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100년] 일본 속의 한국
한국일보 |
한국국적 이민자 '뉴커머' 증가세… 취업차별도 약화
한국경제 성장등 힘입어 일본인 한국 이해 넓어진 덕
"일본인들의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한류 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1905년 부산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오가는 부관연락선 운항이 시작되면서 한일 왕래가 본격화한지 100여년. 재일동포 사회는 식민지 강점기 동포 1세대가 차별과 가난 속에서 어렵게 정착하며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지금은 한국 국적의 이민 인구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후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뉴커머(Newcomer)'를 대변하는 재일본한국인연합회의 2001년 출범이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재일 한국ㆍ조선인 숫자는 58만9,239명. 식민지 시기 일본에 와서 정착한 세대와 그 자녀들이 주류인 민단(30여만), 조선총련(6만)은 여전히 재일동포의 주축이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동포 1, 2세는 고령으로 숫자가 점점 줄고 동포 4, 5세들은 귀화 인구가 적지 않다. 재일동포 전체 인구가 완만하게 줄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옥제(52ㆍ사진)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상임고문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본격적으로는 1985년 나카소네(中曾根) 정권의 유학생 10만명 유치 정책과 1989년 한국의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일본으로 건너온 인구가 이제 15만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인구에서 전후 유학생이나 기업 주재원 경험을 거쳐 일본에 정착한 인구가 다수를 차지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세대가 바뀌면서 일본 사회의 한국인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까. 식민지 시기 일본에 건너온 조선인들에게 일본인들은 아예 집조차 빌려 주지 않았다. 지금도 남아 있는 조선인 부락은 이런 일본 사회의 한국인에 대한 멸시의 산물이다. 전후에도 한동안 임대아파트에 '오키나와인ㆍ조선인 입주 불가'라는 문구가 버젓이 나붙어 있었다. 대기업의 취업 차별이나 지문 날인 문제 등이 개선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조 상임고문은 "한국인 차별은 여전히 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완화되고 있다"며 "동포 1세가 일본 사회에서 힘겹게 뿌리 내리던 때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 의뢰로 고려대 일본연구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 등 취업 때 차별을 겪은 재일동포는 19.5% 정도로 나타났다. 이런 경험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줄었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처우가 불충분하다(43.7%)고 느끼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공공연한 한국인 차별은 크게 줄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급성장이 일본인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 상임고문은 이런 환경 속에서 "뉴커머들과 소통하는 민단" "동포 자녀들의 민족교육 강화" 등 동포 단체의 변화와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글ㆍ사진 김범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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