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담의 세계관
고소설에 나타난 육담의 의식과 세계관 - {심청전}.{춘향전}을 중심으로 - 황
패강(단국대 명예교수)
1. '육담'과 사회적 의의
생활 일상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육담'이란 말이 과연 학술용어로 이미 수용
되었는지 혹은 수용될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가 없다. '육담'으로 지
칭하는 '이야기'는 흔히 허물없는 사람끼리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담없이 주고
받는, 성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우리말 사전에서 '육담'을 정의한 내용을
보자
* 1.음담 등과 같은 야비한 이야기, 2.품격이 낮은 말(이희승, {국어대사전}, 민
중서관, 1961)
* 꾸밈없이 속되고 투박스럽게 하는 말. 음담 따위와 같이 야비한 이야기(한글
학회, {우리말 큰 사전}, 어문각, 1994)
* 남녀의 육체적 관계와 관련된 야비하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이야기({조선말
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1992)
*(남녀관계와 관련된) 노골적이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이야기(사회과학원언어
학연구소, {현대조선말사전},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1981)
육담은 그 내용이 남녀간의 성관계에 관련되고, 그 언표는 품격이 낮고 비속
하다고 본 점에서, 남북한 사전들의 정의는 일치하고 있다. 육담은 흔히 말하는
'음담패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간의 애정을 성의 감정적
측면이라 한다면, 성의 감각적 측면은 에로티시즘이라 할 수 있다.(주1:cf. Andre
Morali-Daninos, SOCIOLOGIE DES RELATIONS SEXUELLE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63{trans. 궁원신, {성관계의 사회학}, 백수사, 동경, 1973, 23쪽})
'육담'의 세계는 성의 감각적 측면인 에로티시즘에 가깝다고 하겠다. 성에 대한
감정적 측면(애정)은 곧잘 미화하고, 고상화하면서도, 그 감각적 측면(에로티시
즘)은 비외, 부도덕한 것으로 금기시한, 해 오랜 문화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애
정'에 관한 언표나 형상화는 미적 평가를 받는 반면에 에로티시즘에 관한 언표
나 형상화는 비속하다 못해 추잡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설사 그 언표나 조사 자
체 품위를 과히 잃지 않았더라도 내용의 에로티시즘 때문에 비속한 언표나 조사
로 간주되어 버리는 형편이었다. 인습적 의미에서 도덕적인 사회에서는 성에 대
한 감각적 행위와 또 그것을 표현하는 일, 모두가 금기에 속했다.(주2:조선의 안
정복, 홍직필, 이덕무 등은 소설의 '음헌', '음예'을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 이를
삼가고 금할 것을 말했다. 착서불가이불신 착음헌소설 불각유류탕지의{안정복,
[순암집]}, 지고언비자 시개음예불경지설 이부여불지도출어진안 인이돈사 기반도
패덕함종비출 자조가엄금언비{홍직필, [매산잡식]}, 연의소설 작간회음 불가접목
절금자제 물사착지{이덕무, [사소절]}) 정상적인 부부관계일지라도 성의 감각적
측면에 경도하거나 성의 감각적 측면에서의 노출은 여전히 금계의 대상으로 인
식되었다. 성의 기능을 애정이나 쾌락으로서가 아니라, 번식에 국한해야 한다는,
경직된 일방적 도그마가 엄연히 작용하고 있었다. 지나친 에로티시즘이 성을 병
적인 기교화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이나, 성의 기능을 번식의 목적에 국한하는
것도 문제다. 만약에 그렇다면, 인간 문화에서 사회적 생산과 무관한 행동은 해
서 안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주3: cf. Andre Morali-Daninos, op.cit., 24쪽) 성의
양측면인, 정신적 성질(애정)과 동물적 성질(에러티시즘)은 결코 서로 용납 못할,
대립적인 사실은 아니다. 그 어느 편도 다른 편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완전한 성
숙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선의 남녀관계는 자유 안에서 두려움 없이 육체
와 정신이 동등하게 합성하는 것이다.(주4:cf. Bertrand Russell, Merriage and
Moral,{trans. 시촌준, [결혼론], 각천서점, 동경, 1967, 196쪽) 그리하여 애정이면
서 쾌락이기도 한 성은 그로 인하여 완전한 생식행위이기도 한 것이다.(주5:cf.
