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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滿族) 의 얼음등 켜기 풍속의 유래

지식창고지기 2010. 8. 3. 06:42

만족(滿族) 의 얼음등 켜기 풍속의 유래


 

오래 전에, 만주족 민간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대문 앞이나 담벼락 밑의 그늘 진 곳에 눈 더미를 쌓아놓고 그 위에 아주 초롱초롱 빛나는 얼음등(氷燈)을 올려놓는 풍습이 있었다. 만주족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각양각색의 얼음등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들이었다고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송화 강변에 갈산(噶珊)이라고 불리 우는 아주 평화롭고 곡식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재앙이 들이닥쳤다. 아주 크고 검은, 머리 아홉 달린 새(九頭鳥 - 구두조, 즉 전설상의 불길한 새) 한 마리가 이 마을로 온 것이었다. 그 새가 온 이후로 낮에는 더 이상 태양을 볼 수가 없었고, 밤에는 더 이상 달과 별을 볼 수가 없었다. 머리 아홉 달린 새는 공중을 빙빙 날아다니며 흙먼지를 일으켜 하늘과 땅을 덮었고, 나무를 부러뜨려 민둥산을 만들고, 강을 움푹 패이게 했다. 사람과 가축이 어찌 빛이 없이 살 수 있단 말인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머리 아홉 달린 새는 사람과 가축들을 잡아다 계속해서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사람들은 두 눈뜨고 하루하루 마을의 생명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평화롭던 갈산마을은 순식간에 무덤보다도 더 처참하게 변했다.

 

갈산마을에는 “두 개의 오운 (烏雲-만주족 언어로 숫자 9를 나타냄, 즉 샤머니즘에서 두 개의 아주 높은 하늘을 뜻함. 마법의 일종)”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파도로(巴圖魯)라는 젊은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정직하고, 사악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였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연로한 마법사 목곤달(穆昆達)이 머리 아홉 달린 새가 일으킨 바람에 휩쓸려 간 것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리하여, 활과 화살을 챙겨 머리 아홉 달린 새를 찾아 나서려고 했다.

 

그때, 마을 노인들은 파도로를 말리며, “얘야, 너는 마법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량이 부족하단다. 게다가 너 혼자서 떠나겠다니... 정말 산 채로 목숨을 잃고 싶은 건 아니겠지?” 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도로는 “하지만 앉아서 죽음을 맞이할 순 없잖아요! 옛말에 여러 개 묶은 화살로 아름드리나무를 맞힐 수 있다고 했어요(즉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뜻). 여러분 용기가 있다면 저와 함께 떠납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파도로의 말이 여러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순식간에 많은 젊은이들이 파도로를 따르겠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그들은 머리 아홉 달린 새가 항상 나타나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다.

 

파도로 일행이 동굴을 채 발견하기도 전에 머리 아홉 달린 새가 먼저 그들을 발견했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갑자기 그들에게 불어 닥쳤다. 파도로 일행은 머리가 혼미해지고, 몸이 벌써 캄캄한 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파도로는 일찍이 마법사 목곤달에게서 마법을 배운 적이 있던 터라 그들보다 끈질기게 버티었다.

 

광풍이 다시 불어 닥치자, 파도로는 두 손으로 한 줄기 녹색 넝쿨을 꽉 잡아 쥐었다. 하지만 파도로는 넝쿨과 함께 바람에 날려 하늘로 올라갔다. 파도로는 넝쿨에 실린 채 한참동안을 날아다니다 마침내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도 다친 데가 없었다.

 

파도로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크게 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제서야 그가 타고 왔던 넝쿨이 원래는 길이가 팔 척이나 되는 아주 커다란 녹색 구렁이 임을 알게 되었다. 이 때, 구렁이는 한 번 몸을 굴리더니 아주 어여쁜 아가씨로 변해 파도로에게 정중히 절을 하며 말했다. “파도로님. 정말로 잘 버티셨어요! 실은 저의 어머니와 유모도 저 머리 아홉 달린 새에게 잡아 먹혔어요. 우리를 대신해서 저 새에게 복수해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드릴게요.

