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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엽기 재판 7 편 - 왕자와의 면담

지식창고지기 2009. 12. 7. 10:25

 

▲ Taif 에 있는 왕가 별장 Shubra 궁전

 

          

 

 

제다를 출발 한지 3 시간만에 해발 2700 m 고산 도시 타이프에 도착 하였다.  이  곳은
제다 보다도 년중 평균 기온이 섭시 12 - 20 도 정도 낮은 지역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직사 광선이 내려 쪼이고 있으나, 시원한 바람과 찬 공기에  열기를 전혀
느끼지 못 한다.  산자락을 끼고 왕의 별장인 슈브라 궁전이  웅장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도심 한가운데는 모스크(  이슬람 -회교 사원 )가  넓게 자리 잡고 잇다.

 

정 부장이 왕궁에 도착하여,  경비원에게 이끌려  안내 된 곳은 높은 빌딩 5 층에 자리
잡은  그리  크지 않은 접견실이었다.  대리석 바닥에 깔린 카펫의 문양이 현란하다.
무슬림 ( 이슬람 교도 )들이 즐겨 하는 아랍어로 문양을 새긴 휘장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무슬림들이 즐겨 사용하는 야릇한 향 냄새가 코 끝을 자극 한다.

 

접견실에 들어서니, 비쭉 말라 보이는, 눈에 익은 한 사나이가 눈 망울을 글리며, 정 부장을
주시한다.  일 전 법정에서 열을 올리던 살라후딘 변호사다. 예측 못한 출현이다.

 

" 아!, 안녕 하십니까? 살라후딘 변호사님! "

 

낮은 톤으로 애써  부드럽게 인사를 건넨다. 상대방은 시큰둥하게 고개만 까딱 한다.

둘사이 한 동안 정적만이 흐른다. 곧 이어 요란한 슬립퍼 끄는 소리가 들리고 몸집이 크고
하얀 피부색을 가진 청년이 들어선다. 콧 수염을 기른 탓에 나이는 더 들어 본인다.

 

" 사하 마티콤!, 사우디 왕국에 이렇게 시원한 곳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H 건설사의 제다 지사장, 정 부장입니다."

 

"  . . . . . . . . . ."

 

힐긋 정부장을 처다보는 눈 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정 부장이 내민 손을 처다 보지도
않는다. 턱 끝으로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 화가 나도 단단히 났군!,  어디를 찔러 보나 ?)
이런 때일 수록 위축 되어선 않된다.  위축 되었다고 보여지는 순간부터 약자는 강자의
노리개 깜으로 전락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어깨를 펴고 가만이 단전에
힘을 뫃은다.

 

( 어디 한번 겨루어 볼까?, 어차피 체력 싸움이 아니고, 두뇌 싸움인데, )
 
왕자와  변호사가 사우디 말로 몇 마디 주고 받는다.

 

" 그래, 당신네 회장의 메세지라는 것이 무엇이요?, 말 해 보시오! "

 

"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이 이렇게
  급하게 악화  되리라고는 예칙을 못 했습니다.  사하 마티콤 ( 존경한는 왕자님 -
  Your Highness )!,  왕 회장께서는 소정의 수수료를 않드린다는 것이 아니라,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고, 또 액수가 크다보니, 어느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
  좀 더 기다려 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정부장은 왕자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어떤 변화를 읽어 내려고 필사적이다.
그러나 시선을 반쯤 내려 깐 왕자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변호사 쪽으로 시선을 준다.
변호사가 나선다.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신경질적으로 톤을 높인다.

 

" 여보시오!, 당신네들 태도는 그게 아니지 않았소!, 왕자님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런 구차한 변명을 하러 왔으면, 빨리 돌아가시요!. 시간 낭비요! "

 

( 서울 방문 후,  누적 된 앙금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군, 어떻게 달랜다? )

 

얼마 전,  새벽의 전체 회의가 끝나고, H 건설 대표이사, 해외담당 부사장, 그리고 재정
담당 부사장은  왕 회장실 부속 회의실에 뫃였다. 부속 회의실에는 24 인용 테이불이
길게 놓여 있다. 왕 회장이 들어서자 테이불 주위에 서성이던 이들은 짧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왕 회장이 착석하자 따라서 각자 자리를 찾아 서열대로  착석한다.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면, 이자리에 뫃여 따로 의논을 하는 것이다.

