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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한국 신화를 중심으로)

지식창고지기 2011. 1. 10. 09:18

신화 (한국 신화를 중심으로)

Ⅰ. 개관

 어떤 신격(神格)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전승적(傳承的) 설화.

 신화를 뜻하는 myth는 그리스어의 mythos에서 유래하는데, 논리적인 사고 내지 그 결과의 언어적 표현인 로고스(logos)의 상대어로서, 사실 그 자체에 관계하면서 그 뒤에 숨은 깊은 뜻을 포함하는 ‘신성한 서술(敍述)’이라 할 수 있다. 신화에는 여러 종류와 갈래가 있고 그 구조와 성격도 복잡하여 간단히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각종 신화에 공통되는 일반적 ·기본적 성격을 든다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의 기원(起源)에 관한 신성한 전승설화인데, 그것은 단순히 태고에 있었던 사실에 관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있어서의 자연 ·문물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까지도 규제력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신화는 여러 가지 현실적 존재인 우주 ·인간 ·동식물, 특정의 인간 행위, 자연 현상 ·제도 등이 어떻게 하여 출현하였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서, ‘창조’에 관한 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창조역사의 주역은 여러 가지 초자연적 존재들이고, 그들은 태초에 맡은 역할로 알려져 현재의 모든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요컨대,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의 창조활동을 설명하고 그 활동의 성스러운 성격(초자연성)을 나타내며, 또한 성스러운 것의 현실에 대한 참여(參與)를 의미한다. 인간이 죽어야 할 존재이고 양성(兩性)으로 나뉘었으며, 서로 싸우는 등의 현상은 초자연적 존재의 간섭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화의 진실성은 실제로 존재하고 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물과 현상으로 증명된다. 이를테면, 우주창조 신화가 진실인 것은 세계가 현존함으로써 증명되며, 죽음의 기원신화(起源神話)의 진실성은 죽음이라는 사실로써 입증된다.

 또한 신화는 인간의 일상행동을 규제하는데, 그것은 신화가 말하는 초자연적 존재의 행위와 그 성스러운 힘의 표현이 인간의 모든 중요 행동의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뉴기니의 카이족(族)은 그들의 생활양식을 바꾸기를 거절하는데, 그 이유로서 신화상의 조상인 넴이 행동한 대로 그들도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나바호족(族) 제식(祭式)에서의 영창자(詠唱者)는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태초에 성스러운 조상들이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실의 사물이나 행동을 신화로써 정당화하는 예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Ⅱ. 신화·전설·옛이야기

 모든 설화는 신화와 전설과 옛이야기로 나뉜다. 신화는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일어났던 일, 특히 우주 ·인간 ·문화(사물)와 같은 인간생활에 있어 본질적 의미를 갖는 존재의 시원(始源)에 관한 설화이며, 전설(saga, legend)은 어떤 시대에 일어났던 큰 전쟁이나 큰 사건과 같은 실제 사실에 관한 설화이다. 가장 유명한 예로서 트로이 전쟁의 전설이 있다. 이처럼 전설은 신화와는 달리 태초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태초와 현재와의 사이의 어느 한 시기에 실제로 있었다고 믿어지는 인물이 특정한 장소에서 벌인 사실을 이야기로 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설은 신화처럼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 약하고, 또한 성스러운 성격이 부족하며, 현실에 대한 규제력에 있어서도 모자란다.

