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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8 편 ) - 음모

지식창고지기 2010. 3. 10. 20:26

[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8 편 ) - 음모

 

▲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내무성 건물

 

 정 부장이 충격적인 소식에 접 한 것은 다 섯 번째 공판이 있은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였다. 아침부터 무엇인가 상서롭지 못한 느낌을 느껴 전전긍긍하던 정 부장은,  그 동안 리야드 지사의 이부장과의 통화가 오래동안 단절 되었었음을 상기 하였다.

 

                                  *                     *                          *

 

H 건설은 사우디에서의 사업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 되자, 왕 회장은 즉시  회사의 조직을 이원화 시켰다.  국내 조직과 해외 조직이다. 상황 변화에 대한 지체없는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즉, 여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부응하는  대응책을 도출 해 내는 왕 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민첩성을 엿 볼 수 있다. 결코 타이밍을 놓치는 법이 없다.

 

왕 회장은  주베일에 중동 본부를 설치하고,  동부의 알코바지사,  중부에 리야드 지사, 그리고 서부의 제다 지사를 두어 사우디 전역에서 일어나는 개발사업을 빈틈없이 스크린하도록 조직을 대형화 하였다. 이 거대한 조직을 이루어 내는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왕 회장은 중동본부에 해외 담당 사장을 파견하여  사우디 내 현장이나, 지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지에서 시간 낭비없이 즉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이양 하였다.

 

 

 

 

동부 주베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의 정보와  현재 주베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사의 지원 사업은 알코바 지사의 몫이다.

 

또 한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는 중앙 정부가 있어 각 부처의 정책과, 개발사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리야드 지사의 몫이다.
 
반면, 얀부 공업 단지를 위시하여 서부 지역의 개발사업에 관한 정보입수와, 아시르 현장의  지원 사업은 제다 지사의 몫이다.

 

이들  중동 본부와 3 개 지사는 항상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 구역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업무의 진전사항을 협의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정보 교환이 된다.

 

만날 기회는 드믈지만, 항상 전화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세 지사장 사이에는 어느새 친밀감이 배어, 셋 만의 은밀한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어쩌다 울적한 기분이 들 때면, 밤 늦게 깊은 잠에 빠진 사람을 깨워 기분 풀이를 하는 일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가정에 관한 걱정거리가 있으면, 대화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                         *                             *

 

" 오!, 정 부장님, 안녕 하셨어요?,  저, 차과장 입니다."

 

정 부장이 리야드 지사장 직통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이부장이 아닌 차 과장이었다. 영리한 차 과장은 정 부장의 목소리를 쉽게 감별한다.

 

" 그래,  차 과장 잘 있었나?,  별 일 없었지? "

" . . . . . . . . . .. ."

" 차 과장!,  왜 무슨 일 있나?, 말이 없어? "

]

" 정 부장님!  일이  . . . 터졌어요, "

 

차 과장의 목소리가 힘 없이 축 처진다.

 

" 왜?, 무슨 일이?"

 

정 부장이 바짝 긴장 한다. 아침에 느낀 상서롭지 못한 느낌과 연관이 있는건가?

 

" 이 봐!, 차 과장!, 자세히 얘기 좀 해 봐, 빨리,"

 

" 어제 오후에,  . . .   부장님이   . . .내무성 사람들에게. . . 연행되어 갔어요 "

 

차 과장의 목소리는 이제 거이 울먹이고 있었다. 정 부장의 머리 끝이 쭈뼜 해진다.

 

리야드 지사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리야드 지사는 사우디 정부인 모 발주처에서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참가하여
타 경쟁사의 동정을 염탐하고, 발주처로부터의 정보 입수를 위하여 백방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단 입찰 유의서에 따라 입찰서를 발주처에 제출하면, 비 공개리에 개봉하여 최 저가 입찰자에게 우선 협상 자격을 주는 것이 관례다. 보통 저가 3 위까지를 협상 대상자로  선발하나, 협상이 3 위까지 가는 경우는 드믈고, 대부분 1 위에게 낙찰 기회가 주어진다.

 

리야드 지사에서는 입찰서를 제출하고,  입찰가 순위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탐문을 하던 중이다. 리야드의 이 부장이 발주처 부청장으로부터 은밀하게 전화연락을 받은것은 3 일 전이다.

 

" 미스터 리?,  나는  XX 청의 부청장인데,  일 전에 제출한 입찰에 관해서 당신과   긴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오늘 오후에 나의 사무실로 와 줄 수 있겠소?"

 

이 부장은 처음 상대방이 발주처 부청장이라고 소개 했을 때, 긴가 민가 하면서도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꼈다. 입찰 후  발주처의 수뇌부가 입찰서 평가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특정 업체에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 할 수 조차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아!, 예,. . .  안녕 하십니까? 부 청장님!,  기꺼이 찾아 뵙지요, "

 

이 부장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목소리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후 내내 이 부장의 마음속 솜 방망이질은 부청장를 만나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화려한 카펫과 목재 장식물로 치장 된 부청장실로 안내 되었을 때, 이 부장은 신규공사 수주 기대감으로 야릇한 전율감에 몸을 떨었다.  본사에 공사 수주 보고를 했을 때,  넓은 회의장에 둘러 앉은 계열사 사장단을 둘러보며 지을,  왕회장의 득의 만만한 표정이 쉽게 떠 올랐다.  ( 리야드 지사란 말이지? ) 틀림없이 여러 사람 앞에서 그렇게 뇌일 것이다.

 

큰 체구의 부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한다. 머리에 구트라와 이깔(사우디 전통 모자)을 눌러쓰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사우디 전통 의상인 쑵을 두른 체구는 이 부장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다.

