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20 편 ) - 확정 판결
( 사막 한가운데 서서 석양을 보면, 자신의 처지를 음미하게 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되 살아 난다 )
리야드 지사장, 이 부장과, 해외 담당 사장이 연행, 구금 된 지도 2 주가 지났다. 중동 본부에서는 처음 3-4 일 동안은 충격에 휩싸여 우왕 좌왕 했으나, 점차 평온을 되 찾아 나갔다. 모든 업무가 조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책임자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자, 정상으로 되 돌아 갈 수 있었다.
이 엄청 난 사건은 서울 본사에서도 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일부에게만 사실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왕 회장의 무언중 엄한 함구령이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간에는 이미 유비 통신을 통하여 알만한 직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금 된 연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즉, 발주처 부청장의 의도적인 음해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그 동안 여러차례 현지인 또는 임원들이 경찰서를 예방하고, 발주처 부청장을 면담 하려 했으나, 일체 접척 할 길이 없었다. 번번히 면담 신청이 거절 되었던 것이다.
이 부장과 사장의 구금 사유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억측만 난무 할 뿐이다.
혹자는 중동 공사를 독식하는 한국 건설 업체에 대한 서방 건설 업체들과 그들 에이전트들의 경고성 음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서방 건설 업체들의 음해는 과거에도 여러번 시도 된 경험이 있다.
한국 건설 업체들이 중동 공사를 독식 하는 한, 서방 건설 업체와 그들의 현지인 에이전트들은 전혀 수입을 기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방 건설 업체의 현지인 에이전트들은 대부분 왕족 출신들이고, 관계 요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인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 다른 억측은, 제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리인비 청구 소송의 후속 조치로 왕자가 발주처 측과 결속하여 의도적으로 꾸민 음해라고 하는 설도 떠 돌았다.
구금 된지 일 주일 만에 힘 겹게 이루어진 면회에서, 그들은 약식 재판에서 1 년 동안의 금고형에 처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량이 확정 된 후 그들에게는 사식도 허용이 되었다. 단 면회만은 오래동안 허용이 되지 않았다.
* * *
정 부장이 출두 한 제다 법정에서는 여섯 번 째의 공판이 열렸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3 명의 판사들도 같은 자리에 착석하고, 피고석에는 정 부장과 통역, 그리고 정 부장의 뒷 좌석에 압둘 변호사와 최 상무, 그리고 M 변호사가 예전처럼 자리를 하고 있었다. 단, 원고석은 지난 번과 같이 텅 비어 있었다.
오후 4 시가 되자, 3 명의 판사는 잠시 머리를 맞대어 구수회담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가운데 판사가 개정 선언을 했다. 원고와 피고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잠시 뜸을 드린 후, 앞에 놓인 서류를 읽어 나갔다.
주심 판사의 낭독이 끝나 갈 때 쯤이다, 갑자기 통역이 좌석에서 벌떡 일어 나 손을 하늘로 뻗는 괴상한 몸짓과 함께 무엇인가 중얼 거리며 틈틈이 " 인샬라! " 를 연발 한다.
뿐만 아니다. 뒤의 압둘 변호사도 괴상한 몸짓은 보이지 않았으나, 무언가 입 속으로 중얼대며 간간이 " 인샬라! " 를 연발한다. 정 부장 이하 최 상무와 M 변호사는 한 동안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다.
' 승소요!, 승소!, 우리측 본안전 항변이 이유 있다는 판결이 내려 졌습니다. 오! 인샬라! "
통역이 두 손을 맞 잡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압둘 변호사도 정 부장의 두 손을 맞 잡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
이 날, 원고측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세 판사는 피고측 본안이 합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즉, 재판 관할권이 사우디 법정이 아니라, 약서에 명시 된 분쟁 조정 조문에 따라, 국제 상공 회의소에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동안 어리 둥절하던 정 부장에게, 승소의 감격이 전이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긴장이 풀어지며 온 몸에 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 아!, 얼마나 멀고 험한 여정이었나! 전혀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을 지나 온 느낌이다. 생소한 법정에서, 생소한 법에 의하여, 알아들을 수 조차 없는 아랍 말로 진행 되는 재판에서 승소 한 것이다. )
돌아오는 길에 최 상무가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 정 부장! 자네는 알라의 축복을 한껏 받은 거여! 매일 하루 다섯 번씩 경배 올리는 걸 잊지 말게."
" 이 사람들도 정의가 무엇인지는 잘 아는 백성들이지요, 그래서 사우디 사람을 존경해요,"
" 그런데, 이 사람들이 상급 법원에 상고하지 않을까? "
"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재판에 궐석 했다는 것은 재판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의미 하지요, 아니면, - 사하 마티콤 - 작전에 질려 버렸던가,"
" 아무튼 자네는 기네스 북에 올릴 일을 경험 한 것이야, 전무 후무한 세기의 엽기 재판을 치러 냈으니, 그것도 승소로 말이지,"
" 인 샬라!"
* * *
서울 본사 아침 회의실, 왕 회장은 전면 회의용 테이불에 둘러 앉은 계열사 사장단과 테이불 옆면과 뒷면 회의용 의자에 앉아 있는 계열사 임원들을 눈여겨 휘둘러 본다. 전원이 참석 할 경우, 인원은 헤드 테이불에 29 명, 옆면과 뒷면에 52 명, 합계 81 명이다
일상적인 눈 점검이다. 한 번 휘둘러 보는 것 만으로도 왕 회장은 어느 계열사의 누가 불참 했는지를 즉시 감지 한다. 정열 되어 있는 좌석이 빌 경우, 이빨 빠진 톱니 처럼 티가 나기 때문이다.
