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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9 편 ) - 연행 체포

지식창고지기 2010. 3. 10. 20:27

[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9 편 ) - 연행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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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11 시 30 분,  이 부장은 중동 본부 관리 이사가 붙여준 직원 1 명과 함께 사우디 에어 라인,  리야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로 취항하는 듯한 소형  새 비행기였지만 2 등석이 없어, 기내는 많은 승객들로 몹시 붐볐다.

 

두 사람은 검은 색 가죽 가방 두개 씩을  좌석 발 밑에 보관 하고 있다. 그리고 혹시  그 가방에 시선을 주는 사람이 없는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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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리야드에 도착 할 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 한시도 경계를 누추지  않았다. 네개의 가방에는 미화 50 만불씩, 총  200 만불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어제 밤에 있었을 해외담당 사장과 왕 회장의 전화 통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려보며  혼자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우선,  해외담당 사장이 이 부장 대신 그 악역을 맡아 준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 했다.

 

이 부장이 왕 회장에게 보고하는  경우라면 상황 설명이 서툴러 비토를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덤으로 자존심 깍이는 핀잔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왕 회장은  침묵을 지키며 사장이 많은 말을 하기를 기다렸을  것이고, 사장은 말을 아끼며 왕 회장이 결심을 하도록 조심스럽게 유도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이부장이 사장 침실로 문안을 들였을 때, 사장은 이 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  잘 해 보게 "   한마디로 왕 회장의  결심 받아 낸 결과를 표시했다.

 

이 부장은 옆 좌석의 직원에게 시선을 돌린다. 자세히 보니 어려 보이나 매우 총기가 있어 보인다. 길을 같이 떠나면서도 경황 중에 동행자의 얼굴을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 어느 부서에서 일 하고 있는가? "

 

" 경리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 출국 한지는 얼마나 되나? "

 

" 이곳에 온지 3 개월 됩니다."

 

" 고생이 많군,  집 생각 많이 나겠군, 결혼은 했나? "

 

" 아직 미혼 입니다.  이곳 일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집 생각 할 틈이 없습니다."

 

" 그래 ?,  뭐가 그렇게 재미가 있나? "

 

" 제가 지금 생각지도 못 했던 사우디에 와서 생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대학교 다니다가 군대 다녀와서 졸업을 하고는,  곧장 취직이 되어   6 개월 만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이 부장은 항상 긴장 속에 지내고 시간에 찌들린 생활을 하는 자신의 생활 환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동행자의 이야기에 점차 흥미를 느낀다.

 

( 과연,   그런 면도 있겠군!, )

 

" 바쁜 일과와  야근까지하는 업무에 싫증은 느끼지 않나? "

 

" 웬 걸요?,  업무가 재미 있어요,  전표 작성하다보면,  오고 가는 돈의 액수가   엄청 난데에 놀라요. 어떤 때는 전표의 숫자가 의심스러워, 두세번 재 확인 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에서 흔히 억 단위면 큰 숫자로 여겨지는데, 여기서는  백억   천 억 단위가 보통으로 여겨지니 놀랄 수 밖에 없지요."

 

" 그리고, 현장 다녀 보는 일도 만만치 않게 재미 있어요. 집채만한 장비, 크레인이나 불도자 같은 것이 사람 손 하나로 마음 먹은 대로 움직여 진다는  것이 신기하고요, 사람과 장비가 어울린 곳에 다음 날 가 보면, 몰라보게 건물이 올라가 있고, 바다를 매립 한 곳에 땅이 넓어져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이 창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것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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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은 홍조마저 감도는 직원의 얼굴에서 순수함과 젊음을  보았다.
 
( 과연, 이 친구는  새로운 세계에 직면하고 있구나!. )

 

( 그래,  우리 기성 세대는  오랜 시간 같은 환경에 찌들린 생활을 하다보니, 자기가 처 한 환경의 객관적인  평가를 못 하는 법이지. 신 세대가 볼 때는 그것이 엄청 난 가치로 보이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이는 것이 마땅하지.  이 청년은  이 환경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다부진 꿈을 키워 나가겠지! )

 

리야드 공항에 도착 한 시간은  오후 1 시 40 분 경,   예정 시간보다 30 분이 지연되었다. 부 청장과의 약속 시간까지는 2 시간 여 밖에 남지 않았다. 사무실에   잠간 들렸다가 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한다.  이 부장은 마중 나온 운전기사에게 최고 속도로 질주 할 것을 명한다.

 

이 부장이 부 청장실에 도착 한 시간은 오후 4 시를 5 분 정도 경과한 시간이었다. 동행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방 4 개를 들고 안내를 받으며 부청장실에 들어 섰을 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부장은 동행한 직원을 밖으로 내 보내고 혼자 소파에 앉아 부청장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 청장이 나타난 것은 사환이 내온 접대용 차를 거이 다 마실 때 쯤이었다.

 

" 미스터 리,  벌써 와 있었군, 약속한 물건은 가져왔나? "

 

부 청장은  이 부장에게 눈길을 한 번 주었을 뿐, 악수도 청하지 않고, 자기자리에 가 앉는다.

