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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은 동이문명의 서사시

지식창고지기 2010. 12. 22. 20:23

천부경은 동이문명의 서사시

“천부경은 동이족의 노래이며, 동이문명의 서사시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가 중국사를 인식할 때 가지고 있던 민족 개념, 즉 황하유역의 중원에 화하(華夏)족이 있고 그 주변에는 동이(東夷), 남만(南蠻), 서융(西戎), 북적(北狄)이라는 종족이 있었다는 개념을 바꾸고 있어요. 중원의 서쪽에는 염제신농씨의 화(華)족 집단, 중원의 동쪽 산동성 일대와 장강 유역에는 하(夏)족 집단, 그리고 능하(凌河)유역과 요하(遼河)유역 및 만주일대에는 황제(黃帝) 집단이 지배했다는 식으로 크게 나눈답니다. 황제집단 속에 동이와 북적은 물론 이들의 역사까지 모두 들어간다지요. 그러니 환인, 환웅, 웅녀, 치우, 단군왕검은 물론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과 고구려 등 우리 고대사가 통째로 따라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모든 민족과 그 역사는 중화민족이고 중화문명이며 중국사’라는 것 입니다. 중국의 수법은 일제보다 몇 차원이 높아요.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니라 21세기를 향한 거대한 국가 전략의 일환”이라고 지적하면서, 나라간 문명전쟁을 벌이지 말고, 한중일 그리고 몽골이 요하문명을 동북아의 공동문명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 주장은 이상적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어요. 왜냐하면 중국의 국민성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빨리 달아오르고 식으며, 싸운 뒤에도 타협할 수 있는 양조(陽燥:양달이고 건조함)의 기질이요. 중국인은 음습(陰濕:음달이고 습함)한 기질이라. 겉으로 보아 속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힘이 약할 때는 협력이나 상생(相生)이 가능하고, 심지어 기꺼이 노예라도 되지만, 힘이 강해지면 상대를 짓눌러 버립니다. 강자와 약자사이에 상생이란 없어요. 중국이 지금 만주일대를 장악하여 유리한 위치에 있고, 국가의 힘도 우리보다 강한데, 요하문명을 공동문명으로 만들 이유가 없지요. 동북공정은 중앙정부와 무관하다고 하면서 계속 추진하겠지요.

 

중국의 백양(伯楊)이라는 사상가는 중국국문화를 ‘장독문화[醬缸文化]’라고 했어요. 중국의 ‘장(醬)’이라는 것은 우리의 된장과는 달리 걸쭉 걸쭉해요. 아무리 맛 좋은 것이든 주위의 민족이든 이 장독에 들어가면 장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말아요. 변질의 핵심은 말과 글이지요. 자신들이 쓰던 본래의 말과 글을 잊어버리고 漢族의 말과 글만을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漢族으로 변질되는 것을 화화(華化)라고 해요. 고대에 漢族은 있었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없었어요. 하(夏),상(商),주(周)는 물론 진(秦)나라와 漢나라도 이적(夷狄)이 세운 나라입니다. 북위(北魏)는 선비(鮮卑)가 세웠고, 청(淸)나라도 동이족의 부류인 여진족이 세운 나라였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스스로 장독에 들어간 뒤 화화되어버렸지요. 이 사람들을 중국인이라고 하고 중국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중국인은 점점 많아지고 중국이라는 나라도 생겨나 커진 것이지요. 객가인(客家人)을 순수한 漢族이라고 해요. 손문, 장개석, 모택동, 등소평 등이 객가인이랍니다. 이들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아 무력으로 동이족이 세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지금의 중국을 건설했습니다.

 

중국은 장독에 티베트를 집어넣고, 남아있는 우리 민족과 몽골도 억지로 끌어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미 우리 고대사를 분리하여 장독에 넣었거든요. 장으로 숙성되기 전에 서둘러 우리 고대사를 끌어내야 해요.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에 관하여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동이문명’이란 용어의 정립이 필요해요.

 

고대에 동북아시아에 살았던 종족의 호칭이 너무 많습니다. 알타이어를 사용하던 종족이 이족(夷族)이고, 중원(中原)의 동북부에 널리 살았던 이족이 ‘동이족(東夷族)’입니다. 동이족이 곧 동인족(東仁族)이지요. 이들이 고대에 동북아시아에서 이룬 문명을 총칭하여 ‘동이문명’이라고 해요. '요하문명'이라고도 부릅니다.