 반면에 구체적인 역사에 보다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어 전설을 전달하는 당사자는 그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史實)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한편, 옛이야기(folk tale)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건을 “옛날 옛적에 어떤 곳에…” 하는 식으로 말하는, 주로 오락적인 내용의 이야기이다. 《콩쥐팥쥐전》이나 《신데렐라》와 같은 설화는 세계 도처에서 전승되고 있지만, 그 진실성이 박약하여 사실(史實)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옛이야기는 특정한 시대에 일어났던 1회적(的)인 사건을 말하는 신화나 전설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옛이야기는 어떤 지역에서 한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언어나 지리적 장벽을 넘어 무한정 퍼져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외눈의 거인설화를 호머의 작품이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그런 예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형식이 정리된 옛이야기가 퍼져 있는 곳은 대개가 고대문명이 발달했던 지역이나 그 주변지역이다. 신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 의미를 지니는 모든 사회의 주민들은 신화를 ‘진실된 이야기’라고 믿으며, ‘거짓의 이야기’라고 일컫는 일반적인 설화와 엄격히 구분한다. 북아메리카 토인인 포니족(族)은 진실의 설화를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째는 초자연적이고 성스러운 존재에 의한 이 세상의 창조를 다룬 설화이고, 둘째는 괴물을 쫓아내고 기아(飢餓)나 그 밖의 재해로부터 주민을 구하며, 여러 가지 자비로운 행위를 한 부족의 영웅설화이고, 셋째는 초자연적 힘을 가진 주술사(呪術師)나 주의(呪醫)에 관한 설화이다. 이에 비하여, 그들이 거짓 이야기라고 믿는 것은 코요테(평원의 늑대) 따위의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설화이다. 이처럼 신화는 인간에게 있어 존재론적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Ⅲ. 분류

 신화는 그 종류가 지극히 많고 다양하여 종래에도 그 구성 요소의 성격 ·특징 ·계통 등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 ·정리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신화의 내용은 자연과 문화 모든 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정연(整然)하게 조직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크라프는 신화를 하늘과 땅에 관한 신화, 대광체(大光體)의 신(神)에 관한 신화, 해 ·달 ·별에 관한 신화, 대기(大氣)·화산 ·물에 관한 신화, 타계신화(他界神話), 반신(半神)의 신화, 우주기원 신화, 인류기원 신화, 재앙신화, 사적(史的) 신화로 나누었다. 이 분류는 어떤 일정한 기준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서로 관계가 있음직한 내용을 한데 모아 배열한 느낌을 준다.

 민족학자 J.H.헤켈은 우주기원 신화, 신(神)들의 신화, 원초 상태에 있어서의 신화, 원초(原初)와 변용(變容)의 신화, 종말론적 신화, 자연 및 우주론적 신화로 나누고 있다. 이 경우도 일정한 기준이 애매하여 기원(起源)의 대상이 된 우주나 인류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고, 기원과는 관계 없이 신들의 신화나 자연신화에 따라 분류하는 등, 통일성이 결여된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자연신화와 인문신화, 저급신화와 고급신화, 기술(記述)신화와 해명(解明)신화 등 여러 기준에 의한 분류가 있으나 신화의 특성에 비추어 충분한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신화는 원초에 있었던 일에 의해 자연 ·인류 ·문화의 상태를 설명하고 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설화이기 때문에, 모든 신화는 적든 많든 간에 기원신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점을 중시하여 여러 가지 신화를 정리 ·분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① 우주기원 신화, ② 인류기원 신화, ③ 문화기원 신화이다. 하늘과 땅, 그 밖의 자연에 관한 신화나 홍수신화 등은 우주기원 신화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한편 홍수신화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범위 안에서는 인류기원 신화의 일부이고, 원초상태에 관한 신화가 원초에 있어서의 문화의 창조를 설명할 경우, 그것은 문화기원신화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떤 신화는 우주기원신화인 동시에 인류기원신화나 문화기원신화인 경우가 흔하다. 어떤 문화영역에 있어 우주 ·인류 ·문화의 기원신화가 각기 따로 설명되고 있을 경우에도 3가지가 각각 독립된 존재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계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신화가 갖는 다면적 성격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Ⅳ. 기원신화와 분포범위

 3가지 기원신화에 관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예와 분포범위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⑴ 우주기원 신화

① 초자연적 존재가 단독으로 우주를 창조하는 전형적인 예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지만, 뉴질랜드의 마오리족(族)과 그 밖의 예도 있다. ②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이나 동물의 협력을 얻어 바다 밑에서 흙덩이를 주워 올려 우주를 창조하였다는 경우를 잠수신화(潛水神話)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예를 시베리아 ·내륙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볼 수 있다. ③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물질이나 요소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진화하여 우주가 생겨났다는 예는 폴리네시아 ·일본 등에서 볼 수 있고, 알에서 우주가 태어났다는 난생(卵生)신화는 유럽이나 남 ·북아메리카의 고문화지대(高文化地帶)에 분포되어 있다. ④ 세계의 종말에 초자연적 존재와 그 협력자가 함께 나타나 파괴된 우주를 재생시킨다는 식의 신화는 전세계의 고문화지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⑵ 인류기원 신화