왕 회장이 왕자의 대리인비 지급 청구 소송에서 승소 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주 였다. 그 토록 오랜 동안 마음 한 구석을 짓 누르고 있던 왕자의 소송건이 해결 되었으나 결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필시 해외 담당 사장과 리야드 지사장의 체포, 구금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왕 회장은 그 사건에 대해서는 오래동안 일체 언급을 피해 왔다.
텔렉스 담당자의 텔렉스 보고가 끝나자, 왕 회장은 회의실내의 임원들을 휘 들러 본다.
" 근래에 이락에서 개발 프로젝트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누구 아는 사람 있는가? "
헤드 테이불의 중간 쯤에 앉아 있던 최 상무가 왕 회장에게 주목하며 응답한다.
"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세계 제 3 의 석유 자원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 그리고 ?, "
" 저희 부서에서도 이락 정보를 얻어 내려고, 아시아 개발 은행이나 월드 뱅크 등에 자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좀 처럼 정보다운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여 봐요!, 엉뚱한데 찾지말고, 사람을 직접 보내봐요!, "
" 예, 쿠웨이트 지사에서 출장을 다녀 오도록 조처 하겠습니다."
" 출장이 아니지!, 가서 사무실 열고 일 할 사람을 선발 하라는 얘기야, 출장 몇일 다녀 온다고, 그 나라 속 사정을 알리가 있겠는가?, 수박 겉 핧기지. 들리는 말로는 이락 정부가 년간 20 억 불을 개발사업에 쏟아 붓는다고 하더군. "
이 경우, 왕 회장은 이미 이락에 대한 강한 집념을 굳힌 것이 틀림없다. 왕회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각계 각층에 정보 소스를 가지고 있다.
이락에 관한 고급 정보는 미국 상원의원 중의 어느 누군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 했음에 틀림없다.
미국 워싱톤 디씨의 국회 의원들이나 국무성 고급 관료가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울산에 있는 세계 제일의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을 탐방 하도록 하고, 그 일정이 끝나면, 조선소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한국 최고의 영빈관에 모셔 놓고, 영어 한마디 못하는 왕 회장이 빠지지 않고 연회장의 호스트가 된다. 그 연회장이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산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삼청각이 될 수도 있다.
기녀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를 부르게 하여 평생 잊지 못 할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다. 몇 일이 지나면 그들로부터 과분한 접대에 깊히 감사한다는 내용과, 언제던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알려 달라는 내용이 담긴 정중한 편지가 날아온다. 또 한 예상치 못했던 고급 정보가 묻어 오는 경우도 많다.
왕 회장이 직원을 이락에 밖아 놓을 정도로 집념을 보였다면, 이미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다. 이락이 밀폐 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고, 세계 제 3 위의 석유 자원국이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이락은 아직 후세인이 철권 정치를 하고있고, 서방 세계와는 담을 쌓고 있는 나라 이기 때문에, 조심 스럽게 접근을 해야 돼요. 특히 북한 대사관이 있어 아주 위험한 곳이 될 수 있지."
" 이락에 나가서 일 할 사람은 중동 경험도 많고, 세상 물정도 잘 아는 사람이 가야 할거야, 누구 적당한 사람이 있는가? "
왕 회장이 시선은 다른 곳에 두었지만 최 상무에게 묻고 있는 것임을 최 상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때, 우물 쭈물 하다간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르도록 핀잔을 받는다.
" 해외 업무 부서에서 한 사람 뽑아 올리겠습니다."
" 이것봐요!, 국내에 있는 사람은 않돼, 국내에 있는 사람이라면, 중동 경험을 한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 . . . . . . . . . "
" 중동 사람을 잘 알고, 그 사람들 종교와 생활 환경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가야 빠른 시일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거야 "
최 상무는 빠르게 머리 회전을 한다.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기술직과 경리직을 제외 한, 해외 업무 개발팀 중에서 선발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난관이다. 너무 머리 큰 사람( 이사급 )도 않 될 것이고, 신입 사원은 더더군다나 않 될 말이다.
적어도 차장급이나 부장급에서 선발 되어야 한다. 그러나 차/ 부장 급에서는 제다 지사의 정 부장과 리야드 지사의 이 부장을 제외하면, 중동 경험 2 년차가 고작이다.
구금 상태에 있는 리야드의 이 부장을 제외하면 제다 지사의 정 부장이 유일한 적격자다. 다행히 정 부장은 아시르 현장 지원 업무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 놓았고, 얀부 공업 단지 개발 계획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입수 하였다.
더 없이 다행스러운 것은 그 처럼 오래 동안 마음 한 쪽 구석을 짓눌러 왔던 소송건도 어느 정도 해결을 보았던 것이다. 사우디 사람들은 결코 그 사건을 국제 상공 회의소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아랍 세계를 벗어 나면 그 어떤 것에도 신뢰감을 주지 않는다.
" 제다의 정 부장이 적임자라고 생각 합니다."
" 정 부장?, 중동 경험이 몇 년 인가?"
" 4 년 차 입니다. 정 부장은 우리 회사의 중동 진출 제 일 번입니다. 1975 년 4 월, 제 일차로 테헤란 주재원으로 선발되어 나갔읍니다.
그 후 바레인, 아랍 에미레이트, 쿠웨이트 등을 거쳐 지금은 사우디 제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정 부장이란 말이지?, 빨리 불러 들여!, 국내에 와서 가족들과 충분히 휴가를 지낸 다음에 이락에 들어 가라고 해! "
정 부장에게 엄청 난 생활의 변화를 가져 올 동기는 이렇게 간단히 결정 됐다. 일 년 여에 걸친 사우디에서의 고된 여정은 종지부를 찎게 되었고, 정부장의 새로운 생활 무대는 사우디에서 이락으로 옮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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