 발해역사관은 전체 면적 719.8㎡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신축됐다.

지상 1층은 ‘꿈꾸는 발해’, ‘드라마 대조영으로 부활하다’, ‘해동성국 발해실’, ‘영상실’, ‘체험실’ 등으로 구성돼 발해 229년 역사 전반과 영역 및 유적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또 드라마 ‘대조영’에서 사용됐던 각종 소품과 연기자들이 입었던 의상 등이 전시되고, 이를 소개하는 ‘드라마 대조영 전시·영상관’으로 활용된다. 지하 1층은 ‘발해고분전시실’, ‘발해자료실’ 등으로 마련돼 발해 정효공주의 고분을 소개하고 비문에서 밝혀지는 신비를 비롯해 고분에서 확인되는 인물상과 복식 등을 재현해 관람객들이 되살아나는 발해를 느낄 수 있도록 운영된다.

정종천 속초시립박물관 학예담당은 “발해역사관은 국내 어느 지자체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전국 유일의 발해역사 학습장”이라며 “우리 역사 발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속초/김창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