① 초자연적 존재가 단독으로 우주와 인류를 창조하였다는 신화의 전형적인 예는 《창세기》에서 볼 수 있지만,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개민족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② 초자연적 존재가 그 협력자와 함께 인류를 창조하였다는 신화는 내륙아시아에서 동(東)유럽에 걸쳐 찾아볼 수 있다. ③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지 않고 알이나 식물 또는 동물에서 인류가 생겨났다는 신화는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과 남아메리카 ·북유럽에 분포되어 있고, 신라의 박 혁거세에 관한 전설도 알의 기원설화에 속한다. ④ 초자연적 존재의 시체에서 인류가 태어났다는 예는 고대 인도나 중국 신화에서 볼 수 있고, 하늘이나 땅속에서 인류가 나왔다는 예는 아프리카 ·동아시아 ·폴리네시아 등지에서 볼 수 있다. ⑤ 죽음의 기원신화는 인류기원신화의 일환으로 다루어지는데, 죽음의 기원은 인류가 신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아프리카), 시조(始祖)가 영원한 생명의 묶음과 유한한 생명의 묶음 가운데서 잘못 선택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아프리카), 인구과잉을 막기 위하여 죽음이 비롯되었다는 것(에스키모 ·남아메리카) 등이 있다. ⑥ 신(神)들의 기원신화도 인류기원 신화에 포함되어 전 세계에 걸쳐 분포되고 있다.

⑶ 문화기원 신화

이 신화는 인류의 문화 전반에 관계되기 때문에 그 종류도 많은데, 그 중 주요한 것은 태양 ·불 ·빛 ·계절 ·물 ·가축(동물)·식물 ·지혜 등과 관련된 것들이 있다. 이 가운데 불의 기원신화는 태양이나 빛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문화영웅적 존재가 어떤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불이나 빛을 훔쳐 온다는 모티프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들 수 있다. 또한 불과 성교(性交)를 결부시킨 신화도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불은 원래 체내에 있었으나 성교에 의해서 지상으로 나타났다는 형식을 취한다.

Ⅴ. 연구

 신화가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확립되기까지는 실로 많은 사람의 노력과 연구를 필요로 하였다. 신화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언어학 ·고전학 ·민족학 등, 관련 학문의 발달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여러 학문과의 관련에 있어서의 신화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에 속한다. 고대 그리스에 있어 신화의 기원이나 본질에 관해 후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론이 몇 가지 나타났으나 그 주된 것은 우의설(寓意說)과 에우헤메리즘(euhemerism)이다. 이같은 두 가지 이론은 모두가 신화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으로, 우의설에는 테아게네스가 말하는 《일리아스》에서의 트로이측(側)과 그리스측의 싸움이 여러 원소(元素)의 싸움이라는 설과, 크리슈포스가 말하는 그리스의 신들은 물리적 ·윤리적 여러 원리에서 유래한다고 하는 설이 있다.

 또한 에우헤메리즘이란, BC 3세기 초엽에 에우헤메로스(시칠리아 출생의 신화학자)가 신들의 기원은 고대 영웅을 신격화한 것이라고 하면서 초자연적 존재를 역사적 실재 인물과 관련지어 해석하려고 한 입장을 말한다. 이 이론은 커다란 파문을 던져 당시의 많은 학자나 그리스도교의 호교론자(護敎論者)들은 그리스 신들에 있어서의 인간성을, 다시 말하면 그리스 신들의 비실재성(非實在性)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근대의 신화 연구에 커다란 공헌을 한 사람은 영국의 언어학자 막스 뮐러이다. 그는 태양신화설을 주창하였는데, ‘언어의 병(病)’이라는 논리로써 그 이론의 기초로 삼았다.

