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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온 외국돈..금융시장 위험요인>

지식창고지기 2010. 1. 2. 13:08
<몰려온 외국돈..금융시장 위험요인>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윤선희 최윤정 홍정규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기성 단기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급속도로 유입된 가운데 최근 '두바이 사태'로 또다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저금리 통화인 달러화를 빌려 고수익이 예상되는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것) 자금 등의 외국계 자금이 국내에서 한꺼번에 이탈하면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다시 충격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투자자의 투자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투기성 자금, 韓시장으로 대거유입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라앉자 해외 단기자금이 다시 국내로 대거 유입됐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30조 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했다.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급락하자 반등폭이 클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또 외국인은 올해 지난 26일까지 국내 상장채권을 순매수한 규모는 48조4천44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로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 미국, 유럽 등의 자금이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올해 1~10월 국적별 상장채권 순매수액은 태국이 13조18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싱가포르 6조3천780억 원 ▲미국 5조1천205억 원 ▲독일 5조277억 원 ▲홍콩 4조919억 원 ▲룩셈부르크 2조3천600억 원 ▲영국 2조1천283억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두바이 쇼크'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유럽계 자금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올해 1∼10월 부채성증권(채권) 순유입액도 247억3천58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5배로 불어났다. 부채성증권채권은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상장 및 비상장 채권 매수액에서 매도액과 만기도래 상환액을 뺀 수치이다. 또 외국인의 부채성증권 투자액과 차입 등의 기타투자액을 합친 대외채무도 3분기 말 현재 3천975억200만 달러로 작년 9월 말 이후 최대치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은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이용한 무위험 재정거래로 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성 단기자금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로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액 중 재정거래 비중은 70% 이른다.

   한화증권 박태근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 등을 사들인 것은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의 움직임 때문"이라며 "연말 수급도 나쁘지 않고 선행지수가 둔화하는 등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집단이탈시 '시장 불안 고조'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처럼 글로벌 단기자금이 빠른 속도로 국내로 유입된 데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두바이' 사태 등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한꺼번에 자금을 빼내가면 채권·외환·주식 등의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은도 최근 자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조기에 시행되면 캐리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해 환율 급변동, 급격한 자금 유출입 등을 초래해 신흥시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에도 외국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작년 10월부터 국내 채권에 대해 '팔자'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작년 10~12월 석달간 국내 상장채권을 5조5천억 원어치 순매도한 바 있다.

   두바이 사태가 고조된 지난 27일에도 코스피지수는 75.02포인트(4.69%)나 급락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2천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20.2원 오른 1,175.5원으로 마감했다.

   따라서 최근의 두바이 사태가 유럽 금융기관 등으로 옮겨가고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나 재정거래를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국내 금융시장의 교란요인 중 하나여서 자금유출입이 잦아지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국내에서는 괴로운 일"이라며 "이를 규제할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올라 재정차익 거래유인이 사라지면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서서히 빠져나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국내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일단 외국인 매매 지켜보자…자금유출입 규제 필요"
다만, 우려와는 달리 외국인의 집단 이탈 현상이 당장 현실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국내시장이 투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부상한 만큼 외국인이 투자처를 갈아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은 열려있으나 현재 달러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데다 글로벌시장 투자자들이 한국물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어 단기에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은 저위험으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처여서 외국인의 투자 추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에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단기 투자자금의 과도한 유출입을 규제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고수익 고위험 투자처로 쏠리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악양향을 미치게 된다"며 "돈의 유출을 규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므로 통화스와프 등 국제공조로 보완하고 유입될 때는 투자금의 건전성과 총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김종창 금감원장도 달러 캐리트레이드 대책에 대해 "지나친 달러의 유입과 유출이 금융위기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며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 관계부처가 모여 논의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