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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에 바이족(白族)이 돼지잡는 풍속의 유래

지식창고지기 2010. 8. 3. 06:42

춘절에 바이족(白族)이 돼지잡는 풍속의 유래

 

중국 바이족 농촌에서는 매년 설날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칼을 갈아서 돼지를 잡아 설 준비를 한다. 왜 설날에 돼지를 잡게 되었을까?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짐승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의 집에는 자식들이 아주 정성스레 길러서 매우 크고 포동포동 살이 찐 가축이 여러 마리 있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그 사람은 한 해 동안 힘들게 일한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을 좀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무엇을 먹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 사람은 소먹이를 주려고 외양간으로 갔다. 그 사람은 포동포동 살이 찐 소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소를 잡아서 애들한테 먹여야겠군. 

 

그 다음 날이 마침 섣달 그믐날이었다. 그 사람은 자식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너희들 오늘은 일할 필요 없다. 소 몇 마리 잡아서 온 가족이 한 번 배부르게 먹어 보자꾸나.  그러자, 애 어른 할 것 없이 가족 모두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 사람은 곧 외양간으로 가서 소를 끌어내었다. 그때, 늙은 소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 저는 풀만 먹고, 힘들게 일만 했어요. 저를 죽이면 이제 누가 당신들에게 밭갈이를 해주겠어요?”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소외양간 옆의 말구유로 가서 말을 끌어내었다. 그러자 말은 힝힝거리며 말했다. “주인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저를 죽이는 건 주인님의 칼만 낭비하고, 제가 한 목숨 희생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만약, 제가 죽으면 앞으로 당신들은 외출할 때 무엇을 타고 다닙니까? 짐은 또 누가 나르지요?” 그 사람은 말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또 다시 놓아주었다.

 

마침, 개 한 마리가 문 밖에서 뛰어 들어와 그 사람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아!” 그 사람은 기뻐서 소리치며, 개를 잡았다. 개 역시 주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급히 엎드려 빌며 말했다. “주인님, 저를 놓아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주인은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개가 말하길 “주인님 어쩌면 그렇게도 모르세요? 저를 죽이면 누가 당신들 집을 지키고, 도둑을 잡나요?”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개를 놓아주었다.

 

그 사람은 마땅히 잡을 만한 가축이 눈에 띄질 않자, 뜨거운 냄비 속 개미와 같이 집안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 다녔다. 그러다 조심 없이 마당에서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수탉을 발로 밟았다. 그 사람은 이때다 싶어 급히 손을 뻗어 수탉을 잡으려고 했다. 수탉이 날개를 푸덕거리며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는 바람에 잘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사람은 수탉을 쫓아 돼지우리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 수탉은 울타리에 올라서서 정정당당하게 말했다. “주인님, 어째 저의 쓸모를 잊어버리셨어요? 저를 죽이면, 누가 당신들께 새벽을 알리지요?” 주인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치며 크게 깨달았다.

 

이때, 돼지우리 안의 살찐 돼지가 크렁크렁 졸고 있었다. 그 사람이 툭툭 돼지를 치자, 돼지는 한 번 꿀꿀거리면서 마음에 내키지 않은 듯 느리게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늘 먹고 자고, 자고 먹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당신들께 죄송했어요. 당신들이 하는 대로 맡길게요.” 말이 끝나자, 또 드러누워 잠들었다. 주인은 돼지의 게으른 모양을 보고 생각했다. “맞아, 돼지는 기른 날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돼지를 죽인다 해도 나한테는 아무런 해도 되질 않아.” 그래서, 그는 온 가족을 불러 돼지를 잡게 했다. 가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나와, 함께 돼지를 끌어내어 한 칼에 잡았다. 그 날 저녁, 온 가족은 모두 둘러앉아 풍성한 저녁식사를 하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즐겁게 보냈다.

 

그 이후로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돼지를 잡아 설날을 보내는 풍속이 대대로 전해져서 지금까지 내려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