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사/잡다한 것

<`사막 기적' 두바이, 모래성 신기루였나>

지식창고지기 2010. 1. 2. 13:10
<`사막 기적' 두바이, 모래성 신기루였나>


대규모 건설사업비 차입 `부메랑'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리던 두바이가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 건물, 세계 최대 토목 공사를 잇따라 실행에 옮기며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두바이가 중동지역의 물류, 금융, 관광의 허브로 도약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석유 자원이 거의 없는 현실을 직시한 두바이는 1960년 두바이공항과 1972년 라시드항을 개항하면서 일찌감치 중동의 물류 허브 지위를 선점했다.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두바이는 2000년대 들어 고유가 호황으로 투자처를 찾던 중동 오일머니를 자연스럽게 빨아들였다.

   두바이는 차입 자본을 바탕으로 2001년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주메이라' 건설을 시작했고 2004년 세계 최대 높이 건물 `부르즈두바이' 건설사업도 착공했다.

   음주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며 이슬람의 엄숙한 가치마저 벗어던진 두바이는 부르즈 알-아랍 호텔, 에미레이츠 타워 호텔 등을 잇따라 개장하며 관광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했다.

   셰이크자이드 로드 양쪽으로 50∼60층 높이의 마천루가 즐비하게 들어섰고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도 매립을 끝내고 빌라 입주를 시작하면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각종 건설 프로젝트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두바이에 외국 투자자본이 밀려 들면서 두바이 부동산 가격은 2005년 이후 분기당 20∼30%씩 폭등하는 활황세를 맞았다.

   부동산 개발 사업계획을 발표하면 분양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기 때문에 사막 위에 구획을 설정한 뒤 건물만 올리면 건설 비용의 몇 배 이상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은 두바이로 하여금 과잉 투자라는 무리수를 두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간 이용객이 4천만명에 이르는 두바이국제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두바이는 남부 사막 지역에 연간 1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 건설 사업을 시작했고, 팜 주메이라보다 8배나 큰 인공섬 `팜 데이라' 건설도 시작했다.

   사막에 물길을 내겠다며 75km 길이의 `아라비안 운하'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종합 휴양단지인 두바이랜드 내에 여의도의 절반 면적인 세계 최대 쇼핑몰 건설 사업도 추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두바이 정부와 정부 소유기업들의 부채는 어느덧 800억달러(한화 92조)에 달했다.

   2006년 두바이 GDP가 374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할 때 과도한 부채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외부 자본 의존율이 높은 두바이는 지난해 세계 금융 위기라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두바이 담보대출사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린 뒤 투자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줘 왔으나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금융권에서 중도금을 더 이상 대출할 수 없게 되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게 됐고 이는 1년 만에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투자자로부터 중도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데다 금융권에서 대출도 여의치 않게 된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사들은 잇따라 프로젝트 축소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두바이 정부는 지난달 홍콩, 싱가포르, 런던, 프랑크푸르트를 순회하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두바이에 대한 투자를 호소했지만 이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뒤였다.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돌려막는데 급급했던 두바이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연방 중앙은행 지원으로 100억달러를 확보하고 이어 지난 25일 채권 발행으로 50억달러를 추가로 확보,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결국 모라토리엄이라는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