 

" 예,  가져 온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

 

이 부장은 테이불 밑에 가즈런히 세워 둔 네개의 가방을 가리킨다.

 

" 어디,  테이불 위에 꺼내 보이게,"

 

이 부장이 가방 하나에서 돈 다발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입구에서  소란스런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사우디  전통의상 차림의  콧 수염을 기른 중년 한사람과  두명의 경찰복 차림이 들어 닥쳤다.

 

"  . . . . . . .? . . . . 부 청장님! " 

                                                    

이 부장은 힐긋 부청장에게 시선을 준다. 그러나, 부청장은 모른체 돈 가방만 내려다 보고 있다.

 

" 당신을 뇌물 공여 현행범으로  체포 하오, "

 

일행 중 콧 수염이 빠른 영어로 한마디 하자, 나머지 두명이  가방 네개를 압수하고 이 부장을 건물 밖으로 연행 해 갔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부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동행 직원과 운전 기사는 이 부장이 세 사람의 장정에 둘러싸여, 나올 때는 무심히 보았으나,  그들이 차에 올라 급히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순간,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에 잠시 다녀오는  경우라면,  이 부장이 와서 기다리라는 언질을 주고 갈 법도 한데,  세 사람에 둘러싸인 이 부장의 고개 숙인 모습은 결코 이 부장의 평소 자세가 아니다.

 

동행 직원과 운전 기사는 두 시간을 그 자리에서  더 기다렸다. 그러나  건물 입구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땅 거미가 서서이 질 무렵, 건물 내부를 다녀 온 운전기사가  퉁명 스럽게 한 마디 한다.

 

" 미스터 리, 잡혀 갔대요, "

 

" 뭐?, 어디로? "

 

" 그 외는 아무것도 모른대요, "

 

이 부장이 연행 되었다는 소식에 사무실 분위기는,  갑자기  무덤을 연상하는 정적만이 흘렀다. 처음 동행  직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는 각기 다른 질문들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서로의 얼굴만을 응시 할 뿐,  누구 하나 대책을 논 하는  사람이 없다.

 

차 과장이  중동 본부에  내키지 않는 보고를  한 것은  어둠이 완전히 깔린 후 였다.  혹시나 저녁때 까지는 돌아오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직원들간에는 좀더 기다려 보자는 자와  중동본부에 즉시 보고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보고 시간이  지체 된 것이다.

 

이 부장의 체포 사건은 중동 본부에 있는 해외 담당 사장이 막 잠자리에 들었을 때,  보고 되었다.  임원 몇 사람이 사장 침실에 모여 숙의를 하였으나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다시 거론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 7 시 30 분,  중동 본부 회의실에는 시작 전 부터 암울한 분위기에 휩 싸였다. 이 부장의 체포 사건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임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이 타원형 테이불 의장석에 착석하자,  30 여명 임직원들이 따라서 착석한다. 사장은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 쓴다.

 

곧 이어 현장별로 현장 소장의 업무 보고가 이어지고,  문제 점과 해결 방안이 논의 되었다. 마지막 현장 소장의 업무 보고가 끝 날 때쯤, 시간은 오전 8 시 30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장의  총평이 이어진다.

 

" 모든 임직원들이 헌신적으로 일 해 주는 덕분에, 모든 현장이 잘 운영 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몇몇 현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현장들도 더욱 분발해서 지연 된 공기를 만회하고, 공정율을 높혀  계획 된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루도록 최선을 다 해 주기를 바랍니다. "

 

사장의 총평은 그 곳에 있던 모든 임직원들이  평생 잊지 못 할 국면으로 이어졌다. 요란스런 바람소리와 함께 열린 회의실에는 뜻 밖의 인물들이 들어 닥쳤다.

 

회의실 문이 열리자 두명의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문 양 옆을 지키고 섰다. 곧 이어 사우디 전통의상의 콧 수염이 세명의 경찰에 둘러싸여 회의실 안으로 들어 섰다. 잠시 주위를 둘러 보던 콧 수염은 의장석으로 다가 선다.

 

" 당신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요? "

 

" 예,  그렇습니다만, . .  "

 

" 당신을 뇌물공여 사주죄로 체포 합니다.  나 하고 같이 갑시다."

 

" 잠깐,  이유가 뭐요? "

 

옆에 있던 총무 담당 상무가 육중한  체구를 세우며 콧 수염 앞을 막아 섰다. 그 때까지 문에 지켜 섰던 무장 경찰이 다가서며 육중한 체구의 총무담당 상무에게 총 뿌리를 겨눈다.  더 이상 반항은 없었다.

 

사장은 그들이 이끄는대로 따라갔고,  나머지 임직원들은 자막 없는 영화를 보는듯,  눈 앞에서 전개되는 장면을  묵묵이 지켜 볼 뿐이다.

 

사장을 연행한 그들 일행은 두대의 경찰 차에 분승 한 후, 중동본부의 캠퍼스를 바람같이 빠져 나갔다. 자동차가 막  빠져나간 자리에는 청명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거센 모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