 즉 천체 현상의 신화화는 ‘언어의 병’에 의해서 실현된 것이어서, “해가 새벽을 쫓는다”라는 말에서도 해나 새벽의 원래의 뜻이 점차 잊혀지고 희미해진 데다가, 해나 새벽이라는 명사가 문법상의 성(性)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격화되고 더 나아가 신격화됨으로써, “해의 신이 새벽의 여신을 쫓는다”고 하는 신화가 생겨났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랑그는 타일러의 애니미즘설(說)에 입각하여 인간의 애니미즘적 정신기능이 자연현상과 그 밖의 것을 인격화함으로써 신화가 생겨났다고 주장하였다. 이 밖에도 프레이저를 비롯한 영국의 인류학파는 신화에 관한 다른 해석을 시도하였는데, 그들은 고대 중근동(中近東) 및 그리스의 신화를 주술의례(呪術儀禮)의 견지에서 설명하려고 하였다. 의례는 신화에 선행(先行)하는 것이며, 신화는 의례의 설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많은 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렇게 하여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의 신화의례학파는 신화와 의례의 상호관계에 관한 학설을 내놓았다.

 그 대표적인 학자는 후크나 빈덴글렌 등이다. 그들은 설명하기를 고대 중근동에 있어서의 국왕은 신을 대신하여 국가와 세계의 안녕 ·질서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의례의 중심이 되었고, 이 관념이 나중에 이란이나 유대의 구세사상(救世思想)을 낳게 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근대의 신화 연구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회인류학자들인데, 그들은 신화가 실제로 살고 있는 미개사회를 실지 조사함으로써, 그곳에서는 신화가 진실한 이야기이며 인간생활에 의미를 부여하고 규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특히 말리노프스키를 위시한 많은 학자들은 신화의 구조와 의미와 기능을 밝혀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Ⅵ. 기능

 신화의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행동에 있어서의 의미와 규제를 가리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적 신화는 주로 신화적 조상이나 토템 동물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태고시대에 초자연적 존재가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나타나고, 긴 여행을 떠나 때로는 어떤 곳에 머물면서 어떤 종류의 동식물을 낳고, 자연의 풍경을 바꾸며, 마침내는 지하세계로 사라지는가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다. 이 신화가 가르쳐 주는 것은 호주 원주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신화는 원초에 있어서의 초자연적 존재에 의한 창조행위를 어떻게 반복하는가에 관하여 가르쳐주고, 어떤 종류의 동 ·식물을 어떻게 증식시키는가의 방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신화는 성인식(成人式)이 있을 때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게 되는데, 그것은 알려준다기보다는 실천되며, 원초의 사실이 재확인되는 것이다. 신화의 지식에는 주술적 ·종교적 능력이 따르기 때문에, 이 지식은 신비적 성격을 띤다.

 즉 어떤 사물이나 동물 또는 식물 등의 기원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증식시키며 재생시킬 수 있는 주력(呪力)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파나마의 큐나 인디언들은 사냥감의 기원을 알고 있는 사냥꾼은 운이 좋은 사람이며, 어떤 동물의 창조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 그 동물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불이나 뱀의 기원을 알고 있으면 작열하는 쇠나 독사도 손에 쥘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티모르섬에서는 벼가 싹틀 무렵에 쌀에 관한 전승(傳承)을 알고 있는 사람이 논에 나가 쌀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외우면서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새운다. 그들은 쌀의 기원신화를 외움으로써 원초에 있어서와 같은 풍요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단순히 신화를 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므로 이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게 된다.

 신화를 이야기하고 신화에 의거하여 행위를 함으로써 원초에 일어났던 기적적인 창조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시원(始源)에서의 초자연적 사건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미개사회에 있어서는 신화가 실제로 살아 있고 인간은 신화 속에 삶으로써 일상적 ·세속적 시간에서 벗어나 태고와 무한의 성스러운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신화는 이처럼 생활에 대하여 근원적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의 규범과 범형(範型)이 되는 기능을 다하고 있다.

신화(神話)의 정의

모든 자연 현상을 인격화(人格化)하거나 주력(呪力) 또는 마술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의 하나. 세계의 기원과 본체(本體)에 관한 천지 창조의 신화, 건국 신화, 세계의 장래에 관한 예언의 신화가 있고 인간의 유래, 정체에 관한 토템과 영웅의 신화, 그 미래에 관한 내세(來世), 운명 등의 신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일정한 문화 집단에 의해 사실이라고 믿어진 일이 있는, 왜 세계가 지금과 같고, 왜 일들이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가를 초자연적 존재들의 뜻과 행동에 의해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승된 이야기들의 체계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가 가장 유명하며 우리 나라에는 단군 신화(檀君神話), 동명왕 신화(東明王神話) 등 주로 건국 신화가 남아 있다.