Andre Morali-Daninos, op. cit., 32쪽)
절벽같은 봉건적 조선왕조사회에서, 문학은 다른 사회적 금기에 대하여 그랬
던 것처럼 성에 관한 사회적 금기에 대하여도 이를 과감히 파기하였다. 이른바
'육담'은 문학이 감행한, 성에 관한 금기 파기의, 한 실현이었다고 하겠다. 문학
특히 소설은 통념화된 '사회적 금기'를 파기함으로써 그 때마다 독자 앞에 신천
지를 열어 왔다. 독자는 소설에서 '금기파기'를 체험하며,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
스, 곧 심리적 해방감을 맛본다. 육담이 주는 체험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주
6:육담류의 정신적 정화작용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토로한 것을 볼 수 있다. 아
래의 [소림집설]은 주로 육담을 집성한 문헌이다. '간혹 풍치에 관계된다고 할지
모르나, 이들 외설에도 가이 경속될만한 자료가 적지 않아... 그 기발한 활계, 해
학, 이비 등설은 수하를 물론하고 - 담하고 나면 파안일소 엄동설한중에 뜨러운
계강차나 하일염천 피서중에 서늘한 제호탕 일완을 마신 것보다도 오히려 더 흉
금이 상쾌하고 두뇌가 명랑하여 가위 각수, 성수, 파수, 어면 등 말이 과시 명불
허전이라 하겠다.' {[민속자료 소림집설], 1958, [간행사] 수적산방 설향노부 서})
육담을 통해 독자는 일찍이 경험못한 새로운 체험-금단의 열매를 따 먹는-을 가
지며, 안에 있어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나, 혹은 참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개체에 있어서 에로티시즘의 표현형태는 그의 인격을 형성하는, 다른, 어
떤, 근본적 특성보다도 본질적이며, 불가결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주7:cf.
Andre Morali-Daninos, op.cit., 24쪽)
본고는 조선왕조사회에서 비교적 넓은 독자층을 확보해 왔다고 할 수 있는 두
고전소설-{심청전}과 {춘향전}에서 육담의 문제를 다루되, 이를 통해, 문학에서
육담이 갖는 내밀한 의식과 세계관을 살펴 보려고 한다.
2. 한국고전소설의 육담
우리 고소설의 경우, 주제 차원에서 육담이 다루어진 경우는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주8:Giovanni Jacopo Casanova de Seingalt(1725-1798)의 {회상록}(12권,
1826-1838), David Herbert Lawrence(1885-1930)의 "Lady Chatterley's Lover"
(1928) 등은 에로티시즘을 주제화한 작품으로 보인다.) 다만 연희의 마당에서 흥
행된 판소리계 소설 가운데 더러 예외적으로 육담을 주제화한 작품이 있다.(주9:
대표적인 사례로 신재효의 {변강쇠가}를 들 수 있다. cf. 신재효 찬저.강한영 해
제, {신재효판소리전집}, 연세대 인문과학연구소, 1969, 변1-변37쪽) 그러나, 대개
는 단순한 소재, 단편적인 삽화 형식으로 작품 가운데 육담이 수용(개입, 개재)
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의 예들이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1. 심봉사 ㄷ쇼ㅎ고 아기삿철 만쳐보니 손이 나루ㅂ 지ㄴ듯 문듯 지ㄴ가니, 아
ㅁ도 무근 죠ㄱ가 힛조ㄱ 나안나부.(주10:{심ㅊ젼}{완판 을사}, 최운식, {심청전},
시인사, 1984, 28쪽)
2. 이 년(ㅅ빙덕어미)의 입버르장이가 또�� 아ㄹ버릇과 갓타여 �鞭� 반ㄸ도 노
지 안이ㅎ랴고 ㅎ는 년이라....총각 유인ㅎ기, 졔반 악증을 다 겸ㅎ여 그러ㅎ되,
심봉사는 여러ㅎ 주린 판이라 그 ㅈ의 실낙은 잇셔 ㅇ모란 줄을 모르고...(후락)
(주11:Ibid., 108쪽)
3. 이ㄸ의 심봉사 잠을 ㄲ어 음융�� ㅅ각이 잇셔 엽풀 만져보니 ㅃ덕어미 업
거날, 손질을 ㄴ미러 보며, 여보소 ㅃ덕이네, 어ㄷ 갓난가? 종시 동정이 업고, ...