 

해외 담당 부사장이 번역문이 첨부된 영문 편지를  왕회장 앞에 놓으며 입을 연다.

 

" 사우디 왕자가 대리인비 지불을 요청하고 있읍니다. 그 동안 여러번 전화도 걸어
  오고, 편지도 여러번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응답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전체회의에서 함구령이 내려진 이후, 어느 누구도 자문료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이 없었다. 전화가 걸려 왔었다는 사실이나, 편지가 왔다는 사실도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 사이에서만 정보 공유가 이루어 졌으며, 왕회장에게는 전혀 보고가
되지 않았다. 오늘이  함구령 이후의 첫 번째  거론인 것이다.

 

순간, 왕회장의 시선이 차례로  대표 이사,  재정 담당 부사장, 그리고 해외담당
부사장에게로 옮겨 간다. 아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왕 회장의
의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세상에 백 억짜리 커미션이 어디있어! " 하고
함구령을 내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잘 못 나섰다가는
심한 질책을 각오 해야 한다.

 

함구령이 내려진 그 때도  왕 회장의 한마디를 제대로 해석하는 임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 후에라도 당연히 자문료 인하 교섭을 벌려야 했었다. 자문료 인하
교섭을 벌렸다면 어느정도의 액 수 경감은 가능 하였고, 사건이 법정에까지  비화
하는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왕 회장도 내심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추진 해 줄 것을 바랐던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왕 회장의 의중을 알아 낸  사람이 없다.

 ( 아무생각 없이 다니는 놈들!, 헛 것 만  보고 다니는  놈들!.)

 

" 이거 봐!,  사장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내!  서울 와서 꽃 구경 하고 가라고 해! "

 

앞에 앉아 있는 세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대안이 없자, 왕 회장이 퉁명 스럽게
내 뱉는다. 중요한 안건을 위한 회의는 이렇게 결론이 쉽게 나고 말았다.

 

그 다음 세부 시행 사항은 임원들이 알아서  짜 나가야 한다. 접대 등급을 어느
등급으로 할 것인지?   언제 초청하는지? 기간을 얼마로 잡을 것인지, 체류중 울산에
있는 그릅사 중 어떤 계열사를  안내 할 것인지, 만찬은 누구 주최로 몇 번 할 것인지,
에스코트 여자는 누구로 할 것인지? 등.    또 한 그들이 방문 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문료 독촉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빈틈 없이  마련 해 놓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왕자에게 정중한 초청장이 발급 되었다.

 

 왕자와 변호사는  H 건설 해외 담당 부사장의 편지를 받고,  모처럼 기대속에 서울을 방문
하였었다. 그 동안  여러차례 국제전화로 왕회장이나 대표이사와의 통화를 시도 하였으나,
번번히 실패 하였다. 영어 회화가 않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해외 출장  중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부터 협박섞인 편지를 날리기 시작 하였다.

 

세번 만에 받은 편지가 해외 담당 부사장의 공손한 편지다. 이제 곧 꽃이 만발하는
봄철이 시작 될 터이니, 서울을 방문하여 몇일 관광을 즐기고 가라는 내용이다.
부드러운 편지 내용에 기대를 않 가질 수가 없다. 미국, 유롭쪽은 수도 없이 다녀
보았으나, 동양 쪽으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신비의 세계다. 설레임 속에 두 사람은
서울에 도착하였다.


그들이 도착 하던 날, 비행장 영접부터 요란한 환영이 시작 되었다. 첫 날 저녁부터
호스트를  바꿔가며 대 연회가 계속 되었다. 두 사람을 위하여 보통 8 명의 임원이
동원 된다. 처음 차출 되는 임원들은 들 뜬 마음으로 연회에 참가 한다.  그러나 회수가
거듭 될 수록 점점 지겨워 진다.  그날  동원령을  받은 임원은 자기 부인에게 보급대에
차출  됐다고 알린다.