 

" 당신이 H 건설의 리야드 지사 총 책임자임이 틀림없소?"

 

이 부장이 소파에 앉자, 부청장이 다소 딱딱한 어조로 확인 한다.

 

" 예, 리야드 지사의 제너럴 매니저  미스터 리 입니다."

 

이 부장은  준비한 명함을 건넨다. 부 청장은 명함을 자세히 보고나서 말문을 연다.

 

" H 건설은 이번 우리가 발주한 공사에 대해서 어떻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소.  즉,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단 말이요. "

 

" 예, 이번 귀청에서 발주한 공사는 H 건설의 금년도 수주 공사 중 최 우선 순위의 공사입니다. 어떻한 일이 있어도 이 번 공사만은 꼭 우리가  확보하여야 합니다."

 

" 그 아유가 뭐요?, "

 

" 그 동안 사우디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사 중,  몇 몇 현장은    이미 완공 단계에   있습니다.  그 인원과  장비를 전용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착공이 가능  하고, 조기 완공도 가능 하기 때문 입니다."

 

듣고 있던 부 총장이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퉁명스럽게 내 뱉는다.

 

" 삼 프로요,  삼 프로. 계약 금액의 삼프로를 낼 수 있겠소?. 단, 일 프로는 내일  이 시간까지 현금으로 가지고 오시요."

 

이 부장은 갑자기 뒷 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다. 우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계약금액의 1 프로라면  벌써 미화 백만 단위가 된다.  수 백만 불을 24 시간내에 현금으로 준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중동 본부에 보고하고 본사 왕회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아 내는 것도 문제다.

 

" 내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조급 합니다. 최소 한도 삼일 동안의 시간이 필요 합니다."

 

" 우리도 시간이 매우 급하단 말입니다. 그럼, 내일 모래 이 시간에 이 장소에서 만나도록 하지요"

 

" 많은 현금을 준비 하려면,  약식 계약서나 부청장님의 메모렌덤 같은 문서가  필요한데, 그런 서류를 갗추어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 문건은  철저하게 대외비로 처리 되겠지만, "

 

부청장의  시선이  이부장 얼굴에 꽂힌다.  순간, 이부장은 그 시선이 매우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 문건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  돈을 받으면 영수증은 해 줄테니까 "

 

그리고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                       *

 

사무실로 돌아 온 이 부장은 한 동안 소파에 앉아 생각을 정리 했다. 긴장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 우선, 중동 본부의 해외 담당 사장과, 서울 본사의 왕회장에게 보고 하는 방법부터   결정 해야 된다. 해외담당 사장에게는 즉시 보고하고, 왕 회장에게는 해외담당사장의 조언을 충분히 들어 밤 12 시, 서울 시간 새벽 6 시 왕 회장 댁으로 보고 하기로 하자. 보고 내용은 부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이후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면 된다.)

 

이 부장이 주베일 중동본부 해외담당 사장에게전화를 걸었을 때, 해외담당 사장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한 사장은 이 부장의 말머리를  중간에서 꺽는다.

 

" 이사람아!,  이부장 !,  어째,  그런 중요한 사항을 전화로 이야기 하려고 하나? 즉시 여기로 날아오게! "

 

리야드에서 주베일까지는 비행기로 1 시간 반을 날아 알코바나 담맘에 도착하여 다시 승용차로 한 두 시간을 달려야 한다.

 

이 부장이  주베일 중동 본부에 도착 한 시간은 밤 10 시가 넘어서 였다. 해외 담당 사장은 숙소에서  자지않고, 그때까지 이 부장이 도착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장이 도착하자, 관리 담당 이사를 합석 시켰다.

 

" 우선,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을 하게,  부청장이 틀림 없다고 했지?"

 

" 네, 틀림없읍니다. 들어가기 전에 안내에게 확인을 하고 들어 갔습니다. "

 

" 자네와 이야기 할때, 방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 비서라든가? "

 

" 네, 아무도 없이 단 둘만  있었습니다. "

 

이 부장은 부청장의 전화를 받은 이후의 상황을 시간대에 맞추어 자세히 설명 해 나갔다.

 

" 입찰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는 것이 없던가?, 몇개 업체가 참가하고 어떤 업체가 가장 유력한가?, 언제 쯤 네고회의가 있을 예정인지?등. . . "

 

" 그렇지 않아도, 이것 저것 물어 보았지요. 그런데 내 질문에는 일체 코멘트를 하지않고, 돈 얘기만 합니다. 좀 서두르는 것 같았어요."

 

" . . . . . . . . .. . "

 

" 좀 이상 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부청장이 매우 서두르는 것 같고,  친금감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도와 줄 입장이라면, 어느정도 친근감을 보여 줄 만도 한데, . . . . .  ."

 

해외 담담 사장의 눈길이 순간적으로 이 부장의 얼굴을 흝고 지나갔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사장이 입 속으로 중얼거리다 관리이사에게 묻는다.

 

" 계약 금액의 삼프로 중 일 프로는 현찰로 ?,  모래까지? . . . 메모없이 영수증은 써 주겠다?. "

 

" 미화 이 백만불 정도, 모래까지 준비가 되겠나?"

 

이백만 불이면 예상 되는 계약금  일프로에 못 미친다. 그러나 우선 성의 표시하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 모래 오전까지는 가능합니다."

 

"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의논하기로하고,  오늘은 이만 쉬기로 하세. "

 

이 부장은 남 몰래 가슴을 쓰러 내렸다. 왕 회장에게 보고 할 절차가 생략 된 셈이다.  실은,  왕 회장에게 보고 할 일이 무척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절차를 사장이 떠 맡은 것이다.

 

( 내일 아침까지는 어떤 지침이든  내려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