발셰 털속 조흔 황봉사의게 가셔 궁둥이 셰음을 ㅎ난듸 잇실 수가 엇지 잇난가.
(주12:Ibid., 126쪽)
4. �彭仍� 방ㅇ집이 잇셔 여러 게집사ㄹ드리 방ㅇ ㅉ거늘 심봉사 피셔ㅎ랴 ㅎ
고 방ㅇ집 근을의 안자 쉬오더니, 여러 사ㄹ들이 심봉사를 보고, ...저리 안젓지
말고 방ㅇ 더러 ㅉ제. 심봉사 그제야 안마ㅇ의 헤아리되, 올쳬 양반의 ㄷ 종이
안이면 상놈의 좃집이로다 ㅎ고 긔롱이나 ㅎ여 보리라. ㄷ답ㅎ되, 천리타ㅎ의 발
섭ㅎ여 오난 사ㄹ다려 방ㅇ 찌으라 ㅎ기를 ㄴ 집안 어른다려 ㅎ듯 ㅎ니. 무엇시
나 좀 줄나면 찌여주졔. ㅇ고 그 봉사 음흉ㅎ여라. 주기는 무엇슬 주어. 점심이
나 어더 먹졔. 점심 어더먹으랴고 찌여 줄테관ㄷ. 글어ㅎ면 무엇슬 주어. 고기나
줄가? 심봉사 하하 우시며, 그것도 고기사 고기졔 마는 주기가 쉬우리라고. 줄지
안이 줄지 엇지압나. 방ㅇ나 찌코 보졔. 올체 그 말리 반허락이엿다. 방ㅇ여 올
나셔셔 떨구덩 떨구덩 쯔으면서 심봉사 지어ㄴ여 ㅎ는 말리, ...이 방ㅇ가 뉘 방
ㅇ가. 각덕�坪� 가죽방ㅇ가, 어유아방ㅇ요. ...방ㅇ 만든 졔도 보니 이상ㅎ도 이상
ㅎ다 사ㄹ을 비양턴가 두 달리를 벌여ㄴ여 옥빈홍안의 빈혀를 보니 �� 허리여
잠찔넌네. 어유아 방ㅇ요....�愎貧� 놉피 밥고 오루락 ㄴ리락ㅎ는 양과 실눅벌눅
삣쭉삣쭉삣쭉 조ㄱ로다. 어유아 방ㅇ요. 얼시고 조을시고. 지아ㅈ자 조을시고. 흥
을 졔워 일ㅎ 노니 열어 �坪鍛矗� 듯고 깔깔 우시며 �膨� 말리, 에요 봉사, 그게
무신 소린고, 자셔이도 아네. 아ㅁ도 그리고 나왓나부. 그리로 나온게 안이라 ㅎ
여 보왓졔. 좌우 박장ㄷ소ㅎ더라.(주13:Ibid., 141-145쪽)
5. 그날 밤의 동품ㅎ 졔, �萍� 조홀 고부여 두리 다 업난 눈이 벌덕 벌덕 ㅎ
듯ㅎ되 서로 알수 잇나. 사ㄹ은 두리나 눈은 ㅎㅎ면 네시로되 담ㅂ씨만치도 뵈
이지 안이ㅎ니 ㅎ일업셔 잠을 자고 이러나니, 주린 판이요 첫날밤이니 오직 조
흐랴만은 심봉사 수심으로 안ㅈ거늘, 안씨ㅁ인 부르되, ...(후략)(주14:Ibid., 148
쪽)
6. 이동령 옥지환 바다 금낭의 얼는 너코 츈향 보고 이른 말리, 야심인ㅈㅎ여
쁘니 잔말 말고 잠을 자ㅈ. ...반취ㅎ게 먹은 후의 분벽사창 집푼 밤의 두리 안고
도 놀고 업고도 놀고 보니, 이게 모도 다 사랑이로구나! ...온야, 츈향아, 우리 두
리 업움질이나 좀 ㅎ여보자. ㅇ고, 잡성시러워라! 업움질을 엇더케 ㅎ잔말리요.