 

연회 장소는 대한 민국 최고의 연회장인  삼청각,  북악 스카이웨이를  따라  산자락 
숲 속에 자리잡은 삼청각은 한국 전통의 가옥 형식을 갖추었다.  그  운치와 젊은 
기녀들의 우아한 봉사정신으로, 대한민국 제일의 연회장소로 꼽힌다.  본관과  5 개의
정자로  구성 된 연회장은 매일 예약이 넘쳐  웬 만한 기업은  예약 얻어 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제일 큰 고객인 H 건설을 위해서는 언제나  한 두개의 정자를 확보 해 둔다.
예고없이 들이 닥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일의 VIP Room 인 팔각정, 
대학을 중퇴한 미인들이  호스테스로  선발되어 분위를 돋군다.  이들  호스테스들은
장안에서 추려진 몇 않되는 엘리트들이며   영어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방향을  가늠하지 
못 할 정도로  혼을 빼는 초능력이 있다.  5인조 밴드가 동원 될  즈음이면  노래와 춤이 
법벅이 되어 체면 따위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곧 여흥이 최고조에 달 한다.  연회가
끝나면  호스테스는 주빈  두 사람과 함께  리무진에  동승하여 호텔로 향한다.

 

이들 두 사람은 서울에 도착 한 후 이틀 밤을 정신없이 보냈다. 도착 한 날 오후 잠깐
해외 담당  부사장을 예방하고, 그 날 저녁 부사장이 호스트가 되어 만찬 연회가 있었고
다음 날 오후 역시 어제 저녁 여흥 분위기에 젖어 대표이사를 잠간 면담 했을 뿐, 방문
목적인 자문료 지불에 관한 협의는 한 마디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좀 처럼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왕 회장 면담만을 고대하던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가 시간은 호스테스들이 감당 했다.  H 건설사 연회 담당 임원으로
부터  낮 시간 동안 관광과 쇼핑안내를 지령 받은 호스테스들은 충실하게 그들의 임무를
수행 했던 것이다.

 

삼일 째 되는 날 아침, 이들은 리무진에 실려 울산으로  향했다. 오늘 왕 회장과의
면담을 기대 했던 이들에게는 낙심 천만이다. 왕 회장의 해외 출장 기간이  길어져
귀국  일정이 지연 되고 있다는 이유다. 

 

울산에 도착한 이들은  그릅사들을  시찰 하는 동안 세계적인 생산시설에 넋을 잃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저녁이면 연이은  그릅사 사장들의 향연에 젖어,  벼르고 왔던

자문료 독촉건은  어느새  안개속에 가리워 지고 말았다. 울산과 부산을 넘나들며

2 박 3일을 보낸 이들은 이제 갈 길이 바빠졌다.  5 박 6일 동안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그 처럼 벼르고 왔던 자문료 (대리인비)  이야기는  한번도  꺼내 보지 못 하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그들이 H 건설사의 치밀한 계략에 놀아 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귀국하고  일 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들은 귀국 후 왕 회장에게 테렉스를 계속해서 띄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사와 문안 편지로 시작 되었으나, 회수가 거듭 될 수록  답장이  늦어지고,
내용이 부실하여  자문료를 지불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왕자의
편지 내용은 격분과 협박을 가미한 내용으로 변해 갔다.  급기야  법원의 출두 명령으로
까지 이어 졌으며, 첫 번째 히어링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한 내용을 최 상무로부터 전 해 들었을 때, 정 부장은 이미 각오를 단단이 하고 있었다.
( 일이 쉽지는 않겠구나!,  일단 부딪쳐 보자! ) 이렇게해서  왕자와의 면담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예측 한대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상대방의 불신이 워낙
확고했다.

 

변호사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들이 사우디에 와서 돈을 벌었으면, 도와 준 사람에게 일정액을 지불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오?, 계약서까지 작성 했는데, "

 

" 그것도,  . . . 알라의 가르침 입니까? "


정 부장이 변호사의 얼굴을  쳐다보며, 맥 빠진 소리를 한다.

 

순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왕자가 피식 웃는다. 그러나 왕자의 작은 실수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변호사의 어조가 더욱 강도를 높인다

 

" 당신들은 사악한 사람들이요!,  약속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기만했소. 반드시 법으로
  당신들을 옭아 맬 것이요! 당신 회장에게 전하시오, 반드시 받아 낸다고. "

 

결국  오늘의  방문은 성질 급한 이들이 더 이상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법으로 밀어 부치겠다는 그들의 강한 의지만을  확인 한 결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