신화(神話)의 발생(發生)

신화는 대체로 천지 창조나 생명의 유래에 관한 신화와 건국 신화(建國神 話)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형태이고 후자는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서 나타난다. 우리의 경우 천지 창조의 신화는 그 흔적이 희미하다. 기록의 수단이 일찍이 발달하지 못하여 대부분 인멸되고 구전(口傳)으로 선무대 할망이나 안가닥 할미와 같은 거인 여신(巨人女神)이 산천(山川)을 만들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할 뿐이다.

건국 신화는 부여의 영고나 고구려의 동맹 같은 국중 대회(國中大會)에서 불리던 서사시로 추측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전하는데 고조선의 단군 신화는 그 최초의 예로서 우리 민족의 시조 신화(始祖神話)로 널리 알려져 있다. 후대에 기록 되었기 때문에 원형을 알 수는 없지만 청동기 문화를 배경으로 한 고조선의 성립을 알게 해 준다.그 밖에 고구려,신라의 건국과 관련된 신화가 몇 편 남아 있지만 백제의 건국 신화는 남아 있지 않다.

단군신화(檀君神話)

 일연(一然)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편(紀異篇)'에 실려 있는 우리 나라 국조인 단군에 관한 신화이다. 처음에는 한 부족의 설화였던 것이 민족의 통일 과정에서 민족의 공동 시조 신화로 변용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청동기 문화 시기에 삼림 지대에서 농경을 주로 하던 환웅(桓雄) 부족이 태백산의 신시(神市)를 중심으로 세력을 이루면서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임을 내세워 부족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있다.

내용은 천재의 아들인 환웅이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가지고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었다는 이야기이다. 바람, 비, 구름을 다스리는 존재가 중시된 것으로 보아 신화의 배경이 된 사회가 농경 사회임을 알려 주며 곰을 여자로 변하게 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에서 환웅 부족이 곰 부족과 연합하여 다른 부족을 통합해 지배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단군은 제정 일치(祭政一致)의 지배자로 보이며 사회가 이미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분화되었음을 알려 준다.

삼국(三國)의 건국 신화

 고구려의 건국 시조인 주몽의 생애를 신화로 꾸미고 있는 고구려의 건국 신화는 고조선의 강역(彊域)에서 나온 건국 신화라는 점에서 단군 신화와 일정한 유사성을 보이는 점이 주목된다. 즉 하늘의 상징인 남신(男神)과 땅의 상징인 여신(女神)이 결합하여 영웅이 태어난다는 구조를 가지는데 천신족(天神族)으로서의 우월감을 나타내는 점이 공통점이다. 특히 고구려의 건국 신화는 영웅이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자가 된다는 구조를 가지는데 이는 후대의 서사 문학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의 원형이다. 신라의 건국 신화인 혁거세 신화(赫居世神話)도하늘과 땅의 결합에 의해 국가의 시조가 탄생한다는 천신 신앙(天神信仰)을 밑바탕에 깔고 있지만 영웅이 시련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약간의 차이가 보인다. 백제의 건국 신화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고구려의 일파가 건국한 나라이기 때문에 고구려의 건국 신화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며 수신(水神) 신앙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서동요(薯童謠)의 배경 설화에서 백제 무왕(武王)의 아버지가 못 속의 용이라 한 점은 백제 건국 신화가 수신 신앙과 관련될 것이라는 추측의 한 배경이 된다.

건국 신화의 유형 구조

 고구려의 주몽 신화와 신라의 석탈해 신화 등 영웅적 인물의 일생을 이야기로 엮고 있는 건국 신화들은 일정한 유형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 유형 구조는 서사 무가(敍事巫歌)로 전승되는 신하에서도 나타난다. 그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①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난다.
② 비정상적으로 태어난다.
③ 비범한 자질을 지닌다.
④ 버림을 받고 고난을 겪는다.
⑤ 구출자, 양육자를 만나 살아난다.
⑥ 위기를 극복한다.
⑦ 투쟁에서 승리하여 영광을 차지한다.