너와 나와 활신 벗고, 등도 ㄷ고 ㅂ도 ㄷ면 마시 �烹� 나제야. 나는 붓그려워 못
ㅎ것소. 어셔 버셔라. 어셔 버셔라. 나는 붓그려워 못벗것소. 에라, 이 게집아! 안
될 말리로다. 어셔 버셔라. 어셔 버셔라! 만첩청산 늘근 범이 살진 암ㅋ 무러다
노코 이는 ㅃ져 먹던 못ㅎ고 흐르렁 흐르렁 어루난듯 북ㅎ상의 황용이 여의주를
물고 ㅊ운간의 넘노난듯. 도련임 급�� 마ㅇ 와락 달여들어 츙(츈)향의 가는 허리
을 후리처 안고 저고리 풀며 바지 보션 다 벗겨 노와떠니 츈향이 못이긔여 이ㅁ
젼의도 구실땀이 송실송실. ㅇ고 잡성시러워라. 네가 뉘 간장을 녹일나고 이리
곱게 ㅅ겨난야. 여ㅂ라. 츈향아, 이리와 업피여라. 오슬 버신 게집아라 엇절주를
몰나 붓그려워 못전ㄷㄴ 아히를 업고 못ㅎ 소리가 업다. ㅇ고 츈향아, 네가 ㄴ
등의 업피쓰니 네 마ㅇ이 엇더�騙�. �平ㅐ� 업시 좃소....탈 승짜 노ㄹ 드러보소.
...나는 탈 것 바이 업소 츈향ㅂ 자바 타고 탈 승짜로 만둥만둥 노라보자. 밤나지
로 세월 가는 줄 모로고 이 지경으로 노라노니 형용이 왼젼ㅎ리.(주15:{열녀츈향
슈절가라}(완판 33장본), 설성경, {춘향전}, 시인사, 1986, 54-64쪽)
7. 봉사 드러가 안즈며 ㅎ는 말이, 네 일이야 ㅎ말 업다. 장쳐나 만져보ㅈ. 츈
향이 두 다리를 글너 뵈니, 판슈놈이 음흉ㅎ여 당쳐는 만져 보지 안코 두숀으로
콩아리부터 치만지며 ㅎ는 말이...ㅎ고, 이리 만지며 져리 만지며 졈졈 드러가다
가 졍쇽을 꼭 찌르니, 츈향이 분을 못이긔며 바로 뺨을 치려다가 졈을 잘 아니
ㅎ가 ㅎ여 눙쳐 이른말이, ...봉ㅅ님은 부형과 다름업는지라 상업시 그리마르시고
졈이나 잘 ㅎ여쥬요.(주16:{츈향젼}{경판 17장본}, Ibid., 186쪽)
이상은 {심청전}과 {춘향전}에서 '육담'으로 간주할 만한 대목을 추려 본 것이
다. 1은 '여음'부위에 대한, 약간은 풍자적이면서 노골적인 묘사, '묵은 조개', '햇
조개'등 비속한 비유어를 쓰고 있다. '노골적이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이야기'라
는 점에서 육담에 손색이 없다. 2도 '아래 버릇', '여러 해 주린 판', '털속 좋은',
'궁둥이 셈' 등 성과 관련된 비속한 말을 쓰고 있다. 4는 '방아', '방아질', '좃집',
'고기', '가죽 방아', '조개', '그리고 나왔다', '하여 보았다' 등 성에 관한 은유어를
쓰고 있다. 이 장면에서 허물없이 육담이 오갔던, 조선조 서민사회의, 생생한 삶
의 현장을 볼 수 있다. 5는 두 맹인의 초야 동침의 장면을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6은 이동령과 춘향 양인간에 벌어진 '성희'를 장황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였다. 7은 눈 못보는 판수의, 음흉하나 본능적인 성적 호기심을 사실적으
로 묘사하였다.
