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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4 편 ) - 국제 입찰 참가자격 신청서 1

지식창고지기 2010. 3. 10. 13:01

제가 글의 분류를 낙타발바닥이라고 붙인 것과 앞으로 게재할 글과는 일맥상통한 것 입니다. 전 중동이라면 넌 저리가 납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는 어떠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중동생활 마지막은 쿠웨이트에서 했습니다본인은 알코바, 제다 그리고 리야드 주택 건설공사의 입찰에 참여를 하였습니다만 그저 뒤치닥거리하는 정도였으나 여기서 해외건설입찰에 대한 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리아드 주택공사는 한신으로 옮기어가서 간접적으로 지원에 참여할 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두 달에 걸치어 전하는 글은 우연히 획득된 글로 실제 H건설에서 있었던 일로 모두 실제 인물로서 저가 모시던 분들로 우리 중동 건설시장 개척사의 아픈 한 단면입니다. 이 분들의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발전된 조국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은 제목을 “세기적 엽기 재판”이라고 붙이었음을 상기시켜드립니다.

  

세기의 엽기 재판  ( 14 편 ) - 국제 입찰 참가자격 신청서 (Prequalification for Bid ) [상]

 

 

▲ 사우디 주택성은 1978 년 초 제다. 리야드, 알코바에 대단위 주택 공사를 발주 하였다.

 

 시행율 53 %,  라스 알 가 현장의  완공 보고 때문인가?  " H " 건설의 아침 전체 회의는 오랜만에 살 얼음이 녹아 내리듯, 조용한 분위 속에서 진행 되었다. 왕 회장의 입김을 불어 내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의 톤이 가늘어지면, 적어도 임직원이 질타 당하는 일은 없다.

 

보고자도 긴장이 풀린 듯,  보다 냉냉한  목소리로 다음 보고 자료를 올린다.

 

"  제다 지사,  정 부장으로부터의 보고 입니다. 앞으로 10 년동안 얀부 지역에서 발주 될 플랜트 공사의 내용을 보고 해 왔습니다.
   
   첫 번째가, 에티렌, 폴리에티렌, 에티렌 글리콜등 석유 화학제품 생산 공장 입니다.
   두번째로, 아로마틱( 자이렌 과 벤젠 ) , PTA ( 텔레프탈릭 액시드 ), 폴리에스터 택스타일 칲스, 택스타일 스테이풀, 등의 생산 공장 입니다.

    세번째는 공업용 산소 (옥시즌), 니트로겐, 알곤, 크맆튼-제논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네번째는 이테인, 프로판, 부탄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다섯번 째는 휘발유, 연료용 오일, 디젤, 항공연료, LPG 등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여섯번째는 각종 루브 오일 (Lube Oil )의 생산기지 입니다.

 

   현 단계로는 얀부 개발계획에 포함 된 기본 계획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성안이 않 된 상태랍니다. 발주 시기, 규모, 발주처등은 차후 구체화 되는 대로 자세히 보고 하겠다고 합니다."

 

  " 플랜트 공사가 진행 될려면,  도로공사, 항만 공사, 비행장공사, 담수 발전소공사가,  그 앞에  와야 하니까, 그런 공사들을 잘 챙겨 보라고 해요."

 

곧 이어 왕 회장의 장난기 석인 표정이 토목 담당 부사장에게로  향했다. 토목 담당 부사장은 곧 잘 왕 회장의 말 상대로 꼽힌다. 현재 중동에서 주로 토목 공사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질타의 대상으로, 또는 칭찬의 대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비교의 대상으로도, 토목부가 거론 된다.  그 만큼, 왕회장의 토목부에 대한 애증은 깊다고  할 수 있다.

 

왕 회장은 기분이 좋을  때면  평소 않하던  존대 말도 거침없이 나온다.

 

"  여봐요!, 토목 부사장!,  여기 루브 오일 생산기지라고 했는데, 루브 오일이 뭔지 알아요? "

 

" 예!, 자동차에 쓰이는 기름에 일종입니다. "

 

" 그 답은 50 점 밖에 않되요, 토목에 대해서는 좀 아는데 기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더 많군, "

 

이제 왕 회장의 표정이 의기 양양 해 졌다. 갑자기 여기 저기에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왕 회장의 표정이  이렇게 변하면, 그 다음 이야기는 한 층 더 부드러워지고, 회의 분위기는 즐거운 놀이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긴장하고 있던  계열사 사장들도 우스겟 소리로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 루브 오일이지요, 기계가 잘 돌아 가도록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지. 사람 몸의 비타민과  같은 거야. 사람 몸에 비타민이 없으면,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많아도 제 기능을  못하지요."

 

" 내가 어제 병원에가서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말이 내 심장은 삼십대라고 하고 간은 40 대 초반이라고 합디다."

 

이제 왕 회장의 얼굴표정은 평소에 좀 처럼 보기 어려운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말 하는 동안 눈은 반 쯤 감겨 있고,  입은 옆으로 한껏 벌어져 입가의 잔 주름이 엷게 패인다. 매우 즐겁게 웃는 표정이다. 이 쯤 되면, 회의장은 이미 회의장이 아니다. 왕 회장의 강의실이 된다.

 

" 사람이 예순을 살면, 회갑이라 하고,  요행이 칠십을 살면 칠 순이라고 해서 큰 잔치들을 하는데, 그거 모두 잘 못 된 거예요. 각자가 노력만 하면 100 살까지 거뜬이 살 수 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80 대부터 시작 된다고 봐요. 60 대는 유년기고, 70 대는 소년기고, 80 대에 청년기이고, 90 대는 장년기, 그리고 100 살이 되야 노년기라고 할 수 있거든. 유년기, 소년기 때는 아직 어려 세상 경험이
 없는 때니까,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80 대 청년기에 들어야, 의욕도 생기고 목표도 세울 수 있어서 자기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왕 회장의 강연이 진행 되는 동안,  회의장 분위기는 다시 숙연 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