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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6 편 )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하]

지식창고지기 2010. 3. 10. 20:24

내일은 월말 정산으로 업무가 바뻐 오늘 미리 내일분을 게재합니다.

 

 

세기의 엽기 재판  ( 16편 )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하]

 

그런데 자재 과장의 표정이 매우 어듭다. 정 부장은 오랜 경험으로 즉시 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 무슨 일이 있었구나! )

 

" 이봐!,  장 과장!,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  . . . . . . . . . . "

 

" 이봐!,  장 과장!  묻고 있잖아? "

 

옆에서 업무 이 과장이 한마디 거둔다.

 

" 장 과장하고 김 과장하고 오늘 오후에 한 판 붙었습니다. "

 

" 무슨 일로 ? "

 

" 밤 낮 그 놈의 차 때문이죠. 서로 차를 먼저 써야  한다고 다툰거죠"

 

정 부장은 즉시 사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지사에는 승용차 4 대가 배정 되었다. 정 부장의 차를 제외하면 3 대가  업무, 경리, 자재, 총무
4 개 부서가 공용으로 쓰도록 배정을 해 놓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차 사용 예정 시간을 차량 사용 일지에 기록 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외부 업무가 주 업무인 업무과에서도 차 한대를 거이 독점하다시피 사용하고 있다. 결국, 차 2 대로 3 개 부서가 공용하는 셈이다. 그나마, 예정과는 달리 갑자기 차를 사용 하여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서로 협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때가 있다. 서로 촉각을 세워 대립 하는 것이다. 항상 긴장 상태에 있는 해외 직원들은 사소한 시비에도 즉시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 시비가 붙으면  결국  언성을 높히게 되는 것이다.

 

그 날도 자재의 장 과장은 오전 10 시부터 차 배정을 해 놓았다. 다른 차 한대는 총무과장이 일찌감치 세관에 화물 통관 때문에 몰고 나갔다. 그런데 경리에서 갑자기 은행에 갈 일이 생겼다. 결국 자재과장과 경리 과장은 협상을 했다. 경리 과장이 12 시까지만 사용하기로. 그러나 경리 과장은 2 시가 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 왔다. 이것이 시비의 발단이다. 두 사람은 언성을 높혀 급기야는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정 부장이 총무 최 과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  여 봐!  최 과장!  본사에서 아직 차 구매 승인 않 나왔나?"

 

" 아직 않 나왔는데요,  내일 다시 한번 독촉 해 보겠습니다. "

 

정 부장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현장 곽소장에게 전화를 건다.

 

" 나, 정부장이야!, 저녁 식사는 했어?, 그래 잘 돌아 가? "

 

" 벌써 먹었지, 지금 몇 신데, 그래, 지사의 식사 시간은 좀 늦지?, 정 부장은 식사 전이겠군,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

 

" 곽 소장!  부탁이 하나 있어,  들어 줘야 겠는데, . . .  우리가 본사에 차량 한대 구매 요청을 낸 것이 있는데, 승인이 늦어지고 있어. 현장에서 차 한대만 뽑아 주게, 한 일 주일 만 쓰면 될 것 같애."

 

" 그래?, 누구의 부탁이라고 거절 하겠나?,  뽑아 줘야지, 그런데 승용차는
  귀하고,  미니 포터를 한대 빼 주지.  괞찮겠나? "

 

" 미니 포터도 감지 덕지지. 감사하이! "

 

장 과장의 표정이 그제야 펴 진다. 멋 적은 듯 식탁에 다가 앉으며, 김과장의 얼굴을 힐긋 살핀다.

 

정 부장이 한마디 한다.

 

" 들었지?,  현장에서 미니 포터를 한대 뽑아 준다고 하니, 그건 자재용이야, 그리고 총무는 내일 또 본사에 독촉하고. "

 

그 날 저녁은 특별히 준비한 불 고기 만찬과  알콜 성분이 없는 과일 주로 분위기를 띠우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                       *                          *

 
정 부장은 문득 몇일 전 아내로부터 받은 편지 생각이 났다. 그 동안 바쁜 나날에 답장 쓰는 것을 잊고 있었다. 침실 책상에 다가 앉아 마음을 조용히 추스른다. 펜끝이 흰 종이위를 빠르게 흝고 지나간다.

 

 

"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 편지를 받고도 일찍 답장을 못내어 미안 하구료.  하루 하루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아  긴장 속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지낸다오. 그래도 같이 지내는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모두들 열심히 해 주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다오.

  두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당신도 힘이 많이 들겠구료. 조금만 더 참아 봅시다. 이제 곧 월급도 오르고 해외 수당도 오른다니
  조금만 더 참으면 확고한 생활의 터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소.

 

  아이들이 공부 열심히 하고, 말들을 잘 듣는다니 다행이구료. 아무래도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항상 대화를 나누는  당신의 교육 방식 덕분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구료.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절로 뿌듯 해 짐을 느낀다오.

 

  당신이 잘 하고 있겠지만,  아이들은 항상 세심하게 살펴주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오. 설사 잘 못 한것이 있어도 질책하는 쪽보다는 기를 살려 주는 쪽으로 다스려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소.

 

  인편에 보내준 와이셔츠와 양말 등 잘 받았소. 당분간은 아무것도 보내지 않아도 돼요.

 

  큰 놈, 작은 놈, 두 놈에게 주는 선물을 당신 선물과 함께 포장해서 인편에 보내니, 받아 보구료.

 

  이제 밤이 깊었소.  내일을 위해서 오늘은 이만 펜을 놓아야겠소.  당신과 아이들의 안녕과 건강을 빌면서,

 

                                당신의 Hus가 "

 


그리고  정 부장은 새로운 종이를 꺼내어 써 내려간다.


" 큰놈, 작은 놈 에게,

 

  엄마가 보낸 사진을 보니, 너희들 무척 컸더구나.  이제는 너희들도   엄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 가방 싸는 것, 숙제 하는 것, 옷 갈아 입는 것,  이런 것들은  이제 엄마가 해주기 전에 너희들 스스로 해도 될 것 같다.

 

  지난 학년에도 너희들이 모두 우등 상을 탓다니, 아빠는 기쁘기 한이 없단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그리고 활발하게 활동 하는
  것도 중요 하단다. 친구들과 어울리는것도 소홀이 하면 안된다.

 

  아빠는 너희가 다음과 같은 5 가지 사항을 꼭 지켜 주기 바란다.

 

   1.  정직하라.  ( 절대로 거짓말 하지마라.)
   2.  책을 많이 읽어라. ( 만화 책도 좋고 동화 책도 좋다.)
   3.  그 날 배운 것은 집에 와서 반드시 복습하는 습관을 길러라.
   4.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적극적으로 어울려라.
   5.  하루에 일어났던 일은 저녁에 엄마에게 반드시 이야기 해라.

 

아빠와의 약속이라 생각하고, 항상 마음속에 담아 두기 바란다.  오늘도 너희들의 건강을 빌면서, 제다에서  아빠가 "


편지의 끝머리를 채우자 눈이 스르르 감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밤 12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밤이 깊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