중국학자들은 현재의 중국 국경선 안을 거대한 장독으로 보고, 그 안의 모든 문명을 총칭하여 ‘중화문명’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는 우리의 고대사가 이미 장독 속에 들어있다는 무서운 음모가 담긴 말이요. 우선 이에 대응할 용어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고 중화문명은 동이문명에서 나온 지류이므로, 동이문명을 동북아시아의 모문명(母文明)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둘째, 《환단고기(桓檀古記)》에 관한 인식도 바꾸어야지요.

 

《환단고기》는 신화나 이야기책이 아니라 동이족의 고대사를 담은 역사책입니다. 고려, 신라와 조선시대에 5명이 쓴 5권의 책이지요. 신화와 삼황(三皇)의 역사를 담은 <삼성기(三聖記)> 상권과 하권, 단군의 역사를 기록한 <단군세기(檀君世記)>, 북부여의 역사를 기록한 <북부여기(北夫餘記)> 그리고 고려이전의 상고사를 담은 <태백일사(太白逸史)> 이렇게 5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 《환단고기》라고 해요. 이 책은 계연수가 함께 묶어 1911년에 인쇄하였으나, 그 인쇄본이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책은 1949년에 이유립(1907~1986)이 오형기라는 사람에게 정서(正書)시킨 것이라고 해요.

 

우리가 이 책에 관해 무관심한 사이 일본인 변호사 가지마 노보루가 이 책을 입수하여 재빨리 일본어 번역본(新國民社, 1982)을 출판했어요. 그리고는 "나는 《환단고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거짓이 아니고 진짜 책이기 때문이다. 진실의 역사를 아는 혼이 생기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 천황의 뿌리를 여기에서 찾았답니다. 일본어 책이 역으로 국내에 들어와 번역본이 나오고, KBS에서 「환단고기 열풍」을 방영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이지요.

 

《환단고기》 <단군세기>에 “B.C. 1733년에 5개의 별들이 루성(婁星)에 모였다.[戊辰五十年 五星聚婁.]”라는 기록이 있는데, 천문학자가 이 기록이 사실임을 증명했어요. 실제로 B.C. 1734년 7월 13일 일몰 직후 금성, 목성, 토성, 화성 그리고 초승달까지 일렬지어 하늘에 나타난 사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환단고기》<고구려본기>에 “연개소문의 부친은 태조(太祖)이고, 조부는 자유(子游)이며, 증조부는 광(廣)이다.”라고 했는데, 이러한 이름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등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기록이지요. 1923년 중국 낙양에서 출토된 남생(연개소문의 아들)의 묘지명에서 ‘子游’라는 이름이 발견됨으로써, 《환단고기》의 기록이 사실임이 입증되었어요. 《환단고기》는 진실한 책이라는 것이지요.

 

역사학계에서 바이블처럼 섬기는 《사기(史記)》는 사마천이 B.C. 91년에 완성했다고는 하나, 현존하는 책은 그 때 쓴 죽간(竹簡)이 아닙니다. 1200년의 세월이 지나서 남송(南宋: 1127~1129) 때 목판으로 찍어낸 것이지요. 훗날 수없이 다시 쓰면서 <삼황본기>처럼 삽입하기도 하고 정정한 것입니다.

 

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고려 말에 김부식과 일연이,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단편적인 기록과 이야기를 모으고 개인 생각을 가미하여 쓴 것입니다. 현존하는 목판본은 그 때로부터 수백년이 지나서 조선왕권의 지원을 받아 다시 보완하여 찍은 것입니다. 그러니 그 책에 쓰인 용어도 고려 때의 용어가 아니라 후대의 용어이며, 그 내용에서도 진실보다는 사대주의의 구린 냄새가 물씬 풍겨나옵니다. 신채호는 《삼국사기》에 사대주의의 혼이 들어 있다고 비판했지요.

 

그럼에도 이들 책을 위서라고 부정하지 않아요. 모래 속에서 사금을 캐듯, 그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캐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단고기》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내용을 삽입했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책 자체를 위서라고 단정할 순 없지요. 그리고 만일 사대주의 조선왕권시대에, 우리민족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부여와 고구려를 역사의 중심에 두고 있는 《환단고기》를 개인이 가지고 있다가 발각되었다면, 그 집안은 멸족되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환단고기》라는 책은, 뜻있는 학자들 끼리 가문의 사활을 걸고 비밀리에 숨겨져서 전해 왔으며, 조선왕조가 무너지면서 뒤늦게 세상에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봐요.