 

파도로는 말했다. “하지만, 저도 저 새를 물리칠 힘이 없는 걸요!

 

구렁이 아가씨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저 새는 비록 머리가 아홉 개 달렸다고 해도 힘이 있는 건 가운데의 저 큰 머리 밖에 없어요. 가운데 머리는 설령 밤에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해도 밝은 빛을 아주 무서워한답니다. 그리고 양옆으로 각각 네 개씩의 머리는 먹기만 하지 전혀 앞을 볼 수가 없답니다. 당신은 밝은 빛을 이용해서 가운데의 큰 머리만 처치하면, 저 못된 머리 아홉 달린 요괴를 없앨 수가 있어요!

 

파도로는 물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밝은 빛을 구할 수가 있나요?

 

구렁이 아가씨는 또 말했다. “오서합아림산(烏西哈阿林山, 별빛산)으로 가세요.   꼭대기에서 천락석(天落石, 즉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란 뜻)두 개를 가져다가 백 사람 몸의 뜨거운 열기로 그것을 빨갛게 데우면 하늘의 별빛처럼 아주 밝게 빛날 겁니다.

 

파도로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저 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오서합아림보다 더 험한 산이라도 오를 수 있어요!

구렁이 아가씨는 “이제 저는 다시 산 넝쿨로 변할 거예요. 당신이 저를 몸에 지니신다면 머리 아홉 달린 새의 동굴로 들어 갈 수가 있어요. 저 요괴를 죽여주신다면, 우리 뱀과 벌레들은 당신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고, 땅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파도로가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땅을 살펴보니, 구렁이 아가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과연 작은 넝쿨 한 가닥이 남아 있었다. 파도로는 넝쿨을 주워 허리에 두르고 곧바로 오서합아림산으로 향했다.

 

파도로는 오로지 마을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빛을 찾아 어두운 밤의 바람 속을 걷고 또 걸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그저 깊은 산골짜기를 더듬으며 나아갔다. 돌 바위를 오르려할 때 갑자기 커다란 돌덩이가 굴러내려 몸에 부딪혔다. 파도로의 온 몸은 여기 저기 파랗게 멍이 들었다. 얼굴과 손발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고, 입었던 옷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이제는 다리가 부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파도로는 땅에 엎드려 기어갔다. 기고 또 기어, 드디어 저 멀리 구름 속에 우뚝 솟은 오서합아림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산꼭대기에는 한 줄기의 별빛만이 보일 뿐, 산 밑은 온통 흰 구름으로 뒤 덮여 있었다. 파도로의 다리는 이미 못 쓸 정도로 망가져 있어 가파른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파도로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 때, 허리에 차고 있던 넝쿨이 말했다. “얼른 흰 독수리의 깃털을 주우세요. 그것은 신()의 북채랍니다. 그걸 타면, 산에 오를 수가 있어요.” 파도로는 정말로 땅에서 독수리 깃털을 발견했다. 파도로가 그것을 줍자, 금새 흰색의 북채로 변했다. 파도로는 그것을 타고 북소리를 따라 오서합아림산을 올랐다.

 

때마침, 하늘에서 두 줄기의 불빛이 산으로 떨어졌다. 그는 금방 하늘에서 떨어진 따뜻한 “천락석” 두 개를 주워들고 산을 기어 내려갔다. 그는 기고 기어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그저 뱀같이 앞으로 꿈틀대며 나아갔다. 파도로는 마침내 머리 아홉 달린 새의 동굴을 찾아냈다.

 

동굴의 입구는 아주 큰 돌덩이가 막고 있었다. 파도로는 허리에 두른 넝쿨을 꺼내어 돌덩이를 향해 한번 흔들었다. 그러자, 돌덩이에 아주 깊은 구멍이 뚫렸다. 파도로는 동굴을 따라 기어 들어갔다. 동굴 속은 아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지만, 파도로는 아주 긴 동굴 길을 기고 기어, 마침내 동굴의 끝에 도착했다.

