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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6 편 )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중]|

지식창고지기 2010. 3. 10. 20:23

제가 글의 분류를 낙타발바닥이라고 붙인 것과 앞으로 게재할 글과는 일맥상통한 것 입니다. 전 중동이라면 넌 저리가 납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는 어떠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중동생활 마지막은 쿠웨이트에서 했습니다앞으로 두 달에 걸치어 전하는 글은 우연히 획득된 글로 실제 H건설에서 있었던 일로 모두 실제 인물로서 저가 모시던 분들로 우리 중동 건설시장 개척사의 아픈 한 단면입니다. 이 분들의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발전된 조국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은 제목을 “세기적 엽기 재판”이라고 붙이었음을 상기시켜드립니다.

 

세기의 엽기 재판  ( 16편 )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중]

 

사우디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 근로자들은 자국내가 아닌 제 3 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잠재적으로 피해 의식을 갖고있다. 따라서 이번   국무총리의 사우디 방문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응원군이 되었고 큰 용기를 불러 일으켰다. 국무총리의 방문은 건국이래 최초의 방문이며, 최고 관료의 역사적인 방문이 되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사우디에 머무는 동안 정 부장은 수행원들을 위한 안내와 차량 지원 등을 하여 대사관의 일을 도왔다. 대사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현지 진출 업체들이 인력 지원, 또는 차량 지원을 하는 것은 오래 된 관례다.

 

요즈음 H 그릅의 계열 회사에서는  쉴 새 없이 임직원들을 보내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달이면 평균 100 명은 다녀간다.  특히 자동차와 무역을 주로하는 계열사에서는 부문별로 팀을 보내고 있다. 2 - 3 명으로 구성 된 팀이 제다 지사에 매일 상주 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협조 업무도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항 영접은 물론, 숙소제공,  거래처 안내, 차량제공, 통신 시설 제공 등  이들을 위한 작업은 모두 정 부장과 지사 직원들의 몫이 된다. 특히 식사 때는 자리가 모자라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 간만에 제다 지사는 고요함을 되 찾았다. 국무총리의 방문 행사가 끝나고 계열 회사 임직원들이 모두 귀국 한 것이다. 정신 없이 붐비던 사무실과 식당이 썰렁하게 느껴졌다.

 

" 폭풍 후의 정적이라 . . . . . "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 중얼 거린다.  직원 모두가 긴장 된 시간을 보낸 후  똑 같이 허탈한 상태에 빠져있다.

 

" 이런 땐 술이라도 한잔 있었으면 좋겠구만! "

 

" 말도 말아!,  현장 이야기 못 들었어? "

 

" 무슨 이야긴데?. . ."

 

" 현장에서 또  밀주 빗어  먹다가 경찰에 들켜 2 명이 강제 출국 되었다는거야"

 

" 저런!,  무얼 가지고 밀주를 만드는데? "

 

" 현장 근로자들이 만들어 먹는데,  술 맛이 기가 막힌다는군"

 

"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들을 모아서 물에 설탕을 섞어 넣었다가 빵 만들 때   쓰는  이스트를 넣고,  큰 통에 밀봉하여 일 주일만 햇볓 안드는 구석 진 곳에 숨겨 두면 훌륭한 밀주가 된다는 거야."

 

" 그런데, 정보가 어떻게 흘러 나갔는지, 예고없이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 닥치  더라는 거야,  근로자 5 명을 연행해 갔다는군, 그 중 2 명을 강제 출국 시켰  다는거야 "

 

1970 년 이전만해도 사우디 정부는 외국인들의 음주를 그렇게 심하게 단속하지는 않았다. 1970 년에 사우디에서 취업하고 있던 영국인 엔지니어가 음주 상태에서 무작정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내에서의 음주를 철저하게 단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장 근로자들의 밀주 사건은 한달 여 전에도 있었다. 직원들도 모르고 있던 밀주를 어떻게 정보가 흘러 나갔는지, 어느 날 느닷없이  경찰차 2 대가 들이 닥쳤다. 경찰들은 밀주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쉽게 찾아냈다. 그리고 늘어서 있는 근로자들 가운데 골격이 커 보이고,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근로자 5 명과 함께  밀주통을 압수 해 갔다.

 

그 당시 정 부장과 현장 소장은 근로자 5 명의 구명을 위해서 3 일 동안을 경찰서에 출근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결국 한 밤 중에 선물한 보따리를 들고 경찰서장 집으로 찾아가 사죄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날, 정 부장과 현장 소장은 경찰서에서 다시는 같은 일 재발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고, 근로자 5 명은  훈방 조치가 이루어 졌다.

 

근로자의 밀주 사건은 그로부터 한달여만에 재발 한 것이다. 이 번에도 직원 모르게 근로자들이  밀주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경찰차가 달려 와 근로자 5 명과 밀주 통을 압수 해 갔다.  정 부장이 국무총리 환영 행사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다. 

 

현장 소장과  관리 과장이  경찰서로 달려 갔으나  새로 부임한 경찰 서장은 완강하였다.  세명은 훈방 조치하고 두명은 보호소에 감금 하였다가 다음 날 소지품과 함께 비행장까지 연행하여 강제 출국 시켰다.

 
그 날 저녁, 정 부장은 알콜 성분이 없는 과일 주를 식탁에 올려 놓았다. 지사 직원들만의 오붓한 식사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  모두들 그 동안 바쁘게 뛰느라 수고들 많았다. 않됐지만 과일 주로 기분을 풀고,  식사 후에는 집에 편지들을 쓰도록 하게."

 

직원 모두가 가벼운 해방감을 즐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식사 시간은 간혹 업무의 연장이  되는 수가 많다.  공식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소를 곁들여 의사 전달을 한다.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평소 못하던 이야기를 전달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음주가 금지 된 이 곳에서는 식사 시간이 유일한 담소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