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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간식 컵라면… ‘코드원 요리법’은?

지식창고지기 2010. 4. 23. 00:04

대통령 간식 컵라면… ‘코드원 요리법’은?

국민일보 | 입력 2010.04.22 18:03 |


대통령 해외순방 … 전용기 안팎 24시

일반 비행기 탑승 순서는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순이다. 돈을 많이 낼수록 가장 늦게 타고, 가장 빨리 내린다.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과의 거리'에 달려 있다. 누가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야 하느냐가 탑승 순서를 좌우한다. 보통 청와대 출입기자와 일반 행정관이 가장 빨리 타고, 가장 늦게 내린다. 이어 비서관 장관 수석의 순이다.

전용기 탑승에도 위 아래가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이명박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전 9시 출국할 예정이었다. 오전 8시 청와대 출입기자와 행정관들이 가장 먼저 전용기에 올랐다. 출발 30분 전, 항공사 사장이 탑승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과 비서관, 경호원 일부가 뒤를 이었다. 출발 15분 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 출발 12분 전 의전팀이 탑승했다.

이 대통령은 출발 5분 전쯤 전용기에 올랐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과 함께 탔다. 최종 탑승자는 대통령이 아니다. 마지막에 문을 닫고 전용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 탑승 장면을 촬영한 카메라 기자들과 경호원들이다. 전용기는 9시2분 서울공항을 이륙했다. 이때 활주로를 지키는 수행원도 있다. 이들도 경호원이다. 대통령은 보통 2∼3개국을 묶어 순방한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떠날 때도 활주로에는 경호팀 일부가 남는다. 마지막까지 경호업무를 수행한 다음 민항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현장팀이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갈 때부터 순방용 비행기가 기존 전세기에서 전용기(보잉 747-400)로 바뀌었다. 정식 명칭은 공군1호기(KAF001). 통상 '코드원'으로 불린다.

여전히 조종은 민간항공대한항공 조종사가 맡는다. 장기적으로는 공군 조종사가 할 예정이지만, 한동안은 보잉 747기 운항 경험이 많은 대한항공 조종사가 맡기로 했다. 기장은 전용기가 도착할 외국 공항에 몇 차례 착륙해 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 가운데 선발한다. 순방 전에는 한 차례 비행하면서 시험 착륙도 해본다.

VIP 경호에 비상 걸리면

해외 순방 중 전용기에 고장이 생기면? 아직 그런 비상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선진국은 보통 대통령 전용기가 여러 대다. 일본 총리 전용기는 2대가 나란히 비행한다. 총리가 탄 전용기가 고장 날 경우 바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보잉 747-200)도 2대다. 미국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면 전용기 2대를 포함해 4∼6대의 비행기가 함께 다닌다.

청와대와 항공사는 비상상황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출발 직전 전용기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 예비용 비행기 한 대가 인천국제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외국 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대비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안사항이지만, 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근처에 취항한 우리나라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다.

경호팀의 무장은 철저히 상호주의다. 미국 경호원이 총을 휴대하고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우리 경호원도 총을 가지고 미국에 들어간다. 순방국이 우리 경호원의 총기휴대를 금지하면, 우리나라도 그 나라 경호원의 총기휴대를 금한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이 각국 경호팀의 오랜 관행이다.

이 대통령의 2008년 러시아 순방 당시 청와대 수행팀은 러시아 측의 입국 검색 지연 등으로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러시아 수행팀은 3년 전 한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5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입국할 때, 러시아 경호팀이 검색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철저한 상호주의 대응이었던 셈이다.

경호팀 관계자는 "이제 다 풀었다. 다음부터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 순방 때 이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경우, 경호원은 총을 쏠 수 있을까. 한 관계자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쏴야 할 상황이면 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영어 실력, 그리고 에티켓

대통령 정상회담에는 공식 통역이 수행한다. 그러나 핵안보정상회의, G20 정상회의처럼 다자회담일 때는 통역이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을까. 정답은 'Yes'다. 이 대통령 영어 실력은 '말하기(Speaking)' 보다 '듣기(Listening)'에 강하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다른 정상이 말하는 것은 100% 가깝게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다. 호텔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 공식적인 축하전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통역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통화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스위스 순방 때는 미국 CNN 기자와 걸으면서 대화하는 모습도 찍혔다. 대통령의 영어 말하기 실력은 듣기 실력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Good to see you" "Have a seat" "Yesterday it snowed too much" "Welcome" 같은 단문을 사용한다. 일부는 '생존영어(Survival English)'라고 평하지만, 김 대변인은 "쉽고 정확하게 뜻을 전달하는 비즈니스 잉글리시(Business English)"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 있었던 일을 반드시 기억해 다음 회의 때 만나면 화제로 삼는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는 3개월 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선물한 넥타이를 맸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넥타이가 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다른 정상들에게 "이 대통령은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맸는데 당신들은 왜 안 매고 왔느냐"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방문에서 이 대통령은 응웬 밍 찌엣 국가주석과 의형제를 맺었다. 찌엣 주석은 다음달인 11월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형님 오셨습니까"라고 조크했다. 이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면 가볍게 볼 키스를 한 번 한다. 프랑스 인사들을 만나면 두 번 볼 키스를 하고, 스위스 방문 때는 세 번 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에티켓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전용기 안에선 무슨 일이?

이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가는 동안 컵라면을 즐긴다. 다만 종이컵 대신 사기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해외 순방에서 시간이 날 때면 현지 음식을 즐겨 먹는다. 베트남 방문 때는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숙소 부근 시장의 한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외국에 나오면 그 나라 시장에 가서 먹어봐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멘을 먹었다.

해외 순방 수행원은 보통 200∼250명이다. 현지 대사관 직원 등을 합하면 3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청와대 출입기자 50∼70명이 포함돼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수행원도 있다. 대통령 의상 등을 챙기는 코디는 동행할 때도, 동행하지 않을 때도 있다.

대통령의 비공식 식탁을 책임지는 수행원도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집안일을 돌봐준 장은자씨는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이다. 그가 수행할 때는 된장찌개 등 한식 재료들이 포장돼 전용기에 실린다. 대통령 내외가 가끔 밤에 가정식 백반을 찾으면 장씨가 이를 요리해 식탁에 올린다.

전용기에는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이 대통령은 보통 출발 직후부터 식사 전까지 1시간30분∼2시간 회의를 주재한다. 지난 11일 방미(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때도 이렇게 최종 점검회의를 했다. 순방 관련 회의는 출국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순방 일정과 안건에 관해 수십쪽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이 보고서는 순방일이 다가올수록 줄어 최종적으로는 3∼4쪽이 된다.

이 대통령은 이 최종 보고서를 전부 외워 정상회담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자회담 때 수십쪽의 보고서를 들고 참석한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주제가 등장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부분을 찾으며 얘기하고, 이 대통령은 각종 수치와 전망 등을 외운 상태로 대화에 임한다. 이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귀국길에는 이륙 직후 순방 복기 회의가 열린다. 참모들이 평가하고, 이 대통령도 정상 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참모들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간 23차례 29개국을 방문했다. 지구를 8바퀴 반 돈 셈이다. 올해도 10여 차례 해외에 나갈 예정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