 

그는 동굴을 더듬다가, 머리 아홉 달린 새에게 잡혀와 동굴에 갇힌 사람들의 무리를 찾아냈다. 그는 작은 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는 파도로에요! 저는 파도로에요!

 

사람들은 파도로가 자신들을 구하러 온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목곤달도 파도로가 온 것을 알고 눈물을 머금고 근심걱정을 잊었다. 파도로는 가만히 더듬으며 앞으로 나가 목곤달에게 “천락석” 두 개를 건네며 말했다. “이제 재앙은 끝났어요. 우리들은 살았어요! 이건 오서합아림산의 “천락석“입니다. , 이제부터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 돌을 문지르세요. 백 사람 몸의 뜨거운 열기가 이것을 아주 밝은 불빛으로 바꿀 수 있어요!

 

모두들 이 말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그리하여, 목곤달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돌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두 손의 뜨거운 열기가 또 다른 손의 열기로 옮겨졌고, 차갑던 보석은 점점 따뜻해지고 빨갛게 빛났다. 마침내, 돌은 아주 밝게 빛나는 구슬이 되어 순식간에 동굴 속을 환하게 비추었다. 모두들 밝은 빛을 따라 아주 큰 동굴의 사방을 뒤져 고드름이 빽빽이 걸려있는 동굴의 입구를 찾아냈다.

 

파도로는 밝게 빛나는 보석을 얼음 덩어리가 쌓여있는 동굴의 입구에 놓았다. 보석이 빛을 한 번 내자, 동굴은 수정궁처럼 아주 밝게 빛났다. 그러자 동굴은 대낮처럼 밝아졌고, 사람들은 이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동굴 입구가 잘 보이자,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머리 아홉 달린 새는 마침 큰 동굴 옆의 작은 동굴에서 잡아온 사람과 동물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큰 동굴에서 밝은 빛이 반짝이며 새어나오자 놀라서 “꺽꺽” 소리쳤다. 새가 날개를 펴고 밖을 내다보려고 할 때, 파도로는 한 손에는 밝은 별(보석)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밝은 빛이 새의 두 눈을 비추자, 새는 눈을 뜰 수가 없어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파도로는 놓치지 않고 한 칼에 먼저 새 가운데의 큰 머리를 내리쳤다.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발 갈퀴를 세워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새는 앞을 볼 수가 없어 그저 아무 곳에나 부딪히며 요란하게 울어댔다.

 

파도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 새의 나머지 머리마저 모두 베어 버렸다.

 

. 파도로는 새가 더 이상 움직이질 않자, 죽은 줄로 알고 보석을 들고 가려고 몸을 돌렸다. 이 때, 뜻밖에도 죽은 줄로 알았던 새가 더러운 피를 파도로의 몸에 뿌리고, 마저 다 베이지 않은 가운데의 큰 머리를 달고 동굴을 도망쳐 달아났다.

 

머리 아홉 달린 새의 피는 아주 더러워서 땅에 떨어지면 전염병을 돌게 하거나, 사람 또는 동물의 몸에 닿으면 몸이 썩어 금방 죽게 된다. 용감한 파도로는 갈산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은 머리 아홉 달린 새의 더러운 피 때문에 죽어갔다.

 

그 이후로, 송화 강변에는 다시 부유하고 행복한 생활이 찾아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기 좋아하는 머리 아홉 달린 새는 가운데의 큰 머리가 완전히 잘리지 않아, 사람들이 설을 즐겁게 보낼 즈음을 틈타 몰래 집 뜰로 날아 들어와 더러운 피를 뿌리고 간다. 하지만 그 새는 불빛을 두려워해서, 집집마다 매년 마지막 날 밤에 불더미를 모아 더러운 피를 태운다. 머리 아홉 달린 새는 밝은 빛을 보면, 감히 얼씬도 못한다.

 

만주족 사람들은 파도로가 밝은 보석을 얼음 덩어리 위에 놓아 길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온기를 가져다 준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얼음등을 만들어 놓고, 밝은 빛과 따뜻함이 영원히 그들과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