 

‘진실의 역사를 아는 혼’이 있어야 중국의 장독에서 우리 고대사를 끌어낼 수 있어요.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길입니다.

 

셋째, 환인` 환웅` 웅녀` 치우 그리고 단군왕검을 동이족의 역사적 인물로 옹립해야합니다. 그리고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의 도읍지를 찾아야 합니다.

 

필자는 그 위치를 요하(遼河)와 대릉하(大凌河)의 상류인 적봉(赤峰)과 능원(凌源) 일대로 봅니다. 서북쪽 주변에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물이 흐르고 트여 있어 전설의 봉황이 날아와 살 수 있을 정도로 정착생활하기에 좋았다지요. 옛날 환국과 배달국 시대에는 기후가 지금보다 따뜻했다고 그래요. 숲이 우거져 호랑이와 곰 그리고 동물들이 많이 살았답니다.

 

야만(野蠻)시대로부터 문명(文明)시대로 진입하는 분수령이 농경생활이지요. 정착하여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문명의 싹이 자라납니다. 최근 발굴된 유적지에서 환국과 배달국시대의 유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환국과 배달국은 신석기문화를 대표하는 나라입니다. 환인은 신화 속의 神임과 동시에 환국을 건설한 역사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즉, 전기 석기시대를 이룬 나라의 통치자자이며, 동이족의 정신적인 조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달국 초기에는 모계(母系)사회였어요. 그 때의 통치권이 웅녀에게 있었음을 말해요. 웅녀는 역사적으로 실존한 동이족의 어머니이지요. 우하량(牛河梁)의 여신묘(女神廟) 유적지에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유물들이 출토되었어요. 그래서 이 일대가 최근 ‘홍산(紅山)문화’라는 이름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요. 이곳이 환웅과 웅녀가 둥지를 튼 신시(神市)이고, 단군왕검이 배달국의 문화를 이어받아 조선을 건국한 아사달(阿斯達)도 이 일대라고 봐요.

 

넷째, 천부경(天符經)은 동이족의 노래이며, 동이문명의 서사시입니다.

 

2,000년 초에 농은본(農隱本) 천부경이 세상에 갑자기 나타났지요. 처음에는 별로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2,002년에 언어학자 박대종(朴大鐘)씨가 「한국에서 발견된 갑골문자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그 천부경의 진가를 밝혀냈어요. 갑골문자가 한반도에 출현한 것이지요. 농은본의 글자는 은나라 갑골문자와 같은 유형입니다. 그 동안 알려진 천부경과는 몇 글자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고요.

농은본의 진위(眞僞)에 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농은본에는 동이족의 혼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필자는 농은본 속에서 처음으로 동이족의 힘찬 숨결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다른 천부경에서는 느껴 보지 못한 일입니다.

 

농은본의 내용을 첫째, 천지에서의 거대한 질서창조로부터 시작한다는 점. 둘째, 동이족의 고대사를 기술한 서사시라는 점. 셋째, 동이문명의 뿌리 사상이라는 점 등 몇 가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농은본 81자의 극히 간결한 詩에는, 음양오행에 의한 순환 질서를 말하는 도가(道家)의 자연주의 사상, 사람의 본성은 하늘이 부여해준 것으로 본래 선(善)하다는 유가(儒家)의 천명(天命)사상 그리고 생(生)과 멸(滅)이 하나라는 불가(佛家)의 공(空)사상이 숫자로 암호처럼 응축되어 있어요. 그리고 기독교의 《성경》 첫장에 나오는 「창세기」내용과도 별로 다르지 않아요. 과연 동이족이 혼으로 불러온 노래요, 서사시(敍事詩)라 하겠습니다.

 

호머(Homer)라는 한 시인이 쓴 <일리아드 오딧세이>는 그리스의 신화, 트로이 전쟁, 오딧세이의 모험담을 노래한 서사시라고 해요. 천부경은 동이족이 3000년이 넘도록 불러온 노래이며, 신화와 역사가 담긴 서사시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도 수많은 인연이 있어야 피어날 수 있듯이, 천부경도 그렇게 탄생되었지요.

 

 

“본심은 태양처럼 밝음을 추구하니, 마음이 밝은 사람 안에는 천지가 들어와 하나가 되느니라.

[本心本太陽昻明, 人中天地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