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담장문화와 꽌시

중국의 담장문화와 꽌시

 

 

거리를 거닐다 보면 집집마다, 관공서마다 유난히 담장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균 높이 11m의 붉은 담이 쳐진 자금성(紫禁城), 중국 지도부가 모여 사는 중난하이(中南海), 골목마다 사방을 메우고 있는 전통 가옥 사합원(四合院), 무장경찰이 지키는 각종 관공서 등은 모두 높은 담으로 꼭꼭 둘러싸여 있다. 또한 담장엔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이 거의 없다. "안일함의 추구, 밀폐된 구조." 이것에 대한 중국 현대 소설가 류신우(劉心武)의 평이다.

 

그러나 담과 담 사이를 연결하는 게 있다. 바로 '꽌시(關係)'다. 중국에서의 꽌시란 사적으로 구축된 아주 중요한 인간관계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꽌시 없이는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가 없다. 때문에 모든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꽌시는 부정부패를 발전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뇌물이 없는 꽌시는 생각조차 할수 없다고 하면서 은근히 바라는 금전거래의 꽌시는 중국인들과 외국기업체나 개개인 사이에 일어나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있어 꽌시를 구축하는 것은 성공의 길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개인적 연결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중국 사회는 그래서 비밀주의와 개인주의가 극성을 부리며, 꽌시로 얽혀진 관계는 정부조차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대물박(地大物博), 거대한 땅과 풍부한 물자 덕에 중국인들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담을 쌓고 내 것만 차지해도 충분하다는 의식이 뿌리 깊다.

 

담의 문화는 정치적으로 '중화주의(中華主義)'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부에 모든 것을 완비하고 있으며 내가 세계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에서 '천하(天下)'라는 관념이 만들어졌고,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은 중화주의 사상에 대한 개개인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인들은 거리의 담장을 부셔 버렸다. 거리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담장이 사라지면 꽌시가 사라질까 궁금하다.

 

중국인들이 서로 간에 믿지 않는 습성이 담장문화를 만들었고, 폐쇄된 담을 넘나들었던 꽌시가 중국인의 사회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내 가족에게도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중국인이 담장을 부섰다고 꽌시라는 옛관습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