3. '육담'에 나타난 의식과 세계관
고전소설이 널리 제작되고, 유통되던 시대는 성리학 일변도의 유교주의가 지
배하던 조선왕조로서, 삼강오륜 외의, 다른 어떤 교학이나 사상도 취할 것이 없
는 외도로서 배척되었다. 이처럼 경직된 사회의 저변에서 '육담'같은 이색의 문
학이 나온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면, 역설적이기는 하
나 경직된 사회일수록 '육담'이 내포한 이질의 의식(구속 모르는 자유분방)이 절
실히 요청되었다고 하겠다. 물론 그 언표와 이야기는 세련되지 못하고, 내용 또
한 다분히 조잡하고 저속한 것임에 틀림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기'를 깨
고, 감히 말하고 이야기하는, 그 내적 계기가 된 자유 추구의 정신은 소중한 것
이 아닐 수 없다.
위의 인용 4는 육담이 서민들의 생활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향유되고
있는 과정과 그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해 보이고 있다. 비록 심봉사와 아낙들
은 이 때 서로 초면의 낯설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육담을 매개로 하여 서로간
에 자연스럽게 이질감을 해소하고, 마침내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
실적인 죄책감이나 거짓과는 무관한 밝은 웃음이 있을 뿐이다. {심청전}의 이
장면은 그 중 순수하고, 전형적인 육담의 '마당'을 보여 주고 있다. 격식이나 명
분에 매인 봉건사회의 인간에게 본능적인 인간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육담의 시
도는 한 시대를 앞으로 열어가는 중요한 의식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경판본 {춘향전}에서 춘향의 점을 치러 옥사 안에 불려 간 판수가 춘향의 장
처를 만져 본다며 장처와는 무관한 부위를 어루만지는 장면(7)은 소설의 본줄거
리와는 별 상관도 없는 군더더기로, 오히려 비장한 옥중장면을 희화화하여 작품
의 흐름을 끊었다고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다. 작품상의 이와같은 불용의와 조잡
성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일견 '염치없고 음흉한 판수의 짓거리'를 묘사함으
로써 감히 당대의 지엄한 '성적 표현의 금기'를 깨뜨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공 춘향으로 하여금 기생의 신분으로 양반 청년 이도령과 결혼
하게 함으로써 '신분상의 금기'를 깨뜨리고, 판수로 하여금 위와 같은 짓거리를
하게 함으로써 불가언의 '성적 금기'를 깨뜨리고 있는 것이 {춘향전}이다.
가문 계승이나 종족 번식을 떠나서는 달리 성관계를 생각할 수 없었던 기성의
문화에 대하여, 쾌락의 원리를 끌어들인 '육담'은 비록 그 제약적 조건(주17:사회
적으로 '외설'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표현면에서 다른 주제나 소재와는
달리 수사상의 여러 가지 제약을 생각할 수 있다.)에도 불구하고, 성에 관한 한
복안적 시야를 열어놓았으며, 엄연한 본능적 인간성의 뿌리마저 인위적으로 무
화시켜 온, 조선사회의 오랜 인습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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