신화의 전설과 민담의 공통적 특징

 고대인들은 생사 화복(生死禍福)을 자연물에 의지화고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이러한 제사 의식(祭祀儀式)에서 출발하게 된 서사적인 내용은 차차 신화와 전설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처음엔 신관(神官)의 입을 통해 읊어지던 것이 대중 속에 침투되어 구전되어 오다가 마침내 한자가 들어옴에 따라 문자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성은 다음과 같다.

① 한민족의 생활 감정과 풍습을 드러낸다.
② 상상적, 공상적, 서사적이다.
③ 개성미가 없으며 예술성이 높지 않다.
④ 전기적(傳奇的), 우화적(寓話的)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⑤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사이에서 구전되는 문학이다.

전설(傳說)

 신화가 형성된 시기보다 훨씬 후에 형성되었고, 신화보다 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이야기로서, 실재하는 장소, 시대, 인물들을 구체적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전설은 지방의 구체물[具體物:영웅, 산악, 하천, 암석, 지소(池沼), 도서(島嶼), 불사(佛事), 수목 등]에 연관되어 토착성, 고정성이 뚜렷하다. 전설은 구전되다가 점차 예술적으로 세련되어 문학으로서 형식을 갖게 되었다.

민담(民譚)

 흥미를 위주로 엮어지는 이야기로서, 뚜렷한 시간과 장소가 없으면서도 체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 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서 쉽게 기억·구연(口演)되며 재창조된다. 사건에 대한 아무런 증거물이 없는 창조적인 이야기, 즉 허구의 세계이다.

신화와 종교

창세 신화나 개벽 신화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문제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즉, 인간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세계에 관한 것들이다. 따라서, 신에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종교적인 차원의 문제와 관련을 맺게 된다. 신화가 종교적인 제의와 연관되는 이유는 제의에 행해지던 일들을 말로 풀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를 제의의 구술 상관물(Oral Co-relatives of Rite)이라 한다.

신화와 예술과 과학

 신화는 이론적 요소와 예술적 창작의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첫째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것이 시와 흡사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어오는 바이다. "고대 신화는, 거기에서 진화론자들의 이른바 분화와 특수화라는 과정에 의하여 현대시가 서서히 성장해 온 '무더기'이다. 신화 제작자의 정신은 원형이며, 시인의 정신은 여전히 본질적으로 신화 창작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생적 연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화와 예술 사이의 특수한 차이를 인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에 대한 실마리는 칸트가 말한 미학적 구상인 "그 대상의 존재 혹은 비존재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하다."에서 찾을 수 있다. 신화적 상상 속에는 언제나 믿음의 활동이 내포되어 있다. 그 대상의 실재성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신화는 그 기반을 잃고 말 것이다.이 내재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에 의하여 우리는 반대의 극으로 달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점에 있어서 신화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며 더욱이 불가피한 일인 듯이 보인다. 물론 이것들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들은 동일한 것, 즉 실재를 탐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인류학에 있어서 이 관련성은 제임스 프레이저 경(卿)에 의하여 강조되었다. 프레이저는 마술과 우리들의 과학적 사고 방식들을 구분하는 경계선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마술 역시 아무리 그 수법에 있어서 가공적이고 환상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 목표에 있어서는 과학적이다. 비록 실제적으로 말한다면 마술은 포착하기 어려운 과학,즉 사이비 과학이지만 이론적으로 말하면 그것도 과학이다. 왜냐 하면 마술은 자연 속에서는 그 어떤 영적 혹은 인격적인 힘의 개입이 없이 한 사건에 뒤이어 다른 한 사건이 반드시 그리고 또 변함 없이 따라 일어난다는 가정 위에서 논의를 하고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여기에서의 확신은 "자연의 진로는 인격적 존재들의 열정이나 자의(恣意)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변함 없는 법칙들의 작용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술은 자연의 질서와 제일성에 대해 맹독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고 확고한 신념이다. (출처 : 에른스트 카시러,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두산 동아 출판사 '참길 문학'과 동아대백과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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